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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통일
 
North Korea you will see when you go to Sinuiju by train 012319
당신이 경의선 타고 신의주에 갈 때 보게 될 북한
[신은미의 북한 이야기 - 신의주에서 평양까지②] 1달러짜리 평양냉면


(LA=오마이뉴스) 신은미 기자


▲ 신의주의 아침풍경. ⓒ 신은미

신의주의 아침

2017년 5월 16일 아침, 참 잘 자고 일어났다. 쌓여 있었던 피로가 많이 풀렸다. 이틀에 걸친 비행기 여행 때문에 피로감이 컸지만, 그보다는 '쌀 58톤이 압록강을 잘 건너 북녘 동포들에게 무사히 전해져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나를 정신적으로 더 힘들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 식당으로 향한다. 웨이트리스가 조선식과 중식 중 무엇으로 할지 묻는다. 조선식으로 부탁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옆 테이블 중국인들도 조선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장아찌, 계란, 돼지고기조림, 가재미조림, 나막김치, 토장국이 밥과 함께 오른다. 마치 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아침식사같은 정겨운 상차림이다.

평양으로 가기 위해 여관을 나서 신의주역으로 향한다. 그래도 한 번 왔던 곳이라 신의주 거리가 전혀 낮설지 않다.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나 구형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북녘 동포들. 옛 소비에트 건축 양식을 벗어나 새로 지어진 아파트들. 모두 익숙한 북한의 정경이다.

평의선(평양-신의주) 열차에 몸을 싣고


▲ 평의선(평양-신의주) 하행선 열차 탑승을 앞둔 북한 주민들. 오른쪽 사진은 개괄적인 노선도. ⓒ 신은미


▲ 평의선(평양-신의주) 기차표. 이 열차는 평양-북경을 왕복해 "국제열차"라고 불린다. ⓒ 신은미

이번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쌀 전달을 마치고 나니 한시름이 놓인다. 이제 평양으로 가 할 일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탈북자 김련희씨의 부모님을 만나 서로 페이스북 메신저로 화상통화를 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일, 그리고 평양의 수양딸들과 회포를 푸는 일이다. 경미와 함께 평양행 열차에 오른다.

내가 탄 평의선(평양-신의주)은 중국 단둥에서 건너오는 것으로 평안북도 신의주청년역 - 남신의주역 - 락원역 - 룡천역 - 룡주역을 거쳐 곽산역 - 신안주역 - 문덕역 - 숙천역 - 서포역을 지나 평양으로 들어가는 열차다. 통과하는 역만 총 31로 총 구간은 225.1km다(훗날 미국에 돌아와서 보니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이 구간을 통해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지난번에도 기차가 떠날 때까지 플랫폼에 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흘들던 신의주 해외동포위원회 안내원. 오늘도 여전히 플랫폼에서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눈물을 글썽인다. 북녘의 동포들만큼 마음이 여리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도 없겠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동포애 때문이리라.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눈물이 차오른다.

남편은 열차가 출발하자 식당 칸으로 가자고 재촉한다. 2015년 10월 바로 이 평의선 열차에서 먹었던 오징어젓(북에서는 낙지젓이라 부른다)이 먹고 싶어서다.

식당 칸에 자리가 없어 한 북한 동포와 합석했다. 경미가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 북녘 동포가 팔을 경미의 의자 등받이 위에 올려 놓는다. 썩 좋아보이지 않는 매너다. 나중에 물어보니 서로 팔이 닿을까봐 배려하는 거였다고 경미가 알려줬다. 두 사람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하자 경미가 웃음을 터트린다.

"누가 보면 부부인 줄 알갔시요."

이 북한 동포는 사업 때문에 중국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한다. 북한에는 소규모 비즈니스맨들이 부지런히 중국을 오가며 교역을 한다. 그 숫자도 늘고 있단다. 이들이 민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혹독한 경제제재 속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북녘 동포들의 모습이다.


▲ 식당칸에서 합석한 북녘동포. ⓒ 신은미

여러 반찬이 상을 가득 메운다.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두리번거린다. 그런데 남편이 고대하던 오징어젓이 없다. 무척이나 실망하는 표정이다. 대신 명란젓이 오른다. 뜨거운 밥 위에 명란젓을 올려 한 입 먹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소주를 반주로 마시던 북녘 동포가 남편에게 연신 소주를 권한다. 여느 북녘 동포와 마찬가지로 온갖 질문을 한다. 우리 부부가 '남조선' 출신의 재미동포다 보니 묻고 싶은 게 많은 것이다.

며칠 전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는 아주 다를 것이며 남북관계도 예전처럼 좋아질 것'이라고 답해줬다. "기래야 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외국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니 비교적 국제 정세에도 밝다. "미국은 왜 트럼프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냐"라며 우리들도 트럼프에게 투표를 했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답해줬다. "조선반도에 관한 한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과는 좀 다르니 기다려 보자"라고 말했지만, 미국을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북한


▲ 남북 연결된 경의선 타면 당신이 보게될 북한 풍경들

창 밖을 보니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두가 수작업이다. 허리가 몹시 아플 텐데 안쓰러워 보인다. 농촌의 기계화가 오래 전에 이뤄졌다지만, 지금은 기름이 모자라 농기계가 쓸모 없어졌다는 것 같다. '어서 경제제재로부터 벗어나야 할 텐데' 생각이 든다.

기차가 평안남도 문덕군을 지날 즈음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철로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검게 그을린 피부가 삶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도 지나가는 우리 열차를 보면서 정겹게 환히 웃어 보인다.

2013년 8월, 함경북도를 여행할 때의 일이었다. 적어도 반세기는 넘었을, 도저히 굴러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고물 트럭 위에 앉아 일터로 향하는 동포들이 우리가 탄 차량을 보면서 손을 흔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었다. 당시 트럭을 보며 가슴 아파 하던 내게 그들의 미소는 큰 위안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이런 트럭이 자주 보이진 않는다. 마치 통통배 가는 듯한 엔진 소리를 내는 목탄차도 이젠 잘 볼 수 없다.

산이 온통 경작지로 바뀐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뙈기밭'이라고 부른단다. 북한의 식량 사정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광경이다. 주로 옥수수를 심는데 식량 사정이 나아지고 있어 점차 '뙈기밭'을 없애고 나무를 심고 있다.

농촌의 주택 사정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북한 농촌 주택은 단독으로 된 기와집이다. 수십 년 전에 지어진 주택들을 보수하지 못해 무척 열악하다. 이들을 개보수하기보다는 새로 짓고 있는 곳이 많다. 도시든 농촌이든 건설 붐이다. 10년 후에는 산에 나무가 울창하고 농촌에는 깨끗한 집들이 들어차길 기원한다.


▲ 평의선 하행선 기차 안에서 바라본 평양. ⓒ 신은미

기차는 평양을 향해 달린다. 평의선(평양-신의주)의 옛 이름은 경의선(서울-신의주)이다. 남과 북의 철도가 연결되면 남녘의 기차가 바로 이 선로를 따라 대륙으로 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남한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아이스하키장 건물이 보인다. 평양이다. 평양-신의주간 거리가 200km 정도일 텐데 무려 5시간이나 걸렸다. 중간에 정차도 했으니, 대략 50km/h로 달린 듯하다. 남과 북이 공동으로 고속열차를 새로 놓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줄어든 유럽관광객... 슬픈 '1달러짜리 평양냉면'

호텔에 도착해 커피숍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고모"라고 외치며 다가온다. 2013년 8월 내가 유럽관광객들과 함께 백두산, 칠보산, 함흥을 관광할 때 독일어 안내원으로 며칠간 함께 여행한 오수련이다(당시 수련은 내게 '자신의 아버지 고향이 남쪽이고 내가 남쪽 출신이라 고모라고 부르겠다'고 했다). 전라북도 군산이 고향인 수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입대해 북에 정착해 살고 있다. 아버지의 안부를 물으니 여전히 고향을 그리며 잘 계신다고 한다.

요즘은 유럽 관광객들도 예전처럼 많지 않단다. 험악한 북미관계가 유럽 관광객 수에도 영향을 준다고. 수련이는 안내 중인 독일 관광객을 만나야 한다면서 아쉬움 속에 서둘러 자리를 뜬다. 슬픈 사연을 품고 사는 북녘의 이산가족이다.

새로 생겨난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호텔을 나선다. 내가 마지막으로 평양에 온 때는 2015년 10월. 그때는 이 거리의 공사가 막바지에 달하고 있어 출입을 막았었다. 먼 발치에서만 보다가 오늘에서야 이곳에 실제 와 보니 놀랄만큼 잘 꾸려져 있다. 고층 건물들이 큰 도로를 따라 줄지어 들어서 있다. 환할 때 자세히 구경하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선다.


▲ "1달러"에 세일 중인 냉면. ⓒ 신은미

피자를 먹고 냉면을 주문했다. 냉면 가격이 1달러다. 보통 외화식당에서는 냉면값이 3~4달러인데 1달러라니... 알고 보니 지금 냉면이 세일 중이란다. 꿩고기 완자,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계란, 배, 동치미 무 그리고 온갖 재료로 마련한 양념 등 화려하게 조리된 냉면이 단돈 1달러라니. 죄책감에 차마 젓가락이 가질 않는다. 경미에게 물으니 손님을 더 끌기 위해서란다.

그동안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르게 북한의 경기는 사실 아주 좋았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고급 식당들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가는 곳마다 손님들로 붐볐다. 식당들 사이에서는 유능한 매니저나 웨이트리스를 데려갈 정도로 경쟁도 심했다. 만약 외화식당에서 냉면이 1달러라면 이 식당은 앉을 자리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식당 안을 둘러보니 빈자리가 많다.

아마도 불안한 정세 때문이라 짐작한다. 북미관계는 날로 악화 중이고 경제제재는 더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할 때까지 핵실험도 미사일 실험도 계속할 것이니 상황은 더욱더 악화될 테고. 그러니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1달러짜리 냉면을 먹으며 든 생각이다.

어서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좋아져 남과 북의 동포들이 마음놓고 즐기고 행복하게 살게되길 바라며 호텔로 돌아온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1월 28일, 월 12:2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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