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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18년 12월 14일, 금 10:41 pm
[한국] 사회/경제
 
KTX blackout accident experience
멈춘 KTX에서 3시간 20분, 그 안에서 직접 겪은 사건
[탑승한 기자의 기록] 사고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왜 세월호를 떠올렸나


(서울=오마이뉴스) 정현덕 기자 = 20일 오후 5시께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414 열차가 전기 공급 중단으로 충북 청주시 KTX 오송역 구내에 멈춰 섰다. 이후 승객들이 사고 열차에서 내린 것은 오후 8시 19분. 약 3시간 20분 동안 열차가 멈췄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두 시간 만에 운행 재개'라는 속보가 나왔다. 승객들은 아직 운행을 재개하지 않은 열차 안에서 운행 재개라는 보도를 봐야했고, 그 후로도 한참을 열차 안에 있어야 했다.

기자는 고향에 들렀다가 귀경하던 길에 사고 열차에 탑승하고 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현장 상황을 분 단위로 기록했다. 이 기록과 코레일과 일부 언론이 전한 상황은 사뭇 다르다.

다음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한 2018년 11월 20일 KTX 열차 중단 사고 기록이다.


▲ 사고로 멈춰선 KTX의 창밖 모습 20일 오후 단전사고로 충북 청주 오송역에 멈춰선 KTX414열차 안에서 밖을 바라본 모습. 기자가 탄 객차는 오송역 플랫폼에 미처 들어서지 못했다. 바깥의 가로등 불빛 때문에 기차 내부가 완전히 깜깜해지지는 않았다. ⓒ 정현덕

11월 20일 17:00 노란빛이 번쩍, 사고의 시작

창 밖에서 노란빛이 번쩍거렸다. 이후 기차는 서서히 멈췄다. 창 밖에는 기차역 플랫폼이 보였지만 검고 높은 철창에 가려져 있었다. 기차가 역사로 미처 다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차 앞쪽은 오송역에 거의 들어왔으나 기차 뒤쪽이 다 들어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기자는 총 18호의 열차 중 6호 차에 탑승해 있었다.

잠시 후 방송이 흘러나왔다.

"상위열차 단선으로 인해 열차가 정차했습니다. 문제를 해결 중이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17:20

다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며 약 30분 후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 움직이지 마시고 가만히 있어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직후 객실 내 불이 꺼졌다. 창문 측 노란 보조등(비상등)에 불이 들어 왔다. 기차가 멈춘 후에야 충전을 시켰던 기자의 핸드폰에선 충전 표시가 사라졌다. 좌석 옆에 마련된 전기 콘센트에서 전기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혹시나 해 6호 차와 7호 차 사이 출입문 쪽으로 나가봤다. 객차 출입문은 잠긴 상태였다. 화장실 물도 끊겼고, 자판기 등 비상등을 제외한 열차 내 모든 전자장치가 멈췄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침착하게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비상등만 켜져있는 KTX 객실내부 20일 오후 단전사고로 충북 청주 오송역에 멈춰선 KTX414 열차 안에 비상등만 켜져있다. ⓒ 정현덕

17:50

방송에서 안내한 지 30여 분이 지났지만 기차는 여전히 어두웠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승무원을 찾았다.

- 어떻게 된 거예요? 기차가 왜 아직 멈춰 있죠?
"저도 지금 답을 기다리고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 이 열차에 승객이 총 얼마나 되나요?
"네. 약 천 명 정도 계세요"(사고 이후 확인해 본 바로는 당시 승객은 700여 명이었다.)

- 승무원은 몇 분이나 계신가요?
"팀장님 그리고 저 포함한 승무원 둘. 이렇게 셋입니다."

사고가 난 지 1시간이 흘렀지만 기자가 본 바에 따르면 외부 인력 지원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세 명이 700여 명의 승객들에게 제대로 된 조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잠시 후 방송이 또 나왔다.

"15호 차에 비상 생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6호 차에 탑승했던 기자는 생수를 가지러 가기 위해 9개 객차를 건너가야 했다. 컴컴한 실내에서 다시 내 자리를 찾는데 20분 이상 걸렸다.

"엄마, 기차가 이상해... 여기 무서워"


▲ 비상용 생수를 가져가는 승객. 20일 오후 단전사고로 충북 청주 오송역에 멈춰선 KTX414 열차 안에서 승객들이 비상용 생수를 가져가고 있다. 전체 18호의 객차 중 18번째 객차에 놓여있어 멀리있는 승객들이 식수를 가져가는 데 큰 불편을 겪었다. ⓒ 정현덕

18:20

30분 후 출발한다던 안내방송이 나온 지 한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곧 해결될 거라며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서 흘러나온 방송은 기대와 달랐다.

"지금 이 기차는 자력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할 것으로 판단되어 객차 밖으로 내려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찾는 중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방송이 나온 직후 비상등을 포함한 객실 내 모든 전등이 꺼졌다. 말 그대로 암흑상태가 됐다. 환풍기도 정지된 듯 했다. 객실 간 통로에 서 있던 승객들은 화장실에서 냄새가 올라온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불 꺼진 상태에서 여기저기서 승객들이 가족들과 통화하기 시작했다. 기자의 뒷좌석에 앉은 한 여성승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기차가 이상해. 출발한다고 하는데 계속 지연만 되고 불도 다 꺼졌어. 여기 무서워."


▲ KTX414 열차의 객실간 복도의 모습이다. 비상등만 켜진 채 일반등은 모두 꺼져있다. ⓒ 정현덕

현장에는 승무원 두 명이서 객차를 다니며 승객들을 점검했다. 그리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15호 차에 추가 비상생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18:30

승무원이 객실을 다니며 알렸다.

"혹시 지금 밖으로 나가서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분 계신가요? 계시면 따라와 주세요."

모두 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희망자만 내보낸다니 좀 이상했다. 위험하니 객실 내에 머무르라고 계속 방송이 나왔는데.

18:44

객실 내 비상등이 다시 들어왔다.

18:50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복구가 거의 되고 있습니다. 약 10분 후 출발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나갈 사람은 나오라고 했다가 조금 지나 또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19:00

10분이 지났는데도 바뀐 것은 없었다. 안내방송도 없었다.

19:09

객차 내 비상등이 다시 꺼졌다. 그래도 승객들은 비교적 침착했다. 안내방송이 나왔다.

"지금 이 열차는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어서 디젤기관차로 연결해 오송역 홈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복구가 거의 다 되었다는 방송이 흘러나온 지 20분이 지난 뒤였다.

19:15

다시 안내방송

"객차와 디젤기관차의 연결이 완료되었습니다. 잠시 후 오송역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위험하니 객차 밖으로 나가지 마시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19:18

기차는 움직임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방송이 흘러나왔다.

"응급환자를 위해 18호 차 객실에 빵과 물을 준비했습니다. 필요하신 분 가져다 드시기 바랍니다."

19:24

잠시 후 객실 내에서 같은 알림음이 연이어 울렸다. <연합뉴스> 속보였다.

'오송역서 KTX 경부선 상행선 운행중단... 2시간 만에 재개'

곧이어 한 남자 손님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야 XX, 이거 뭐야. 뭐가 재개됐다는 거야? 꼼짝도 안 하는데."

승객들은 웅성거렸고 여기저기서 가족들과 통화하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객실은 여전히 깜깜했다.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가만히 있으라 하고 언론은 운행 재개됐다고 하고"


▲ 20일 오후 단전사고로 충북 청주 오송역에 멈춰선 KTX 414 열차에서 대체열차고 옮겨탄 승객이 한 통신사의 기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승객은 "세시간 넘게 갇혀있었는데, 언론보도에는 두시간만에 운행이 재개됐다고 나왔다.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가 생각난다"고 했다. ⓒ 정현덕

19:30

객차 밖으로 방송 카메라를 앞세운 방송사 기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레일 관계자들은 승객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객차 내 온도가 올라가고 습기가 차는 게 느껴졌고 창문에 김이 끼기 시작했다. 일부 승객이 승무원에게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답답해 죽겠어. 문을 좀 열든지 내보내 주든지 해줘요."
"승객분들 안전 때문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아까 나간 사람들은 뭐야, 응?"
"죄송합니다... 그게 지침 때문에..."

19:32

다시 안내방송

"이제 디젤기관차와 연결을 할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내 귀를 의심했다. 분명 19시 15분에 연결이 완료됐다고 방송이 나왔는데. 한 승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장난치는 거야? 기사로도 운행 재개했다고 나오는데 이제 연결한다고? 밖으로 내보내줘요."
"죄송합니다... 규정 때문에..."

19:40

앞뒤가 맞지 않는 안내방송에도 대부분의 승객은 침착히 기다렸다. 남성 승객 두 명이 남성 승무원에게 다시 강하게 항의했다.

"창문을 열어주거나 환기 좀 시켜줘요. 숨을 잘 못 쉬겠어요."

승객들의 항의에 승무원은 위축되어 겨우 입을 여는 듯 했다.

"안전 때문에 열어드릴 수가 없어요. 제가 제어하는 게 아니라 지시를 받고 움직여야 해서..."

그때 한 여성 승객이 외쳤다.

"이거 세월호 때랑 똑같네.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언론에서는 구조(운행 재개)됐다고 하는데. 여기 누가 있어? 아무도 안 오잖아!"

19:42

기자가 타고 있던 6호차의 한 승객이 나지막이 말했다.

"핸드폰 배터리 아껴야 해. 전화기 꺼놓자."

그러자 주변 승객들도 전화기를 끄기 시작했다. 이때 일부 승객이 밖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여승무원이 무전을 받고 문을 열어준 듯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문은 다시 잠겼다. 내리려던 승객들이 따졌다.

"왜, 저 사람들은 내보내고 우리는 안 내보내나."
"저도 지침대로 하는 거라... 죄송합니다... 안전 때문에..."


▲ 20일 오후 단전사고로 충북 청주 오송역에 멈춰선 KTX414열차 안에서 승객들이 승무원에게 항의를 하고있다. ⓒ 정현덕

객차 내부는 점점 더워지고 습해졌다. 점점 더 숨쉬기가 불편해졌다. 일부 승객은 기차에 비치된 망치로 창문을 깨기 시작했다.

19:48

한 남성 승객이 화를 참지 못했다.

"뭐 하고 있기는 한 거야? 아무것도 하는 게 없잖아!"

다른 승객이 말했다.

"나갑시다. 이 사람들 믿을 수가 없어. 문 열어줘."

승무원과 남성 승객들이 실랑이를 벌이던 순간.

19:49

'쿵'

객차가 흔들렸다. 방송에선 말한 '디젤 기관차'와 연결한 듯 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19:50

흥분한 한 여성 승객이 승무원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이랑 세월호랑 뭐가 달라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몇몇 아이들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객차 사이로 가 봤다. 남성 승무원이 승객들에 둘러싸여 애를 먹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희도 연락중입니다. 오송역장이 전화를 안 받습니다."

19:55

대부분 승객들은 여전히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부 승객은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답답해, 숨이 안 쉬어져. 불안해서 어떻게 있어. 여기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아?"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이 뭔지 알려줘야 할 거 아냐. 정상화 됐다는 기사가 나온 지 30분이나 지났는데 이거 뭐야. 당신들 뭐 하고 있기는 한 거야?"
"내려 주세요. 여기 지시는 누가 하고 있는 거야. 문 열어줘"

20:01

기차가 천천히 뒤로 가기 시작했다.

20:08

뒤로 천천히 움직인 지 8분 후. 기차는 어둠 속에 정차했다. 조금 전까진 창 밖으로 역사의 가로등이라도 보였지만 지금은 기차 안팎으로 아무런 빛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암흑 상태였다. 사람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객차 내 습기에 옷깃이 축축해졌다. 호흡이 가팔라졌으며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20:10

기차가 천천히 다시 앞으로 이동했다.

20:17

기차가 오송역 플랫폼에 도착했다.

20:19:10

모든 열차의 출입문이 개방됐다. 손님들은 질서를 지켜 천천히 하차하기 시작했다. 반대편 플랫폼에 대체 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행렬들이 자연스럽게 옆 기차로 향했지만 좌석에 앉아도 되는지, 언제까지 타야 하는지 아무런 안내방송도,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다. 안전모와 안전조끼를 입은 사람들 두 명이 서 있었지만 그들도 이렇다 할 안내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20:20

기자도 짐을 챙겨 사고 열차를 빠져 나왔다. 행렬들을 따라 바로 맞은편 대체열차로 이동했다. 그런데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행이에요."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과 대화를 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었다.

사고열차에 타고 있었던 박범계 의원 "매뉴얼이 전혀 안 지켜진 듯"


▲ 20일 오후 단전사고로 충북 청주 오송역에 멈춰선 KTX 414 열차에서 대체열차로 갈아탄 박의원이 함께있던 시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정현덕

- 어디 다녀오는 길인가.
"대전, 지역구에 다녀오던 길이다."

- 열차 안은 좀 어땠나.
"이런 돌발 상황에서 매뉴얼이나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은 듯 했다. 승객들이 불안해 하는 걸 눈으로 직접 봤다."

- 무엇을 보았나.
"아직 복구가 안 됐는데 한 통신사에서 '운행 재개'라고 속보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언론을 또 장악한 거 아니냐'고 걱정하더라. 그래서 그런 건 아니라고 진정하시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상황을 알아 보려고 오영식 코레일 사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 사장에게 사고 원인을 전해 듣고 시민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곧 재개될 거니 안심하라고 했다."

- 복구가 상당히 늦어졌는데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복구 상황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주고 향후 계획을 승객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데 방송 내용이 계속 번복됐다. 이럴 때는 현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서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게 안심시켜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침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일부 남성 승객이 항의하니까 여 승무원이 무서워서 문을 열어준 듯 했다.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문을 다시 잠그더라. 그러니까 나가려다 못 나간 승객들이 또 항의를 했다. 개별 행동하는 시민들에게 문 열어주고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하나 걱정이 됐다.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과 안내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

사고열차에서 승객들을 대신 싣고 오송역을 떠난 대체열차는 21시 28분경 서울역에 도착했다. KTX 414의 원래 도착 예정 시간은 17시 53분이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11월 30일, 금 10:2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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