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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통일
 
The wartime operational control by US 112118
진보-보수가 모두 모르는 '미국의 전작권 속내'
[김종성의 이 뉴스 진짜야?] 미국은 정말 전작권 행사를 원치 않을까?


(서울=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이따금 미국은 전시작전권(전작권)을 한국에 넘기고 싶어 하는 듯이 말한다. 전작권 환수(전환) 문제로 시끄러웠던 2006년 9월 6일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는 김형오 한나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전작권의 성공적 전환은 한미동맹을 강하게 유지해줄 것"이라며 전작권을 받아가라는 식으로 말했다.

한국이 전시작전권은 물론 평시작전권(평작권)도 갖지 못했던 1990년 2월, 미국은 딕 체니 국방장관을 보내 "평작권도 갖고 가고, 전작권도 단계적으로 갖고 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하던 한국 정부가 도리어 놀라서 '시간을 달라'고 말해야 했을 정도다.

그랬던 미국이 1992년 6월 26일 부임한 로버트 리스카시 주한미군사령관을 앞세워 종래의 입장을 번복했다. 전작권은 물론이고 평작권도 반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994년 12월 1일부로 평작권이 한국군에 반환되기는 했지만, 미국은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였다.

전작권에 관한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

미국이 어떤 때는 전작권을 반환할 듯하고 어떤 때는 꺼려하는 듯하는데도,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은 전작권을 넘겨주고 홀가분해지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의 두 가지 모습 중에서 한 가지만 기억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보수진영에 좀더 많이 퍼진 듯하다.

미국이 전작권을 넘겨주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보수 인사의 눈에는, 그걸 받으려 애쓰는 진보 진영이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다. 당장에라도 전작권을 넘겨주고 한국을 떠나고 싶지만 북한의 도발을 막고 동북아 평화를 지키고자 군대를 주둔시켜주는 미국의 성의를 몰라주는 진보진영이 딱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 보수진영 일부의 정서를 반영하는 보도 중 하나가 11월 16일자 <조선일보> 칼럼 '전작권 안 가진 나라 어디 있나에 온 국민이 현혹됐다'이다. 워싱턴 시각으로 10월 31일 열린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반환를 추진하되, 반환 이후에는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사한 미래연합군사령부를 만들고 한국이 사령관, 미국이 부사령관을 맡는다'는 합의가 나온 것을 비판하는 기사다. 이 기사는 전작권 환수를 재확인한 한국 정부를 이렇게 비판한다.

"우리의 입장에서만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너무 괴이하다. 얼마 전 한·미 국방장관 간의 '전시 작전권 환수' 협상도 그렇다. 언론매체마다 뿌듯한 기분을 담아 '향후 한미연합사 형태의 지휘 구조에서 사령관은 한국군, 부사령관은 미군···'이라는 합의 대목을 보도했다. '미군은 타국 군인에게 지휘권을 내주지 않는다'는 원칙의 유일한 예외가 적용됐다면서. '그만큼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증거'라는 국방부 관계자 말도 덧붙였다."


▲ 본문에 인용된 <조선일보> 칼럼. ⓒ 조선일보

이 기사는 SCM 합의에 대한 한국 측 반응을 '북 치고 장구 치며, 뿌듯해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한편, 미국 측 입장은 이렇게 정리했다.

"미국은 언제든지 전작권을 내주겠다는 입장이었고, 우리 측에서 뒤로 발을 빼는 식이었다. 현 정권에서도 우리 예비역 장성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전작권이 이양되면 우리 군의 지휘를 미군이 받을 수 있겠나? 솔직히 말해보게'라고 묻자 곧바로 답이 나왔다. '아무런 문제가 없네.' 그 순간 예비역 장성은 '이렇게 쉽게 답하는 걸 보니 워싱턴에서 방향이 정해졌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 본문에 인용된 <조선일보> 칼럼. ⓒ 조선일보

안 그래도 미국이 전작권을 내주고 싶어 하는 줄도 모르고 한국 정부는 이번 일을 대단한 성과물인 양 자랑하고 있다는 내용이 위 대목에 이어진다.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위해 전작권 이양을 더 원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군사주권을 되찾는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전작권을 안 가진 군대와 국가가 어디 있냐?' 이런 단순한 말에 온 국민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서로 한심하게 보는 진보와 보수가 놓친 것

진보 매체에서도 '미국은 전작권 이양을 원한다'는 기사들이 나온 적이 있다. '미국이 원하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위의 <조선일보> 기사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진보 매체는 사안을 다루는 관점이 보수 매체와 다르다. 일부 진보 매체는 '미국은 내주고 싶어 하는데, 보수 진영이 거절하고 있다'는 식으로 바라본다. 보수 매체가 '미국이 내주고 싶어 하는 줄도 모르고, 진보 진영이 애써 받으려고 한다'고 보도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은 원하고 있다'고 말하는 진보·보수 양쪽 다 서로 상대방만 바라보고 있다. 진보는 보수에만 주목하고, 보수는 진보에만 주목한다. 서로 상대방을 한심하게 보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한 가지를 빠트리고 있다. 미국 쪽을 세밀히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왜 '내주겠다'고 말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또 미국이 '내주겠다'고 말한 적도 있지만 '내주기 곤란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는 점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전작권을 내주는 것은 미국한테 이익보다는 손해가 된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행사하는 나라다. 한국 방어선이 밀리면 일본 방어선과 괌 방어선까지 밀릴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다. 태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면, 당장 미국 서해안 안보가 위태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강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은 그것에 기여한다. 전작권을 갖고 있는 것은 미국에 득이 되면 됐지, 절대 실(失)이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행사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70년 가까이 행사해온 것을 갑자기 포기하면 미국한테 당연히 '실'이 될 수밖에 없다.

전작권 덕분에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확고히 해둔 덕분에, 미국은 동북아에 대한 발언권을 높일 수 있었고 이 지역에 무기도 많이 판매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군을 베트남과 중동 등지에 파병시킬 수도 있었다.

세계 여타 지역에서는 냉전 해소를 막지 못한 미국이 동북아에서만큼은 냉전을 지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한반도 군사문제를 자국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게다가 1991년 제1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이후로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까지 한국에 분담시키고 있다. 작전통제권 행사로 미국이 손해 볼 일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따금 미국은 '전작권을 내주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자국 국익과 합치되지 않는 말을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전작권 반환하고 싶다'는 미국의 속마음

상대방이 자기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말을 할 때는 그 동기를 굳이 확인해볼 필요가 없다. 반대로,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 말을 할 때는 동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동기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제까지의 사실관계를 종합하고 그로부터 행동패턴을 추출하는 것이다.

'전작권을 반환하고 싶다'는 미국의 동기를 한마디로 정리한 책이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이자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였던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가 로버트 칼린(Robert Carlin)과 공저한 <두 개의 코리아>(The Two Koreas)란 책이다.

앞에서, 버시바우 대사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 전작권 반환을 공언한 적이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이 그렇게 했던 동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오버도퍼는 '도박'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워싱턴의 의도는, 노무현 정부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결국 동맹을 재조정하려는 시도로 보이는 징후를 선제적으로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나섬으로써,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라는 매우 복잡한 과정에 대처하고 동맹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도박(gambled)을 하게 됐다."


▲ <두 개의 코리아>. ⓒ 베이직 북스(Basic Books)

미국이 전작권을 내줄 것처럼 했던 것은 한미동맹의 약화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전작권을 내주고 떠날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한국의 마음을 붙들고자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한국을 붙들고자 전작권 반환이라는 카드까지 던졌다는 의미에서 '도박'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미국이 우려하는 '한미동맹 약화'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주한미군 철수'다. 미군 철수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이따금 전작권 반환 문제를 선제적으로 치고 나왔던 것이다. 전작권 환수에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갑작스레 '얼른 받아가시오'라고 말해 한국 정부를 당황케 하곤 했던 것은 일종의 성동격서였다. 주한미군 문제로 한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점은 이제쩟 미국이 보여준 행동패턴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이 '전작권 가져가시오'라고 말한 시점들은 한결같이 주한미군 철수 요구 내지는 반미감정이 높았던 시점들이다. 1990년에 딕 체니 국방장관이 '평작권은 물론이고 전작권도 가져가라'고 말한 것도 학생운동권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이 쓴 '대한민국의 안보와 자율성에 관한 미국의 인식과 행태 연구: 작전통제권을 중심으로'에 이런 대목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군부보다 막강한 세력으로 미국이 인식하고 있던 학생들,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것으로 생각했던 대학생들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에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작전통제권 전환 등 대한민국의 자율성 증대를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 작전통제권을 1992년까지 전환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2016년 발행한 <전략연구> 제23권에 수록.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이 전작권을 내주려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한국 내 반미감정을 무마하고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작권 행사가 부담스러워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욕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약화시킬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작권을 반환할 것처럼 말하다가 얼마 안 가서 태도를 바꾸곤 했던 이유는 뭘까? 1990년에는 평작권 뿐 아니라 전작권까지 내줄 것처럼 말했다가, 불과 2년 뒤에는 평작권도 안 된다며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위 논문은, 1992년경에는 학생 시위가 격감해서 미군철수 요구가 감소했다는 점, 1991년 구소련 해체로 북한 붕괴 가능성이 점쳐쳤기에 북한 붕괴 이후의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작전통제권 보유가 필요했다는 점, 1991년부터 필리핀 주둔 미군의 철수가 시작된 상황에서 미군이 한반도에서마저 약해지면 태평양 방어선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이 태도를 바꾸었다고 설명한다.

1992년 말고도, 미국이 반환 약속을 뒤집은 시점에는 반미감정이 대체로 약화돼 있었다. 한국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가며 입장을 바꾸곤 했던 것이다. 미군철수 요구가 나올 것 같으면 전작권을 포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급적 보유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심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심리는, 1968년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공화당과 언론을 움직여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 분위기를 조성하자, 미국이 사이러스 밴스(Cyrus Vance) 특사를 파견해 1억 달러 경제원조를 약속하고 문제를 얼른 봉합해버린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한 정부와 진보진영의 태도를 조롱하는 위의 <조선일보> 보도는 미국의 진짜 속내를 고려하지 못한 결과에서 나온 기사다. 전후맥락을 충분히 살피지 못해 부실한 내용을 전달하게 된 셈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11월 24일, 토 11:3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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