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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생활 에세이
 
The secret in Hornet alchol 101018
"이거 잘못 먹으면, 아내들이 귀뺨부터 날려요"
[술술술 이야기] 말벌술에 담긴 비밀


(서울=오마이뉴스) 허시명(한국술문화연구소장)

말벌술에 담긴 비밀, 하나

"전북 순창 야산에서 벌초하던 김모(65)씨가 벌에 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김씨는 추석을 앞두고 동생과 함께 벌초하던 중이었다."
"사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A씨(57)가 사천시 소재 편백숲에서 동료 10명과 같이 잡풀 예초작업을 하던 중 우측어깨와 팔꿈치 등을 땅벌에 쏘여 쇼크 상태에 있는 것을 동료들이 발견,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20일 밝혔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119 구조대원들의 생활안전분야 출동 건수 42만3055건 중에서 벌 퇴치와 벌집 제거가 15만8588건으로 37.4%나 차지했다. 이는 구조대원이 화재와 구급에 동행하는 것을 제외하고, 생활안전 출동 분야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그래서 드론을 띄워 말벌을 퇴치하여 사전 예방을 하는 방법을 궁리할 정도다.

함양에서 지리산문학관 관장을 만났을 때였다. 관장의 초대를 받아 그의 작업실에서 술을 한 잔 하게 되었다. 술평론가인 내게 그가 특별히 내놓은 술이 말벌술이었다. 투명한 물빛 증류주 속에 말벌들이 형체를 유지한 채 영원의 잠속에 들어있었다.


▲ 함양에서 맛본 말벌술 ⓒ 허시명

술병은 몸통이 굵고 호리한데, 개봉하지 않는 것을 보니 관장은 그다지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술을 좋아했으면 그 술이 남아나지 않았을 테고, 또 선뜻 내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잠시 술병 열기를 망설이는 내게, 동석한 정 교수님이 빨리 맛을 보자고 재촉했다. 나로서는 말벌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 굳이 마셔야 하나 망설이고 있던 차였다.

옛말에 술 한 잔에 물 한 잔을 마시면 몸이 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독한 소주를 두고 하는 표현이다. 소주에 말벌독까지 들어있을 테니, 내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밖에 없었다. 생수를 가져와 200㎖ 한 컵씩 따라두고 50㎖ 소주잔에 말벌술을 따랐다. 꿀 냄새가 올라왔지만 소주의 독한 기운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나는 사람을 분류할 때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 좋아하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 능력이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술을 보면 물러서지 않고 탐하는 마음까지 있는 부류다.

이들 중에는 술 자리를 게임처럼 즐기기도 하고, 술을 물처럼 마셔대지만 여간해서는 취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부류에는 술을 마시되 혼자서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이들까지 포함시킨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는 몸에 좋은 술을 밝히는 이들이 있다. 마치 건강기능성 식품이나 비타민, 오메가3, 마그네슘, 칼슘 복합제를 평생 달고 다니는 사람처럼. 이들은 장뇌삼, 영지버섯, 동충하초, 가시오가피 등 한 시절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약재 따위를 소주에 담아두고 애지중지한다.

그 수량이 많아 별장을 따로 마련하여 보관하는 이도 있다. 이들이 도달하는 술 속에는 독성물질을 지닌 독사, 지네, 말벌, 불개미 따위를 넣거나, 엽기적으로 동물의 새끼나 생식기를 넣어둔 것도 있다.

이 관행은 어디서 왔을까? 그런 술을 보면, 그 술을 담은 사람을 바라본다. 나는 관장에게 "이 술은 어디서 난 것입니까?" 물었다. "아하, 문학관이 지리산 산속에 있어서 자꾸 말벌이 날아듭니다. 저희 학예사가 말벌을 퇴치하고 선물로 준 것입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잔을 부딪치며 말벌술을 마치 보약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한 잔씩 마셨다. 나는 물 한 컵씩을 마시기를 권하고, 곧바로 나도 물을 한 컵, 또 한 컵을 마셨다. 알코올의 농도와 혹시 모를 독성의 농도를 낮추기 위함이었다.

관장의 아내가 직접 만든 죽염 간장을 내주었다. 단맛과 짠맛과 감칠맛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안주 한 모금의 역할을 했다. 애주가인 정 교수님은 그 사이 말벌술 두 잔을 비웠는데, 벌써 얼굴이 불콰해졌다. 그러자 동석한 그의 아내가 두 잔 술에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며, 말벌술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나는 두말하지 않고, 순순히 말벌술 병 마개를 닫았다. 예측할 수 없는 술에 몸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더 좋은 술을 즐길 기회를 무산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장이 냉장고에서 내준 맥주로 가볍게 입을 가시듯이 술을 마시며, 술과 문학 이야기로 그 밤을 보냈다.


▲ 책 박물관 기능도 함께 하고 있는 지리산문학관 ⓒ 허시명

이튿날 지리산문학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함양군청 소재지에서 지리산 가는 방향에 있고, 지번도 함양군 휴천면 지리산가는길 961이다. 산 속에 있는 아담한 초등학교였는데, 이제는 학생들이 떠나고 문학관이 되었다. 본관 건물에는 시조시인 장순하의 서재가 그대로 옮겨와 있었다.

교과서에 실린 장순하의 시조 '고무신', "눈보라 비껴나는/全──群──街──道/퍼뜩 차창(車窓)으로/스쳐가는 인정(人情)아!/외딴집 섬돌에 놓인/하나/ 둘/ 세 켤레"의 시조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장순하 시인의 아들이 문학관 학예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문학관 마당에서 책들로 비좁아진 문학관을 넓히려는 기초 작업중이었다. 나는 말벌술을 만든 장 학예사에게 물었다.

"관장님께 말벌술을 선물하셨으면 마시는 방법까지 알려주셨어야죠, 말벌술 마시는 법이 있죠?"
"그럼요, 말벌술은 두 잔 이상 마시면 안 됩니다."
"그 이상 마시면 어떻게 됩니까?"
"말벌에 쏘이는 것과 똑같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대답에 우리 모두는 어젯밤 일이 떠올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술 자리에서 동석한 사람들이 말벌술을 다 비웠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 학예사에게 말벌술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벌을 하는 사람들이 제게 꿀만 얻고 말벌술은 하지 말라고 그러더라고요. 물론 말벌술을 아무에게나 그냥 주지는 않죠. 꼭 필요하다는 사람들에게 상징적으로 돈을 얼마간 받고 넘기죠. 그래야 저의 책임이 면해지니까요. 말벌술을 마시고 얼굴이 붓고, 숨이 가빠지면 빨리 병원 응급실을 가야 합니다. 보통 벌보다 말벌의 독성이 열배나 높으니까요. 그래도 병원에서 주사 한 방이면 해결되죠.

어쩌다 말벌술을 마시고 혼이 난 경우는 본인보다는 그 부인들이 쫓아오죠. 그들은 두 말하지 않고 저의 귀뺨부터 날리려 들어요. 자기 남편을 잡을 뻔했다고. 저야 말벌을 잡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퇴치하다가 얻게 된 것을, 또 약에 쓰면 좋다는 말도 있어서 빚어둔 건데 말이죠."

말벌술에 담긴 비밀, 둘


▲ 술속에 담긴 말벌들 ⓒ 허시명

보통 벌과 달리 말벌은 독성이 강해서, 쏘인 부위가 붓고 아프며 어지럼증, 구토, 설사 증상이 나타나고 드물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도 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말벌독에 의한 아나필라시스 쇼크(anaphylaxis shock,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갑작스럽게 중대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는 현상)로, 봉침을 맞다가도 아나필라시스 쇼크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말벌독에 의해 면역체계 과반응으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기도가 막히거나 급성 호흡곤란과 함께 혈압을 떨어뜨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이때는 빨리, 30분 이내로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쏘이기 전까지 그 무서움을 모르고, 한번 쏘였다고 면역이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말벌의 공격은 현재로서는 우리를 가장 위협하는 동물의 공격이 된 셈이다.

벌술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벌꿀술은 지구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포도주와 함께 벌꿀술은 술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등장한다. 둘 다 당을 함유하고 있어서, 천연 효모와 결합하면 저절로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영어로 미드(Mead)가 곧 벌꿀술인데, 허니문(Honey Moon) 즉 밀월(蜜月)이라는 말도 벌꿀술에서 생겨났다. 신혼 초에 벌꿀술 미드를 마시는 한 달 동안을 허니문 기간이라고 한다. 달콤하고 영양분이 풍부하고 정력에도 좋다하여 다산을 기원하는 뜻에서 북유럽에서 벌꿀술을 신혼부부에게 권하는 풍습이 있다.

벌꿀술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벌꿀은 당도가 75Brix(브릭스, 당도의 단위로 당이 75%들어있다는 뜻) 정도 되는데, 꿀 1ℓ에 물 2ℓ를 섞으면 25Brix가 된다. 꿀을 물로 희석하고 잘 저어주면 천연 효모에 의해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 10일쯤 지나면 벌꿀술이 된다.

안정된 발효를 하려면, 꿀을 달여서 잡다한 미생물의 활동을 정지한 다음에 25Brix를 맞춰 양조용 효모를 넣어주면 10일쯤 지나면 벌꿀술이 완성된다. 꿀의 종류에 따라 향기와 맛이 달라지는데, 허브를 넣어 향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아이비영농조합법인에서는 벌꿀로 빚은 허니비와인을 제품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 경기도 양평에서 벌꿀로 만든 허니와인 ⓒ 아이비영농조합법인

문제는 말벌술이다. 민가에서 약용으로 말벌술을 빚는 이들이 있다. 말벌 퇴치해드린다는 광고와 함께 사례도 하겠다는 문구가 있어서보니, 사례품은 말벌술 한 병이었다. 말벌술을 담는 이들은 꿀뿐만 아니라 말벌의 독성과 말벌집까지 싸잡아 술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말벌집, 즉 노봉방(露蜂房)이 몸에 좋다는 속설을 믿어서일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노봉방의 약효에 대한 언급이 많다.

"노봉방은 나무 위에 붙어있는 크고 누런 벌집을 말한다. 마을에 있는 것은 약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쓰지 못한다. 산림 속에서 바람과 이슬을 맞은 것이 좋다. 음력 7월이나 11월, 12월에 뜯어다가 볶아서 말린 다음 가루내어 쓴다."

"대소변이 나오지 않는 데는 노봉방을 태워 가루를 낸 것을 4g씩 하루 두 번씩 술에 타먹인다."

"장치(腸痔)와 치루(痔漏)를 치료하는데, 새끼벌이 들어있는 노봉방을 약한 불기운에 말려 가루낸 다음 밀가루풀에 반죽해서 벽오동씨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한번에 20~30알씩 빈 속에 술로 먹는다."

"풍기(風氣)로 가려움이 그치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데, 구운 노봉방과 선태(매미가 벗은 허물을 말린 것)를 같은 양으로 가루내어 하루에 4g씩 술에 타서 하루 두세 번 먹는다."

<동의보감>에는 벌집째 넣어 술을 빚으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노봉방주(露蜂房酒)라고도 부르는 말벌집술의 효능은 민가에 전해오는 속설이다. 말벌의 애벌레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지역도 있는 일본에서는 말벌술이 부정맥에 좋고, 고혈압에 효능이 있다며 하루에 한 수저 분량인 10~20㎖씩만 마시라는 권고도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말벌은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이며 "말벌로 담근 술을 마시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성이 있어야 약성이 있다는 말을 한다. 미량의 독성물질이 몸 안에 들면, 그 독성물질에 의해 면역성이 생겨서 다른 독성물질을 견뎌낸다는 논리도 있다. 매도 맞아본 사람이 맞는다는 말처럼. 하지만 어느 정도의 독성이 면역성을 강화시켜주는지 사람마다 체질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시켜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어떤 물질의 성분 중에 열에 아홉이 몸에 좋고 하나가 나쁘다면, 그것은 채택할 수 없는 독성 물질이다. 분명한 것은, 독성이 있는 말벌술로 건강을 확보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10월 12일, 금 6: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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