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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The misery of Christian hostile to the minister 101018
목사를 대적한 사람의 말로
[정신실의 신앙 사춘기] 더 깊은 사랑과 성장을 위하여


(서울=뉴스앤조이) 정신실(작가) = 교회와 신앙이 아니면 버틸 수 없는 생을 살아오신 권사님을 알고 있다. 어느 집 툇마루에서 시작한 교회가 대형 교회로 성장한 40년은 그분의 인생이기도 하다. 기도와 전도, 교회 봉사는 전쟁 같은 일상을 견디는 힘이었다. 그 세월 동안 삶은 윤택해졌고, 자녀들은 잘 자랐으며, 교회 또한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되었다. 환갑을 지낸 노년은 힘쓰고 애쓸 것이 없으셨다.

개척 초기부터 함께했던 담임목사는 예배당이 커지고 강대상이 높아진 만큼 먼 존재가 되어 갔다. 그만큼 큰 힘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으니, 담임목사의 헌금 횡령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일의 진상을 밝히려는 시도가 있었고, 분쟁이 시작되었다. 권사님은 목사를 대적하는 편에 서게 되었다. 그 다음은 흔한 교회 문제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두렵고 지루한 싸움, 아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저항의 시간 몇 년이 흘렀다. 개혁을 원하는 교인의 수는 적었고 힘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소송을 감당할 돈이 없었다. 모든 소송에서 이긴 담임목사는 '이김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개가를 불렀고, 교회를 흔.들.던. 세력은 뿔뿔이 흩어졌다. 권사님 역시 40여 년 삶을 바친 교회를 떠나오셨다.

그렇게 교회를 떠나오신 지 수년이 지났다. 그러나 권사님의 마음에서 교회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대화가 그쪽으로 가면 이내 표정과 목소리에 분노에 찬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할 듯 말 듯 하다 어렵사리 꺼내신 말씀은 이렇다. 교회를 떠나고 몇 년 후 남편을 먼저 천국으로 보냈다. 충격이 컸지만 그나마 몸과 마음을 많이 추스르신 시점이었다.

그 어간에 두고 온 교회 사람들이 이 일을 두고 수군거리는 얘기를 들으신 것이다. 흔한 프레임. '목사를 대적한 벌을 받았다!' 그 말을 전하던 권사님에게선 평소의 그 분노에 찬 에너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두려워 떠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교회 사태 당시 목사에게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 선두에 서신 분은 개척 멤버였던 80대 장로님이었다. 장로님 역시 그사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장로님을 포함해 연루된 사람들의 불행이 한데 엮여서 '주의종에게 맞서면' 신화가 유포되고 있었던 것이다.

교회 사태를 겪으며 권사님과 함께하셨던 분들의 신학적 의식 수준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돈과 권력에 중독되어 인간적 상식마저 잃어버린 목사의 민낯을 보았으니 어찌 그리되지 않겠는가. 목회자의 영적 능력이 허울 좋은 말임을 누구보다 잘 아신다. 목사를 대적하니 벌을 받았다는 말 또한 허무맹랑함을 모를 리 없건만, 앎의 힘은 두려움이라는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글은, 바르르 떨리던 입술과 힘을 잃고 작아진 권사님의 어깨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주님, 보호하고 돌봐야 할 교인들을 실망시키고 삶과 신앙을 뿌리째 흔들어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그들의 고통을 빌미 삼아 영적 학대를 가하는 거짓 목자들입니다. 이들을 그냥 두지 마소서!)

어쩌자고 하나님은 뒷짐 지고 바라만 보시는 걸까. 아니, 그들의 번영을 도우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더욱 화려한 예배당을 지어 감동의 입당 예배를 하고, 풍악을 울리며 세습식을 거행한다. 어떤 목사는 회개와 셀프 용서로 이전보다 더 그럴듯한 캐릭터로 변장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다. 목사의 범죄, 범죄 방조의 흔적은 지워지고 교회는 날로 흥왕해 간다. 인근에 아파트 재개발이 되어 교인이 구름 떼처럼 밀려온단다.

우리 목사님, 우리 목사님 하며 진실에 눈감았던 교인들 역시 보란 듯 사업이 번창하고, 자녀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고 하나님의 은혜라며 소셜미디어 상태 메시지로 간증을 한다. 예배의 자리를 빼앗긴 교인들은 눈물 흘리며 마당 예배를 드린다. 신천지로, 꽃뱀으로 몰려 고소·고발당하고 분노와 슬픔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던 사람들은 허공을 바라본다. 범죄자이며 범죄 방조자인 그들이 별일 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력이다.

권사님의 치열한 시간과 견줄 것은 아니지만, 다니던 교회를 떠나와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이가 한둘이 아니다. 대대적인 분쟁을 겪은 것도 아니고, 믿음이 약해진 것도 아니며 딱히 결심한 바도 없지만 어쩌다 '가나안 교인'이 된 벗들이 있다. 사연은 제각각이다. 더는 들을 수 없는 위선적이거나 저급한 복福 팔이 설교, 독재 목회, 혼자 알게 된 목회자의 비리, 목회자 인격의 치명적 결함 등. 때로는 기도로, 날선 비판으로, 끈질긴 설득으로 극복하고자 애써 봤지만 '소용없음의 도道'만 깨달았다. 감동 없는 예배, 아니 분노를 유발하는 예배에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제 발로 걸어 나와 밟은 땅이 가나안(교회 '안 나가!')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분노할 이유 없고, 기대가 없다면 실망할 것도 없다. 한때 누구보다 뜨겁게 교회를 사랑하고, 기꺼이 희생하며, 즐겁게 봉사하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이 교회 저 교회 떠돌며 쓸쓸한 신앙 여정을 걷고 있는 벗들 역시 '별일 없이' 잘 굴러가는 그 교회로 인해 자꾸 마음을 베인다. 싫으면서도 자꾸 들어가 보는 교회 홈페이지에 걸린 환한 웃음의 행사 사진에 마음이 쓰리다.

목사를 대적한 사람이 받는 저주에 한없이 작아 보이던 권사님은 그저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 같았다. 무력한 어린아이. 학대받은 아이의 무력하고 슬픈 모습이 어른거렸다. 학대는 어른과 아이,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일어난다. 절대 약자인 피해자는 학대에서 오는 고통을 대면할 힘이 없기 때문에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심리 기제를 발동한다고 한다. 권력과 힘을 가진 가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스스로를 공격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가해자를 좋은 사람으로 각색하고 그 죄를 스스로 뒤집어쓴다. '우리 부모님 좋은 분이야', '이게 다 나를 사랑해서 그러시는 거지', '내가 맞을 짓을 해서 그래', '나는 나쁜 아이야' 하며 수치심을 내면화한다. 바로 그 수치심을 자극하여 통제하고 조종하는 것이 악한 종교 지도자들의 무기이다. 학대 생존자가 어른이 되어 강해지더라도 스스로 학대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깊이 내면화한 학대자의 목소리 때문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머리로는 분명하게 알지만 머리보다 먼저 반응하는 것이 수치심이고 몸에 새겨진 두려움이다.

'목사를 대적하면 저주 받는다.' 이것은 영적 학대이다. <신앙, 집착에서 참열정으로>(생활성서사)의 저자 린 형제는 영적 학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정서적 학대는 두 살 아이에게 열 살 아이처럼 행동하도록 기대하거나 열 살 아이에게 두 살 아이처럼 계속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적 학대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 믿음의 높은 발달단계를 주입하거나, 혹은 그들이 도달한 첫 단계에 계속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비판 의식으로 무장하고 당당하게 가나안 교인의 길을 선택한 벗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 역시 영적 학대의 흔적이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선을 위해 애쓸 때 교회 안에서 흔히 돌아오는 반응은 '은혜로!'이다. (열 살 아이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두 살로 평준화하는 방식 아닌가!) 이런 태도가 온당치 않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의식적으론 얼마든지 비판하고 맞설 수 있지만 수없이 들었던 내면화한 소리가 '내 탓'을 한다.

"목사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일지 모르지. 다른 사람들은 잘 견디고 있으니까. 내가 까칠하긴 하지. 사랑이 부족하고 순종할 줄 모르는 내 문제야!"

은밀하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자기 비난의 목소리는 역시나 학대받은 자의 가해자 죄 뒤집어쓰기에 가깝다. 목사의 비리를, 인간적인 약점을 알게 되었다는 이유로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나와 외롭게 노마드 신앙 여정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티 없는 순수함으로 목사님을 존경하고, 그를 지지하고 인정받으며 자긍심을 느끼던 교회 생활 말이다. 참 좋았는데, 그 시절을 맘 편히 추억하지도 못하는 오늘은 목사를 대적한 죄의 결과란 말인가. 차라리 몰랐다면, 어리석은 듯 순진한 어린아이로 남아 모母교회라는 그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면.

안 된다. 열 살이 된 아이는 열한 살, 열두 살로 자라가야 한다. 안전하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자라지 못하는 학대의 자리에 더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평화학자 정희진은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라고 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무지 때문에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으로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처를 피할 수 없는 그 앎이 우리를 성장의 길로 이끄는 것 또한 분명하다. 아는 것이 힘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 모르고 싶은 그 일을 더는 모르지 않는 지경에 이른 사람들에겐 다른 길이 없다. 알기 이전으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다.

그 앎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잘 닦인 길, 이정표가 보이는 길은 아닐 것이다. 이전 신앙생활의 기쁨은 다시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상실감의 숲을 헤치고 찾아야 할 길일 것이다. 아무 일 없이 잘 사는 이들과 잘나가는 교회를 보면서 때로 분노와 울분을 삼키고 내디뎌야 할 발걸음이다. 악인의 길을 형통케 하시는 하나님을 마주하고 믿음의 지반이 흔들리는 곳에 마냥 서 있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성장하는 여정이다. 스캇 펙의 책 제목처럼 '끝나지 않은 길', '아직도 가야 할 길'이다. 학대받던 아이에서 건강한 어른으로 가는 조금 먼 여행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모호함과 역설을 견디는 존재인 어른 말이다.

빼앗기고 상처받아 수치스러운 사람들은 다음에 좋은 것이 또 나타나리라는 사실을 결코 믿지 못한다고 한다. 이제야말로 믿음, 소망, 사랑이 필요한 때인지 모른다. 토마스 그린 신부의 말처럼 어두움은 그만저만한 사랑에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경지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정직한 절망을 통과하지 않은 희망은 환상일 뿐이다. 정직한 절망은 아프다. 한때 존경했던 영적 지도자, 교회에 대한 절망으로 손상된 믿음은 '그저' 믿는 데서 진심으로 믿는 경지로 우리를 이끌어 갈 것이다. 환상 대신 소망을 향해 가는 통과의례가 될 수 있다. 교회를 떠나오며(쫓겨나며) 겪었던 모욕감은 트라우마가 되어 오래도록 고통의 흔적을 남길지 모른다.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수면제 없이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고통의 밤들은 두려워서 복종하던 신앙에서 사랑하여 내어 맡기는 깊은 영성의 새벽에 닿을 것이다. 사랑은 신앙 여정의 궁극적인 시작과 끝이다. 목사를 대적한 자들은 사랑의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결국은 더 깊은 사랑과 성장을 위해 한 발 내딛는 걸음이어야 한다. 휘청거리며 아픈 걸음일지라도 주저앉지 말고 용기 있게 걸어야 한다. 회개는커녕 더욱 의기양양한 그 목사와 그에게 어떤 벌도 내리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의문이 당장 해소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걸어야 한다. 온갖 부조리를 짊어지고 누명을 뒤집어쓰고 내딛으신 골고다의 한 걸음 또한 그러하지 않았던가.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10월 12일, 금 5: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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