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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생활 에세이
 
North Korean Alcohol Story 092618
북한 술, 이제 아낄 필요 없갔구나
[술술술 이야기] 백두산 들쭉술부터 도토리술, 력도산술까지 북한 술이야기


(서울=오마이뉴스) 허시명(한국술문회연구소장) = 내게 아끼는 북한 술이 있다. 아까워서가 아니라, 값비싸서가 아니라, 다시는 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곁에 두고 있다. 어느 날 하루, 지독히 술 좋아하는 막걸리학교 동문들과 함께 단번에 털어먹어버려야지 하면서도, 따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9월 19일 능라도 경기장에서 남북한 정상이 대중 연설을 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그 술들을 아낄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북한산 술들


▲ 2000년 전후로 수입된 북한술들 ⓒ 허시명

내가 가지고 있는 북한 술은 백두산 들쭉술, 강계 인풍술, 룡북곡주, 학무 도토리술, 력도산술, 인삼술 등이다.

백두산 들쭉술은 1999년 9월 15일 양강도 혜산들쭉술가공공장에서 만들어진 40도 증류주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장수불로주로 즐겨마셨고,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의 건배주이기도 했다.

인기가 좋아 서울 사람이 혜산에 백두산들쭉술 합작회사를 만들기도 하고, 평양 대평공장에서 둘이 하나 되자고 '두하나 들쭉술'을 만들어 수입하기도 했다. 그 무렵 들쭉술은 남한으로 가장 많이 넘어온 북한술이었는데, 기억이 흐려져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인풍술은 강계 특산품으로 강계포도술공장에서 2000년 1월 30일에 만든 제품이다. 원료로 야생포도, 강냉이, 샘물이 들어간 알코올 40도의 과실증류주 브랜디다. 원산지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선명히 밝혀져 있다. 다행히 인풍술은 두 병이라 조금 맛을 본다. 향기는 콧속을 찌듯이 강렬하고, 질감은 기름처럼 묵직한데, 목재 향과 단향이 거칠지만 풍부하게 입안에서 감돌았다.

룡북곡주는 룡북종합식료공장에서 만들었다. 북한은 개인 회사에서 술을 만들지 않고, 식료회사에서 만들어 납품한다. 생산일자가 주체 88년 9월 1일인데 서툰 손 글씨로 아라비아 숫자를 썼다. 북한의 주체 연호는 김일성 주석이 출생한 해를 기점으로 계산하는데, 주체 88년은 1999년이다. 곡주가 뭘까? 싶어 원료를 보니, 찹쌀 37%, 입쌀 23%, 참나무버섯 2%, 안악궁 샘물 35%, 과당 3%가 들어있다.

알코올 도수 40%이면서 투명한 물빛이 도니 이 술도 증류주다. 남한은 곡주라 하면 곡물로 빚은 탁주나 약주 정도를 말하는데, 북한은 증류주에도 곡주라는 말을 쓰고 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안학궁의 오기(誤記)로 여겨지는 안악궁 샘물이다.

안학궁은 평양시 동쪽에 그 터가 남아있는데, 장수왕이 427년에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천도를 할 때 건축한 궁성이다. 안학궁 샘물이 평양에서 좋은 물을 상징하는 관용어로 쓰고 있는 것인지, 지금도 여전히 좋은 샘물로 남아 양조용으로 쓰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남한에는 샘물로 빚는 술이 없고, 샘물을 자랑하는 양조장도 없기 때문에, 안학궁 샘물이 궁금할 따름이다.


▲ 도토리로 빚은 소주 ⓒ 허시명

학무 도토리술 병뚜껑에는 '이름난 술'이라고 적혀 있다. 학무가 브랜드 이름인지 제조장 이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조선경공업제품수출입회사에서 관리하여 내보는 제품으로 한글로 '조선특산', 영문 대문자로 'DOTORI SUL' 'WELL KNOWN LIQUOR'이라고 적혀 있다.

알코올 도수 40도이며, 도토리만으로 만들었다. 도토리를 물에 불려 갈아서, 도토리 속 전분을 당화시켜 발효한 뒤에 증류한 술이다. 남한은 도토리묵 정도만 있는데, 북한에는 수출품에 드는 이름난 술로 도토리 소주를 내세우니 이 또한 남과 북이 다른 문화다.


▲ 전설의 레슬러 역도산을 기려서 만든 술 ⓒ 허시명

'력도산술'은 프로 레슬링 선수의 이름을 딴 술이다. 상표 속에서는 력도산이 허리춤에 손을 짚고 환하게 웃고 있다. 력도산은 함경남도 출신으로 1939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1957년에 헤비급 세계 챔피언에 오른 전설적인 프로레슬러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이끈 박치기왕 김일의 스승이기도 한데, 1963년에 도쿄에서 야쿠자의 칼에 찔려 죽었다.

력도산술은 결명자, 흰쌀, 강냉이, 찹쌀, 수수, 사과, 배, 벌꿀로 만든 알코올 도수 40%의 증류주다. 재료가 다양하게 들어가는데, 그중에 결명자가 맨 앞에 적혀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결명자(決明子)는 눈을 밝게 해준다는 열매로 그 씨를 볶아서 차로 마시는 게 남쪽의 일반적인 관행인데, 술에 사용하다니 흥미롭다.


▲ 인삼, 장뇌삼, 산삼이 담긴 북한 술 ⓒ 허시명

마지막으로 한 무리를 이루고 있는 술이 인삼술, 장뇌술, 산삼술이다. 백두산들쭉술합작회사에서 만든 알코올 28도 백두산 장뇌산 들쭉술, 평양청춘보양음료공장에서 만든 30도 청춘 산삼술, 개성고려인삼술공장에서 만든 알코올 50도 개성고려 인삼곡주, 알코올 30도 개성고려인삼술 X.O.가 있다.

모든 술에 인삼 한 뿌리씩이 담겨 있다. 산삼술에는 '이 산삼(재배산삼) 술은 우리나라의 특산으로 알려진 이름난 술로서 건강 장수에 좋은 안학궁 샘물, 참나무버섯으로 특색있게 만든 장수술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삼주의 종류가 많다고 하여, 북한에서 인삼주를 많이 소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능성 약주를 선호하는 남한의 문화에 맞춘, 수입업자들의 전략 상품으로 보인다.

마시지 못하는 북한술로 북한 술 문화와 기술을 추정할 뿐이니, 술평론가인 나의 처지가 궁색하다. 개성공단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두 병 개성소주를 가져와 선물로 주곤 했는데, 그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기대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종종 북에서 내려온 새터민을 통해서 북한 술 이야기를 들으면서 북한 술에 대한 갈증을 푸는 수준이었다.

참이슬과 문배주는 북한 태생

한 번은 강릉에서 소주를 내릴 줄 안다는 새터민 여성을 만났다. 그이는 남편을 잃고 아이와 함께 친정에 돌아와 살면서 강냉이술을 빚었다고 했다. 방에서 술독과 함께 잠을 잤으니, 형편은 좋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날이 추우면 술독을 방안에 들이는데, 이때 되도록 술독이 있는 방에는 사람을 재우지 않는다. 술독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이는 강냉이 한 자루로 강냉이술을 내려 장마당에 내다 팔면, 강냉이 두 자루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면 한 자루는 식량으로 삼고, 또 한 자루는 술을 빚어 생활했다.

술 빚는 기술은 식료회사에 다니는 친정어머니에게 배웠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식료공장에서 술을 제조하는데, 그이는 한번은 친정어머니의 일터를 따라가본 적이 있는데, 술 제조장 안에서 숯검정 같은 검은 벽면을 보았다고 했다. "제조장 안의 벽면은 혹시 검지 않던가요?"라는 내 질문의 대답이었다.

1920년대 후반에 소주의 발효제가 전통누룩에서 흑국균을 쓰는 흩임누룩으로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 들여온 검은 흩임누룩이 효율이 좋아서였다. 남한에서도 해방 전에는 소주 제조장의 벽면이 검었다는 증언이 있기에, 분단된 뒤의 북한 사정이 궁금했다.

남한은 1960년대에 백국균을 널리 사용하게 되면서 양조장 벽면이 검은 색을 벗어났다. 나는 강릉 사는 새터민의 말로, 북한이 여전히 흑국균은 사용하여 양조하고 있겠구나 하는 짐작해볼 따름이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소주가 센 고장이다. 남한에서 생산되는 희석식 소주의 최고봉 참이슬과 증류식 소주의 최고봉 문배주가 모두 북한 태생이다. 참이슬 진로는 1924년에 평안남도 용강군 진지동의 진천양조상회에서 출발하였고, 증류주로서 유일하게 국가지정문화재 지정된 문배주는 평양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둘 다 삼팔선이 그어진 뒤에 월남하여, 남한 소주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남북을 오갈 수 없고, 전쟁의 일촉즉발 위기 속에서도 남북한 술은 서로에게 영향주고 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남한식 폭탄주가 유행한다하여 2018년 신년 조선중앙방송에서 "술은 주로 저녁경에 알코올량으로 8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며 술과 맥주는 따로 마시는 것이 좋다"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북한 술이 남한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예는 대동강 맥주 사건일 것이다. 남한에 주재하는 영국 기자가 2012년 남한 맥주와 대동강 맥주를 비교하는 기사를 썼는데, 이 내용이 남한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말로 확장되어 우리의 자존심을 심하게 건드렸다. 이 바람을 타고 영국식 에일 맥주를 모태로 한 수제 맥주 바람이 불어, 소규모 맥주 제조장 창업으로 이어지고 대동강 페일에일까지 만들어졌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서너 해 전만 해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했는데,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사이에 큰 아이는 군대를 다녀왔고, 작은 아이는 군대에 있다. 남북한이 서로 마주 보며 필사적이지 않아야 한다.

남북이 서로 소통하면 지역 특산품으로 술이 오가고, 술잔이 오고 갈 것이다. 손에 총을 들지 않고, 술잔을 들어야 한다. 술이 평화의 상징이 된다면, 술이 그렇게 해롭고 독한 것만은 아니리라.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9월 30일, 일 8: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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