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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Prescription for comforting a hard life 091218
팍팍한 삶을 위로하는 처방전
[서평] 클레어 워커 레슬리 지음 '사계절 자연 수업'


(서울=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 "그날도 산책을 하는데 민들레 한 송이가 보이는 거예요. 어찌나 예쁘던지. 그때는 민들레라는 것도 몰랐거든요. 정말 흔한 꽃인데도 성공이 뭔지. 남보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정신없이 살면서 한 번도 못보고 살았던 거지요. 날마다 민들레 보자고 산책 나갔다면 믿겠어요? 매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말 신기하고, 온종일 눈에 아른거리기까지 하더라고요. 보고 싶어 설레고. 눈 뜨자마자 민들레부터 보러 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 지나니까 주변에 있는 나무들과 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2010년 봄, (아마도) 60대 후반의 G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기억해내 본다. 당시 그는 모르는 꽃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누가 물으면 척척 야생화 이름들을 알려주곤 했다. 야생화만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지식도 해박해 보였다. 그로부터 한동안 그가 취미삼아 운영한다는 블로그에 드나들곤 했다. 사진이 많아 내가 찾는 무엇이든 쉽게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 3월부터 6월까지, 나도 G도 속해있는 야생화 관련 한 동호회 회원들에 끼어 야생화 탐방을 몇 번 더 나갔는데, 첫날부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40대 여성들 일거라는 생각과 달리 모인 사람들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 게다가 G와 같은 남자들이 대부분이라서였다.

이런 사실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해 야생화를 찾아 차를 타고 이동하는 틈틈이 야생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 등을 거침없이 물어대곤 했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G처럼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들꽃 한송이'와의 만남, 그 사연들을 들려주곤 했다.

숲 해설가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활동 중인 야생화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찍은 야생화 사진을 방석이나 티셔츠, 컵이나 접시 등에 새겨 판매하는 공방을 꾸리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야생화와의 만남을 계기로 제2의 삶을 사는 그들은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다. G도 그중 한사람이었다.

"몇 년 동안 야생화에 미쳐서 정말 많은 꽃들을 봤는데, 여전히 민들레가 제일 예뻐요. 정년퇴직 후 세상이 끝난 것 같아 정말 힘들 때였거든요. 민들레 덕분에 위안을 얻었고, 뭘 해보고 싶다 정신도 차리게 됐고, 뭣보다 이렇게 자연을 알게 되었으니 정말 은혜로운 꽃이지요! 그날 새벽 민들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도 그때 걸핏하면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치곤 하던 상실감으로 어떤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다..."


▲ <사계절 자연 수업> 책표지. ⓒ 미래의 창

그때 G는 이처럼 말하기도 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들꽃 한송이가 삶의 위기에 처한 G나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 것이다. 그들과 어울리는 한동안 그들에게서 아름다움과 삶의 의지를 느끼곤 했다. G를 비롯하여 당시 야생화 출사를 함께 다녔던 그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 것은 <사계절 자연 수업>(미래의 창 펴냄)을 읽고 나서다.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모두 1440분. 그러나 우리는 그 많은 시간을 너무나 빠르게 채워 버린다. 잠깐이어도 좋으니, 바쁜 일상을 시작하기 전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져보라. 버스에 타기 전도 괜찮고, 강아지와 산책하기 전 단 1분도 괜찮다. 아니면 무거운 일상의 문을 열기 전 아주 잠깐만 멈춰 가만히 있어 보는 것. 주위를 둘러보며 하늘과 나무와 새와 식물에게 귀 기울여보라. 스냅사진으로 시간을 남겨두듯, 눈에 풍경을 담아보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마음속의 목소리를 들어도 좋다. 눈을 감고 자연이 걸어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따뜻한 햇살이, 바람의 시원함이 얼굴을 스칠 것이다. 이렇게 자연과의 교감에 딱 3분, 1440분 중 딱 3분만 할애한 후, 일상으로 돌아간다. 혹자는 이를 '현재에 존재하기'라고 말했다. 큰 노력이나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자연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현재에 나를 각인시킬 수 있다. - 12쪽

'성공을 향해 바쁘게 살며 자연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누군가, 오늘 이 순간, 자신이 선 자리 그곳에서, 그동안 무심히 흘려버리고 말던 창밖이나 하늘 등과 같은 자연을 향해 눈을 돌려보게 하고, 나아가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래서 자연을 통해 위로를 얻는다던지, 그로 삶의 무언가의 변화가 있게 하고, 그리하여 자연과 함께 하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의도한 책이라서'다. 자연을 전혀 몰랐던 때의 G나 그들처럼 팍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같은 책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이 책은 자연환경이나 그에 깃들어 사는 식물이나 동물, 곤충 등에 관한 어떤 사실들보다, 자연을 접하게 하고 느끼는 것에 치중해 이야기한다. 누구든 자신이 자연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아차리게 하고, 살아가는 그곳에서 몇 분의 시간을 내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느끼게 하고, 이렇게 시작된 관심으로 자연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도록 이끈다.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을 동경해온 인간은, 결국엔 그들을 모방해냈다. 비행기는 새의 속이 빈 뼈, 각진 날개, 그리고 새의 비행 물리학을 모방하여 설계되었다. 오토바이 헬멧 역시 딱따구리의 머리 모양을 본 떠 만든 것이고. - 86쪽

바다는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서 약 70%가 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혹, 우리가 들이마시는 산소는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 기원에 대해 고찰해본 적이 있는가? 바다 표면에서 살아가는 작은 수생식물,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으로 전체 산소량의 절반에 이르는 산소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나머지는 육지에 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식물들의 광합성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 광활한 바다를 짠맛으로 적실만큼 많은 소금은 대체 어디로부터 왔을까? 소금은 바로 우리가 사는 육지에서 기원한다. 빗물이 바위를 침식시켜, 그로부터 융해된 소금과 광물이 개울과 강으로 옮겨지며 그 후 바다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 98쪽


이처럼 자연을 보다 흥미롭게 느끼자면 알아야 할 재미있는 사실들과 자연을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사실 등을 틈틈이 들려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저자 클레어 워커 레슬리(세계적으로 유명한 야생 예술가이자 작가이며 교육자)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림, 글, 그리고 자연을 관찰하는 활동을 통해 나이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자연과 교감시켜(저자 프로필에서)' 왔다고 한다.

이런 저자는 ▲자연과 데이트 약속을 잡아보자 ▲자연 속에서 빨강색만 찾아보는 등, 자신만의 숙제를 정해 자연을 만나보자 ▲오늘은 소리에만 집중해보자 ▲해나 바람, 사계절을 색깔로 표현해본다. ▲오늘 만난 자연을 글로 기록(관찰일지)해본다 등, 자연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에 대해 자세히 들려준다.

G와 그들은 어느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들꽃 한송이로 시작된 자연과의 만남을 '행운' 또는 '선택받은 축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깊이 공감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자연의 무한한 혜택 혹은 행운, 선택받은 축복을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라도 느끼고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사람이 또 있었다. 4대강 건설을 찬성, 앞장섰던 차윤정 교수다. 한때 그가 쓴 책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특히 그가 쓴 <숲의 생활사>는 책을 읽을 당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던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만큼 배신감이 컸음은 물론이다.

'그가 자연의 소리에 단 한번만이라도 진실했다면 그와 같은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누구보다 자연의 순리와 입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가 그와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자연을 학문의 대상으로만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들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자연을 지식으로 만나기에 앞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가슴으로 만나게 이끌고 있는 이 책이 더 귀하게 와 닿았다.

그동안 자연생태나 야생화 등에 대한 어떤 사실들을 알려주는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다. 덕분에 많이 읽었다. 그런데 이처럼 교감, 즉 자연을 느끼는 방법 위주의 책은 처음으로 읽었다. 쉽게 나올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자연을 지식이나 이론으로 만났다면 책이 이끄는 대로 느껴보는 것도 자연을 균형 있게 만나고 알아가는 데 좋을 것 같다.

두려움이나 외로움,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최선의 해결책은 바로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난관에 처해 있더라도 자연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중에서.

안네 프랑크, 레이첼 카슨, 로버트 M 파일(<오리온> 저자라고) 등,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글을 페이지 곳곳에 배치, 보다 깊이 생각해 보고 느끼게 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이다. 136쪽짜리 책이다.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페이지 가득 사진이나 세밀화, 수채화를 배경으로 내용을 넣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남다른 책이기도 하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9월 12일, 수 5:2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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