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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Why is the people unhappy when the country is rich? 090518
'압축성장' 못지 않은 '압축복지', 이대로는 안 된다
[서평] 복지국가의 꿈을 키우는 안내서 '나라는 부유하는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


(서울=오마이뉴스) 이민희 기자 = 최저임금 갈등, 고용쇼크, 국민연금 논란까지 연달아 터지는 이슈로 대한민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논란은 표류하듯 사회적 대립을 격화시키고 정부의 경제정책은 날선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각각의 사안별로 갈등은 증폭되는데 내용이 복잡하고 쉬 정리되지 않는다.

지난 8월 16일 세계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5308억달러로 세계 12위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하나 한국의 경제규모는 여전히 11~12위로 세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8380달러로 순위가 무려 14계단 상승했다(세계 31위). 국민소득은 곧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고 이 추세라면 2030년경 세계 5대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도 성장에 대한 국민적 체감률은 바닥이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빈곤은 확산된다. 까딱 잘못하면 최하층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사회를 잠식한다. 삶은 팍팍하고 나라의 행복지수는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나라의 경제는 매년 성장하는데 국민의 삶은 왜 나빠지기만 할까. 성장의 수혜를 입는 계층은 누구이며, 성장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계층은 누구인가.

시민참여형 풀뿌리 복지국가 운동 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약칭 내만복) 연구원들이 집필한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라는 책을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내만복'의 복지학교 강좌들을 모아 엮었는데 대중 강연을 정리한 것이라 까다롭고 복잡한 복지 관련 이슈들을 잘 풀어서 해설해준다.

국민연금의 역설, 한국복지의 기형적 구조


▲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 표지. ⓒ 철수와 영희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정책자문안이 공개되자 곳곳에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초기에는 보험료율 3%와 소득대체율 70%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40년 가입기준)으로 점차 보험료율은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가입자가 수급자로 전환되기 때문에 빚어지는 당연한 결과다.

수급자의 수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규모에 따른 급여율 조정, 급여율에 상응하는 보험료율 조정 논의는 불가피하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급여율을 낮추면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늘 논란 거리였고 사회적 갈등의 단골메뉴가 되어왔다.

그렇다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시장의 사보험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높은 수준이다. 국가가 지급하는 공적연금이기 때문에 망할 염려가 없으니 안정적이고, 9% 납입해 40%를 받는 구조이니 수익률도 높다.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이라고 폄훼하거나 심지어 없애자고 하는 것은 이러한 국민연금제도의 본질을 흐리는 마타도어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보험에 돈을 넣느니 국민연금에 되도록 빨리 가입하는 것이 노후 대비에 훨씬 유리하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연금의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한국 복지의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오건호 '내만복' 운영위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국민연금은) 젊었을 때 소득이 평균 200만원이었다면 80만원을 연금으로 받아요. 괜찮은 조건인가요? 맹점은 '40년'을 빼먹지 않고 부어야 한다는 겁니다. 20살에 직장에 들어가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면 60세까지 계속 보험료를 내야 그 돈을 받습니다. 이게 가능할까요?...(중략)...특히 요즘처럼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직장 생활을 40년간 꾸준히 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들,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노후보장 수단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164~165쪽)

국민연금의 문제를 분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사각지대'로 집중된다. 안정된 직장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오래 가입하는데 당장 보험료 내기가 진짜 어려운 사람들은 사각지대에 머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누구의 눈으로 어떤 계층의 시각으로 연금의 보장성을 확보할까 하는 게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172쪽)라며 "불안정한 노동자, 국민연금의 접근성이 취약한 계층을 상대로 연금정책을 펴고 미래세대와 재정 책임을 공유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173쪽)고 충고한다.

문제는 또 있다. 국민연금의 역사가 짧고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하나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전체 공적연금으로 시야를 넓혀 노후 보장 대책을 정합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과거에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국민연금 단일체계였습니다. 지금은 국민연금 중심의 이원 체계예요. 주축은 국민연금이고 기초연금이 옆에 붙어 있는 격이에요. 국민연금 급여율 인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기초연금 혜택을 30만원에서 40만원, 이런식으로 키워가야 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나라 공적 연금 체계가 바뀝니다. 기초연금이 중심이 되고 그 옆에 국민연금이 조연을 하는 방식이지요. 여기에 퇴직연금이 들어와서 중상위 계층들의 대체율을 높여줍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공적 연금 개혁의 큰 틀입니다." (174쪽)

불안정이 일상이 된 시대, 사회안전망 구축이 관건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제도는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전제로 했을 때 원활하게 작동된다.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 노동자가 그렇지 못한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에 비해 더 많은 복지혜택을 갖는 구조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사람은 복지에서도 배제되기 쉽다. 고용의 불안정성은 소득의 불안정성을 낳고 소득의 불안정성은 사회적 보호의 불안정성으로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때문에 고용과 소득보장의 사각지대가 복지의 사각지대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한국 복지의 현 주소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노동과 복지가 가지고 있는 핵심 문제는 사회보험 중심의 제도와 이중구조화된 노동 시장 간의 부정합에 있습니다. 사회보험은 그 최초의 설계에 있어서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고용을 전제로 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탈산업사회의 노동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업률이 높고 실업기간도 길어졌고 고용이 단속적이고 불안정한 이들이 늘어났고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는 심각해졌습니다. 사회보험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환경이지요. 여기에 한국은 후발복지국가로서 갖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복지 선진국들은 노동시장 환경과 사회보험간에 정합성이 있는 시기에 이미 사회보험 가입률이 100퍼센트에 근접했습니다. 그 후에 노동시장이 변화했지만 이미 사회 보험이 성숙한 상황에서 이 변화는 사회 보험의 사각지대가 아닌 보장의 한계로 나타났습니다." (224쪽)

남재욱 '내만복' 정책팀장의 설명이다. 저자는 "전근대적인 노동관행과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시장 변화가 맞물려 있는 것이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이고, 그 상황과 부정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회 보험 중심의 한국 복지"라며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맞게 제도의 중심을 조금씩 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용이나 보험료 기여가 아닌 기초연금처럼 시민권이나 필요 기반으로 제공하는 제도들을 늘려야 한다"(225쪽)고 지적한다.

한국사회는 짧은 기간에 경제도 성장했고 복지도 성장했다. 특히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사회복지의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많은 제도와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민생 현장은 여전히 불협화음의 연속이다. 불안정 노동의 증가와 좋은 일자리 감소는 저임금 노동자의 증가와 영세 자영업자의 과잉을 초래했다.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의 '글로벌 임금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25.6%로 OECD 주요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미국 24.8 일본 15.0 덴마크 12.0 핀란드 5.3).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복지의 사명이다. 한국사회에서 '압축성장' 못지 않은 '압축복지'가 낳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지 못한다면 '헬조선'의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인구절벽' '고용절벽' '복지절벽'의 시대 희망은 있는가?

자본주의 경제는 복지국가의 재정을 뒷받침하고, 복지국가의 재분배 시스템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국민경제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데 기여한다. 최저임금, 고용, 국민연금 문제는 경제와 복지의 불가분의 연관성에 기초해 통합적인 사회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 전성기때 설계된 복지국가 시스템은 민간에서 공공으로, 자본에서 노동으로, 부자에서 빈자로 재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지금 이 시스템이 저성장,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와 맞물려 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복지에서 배제되는 복지의 불균등한 발전을 고쳐나가야 한다. 우후죽순으로 양만 늘리지 말고 복지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논란은 부품 하나 바꾸는 차원을 넘어서 설계도 전체를 다시 그려야 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서구 복지선진국들과는 완전히 다른 정치환경 속에서 '한국형 복지국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공동체를 근간으로 사회연대의 가치를 형성하고 확산해나가면서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꿔가자는 것이다.

"사회적 계급을 떠나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게 중요해요.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느냐 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전략으로 지역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노동 시장에서는 다양한 계층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나 지역 네트워크 같은 '연성 권력 자원'은 다른 식으로 접근합니다. 노동시장에서의 계층적 지위와 무관하게 만들어진 민생 의제별 모임입니다. 우리 동네 어르신 문제는 곧 내 부모님의 문제가 되고, 우리 동네 어린이집 문제는 곧 내 아이의 문제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연대가 가능해요. 이렇게 형성된 의제별 연대망을 하나로 모으면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습니다." (35쪽)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9월 06일, 목 4:4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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