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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YS critical biography 082918
14대 대통령취임, 문민정부 출범
[김영삼 평전 89] 전광석화식의 국정개혁



▲ 취임선서 하는 김영삼 대통령. ⓒ 청와대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전 대한매밀신보 주필) = 김영삼은 1993년 2월 25일 제14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66세로서 여전히 심신 건강하고 의욕이 충만했다. 대선 기간은 물론 당선이 확정된 날 아침에도 조깅을 할만큼 단련된 신체를 가졌다. 이날 새벽 DJ가 전화를 걸어와 당선을 축하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당선 후 2개월 동안 정권인수팀을 꾸리고 정책 준비와 조각, 국정현황 파악 등에 바쁜 날들이 지나갔다. 전날에는 가족회의를 열어 자식들에게 근신할 것을 각별히 당부했다.

나는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 그런데 가장 큰 걱정 중의 하나가 바로 친ㆍ인척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의 친ㆍ인척이라고 하면 이용하려고 든다. 동업하자느니,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내게 맡기라느니 하면서 속을 다 내어줄 듯이 접근해서 너희를 망치고 나라를 망치게 한다. 그러니 앞으로 절대 이권이나 인사에 끼여들 생각을 하지 말아라. 너희들부터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주석 1)

취임에 앞서 대통령을 보좌할 비서진을 임명했다.

비서실장 = 박관용 의원
정무수석 = 주돈식 조선일보 논설위원
행정수석 = 김양배 전 광주시장
경제수석 = 박재윤 총재 경제특보
외교안보수석 = 정종욱 서울대 교수
민정수석 = 김영수 민자당 정세분석위원장
정책수석 = 전병민 한국정책연구원 감사
교육문화수석 = 김정남
공보수석 = 이경재 총재 공보특보
총무수석 = 홍인길 총재 총무보좌역
경호실장 = 박상범 민주평통 사무차장
의전비서관 = 김석우 외무부 아주국장

YS는 새정부를 ‘문민정부’로 작명했다.

군인정권 시대를 청산하고 민간정부를 수립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작명이었다.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된 취임식의 취임사에서 5년 동안 이끌 국정의 대강을 밝혔다. 주요 내용을 발췌한다.

때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던 우리의 근면성과 창의성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도된 가치관으로 우리 사회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민은 자신감을 잃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외부의 도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번지고 있는 이 정신적 패배주의입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좌절과 침체를 딛고 용기와 희망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폐쇄와 경직에서 개방과 활력의 시대로, 갈등과 대립에서 대화와 협력의 시대로 바꾸어야 합니다. 불신의 사회에서 신뢰의 사회로, 나만을 앞세우는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변화와 개혁의 방향입니다. 제도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행동 양식까지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변화와 개혁을 회피한다면 우리는 역사로부터 외면당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개혁은 먼저 세 가지 당면 과제의 실천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첫째는 부정부패의 척결입니다.
둘째는 경제를 살리는 일입니다.
셋째는 국가 기강을 바로 잡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안으로 나라를 좀먹는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부정부패의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습니다.

결코 성역은 없을 것입니다. 단호하게 끊을 것은 끊고,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합니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

김대통령의 취임사는 이어진다. 특히 대북관계에서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김일성 주석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 협력할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세계는 대결이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과 국가 사이에도 다양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김 주석이 참으로 민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리고 남북한 동포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면, 이를 논의하기 위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 한라산 기슭에서도 좋고, 여름날 백두산 천지 못가에서도 좋습니다. 거기서 가슴을 터놓고 민족의 장래를 의논해 봅시다. 그때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원점에 서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신한국의 창조는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많은 신한국이 참석했습니다. 땀흘려 일하는 근로자, 새로운 작물로 소득을 올리는 농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도, 시장 개척에 동분서주하는 회사원,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인, 그리고 밤새워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 자리에는 또 묵묵히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도 있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야말로 신한국 창조의 주역이요 주인입니다. 신한국으로 가는 길에는 너와 내가 없습니다. 오직 우리만이 있을 뿐입니다. 모두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한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내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눈물과 땀이 필요합니다. 고통이 따릅니다.
우리 다함께 고통을 분담합시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해내야만 합니다.
자, 우리 모두 희망과 꿈을 안고 새롭게 출발합시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힘차게 함께 달려갑시다. (주석 2)


김대통령의 취임사 중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대목이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통일부총리에 내정된 한완상 교수에 의해 마련된 이 내용으로 인해 한 부총리는 이후 족벌신문들로부터 좌경으로 몰리는 곤욕을 치렀다.

YS는 취임 다음날 새 내각의 각료와 안기부장 등 각료 명단을 발표했다.

국무총리 = 황인성 국회의원
경제부총리 = 이경식 가스공사 사장
통일부총리 = 한완상 서울대 교수
외무 = 한승주 고려대 교수
내무 = 이해구 국회의원
재무 = 홍재형 외환은행장
법무 = 박희태 국회의원
국방 = 권영해 국방부 차관
교육 = 오병문 전남대 총장
문화 = 이민섭 국회의원
농수산 = 허신행 농촌경제연구원장
상공 = 김철수 특허청장
건설 = 허재영 국토개발연구원장
보사 = 박양실 한국여의사회회장
노동 = 이인제 국회의원
교통 = 이재익 한국관광공사 사장
체신 = 윤동윤 체신부 차관
총무처 = 최창윤 총재 비서실장
과기처 = 김시중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장
환경처 = 황산성 변호사
공보처 = 오인환 총재정치특보
정무 1 = 김덕룡 국회의원
정무 2 = 권영자 한국여성개발원 부원장
법제처 = 황길수 법무부 법무실장
보훈처 = 이병태 호노룰루 총영사
안기부장 = 김덕 외국어대 교수
서울시장 = 김상철 변호사
평통사무총장 = 유경현 전의원

YS는 야당총재 시절부터 ‘인사는 만사’라고 인사의 중요성을 피력해 왔다. 조각을 발표한 후 언론에 전병민 청와대 정책수석, 박희태 법무장관, 김상철 서울시장 등이 여러 가지 비리가 드러나면서 사임하여, 첫 내각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주석
1> 김영삼, <김영삼대통령 회고록(상)>, 조선일보사, 2001.
2> 1993년 2월 26일치, 일간신문.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8월 30일, 목 5: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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