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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The people who speak ill of the noble unions 070418
귀족노조 욕하는 당신, 일자리의 비밀 알면 놀랜다
[게릴라칼럼] 공장 다시 짓는 미국, 내보내기 여념 없는 한국 ①



▲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 ⓒ 최은주

(필라델피아=오마이뉴스) 강인규 기자 = 지난 5월 마지막 날을 끝으로 군산의 지엠(GM) 공장이 문을 닫았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 자동차 회사가 올해 초 공장 폐쇄를 기정사실화하자, 군산 지역 사회는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군산시의회는 "군산공장은 자동차 항만 부두와 최신설비, 인근 산단지역의 협력업체가 집중화된 최고등급 공장으로서, 한때 군산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했던 기업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공장 폐쇄가 개인과 공동체에 초래할 파괴적 결과를 우려했다. 공장 철수는 "최소 5만 여명 이상의 생계가 달린 매우 중차대한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장 폐쇄 소식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뒤흔들었다. 군산 밖에 사는 사람들, 특히 자동차 생산 시설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당연히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찼을 것이고, 실직자들이 용기를 잃지 말고 새로운 직장을 찾기를 빌었을 터이다.

더불어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뒤 손을 털고 떠나는 외국 기업의 행태에 분노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보수언론을 따라 '귀족노조' 때리기에 가담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을 것이다. 비록 군산의 미래를 염려하기는 했으나, 그곳에서 벌어진 사태를 '내 문제'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군산 시민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적어도 내 직장이나 내 부모, 배우자, 자식의 직장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사실 군산은 나와 당신 그리고 가족의 미래며, 그것도 코앞에 닥친 미래다.

군산이 곧 한국이다


▲ 지난 3월 9일 한국GM 군산공장 노동자들을 비롯한 군산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철회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 당시 모습. ⓒ 최윤석

군산 경제의 30%를 자동차 생산이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들 놀랐을 것이다. '군산의 제조업의 비중이 그렇게 컸구나' 새삼 깨달으며, 먼지처럼 사라진 그 30%를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생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을 떠올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제조업 도시'에서 제조업이 사라지면 어떤 손쉬운 대체가 가능하겠는가. 만일 여기서 내가 호기롭게 '걱정 말라'며, '관광, 금융, 의료, 문화 등 서비스 산업으로 채우면 돼!'라고 외친다면 어떨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철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허술한 보고서와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은 제조업 줄이고 서비스업으로 가야...' 라고 한마디씩 하는 '전문가'의 주장도 헛소리로 들어야 마땅하다. 한국은 '덩치 큰 군산'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30% 이상을 제조업이 차지하는 '제조업 국가'이기 때문이다(한국은행 2011년~2015년 '국민계정' 통계 참조).

2018년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 중 8개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엘지전자, 포스코 등의 제조업체들이다. 문제는 제조업 국가에서 제조업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군산과 차이가 있다면, 당신의 회사에서 사라져 가는 공장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부, 언론, 당신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공장이 사라지는 까닭이 꼭 회사가 경영 실패를 거듭해서도 아니고, 이른바 '귀족노조'의 불가사리같은 탐욕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감각하거나, 당연시하거나, 심지어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제조업 살리기 열풍이 일고 있다. 모두가 알듯, 트럼프의 핵심 정책은 '오바마와 반대로 하기'다. 집권 후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오바마의 이민자 정책과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의료보험 정책을 뒤집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바마가 추진했던 한 가지 정책에 대해서만은 오바마보다 더 열성적으로, 무리까지 해가며 밀어붙이고 있다. 바로 '공장 되들여오기'다. 과거 싼 노동력을 찾아 미국을 떠났던 공장들을 온갖 채찍과 당근을 동원해 본국으로 다시 옮겨오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반대의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이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기에는 매우 뿌리깊은 문제가 있다.

공장 잡으려 안간힘 쓰는 미국, 아무 생각 없는 한국


▲ 제조업의 붕괴는 그저 '남의 일'이 아니다. ⓒ unsplash

삼성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이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몇 퍼센트나 될까? 당장 텔레비전 , 냉장고, 전자레인지 뒤에 새겨진 제조국을 확인해 보라. 당신이 쓰는 삼성 제품들 대다수가 '수입품'임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 삼성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은 10% 미만이며, 이조차 매년 줄여가고 있다. 2016년 초, <조선일보>는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삼성전자 내부보고서 단독 입수'라는 도발적 부제목이 붙은 기사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량 가운데 국내 생산 비중은 불과 6%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공장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6개국에 분산되어 있다. (중략) 삼성전자는 작년 약 4억2000만 대의 휴대폰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수치에 근거해 보면 올해 생산물량은 작년 1.6% 감소한 수준이다." - 삼성전자 올해 휴대폰 생산량 4억1312만대…작년보다 1.6% 감소(2016년 1월 13일 보도)

삼성이 최근 외국공장 투자와 해외 고용을 대폭 늘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생산 비율은 지난 2년간 더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다가는 한 자릿수로 쪼그라든 국내 생산분마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그게 뭐가 문제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앞서 말한 '뿌리깊은 문제'다. 자신이 스스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조업 소멸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혹시 자신이나 가족 중에 경영자, 중간 관리자, 연구직, 디자이너, 광고,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서 이 직종들은 제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생산직 1개가 없어지면 6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한국 대중들이 갖는 가장 큰 착각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별개로 보는 것이다. 공장이 해외로 이전해 생산직 일자리가 사라지면 기계, 부품, 운송, 건설을 맡은 협력사들과 그곳 직원들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다. 노동자가 실직하면 중간관리자도 불필요해지고, 디자이너나 연구직도 머잖아 사라진다.

앞에서 군산시의회가 성명을 내어 지엠공장 폐쇄가 "최소 5만 여명 이상의 생계가 달린 매우 중차대한 일"이라고 우려한 것을 상기해 보자. 그곳에서 고용돼 일하던 직원들은 2000명 정도였다. 그런데 어떻게 '최소 5만 명'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일까? 혹시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려고 수치를 살짝 과장한 것은 아닐까?

천만의 말씀이다. 2012년 <뉴욕타임스>는 서비스업이 결코 제조업을 대신할 수 없는 까닭을 통계수치로 제시했다. 1000개의 자동차 생산직이 만들어질 때마다 경영관리직 260개가 생겨나고, 271개의 기술연구직, 부품조달과 물류 등 총 4712개 이상의 파생 일자리가 생겨난다. 한 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화이트칼라직을 포함 5개의 추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 <뉴욕타임스>는 서비스업이 결코 제조업을 대신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1000명이 일하는 제조업 공장이 들어서면 관리자, 연구원, 디자이너 등 5700 명이 넘는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의료나 금융업은 고용 파생력이 매우 미미하다.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의료업의 경우, 1000명의 의료직을 만들면 파생 일자리는 고작 1700 명에 지나지 않는다. ⓒ <뉴욕타임스> 갈무리

다시 말해, 생산직 하나가 사라지면 6명이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2000개의 생산직 소멸은 1만2000개의 자리를 빼앗아가고,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5만 명에게 경제적 타격을 입히게 된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장 주변에 밀집해 있었을 은행 영업소며, 삼겹살집, 중국집, 치킨집 등을 생각해 보라. 공장의 시설투자를 위한 대출이나 거래처 송금 등으로 인해 공장은 은행의 큰 고객이며, 월급날이면 고깃집이나 치킨집에 '한턱 쏘는' 손님들로 넘쳐났을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매우 높은 임금을 받지만,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 임원들과 달리 소비 지출이 큰 직종이다. 정말 돈이 많은 갑부들은 월급날이라고,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고 마트나 중국집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수퍼갑부'들의 지출은 수입자동차, 귀금속, 땅 투자 등 국가 생산활동과 무관한 영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월급날이면 입이 찢어져 정육점과 아동복 매장을 기웃거리는 노동자를 '귀족'으로 칭하는 것이 한심한 까닭이 여기 있다. 진짜 귀족들은 노조를 결성하지 않아도, 그리고 심지어 공장이 문을 닫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귀족 노동자'라는 억지 표현을 만들어 낸 기자들이 생산직 노동자들보다 '귀족 노동자'에 가까운 셈이다.

'귀족 노동자'의 정체

'귀족 노동자'라는 별명은 보수언론 기자들에게 여러모로 적합하다. 자신이 월급으로 생존하는 임금 노동자면서 그 사실을 인식조차 못 하는 허위의식을 꼬집기에도 적절할 뿐 아니라, '귀족에게 봉사하는 노동자', 즉 마르크스가 말한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의미도 함축하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을 따라 '귀족노조'를 욕하는 것은 당신 자유다. 하지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제조업체가 부지런히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까닭은 노조 때문이 아니다. 노조가 없는 삼성전자가 왜 계속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지 생각해 보라.

해외 이전의 가장 큰 동기는 '단기이익 추구'다. 미국은 이것이 판단 착오였음을 깨달은 반면, 한국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는 다음 글에서 무분별한 해외 이전이 어떻게 한국 사회뿐 아니라 기업 자신까지 망가뜨리는지 제시할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라는 말은 되찾는 훌륭한 일을 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으면서도, 속속 해외로 떠나는 생산직 일자리를 지키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그게 6배씩 새는 구멍이라면.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7월 07일, 토 5:5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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