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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Sohn Seokhee showed himself five years 053018
의심받았던 손석희의 '다짐'... 고개숙인 모습조차 달랐다
[사이드뷰] 진보진영의 우려 속, 손석희가 증명한 5년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2013년 9월 16일부터 < JTBC 뉴스 9 >의 진행자로 나섰다. ⓒ JTBC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균형, 공정, 품위, 팩트를 4대 가치로 한 방송뉴스를 만들겠다."

5년 전이던 2013년 5월 13일,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출근한 손석희 사장이 꼽은 핵심 가치는 이랬다. 쫓기듯 MBC를 떠나 개국한 지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은 '종편' JTBC로 자리로 옮긴 MBC 간판 '앵커'이자 '아나운서' 손석희.

"해왔던 방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시선집중> 등에서 추구했던 저널리즘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첨예한 가치관이 부딪칠 때에는 당연히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팩트가 확실하다면, 거기서까지 균형을 찾을 필요는 없다. 팩트만 확실하다면 당연히 팩트 위주로 간다."

당시 시사주간지 <시사IN>과의 인터뷰(제296호)를 통해서 손 사장은 팩트를 중시하는 한편 "우리가 사실 골이 좀 깊게 팬 사회다, 내 판단에는 그 회사가 그런 면(진보·보수의 갈등문제)에서 비교적 합리적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JTBC를 자체 진단한 바 있다. 이러한 손석희의 '이적'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진중권 동아대 교수는 손석희의 이적, 그 상징성을 이렇게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의 문제인데, 어차피 종편인 이상 보수적 성향이 바뀌기는 힘들 겁니다. 다만 JTBC는 손석희를 영입하여 합리적 보수의 스탠스를 선점함으로써 막장방송 TV조선이나 채널 A와 차별화하려 하겠죠."

5년 전 손석희

그때만 해도 그랬다.(관련기사 : 손석희의 '다짐', 아직은 못 믿겠다) 당시는 '대통령 박근혜'가 취임한 지 고작 3개월이었고, 대선 결과의 후유증을 겪는 이들이 넘쳐날 때였다. '아버지 박정희'의 뒤를 이어 사회 전반적인 보수화가 점쳐지던 시기였다.

< TV조선 >을 위시한 종편들이 물을 만난 듯 '박근혜 용비어천가'를 불러댔고, 2012년 파업을 거친 MBC는 급격히 망가져갔고, 여타 지상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은 점잖은 편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토대를 만든 장본인들은 정권에 부역하고 지극한 상업주의를 쫓은 언론이었다.

그렇기에 작금의 '손석희=JTBC 시대'를 적확히 예견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었을까. 종편의 한계를 딛고 "균형, 공정, 품위, 팩트"라는 손석희 사장의 소신이 이토록 빠른 시간 내에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신뢰도 1위 언론의 지위를 획득하리라 예상하는 이가 얼마나 됐을까. 심지어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쓴 <손석희 현상>은 '손석희의 이적'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이렇게 기술했다.

"진보 진영은 종편이 부정한 탄생의 역사를 지녔다고 비난과 저주를 퍼부었고, 2013년 5월 손석희가 JTBC행을 결정했을 때, 거의 모든 진보 인사가 도박, 배신, 실망, 투항 등의 단어를 쏟아내며 손석희를 비난했다."

종편이란 태생적 한계와 삼성이라는 JTBC의 뒷배.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 두 태생적 우려 지점을 딛고 JTBC <뉴스룸>과 손석희 사장이 '세월호 참사' 연속 보도와 '태블릿 PC' 특종, 연이은 삼성 관련 보도로 한국사회의 지평과 언론 지형을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13일 <미디어오늘>이 정리한 손석희 사장과 뉴스룸의 객관적 성과 역시 적지 않았다(관련 기사 : 5년 맞은 '손석희의 JTBC', 뉴스의 종착점이 되다).


▲명성교회 문제로 교회개혀길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를 인터뷰 중인 손석희 앵커. ⓒ JTBC

'기레기 시대'와 손석희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17 '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중 전통미디어 뉴스브랜드 JTBC 지지율 1위 60% (2위 KBS 44%, 3위 YTN이 43%)
-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와 미디어오늘이 공동 조사한 방송사 신뢰도 조사 1위 JTBC(201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1위)
-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실시한 '2017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중 가장 신뢰하는 방송매체 1위 JTBC 43.4%(2위 KBS 21%, 3위 MBC 7.8%)
- <시사인>의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조사,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1위(40.5%)
- 한국기자협회(한길리서치 의뢰)가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속사를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조사 1위 JTBC 27.4%(2위 조선일보가 17.8%, 3위 KBS 17.3%), 기자들이 평가한 신뢰도 조사 JTBC 1위 30.3%(2위 한겨레 12.1%)
- 닐슨코리아 기준 박근혜 1심 선고 당일 특집프로그램 20-49 시청자수 1위 JTBC 26만9300여명(2위 SBS 16만4200여명, 3위 MBC 9만4900여명)
- 닐슨코리아 기준 2017년 대선 당일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프라임시간대 각 방송사별 개표방송 20-49 시청자수 1위 JTBC 분당 평균 124만1000명(2위 SBS 82만9000명, 3위 KBS1TV 58만4000명)

위와 같은 객관적 지표와 평가로 지난 5년 간 손석희 사장과 <뉴스룸>이 일궈낸 성과를 판단하는 일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더 넓게, 박근혜 정권 직후 출범한 <뉴스룸>이 언론지형에 미친 영향은 몇몇 결정적 '스모킹 건'과 함께 한국사회의 지형변화에까지 기여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팽목항을 지킨 <뉴스룸>의 세월호 보도를 기억한다. 장기간 밀착보도가 어떻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족들과 국민들을 위무하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팩트' 중심의 보도 지향 역시 방송/언론계의 거대한 흐름으로 기능하는 중이다. 공영성을 회복 중인 MBC와 KBS, 그리고 SBS가 포맷을 따라할 만큼, <뉴스룸>이 먼저 시작한 방송사의 팩트 체크는 거대한 흐름이 됐다(그 <뉴스룸>이 '태블릿 PC' 뉴스를 필두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최전선에서 벌여 나가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백화점식 보도의 탈피나 사안별 심층/집중 보도 역시 그간 메인뉴스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런 가운데, 손석희 사장과 JTBC <뉴스룸>에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저주와 막말을 퍼붓는다.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알려진 <미디어워치>의 변희재 대표는 작년 연말 <손석희의 저주>라는 책을 내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작년 12월 JTBC 상암 사옥 앞에서 '손석희는 항복하라'는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쉬움, 그리고 포스트 손석희

물론, 짧은 시간 이뤄낸 신뢰와 균형 사이에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성완종 녹취파일 공개' 파문이 대표적이다. 2014년 지방선거 개표방송 출구조사 도용과 관련 지상파 3사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일본해 표기 논란이나 외신 오역, 선거 보도 중 반복된 그래픽 실수 등 언론의 기본 윤리를 강조하는 와중에 나온 실책에 대해 손석희 사장은 시청자들 앞에서 수차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자의식 과잉 아니냐는 일부 평가에도 불구하고 손석희 사장의 앵커브리핑은 세간에 회자되는 내용을 담는 동시에 <뉴스룸>의 입장 표명과 해명의 기회로 활용됐다. 기계적인 뉴스의 전달이나 촌철살인의 논평을 넘어, 어찌됐건 시청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려는 의지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JTBC

"그때나 지금이나 선택과 집중이란 전략은 같다(중략). 하루 이틀만 지나면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도입한 게 '어젠다 키핑'이다. 이 이슈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끝까지 가보자. 그게 비록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놓지 않으면 시청자들도 알아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 4대강, 국정원 해킹 의혹 등을 몇 달씩이나 보도했다. 달라진 것은 기자들의 취재력이라고 생각한다. 한두 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가다 보니 매일 새로운 팩트를 찾아내야 했다."

손석희 사장은 작년 10월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젠다 키핑'과 함께 장기간 취재에서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팩트라는 차별점을 언급했다. 무엇보다 '한두 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고, 이러한 경향은 지상파 뉴스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삼성 문제에 관한 한 모든 언론사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상황 아닌가? 우리에게 삼성이 걸림돌인 것 같은가? 나는 부임 때부터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팩트가 나오면 보도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래서 처음에 삼성의 노조 관련 문건을 단독 보도했더니 '삼성이 JTBC 장사를 위해 거기까지는 봐줬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냥 웃었다. 뭘 해도 그런 음모론은 돌아다니니까.

그 이후 3년 동안 보도 내용은 따로 거론하지 않겠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를 상기해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보면 된다. 물론 우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취재된 팩트는 그대로 다 보도했다."

어찌 보면, <뉴스룸>과 손석희 사장은 제목은 물론 자사 홍보 포스터의 이미지를 따온 미드 <뉴스룸>의 궤적을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자본의 간섭과 저널리즘 윤리 사이에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간판 앵커와 구성원 간의 팀워크를 유지하며 '팩트'를 좇는 자본주의 사회 속 방송언론 기본형 말이다.

그간 JTBC의 성과는 물론 조기대선 이후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 중인 문재인 정권과 훨씬 성숙해진 시민사회의 언론관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할 수 있다. 또, 지난 5년 간 놀라운 성과를 일궈낸 JTBC와 <뉴스룸>의 미래가 손석희 개인의 향배에 달려 있는 건 아니냐는 내외부의 우려도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팩트는 '포스트 손석희' 시대의 미래 역시 1956년생 손석희 사장의 현재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6월 02일, 토 5: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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