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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The Panmunjeom declaration began at candelight vigils 050918
판문점 선언, 촛불집회에서 시작됐다
[주장] 어처구니 없는 한국당... 그들이 모르는 역사적 선언의 이면


(서울=오마이뉴스) 이희동 기자 = "보수 정권 9년 간 국제사회의 끈끈한 공조와 대북제재로 김정은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는 가운데 주구장창 '드루킹 특검'만 외쳐대던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는 판문점 선언을 폄훼하는 것도 모자라 그 모든 것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자신들이 뉴스에서 사라지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아전인수식 주장이다.

자유한국당의 논리는 간단하다. 결국 이번에 김정은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종전까지 논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인데, 이는 지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이전 정권과 달리 북한과의 교류를 끊고 계속해서 압박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아전인수

대북제재가 북한 정권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다. 미국은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고강도의 대북제재를 추진했고, 중국도 미국과 공조하여 석유 제공을 제한하는 등 유래 없이 강한 제재에 나섰다. 인민들에게 핵과 함께 경제발전을 약속했던 북한 김정은에게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에게 출구가 없었다는 점이다.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체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논할 수 있는 무대가 없었다. 중국의 시진핑은 재집권을 위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었고,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철수는 물론이요, 사드까지 배치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에게는 믿고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출신의 대통령이 박근혜의 뒤를 이었다면 이번과 같은 성과가 나왔을까? 단연컨대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판문점 선언이 가능했던 것은 남한의 대통령이 문재인이기 때문이며, 그 뒤에 촛불집회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 김정은에게 남한 정권과 함께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 정부의 연속성이다. 북한은 최고 권력자가 죽을 때까지 권력을 잡는 체제인데 반해 남한 사회는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남한의 대북정책이 변한다면? 북한으로서는 남한 정권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 두 정상의 만남 ⓒ 청와대 홈페이지

이미 북한은 그와 관련하여 비극적인 경험을 겪은 바 있다. 남한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국민의 정부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10년 동안 햇볕정책이었지만, 이후 MB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180도 변했다. 보수 정권은 햇볕정책을 일방적인 퍼주기로 규정했고, 상호주의를 주장했다. 말이 좋아 상호주의지 북한의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이 대북정책의 기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해 김정은은 연속성을 가장 먼저 고민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맺는 협약이 얼마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지 살펴봐야 했을 것이다. 지금이야 비핵화, 평화를 주장하지만 5년 뒤 정권이 바뀌어 다시 상호주의를 외치기 시작한다면 핵을 포기한 북한으로서는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촛불이 바꾸어놓은 것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집회는 김정은 정권에게 중요한 기준이었을 것이다. 촛불집회는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니라 남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촛불집회를 겪은 남한 사회가 다시 퇴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이제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판단한 듯하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분단에 기생하고 있던 남한의 보수 세력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 바로 이것이 북한이 적극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고, 남한과 함께 종전을 논할 수 있는 바탕이 아니었을까?


▲ 문재인은 촛불혁명의 적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6년 12월 3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문재인캠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깍듯이 존칭을 쓰며 예의를 갖추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감인 동시에, 촛불시민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요컨대 촛불집회는 종전에 이은 평화체제를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우리가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촛불집회를 많은 북한 사람들이 봤을 거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가 북한사람을 아는 만큼 그들이 우리를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착각이다. 오히려 우리가 북한 사회를 아는 것 보다 북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더 많이 안다. 우리는 북한 방송을 찾아서 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북한 사람들은 우리 방송을 중국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가 인터뷰한 탈북자에 의하면 심지어 2000년대 중반에도 당시 북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연예인은 KBS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의 주인공 이태란이었다.


▲ 2016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을 위한 ‘송박영신’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따라서 남한의 촛불집회는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사람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남한 국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체제를 돌아봤을 지 모른다. 북한은 지난 잃어버린 11년 동안 우리가 아는 것 보다 훨씬 더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으로서는 결국 두 가지 선택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개방되어 있는 사회를 되돌려 다시 통제하든가, 아니면 좀 더 합리적으로 사회를 통치하는 것. 이와 관련하여 김정은은 현재 후자를 택한 듯하다. 촛불집회를 본 북한 인민들을 예전처럼 통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드는 것이 현재 그가 가는 길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이 촛불집회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은 결코 원론적인 립서비스가 아니다. 남한의 촛불집회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실질적인 원동력이었으며,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평화체제의 초석이다. 이것이 우리가 촛불정신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5월 11일, 금 10:2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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