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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Movie-like summit 050218
"봉준호도 울고 갈 콘티"... 영화 같은 정상회담에 영화인들도 열광
판문점 선언에 영화인들 "북에 영화 찍으러 가고 싶다"


(서울=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


▲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서명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발표했다. 서명 후 두 정상이 잡은 손을 들고 있다.

26일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진 판문점 선언에 대해 영화계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영화인들은 관련 소식들을 SNS에 올리며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회담이었다"고 평가했고, "북한으로 영화 찍으러 가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황제> <사랑이 이긴다> <터치> 등을 연출한 민병훈 감독은 "어떤 영화도 이보다 감동적일 수 없을 것"이라면서 "코언 형제, 다르덴 형제 감독들을 부러워했는데 우리도 문재인-김정은 브라더라는 두 위대한 감독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성근 배우는 트위터에 "'문대통령의 월북'은 애드립이라면, '다리 위 회담'은 봉준호도 울고 갈 기막힌 콘티"라면서 "누군지 기획 연출한 실무진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적었다.

애드립에 기막힌 콘티

명필름 심재명 공동대표는 "오늘, 뭉클한 장면.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라는 짧은 글과 함께 송강호와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스틸 사진을 올렸다. 남북정상회담의 공간이었던 판문점을 강조하면서, 영화처럼 남과 북이 한데 어울려 화합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감격의 마음을 나타낸 것이었다.

한국영화는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분단된 현실을 조명하고 평화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북 두 정상이 판문점 서명을 마친 후 맞잡은 손을 치켜든 장면은 강우석 감독 <한반도>의 장면을 연상케 했다. <한반도>에서는 남북의 지도자 역할을 연기한 안성기와 백일섭이 함께 손을 치켜드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한반도>의 한 장면ⓒ ㈜K&J 엔터테인먼트


▲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의 한 장면ⓒ 명필름

아버지의 고향이 평양이라고 밝힌 인천독립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 이안 관장은 "평화롭고 설레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부모님의 환갑 칠순 팔순 잔치를 평양에서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이 관장은 "여든 넘으신 부친이 평생 생일상을 못 차리게 하셨다"며 "북에 남아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때문에 다 조용히 보내셨다"고 그간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택>의 주연을 맡았고 <강철비>와 <1급 기밀>에 출연한 김중기 배우는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인 26일, 88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출마하며 남북청년 학생회담을 제안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김 배우는 "당시 '민족화해를 위한 남북한 국토순례대행진'과 '민족단결을 위한 남북한청년 학생 체육대회'를 제안했다"며, "나중에 정치군사적인 주제(평화협정, 불가침선언, 상호군축)까지 의제에 넣어서 회담하자고 한 게 88년의 남북학생회담 쟁취 투쟁이었다"고 밝혔다.

김 배우는 또한 "(남북정상회담으로)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의 실질적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그때 통일 운동을 하면서도 이렇게 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하는 회담에 30년이 걸릴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준동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은 2007년 당시 남북합작 영화를 기획하고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북측 인사들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이 부위원장은 "그때 북측에서 내 담당이었던 인사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집권을 걱정하기에 '그들이 정권을 잡더라도 남북 관계가 크게 어그러지긴 어렵다고 얘기해 줬는데, 명백히 내가 잘못 판단했고 그 친구의 걱정이 옳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표현을 인용해 '헛되이 보낸 11년' 전 얘기라고 전했다. 이어 "헛되이 보낸 11년을 단숨에 뛰어넘어 남북합작 영화 만들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용관 이사장 "부산영화제는 언제든 준비돼 있어"


▲ 2001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신상옥 감독의 <탈출기>.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다. ⓒ 신상옥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역시 환영과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파주가 고향인 이 이사장은 "장인이 개성에서 내려온 분으로 실향민이었다"면서,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남북 관계가 잘 풀린다면 부산영화제에서 북한영화를 상영하거나 영화인을 초청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부산영화제는 납북됐던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제작한 <탈출기>와 <소금>을 2001년 5회 영화제 때 상영했다. 2003년에는 북한영화 특별상영을 통해 해방 직후부터 1990년대 사이에 제작된 고학림 감독의 <내 고향>, 윤기찬 감독의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 <신혼부부>, <우리 렬차 판매원>, <봄날의 눈석이>,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 (1, 2부) 등 7편을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부산영화제가 1998년부터 남북영화와 영화인의 상호교류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민화협(민족화해협의회)과 조선영화수출입사와 지속적으로 교섭한 결과였다. 당시 한국영화를 담당해 북측과 접촉에서 실질적인 책임을 맡았던 이용관 이사장은 국내 대표적인 영화학자로서 "한국영화에서 북한영화를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용관 이사장은 6.15 공동선언이 있던 2000년 11월 임권택 감독, 문성근 배우, 이은 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등과 함께 처음 북한을 방문했고, 2003년 영화제를 앞두고는 북한영화 특별상영을 준비하면서 금강산에서도 북한영화계 인사들과 만나 실무적인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 북한영화 특별상영 때는 북측 영화인들을 초청해 GV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려고 구상했다가,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북측 사정으로 무산된 아쉬움이 있다.

올해는 평양영화축전 개최되는 해


▲ 2년마다 열리는 북한 유일의 영화제 평양영화축전 모습 ⓒ 통일부

영화계는 판문점 선언 내용 중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는 조항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닫혀있던 남북영화인들 사이의 교류와 함께 북한을 촬영장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는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이 이어지던 지난 2005년 10월에는 영화진흥위원회 남북영화교류추진특별위원회 대표단(이하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영화(인) 교류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를 통해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손자인 홍석중 선생의 소설 <황진이>의 영화화 저작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장윤현 감독이 연출했던 <황진이>는 이 과정을 거쳐 제작돼 2007년 개봉할 수 있었다.

당시 대표단은 '남북 영화교류추진 제안서'를 북측에 전달했다. 제안서에는 금강산 통일극장 설립사업, 남북 영화인 교류, 영상자료 및 학술 교류 추진, 저작권 중개를 위한 창구개설, 남북 공동제작 영화지원, 남북문화교류센터 설립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영화인들의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기도 했다.

2005년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영진위 김태형 팀장은 "당시 남북영화인대회 등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으로 진전되지 못했다"며 "올해는 2년 마다 한번씩 있는 북한 유일의 영화제인 평양영화축전이 개최되는 해인데 남측 영화인들이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양영화축전은 9월쯤 개최된다.

이어 "당시에는 민족화해협의회가 영진위의 파트너였는데, 지금은 상대가 분명치 않다"면서, "향후 교류가 활성화된다면 문화체육관광부 등 실무부처를 통해 준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5월 07일, 월 11:2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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