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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Movie Steel Rain and Olympic 022118
곽도원의 푸념, 이경영의 일침... 자유한국당이 좀 새겨듣길
[영화로 정치읽기] 영화 <강철비>와 평창동계올림픽,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역할



▲ '가면 응원' 하는 북측응원단. 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1차 예선경기에서 북측응원단이 참석해 '가면'을 이용해 응원을 펼치고 있다. 가면에는 앞을 볼 수 있도록 눈동자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다. ⓒ 이희훈

(서울=오마이뉴스) 안호덕 기자 =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남성 가면을 두고 '김일성 가면'이라며 논란을 키워가는 보수 세력의 치졸한 행동은 한심스럽다. 해당 기사를 실었던 언론사도 오보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마당에 김일성의 젊은 시절 사진까지 꺼내 억측을 이어가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나 이를 근거로 '응원단을 돌려보내라'는 자유한국당도 '평화올림픽에 재 뿌린다'는 소리 듣기 알맞다. 가면을 쓰지 않고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낯빛을 바꾸고, 했던 말을 다반사로 뒤집는 보수정당들... 그들의 나쁜 버릇이 또 도졌다.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하여 더 고통 받는다."

지나간 영화 한 장면이 새삼 떠오르는 건, 이번 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과정에 보수 세력이 보여준 행보를 대사 한마디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강철비>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대사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와 북의 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가 한 번씩 되뇌었던 말이다. 실향민과 이산가족, 전몰자 가족이 직접적으로 분단의 고통으로 겪는다면, 그들에 속하지 않는 이들은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색깔 논쟁, 간첩 만들기, 안보 불안 등에 고통 받는다.

분단의 고통과 분단을 이용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고통

"자유로를 지나면서 저 강 너머가 북한이라는 애기 들었는데도, 북한이 거기 있다고 실감한 적이 없다"던 영화 <강철비> 속 산부인과 의사 권숙정(박은혜 분)의 말처럼, 그동안 우리에게 북한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라 멀리 있어야 할 곳이었고 멀리하고 살아야 할 땅이었다.

임진각 철조망 앞에 서서 바라보았던 경의선 철로, 피난 보따리마냥 상품을 차에 싣고 내려오던 개성공단 입주회사들... 그렇게 다시는 열릴 것 같지 않는 정적이 깨졌다. 북은 그렇게 내려왔고, 남북은 평창에 단일기를 들고 함께 서서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서로 험악한 말을 주고받았던 게 불과 얼마 전이고, '전쟁이 날까 두렵다'는 누리꾼들의 글이 넘쳐났던 게 불과 몇 달 전이기에, 이런 풍경이 반가우면서도 생경하다. 그 때문일까. 영화 <강철비>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 <강철비>의 한 장면ⓒ (주)NEW

<강철비>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가정한 액션 영화다.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최고수뇌부가 북한의 쿠데타 세력에게 저격당해 사경을 헤매는 위기를 맞는다. 북의 정예요원 엄철우는 죽어가는 북의 '1호'를 데리고 도라산 출입국 사무소를 넘어 남한으로 숨어든다. 북의 쿠테타 세력은 대한민국과 미국에 선전 포고를 하게 되고, 남한에는 계엄령이 선포된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남과 북의 호전세력과 전쟁을 막으려는 세력이 부딪힌다.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린다.

영화는 북을 호전세력으로 남을 평화세력으로 이분화하지 않는다. 북의 쿠데타 세력은 쿠데타의 정당성과 체제결속을 위해 전쟁을 준비한다. 이를 막아야 하는 것이 저격당한 북한 '1호'와 정예요원 엄철우다. 남에선 미국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하려는 현직 대통령과 '전쟁이란 모든 해결책이 다 막혔을 때 쓰는 카드'라며 평화적 해결을 주문하는 대통령 당선자가 갈등한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선택. 그러나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은 조국과 국민의 생명권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북의 쿠데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북의 정예요원 엄철우는 목숨까지 내놓으려고 한다. 훗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는 엄철우 딸을 만나 엄철우와의 약속을 지킨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오래된 약속이 있다. 2005년 금강산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호텔 문지기와 오랜 이야기를 나눴다. 딸아이를 데리고 꼭 다시 오겠노라 약속했는데 금강산 관광길은 닫혔고 그 약속은 아직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건 국민들의 몫이 아니다. 권력자들의 암투와 주변 강대국들의 갈등이 최고조의 위험을 만들고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해가도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현실에서도 몇 번이나 이런 고비는 반복되었다. 1994년 클린턴 정부가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결정했었다. 이 결정이 그대로 시행되었다면 미국의 예측으로도 서울의 민간인 사망자가 200만을 넘는다. 어느 한쪽이 오롯이 승리자가 될 수 없는 한반도 전쟁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북미 갈등, 어느 쪽이 화약고에 불을 붙이든 '강철비'를 맞는 건 남과 북의 국민들이다.

"멀쩡한 나라 두 동강 내놓으니까 이렇게 서로 개고생"


▲ 영화 <강철비> 속 한 장면ⓒ (주)NEW

평창동계올림픽은 북미갈등의 휴전기간인 셈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미국과 일본을 자극할 만한 행동도 멈추었다. 미국도 고강도의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화도 피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북한의 최고위부와 응원단, 관현악단 등의 남한의 방한은 대립과 반목을 이어가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의지와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북미관계가 지금처럼 휴전을 이어가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남북관계 진전도 양측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역사의식도 없는 사람에게 임기가 남았다는 게 불행한 거지."

영화 속 대통령 당선자(이경영)는 전쟁을 결정한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이 장면은 현실과 오버랩을 피할 수 없다. '통일대박'을 외쳤던 박근혜 정권이 국정농단으로 탄핵되지 않았더라면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단일기를 들고 동시에 입장하는 세계적인 이벤트를 가능했을까? 역사의식 없는 대통령을 끌어내린 촛불항쟁, 그래서 더 이상의 불행을 막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덧칠해야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세력이 남아있다는 건 남북화해와 평화공존의 행복한 꿈이 아직 이르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남북관계의 단절은 많은 것을 엉망으로 만든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불협화음은 무역, 관광의 보복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더 많은 무기 구매를 요구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은 길거리에 나앉았다. 한미 동맹이 중요하지만 칼자루를 쥔 쪽은 미국이지 우리가 아니다. 언제라도 "지켜달라고 징징 거리지 좀 말고 우방국들 입장도 생각해서 참을 땐 참으시오"라고 영화 속 미 국무장관처럼 말할 수 있는 게 한미 동맹이다. 동맹에 대한 믿음보다 '미국보다 한발 앞선 계산'이 필요한 이유다.

북한 방문단, 응원단, 공연단이 평창올림픽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멀리해야 될 나라가 이렇게 가까울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 공연도 두 번이나 있었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더 큰 역할이 남았다.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북미 휴전 기간도 끝날 것이라 예측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시 북미 관계가 험악한 말싸움을 주고받고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형국이 올 수도 있다.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가 막아야 한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 때문에 고통 받는 국민들... 문재인 정부가 그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려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러시아 가스관이 북한을 경유해 서울로 들어오고 철도가 북한을 넘어 유라시아를 달리게 하겠다는 구상. 남북의 의지가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멀쩡한 나라 두 동강 내놓으니까 이렇게 서로 개고생"이라는 영화 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의 푸념은 현실이다. 그 현실이 금강산 호텔 문지기에게 다시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현실로 바뀌길 간절히 기원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2월 26일, 월 12:2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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