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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Seo Jihyun case? 020718
'서지현 검사 사건'이라는 말은 틀렸다
[주장] 또 다른 '서지현'들을 위해, 나는 까칠하고 불편하게 살겠다


(서울=오마이뉴스) 박초롱 기자 = 면접관이 묻는다.

"여러분이 거래처 미팅을 나갔단 말입니다. 그런데 거래처 상사가 자꾸 좀, 그런, 신체 접촉을 하는 겁니다. 괜히 어깨도 주물주물하고, 허벅지도 슬쩍슬쩍 만지고, 엉? 그런 거? 알죠?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김지영씨부터."

지난해 가장 많이 읽힌 책 <82년생 김지영>에 나온 에피소드다. 최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의혹을 고발하는 글에서 언급한 소설이다.

소설 속 김지영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한다"고 답한다. "그 자리에서 주의를 준다"와 "내가 잘못한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겠다" 사이에서 김지영은 어중간한 선택을 한다. '그런 질문 자체가 성추행 아냐?'라고 생각하다 문득 나의 첫 회사 면접이 떠올랐다.


▲ 면접 ⓒ unsplash

최종 면접에서는 8명의 임원이 근엄하게 앉아 있었다. 내 이력서를 훑어보던 임원에게 내가 받은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었다.

"요즘 여자들이 너무 잘나서 남자들이 기를 못 펴고 사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나도 김지영과 비슷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대답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내가 말하는 동안 갑자기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던 면접관의 뒷모습만 기억이 난다.

그때 왜 제대로 답하지 못했을까? 남자가 여자보다 잘나야 하는 건 아니라고. 기를 펴고 살아야 하는 건 남자뿐은 아니라고. 아니, 애초에 그런 질문이 성차별적이라고. 입사 후에도 그런 상황은 많았다. 소설 속 김지영처럼 피해자이자 어정쩡한 방관자로 살았던 시간.

"같은 옷 입은 걸 보니 어제 집에 안 들어갔나봐?"
"김차장처럼 드센 여자는 데리고 못 살지."
"일 힘들면 임신하고 쉬어."

이런 말은 채 받아칠 새도 없이 마음에 생채기만 내고 사라졌다. 나는 왜 그때 아니라고 화내지 못했을까? 혹시 내가 '나 홀로 개념녀'를 자청하는 '페미니즘 내부의 적'은 아니었을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서지현 검사는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고발하며 다른 피해 여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

그 말이 울컥했다. 나를 비롯해 2018년을 사는 이들에게도 위로와 용기가 되었을 것이다. 잘못한 것은 가해자인데 나는 김지영과 함께 인터뷰를 보았던 다른 여자처럼 "내가 잘못한 부분은 없는지"만 돌아보았다. 잘못한 것은 당신이 아니다. 잘못한 것은 가해자다. 잘못한 것은 엉뚱한 프레임을 씌우려는 힘이다.

'서지현 검사 사건'이 아니라 '안태근 전 검사 사건'

그러니 실은 '서지현 검사 사건'이라기보다 '안태근 전 검사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언론은 사건의 제목을 늘 피해자 중심으로 붙인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나영이 사건', '밀양 여중생 성폭행'이라는 식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가해자인데 사건의 이름에는 대부분 피해자가 들어간다. '나영이 사건'이 아니라 '조두순 성폭행 살인 미수 사건'이다. '안태근 전 검사 성추행 사건'이다.

피해자가 전면에 드러나면 2차 피해가 일어난다. 포털 사이트에 '서지현 검사'를 검색하면 안근태 전 검사에 앞서 '서지현 검사 나이', '서지현 검사 성형', '서지현 검사 고향', '서지현 검사 남편'이 먼저 나온다.

서지현 검사의 고발 이후 검사의 업무 능력이 부족했다, 인사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등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 기사가 난무했다. 본질에서 벗어난 질문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힌다.

서지현 검사는 언제나 있었다


▲ 차별 ⓒ Oscar Keys on unsplash

서지현 검사의 고발 이전에도 검찰 내 성추행에 대한 제보는 있었다. 14년에는 차장 검사가 여성 기자를 추행한 사건으로 가벼운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어디 검찰 내부뿐일까.

문단 내 성폭력, 대학 내 성폭력은 그나마 작게 해시태그 이슈라도 되었다. 아르바이트 현장에도, 회사에도, 집안에도 성폭력은 만연하다. 서지현 검사 이전에도 서지현 검사는 있었다. 사무실 당신 옆자리에, 매대 앞에, 그리고 당신 집 안에도.

'안태근 전 검사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이자 고발자가 '검사'라는 사실이 이 사건이 회자되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한 친구는 "대학 자퇴도 고대 김예슬 정도는 해 줘야 세상이 놀란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권력의 정점이라는 '검사' 정도는 되어야 원래부터 만연했던 '성추행' 사건이 이슈화된다는 것이 화가 난다. 또한 그런 '검사'조차 여자라는 이유로 성추행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씁쓸하다. 돈이 많아도, 권력의 중심부에 있어도 '여자'라는 꼬리표는 주홍 글씨처럼 박혀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발이 '검사'라는 프레임에 갇히질 않길 바란다. '검사 서지현'이 아닌 '카페 아르바이트생 서지현', '주차 안내 요원 서지현', '용접공 서지현'의 고발에도 우리가 같은 무게를 실어주었으면 한다.

'어떻게 당했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이냐'

서지현 검사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의 제목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였다. 서지현 검사는 사건의 본질은 어떤 추행을 당했느냐가 아니라고 말했다. 대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 관심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입장문을 읽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참다 참다 분노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때론 이렇게 말한다. "진정해. 말로 하지 그랬어." 그러나 그들이 말로 했을 때 우리가 정말 귀 기울여 들었던가? 어떤 것은 분노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성폭력 문제는 절대 피해자의 탓이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분노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출산율이 낮아지는건 여자들 학벌이 높아지기 때문", "나보다 잘난 여자는 부담스러워"라는 말에 분노하면 예민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엄마는 가끔 한숨을 쉬며 내게 "그냥 편하게 살면 안 돼?"냐고 묻는다.

그러나 문제를 똑바로 보는 것,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예민함이라면, 그런 것이 불편함이라면 나는 기꺼이 예민하고 불편한 사람이 되겠다. 이제까지 있어왔고, 지금도 있는, 당분간 있을 것이 분명한 또 다른 서지현 검사를 위해. 나를 위해.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2월 11일, 일 10:2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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