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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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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유태인 학살 막은 덴마크 국왕의 묘안
[짬내어 그림책 읽는 교실] 카르멘 애그라 디디 글, 헨리 쇠렌센 그림 <노란 별>


(서울=오마이뉴스) 이준수 기자

(강원도 탄광 마을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 시간, 수업 틈틈이 짬내어 그림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림책 같이 읽으며 나온, 아이들의 말과 글을 기록합니다. - 기자말)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 나는 이 말을 교사가 되어서야 온전히 이해했다. 학급에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꼭 한두 명씩 있었다. 언뜻 보면 모르는데 며칠 지내면 어떤 식으로든 티가 났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평범해 보이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눈에 잘 띄었다.

여기서 평범함이란 "혹시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는 상태를 의미했다. 다문화 아이들은 상대가 자신의 출신을 눈치챘다는 걸 감지하면 얼른 자리를 뜨거나 화제를 돌렸다. 그들은 주목받길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까무잡잡한 피부와 어눌한 특정 발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튀면 힘들다, 다르면 불이익을 받는다.'

자기를 내세우지 못해 안달인 시대에, 돋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인생은 얼마나 안쓰러운가. 한국인이 스스로를 한국인임을 증명해야 하는 일상은 고단하다. 한국 땅에 살고 한국 국적 있으면 그냥 한국인으로 편안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되는 걸까? 카르멘 애그라 디디가 쓰고, 헨리 쇠렌센이 그린 <노란 별>은 1940년대 덴마크가 배경이다. 바로 그곳에 내가 찾던 답이 있었다.


▲ 카르멘 애그라 디디 글, 헨리 쇠렌센 그림 <노란 별> ⓒ 해와나무

"덴마크라는 조그만 나라에 덴마크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키가 큰 사람, 뚱뚱한 사람, 나이 든 사람, 어리석은 사람, 괴팍한 사람 그리고 훌륭한 사람까지, 전부 덴마크 사람들이었다. 성격과 생김새는 제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크리스티안 왕을 믿고 따랐다.

"요즘도 왕이 살아요?"
"응, 덴마크에 왕 아직도 있어. 옆 나라 일본도 그렇잖아."

왕이 없는 나라에 사는 어린이들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집에서야 공주님, 왕자님 소리를 듣고 살지만 애들도 다 안다. 엄마 아빠가 결코 왕이 아니며 자기도 나이를 먹으면 왕족 호칭을 떼야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진짜 왕인 크리스티안 10세는 왕스럽지 않게 호위병도 없이 수도 코펜하겐 거리를 둘러본다. 그 모습에 덴마크 국민들은 뿌듯하게 가슴을 폈다.

"백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왕에게 호위병이라니... 우리 백성들 모두가 왕의 호위병인 걸."

그런데 평화롭던 덴마크에 나치의 군대가 먹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덴마크 궁정에는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나부꼈다. 책 읽어주는 교사는 일제강점기 경복궁에 걸린 일장기가 떠올라 욱하는 반감이 치솟는데, 아이들은 무덤덤했다. 3학년은 나치를 모르고, 나라 잃은 비극을 모르기에 우리 상황으로 바꿔보았다.

"일본 군인들이 쳐들어와서 교실에 있는 태극기 떼 버리고 일본 국기 걸어 놓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말도 안 되죠. 화나요!"
"덴마크 사람들이 그랬어.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랬어. 태극기 단 지 얼마 안 됐단다."

크리스티안 왕은 병사를 시켜 나치 깃발을 내리게 했다. 독일군 사령관이 한 번만 더 그러면 깃발 내리는 병사를 쏴 죽이겠다고 협박하지만 왕은 자기가 그 병사가 될 것이니 제대로 각오하라고 맞선다.

"올~ 멋지다. 왕 같아."

이제야 슬슬 왕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진정한 시련은 이제부터였다. 코펜하겐 거리에 위협적인 종잇장들이 뒹굴었다.

경고! 유태인은 반드시 눈에 잘 띄도록 가슴에 노란 별을 달고 다녀야 한다!


▲ 나치는 거리낌 없이 혐오 유인물을 뿌렸다. ⓒ 해와나무

"유태인이 뭐예요?"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말해. 덴마크에도 유태인이 살았어."
"근데 왜 노란 별을 달아요?"

질문을 아끼는 수민이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이름을 못 들었거나, 유대교 사람들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아이들 눈에도 경고문이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인쇄물을 발견한 덴마크 사람들은 겁에 질렸다. 노란 별을 단 유태인들이 어디론가 끌려간 뒤 소식을 알 수 없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별을 숨기려면 어디에 숨겨야 할까?"

크리스티안 왕은 번민했다. 유태인도 덴마크 국민이었다. 만일 왕이 군사를 일으켜 나치에 대항한다면 수많은 백성이 죽을 테고, 가만히 있어도 유태인 국민이 죽을 판이었다. 답을 찾지 못한 왕은 발코니로 나가 별이 가득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왕이라면 어떻게 할래?"
"유태인들을 몰래 도망가게 해요."
"별을 아주 작게 만들어서 눈에 안 보이게 숨겨요."
"안 만들고 버텨요."

비록 유태인의 존재를 처음 알았지만 아이들은 그들을 지키고 싶어 했다. 유태인 수호대는 전두엽을 최대치로 가동하여 방법을 짜냈다. 그러나 나치 사령관으로 변신한 담임은 단호한 논리로 반박했다. 나치 두목의 압도적 무력과 겁박이 계속되자 아이들은 거의 울상이 되었다. 악독한 선생님은 거기서 그만두지 않았다. 나는 거의 히틀러로 빙의해 혀를 놀렸다.

"안쓰러운 덴마크인들아, 고생하지 말고 노란 별로 유태인 표시만 해! 그럼 나머지는 안 건드릴게."

악마의 속삭임에 좌중이 술렁였다. 권력자가 싫어하는 몇 놈만 없으면 편안히 자기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유태인을 싫어해야 할 근거를 그럴싸하게 풀어놓았다.

"유태인들은 돈으로 너희들을 고용해 은근히 부려먹었어. 앞에서는 깨끗한 척 하지만 속은 알 수 없는 부류라니까. 유태인에게 돈줄을 빼앗긴 너희 덴마크는 순수한 덴마크 사람들의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

간사한 연기가 잘 먹혔는지 평소에 내 말을 무지 잘 듣는 J와 S가 넙죽 고개를 숙였다.

"예 대장님, 유태인에게 노란 별을 달겠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너희 둘이 유태인이구나. 딱 보면 알아 어떤 피가 흐르는지."
"아니에요! 저 유태인 아니에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정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짜 노란 별을 다는 시늉을 하자 주변에 있던 애들이 깔깔 넘어갔다. 우리는 누구나 유태인이 될 수 있었다. 중세 시대에는 가짜 마녀가, 냉전 시대에는 날조된 간첩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무수히 목숨을 잃었다. 그럼 크리스티안 왕의 유태인 백성들의 운명을 어떻게 되었을까?


▲ 노란 별을 단 사람들은 어디론가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 해와나무

크리스티안 왕은 이튿날 아침 최고의 옷을 입고 코펜하겐 거리로 향했다. 왕의 왼쪽 가슴팍에는 노란 별이 달려 있었다. 왕을 본 백성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훗날 나치는 노란 별 단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려면 덴마크 국민 모두를 체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늘 그랬듯 덴마크에는 덴마크 사람들만 살고 있었다.

우리 반 유태인 수호대는 왕의 현명한 처사에 박수를 치며, 천재라고 치켜세웠다. 그런데 단 한 명 다문화 자녀 K가 혼자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만 섞인 얼굴이었다.

"나치가 총 쏘면 사람들이 노란 별을 뗄 것 같아요."

꼬마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기적같은 결말을 거부했다. 총칼 앞에 우리는 모두 두렵다. 개인의 안위를 위해 누군가를 팔아넘기고 생을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란 별을 단 사람들이 죽고 나면 독재자와 폭력 정권은 또 다른 별을 만들어 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K의 두려움을 탓하고 싶지 않았다.

K는 다문화 자녀로 살면서 얼마나 자주 노란 별을 달았을까? K가 만난 사람들은 그림책 속 덴마크 국민들처럼 기꺼이 노란 별을 달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내 왼쪽 가슴을 떨리는 심정으로 내려보았다. K는 내게서 노란 별을 보았을까? 크리스티안 왕의 목소리가 무겁기만 하다.

"별은 별들 속에 숨을 때 가장 안전하단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8년 2월 10일, 토 10:5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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