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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MBC anchor, Sohn returned 122017
"수모 견디며 MBC에서 버틴 손정은, 기회 주고 싶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37] 김재영 MBC < PD수첩> PD



▲ MBC < PD수첩 > 'MBC의 몰락, 7년의 기록'을 연출한 김재영 PD. ⓒ 권우성

(서울=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탐사 프로그램 MBC < PD수첩>이 제작진의 파업으로 결방된 지 5개월여만인 지난 12일 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MBC의 몰락, 7년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지난 7년간 MBC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보여주었다. '망가진 MBC 보도'에 관한 제작진의 반성문 성격이 짙었다.

특히 그동안 부당 전보 등으로 방송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손정은 아나운서가 스페셜 MC로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래서였을까,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4일 방송된 < PD수첩>은 전국 기준 5.1%를 기록했다. 이는 제작 거부 전인 7월 18일 기록한 2.6%보다 두 배 오른 수치다.

취재 뒷이야기와 내부 반응 등이 궁금해 지난 14일 서울 상암 MBC에서 < PD수첩> 'MBC의 몰락, 7년의 기록'을 연출한 김재영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동안 MBC가 시청자에 준 상처, 우리가 받은 탄압보다 크다"

- < PD수첩> 'MBC의 몰락, 7년의 기록' 편이 화제였고 시청률도 2배 올랐는데, 예상하셨어요?
"< PD수첩>이 재개하는 데 대해 대중들 반응이 있다는 건 방송 전에 직감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시청률은 잘 나온 편이라는 생각이에요. 방송을 준비하면서 시청자들이 MBC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아니고 일종의 애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 '애증'이요?
"어떤 존재에게 미움이 있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고. 어쩌면 좋아했던 만큼 실망도 크다는 뜻인데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도 MBC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애증이 있는 걸로 해석하더라고요."

- 6~7년 만에 연출하셨잖아요. 엄청 열의를 가지고 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어요?
"2012년에 170일 파업과 정직, 신천교육대를 거치면서 한 1년 반 정도 제작을 못 했고, 김종국 사장 때 잠깐 1년 정도 제작에 복귀했다가 2014년에 교양국이 해체되면서 또 3년 정도 연출을 못하고 주조종실 MD로 있었어요. 3년 만에 복귀해서 걱정을 꽤 했는데, 생각보다 아직 감이 살아있긴 하더라고요."

- 지난 3년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DMB 주조종실 MD로 있었어요. 송출하는 곳이라 MBC 뉴스와 프로그램을 강제(?)로 봐야 하는 형벌을 받았죠. 그런데 그만큼 모니터를 많이 해서 이번에 7년의 기록을 제작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죠. 예를 들면 촛불시위나 탄핵 직전에 MBC 뉴스가 어떻게 선전·선동을 하고 왜곡을 했는지, < PD수첩>이 얼마나 연성화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리였거든요."


▲ 12일 방송된 MBC < PD수첩>의 한 장면. ⓒ MBC

- 손정은 아나운서가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광화문 광장에서 했잖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쳤던 덕분에 사실 MBC도 정상화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겨울 매주 광화문에서 열렸던 대규모 촛불시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전환시키는 굉장한 계기였죠.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오랜 시간 진실을 위해 싸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로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손정은 아나운서를 진행자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손정은 아나운서는 무엇보다 좋은 아나운서입니다. 딕션부터 태도까지 그만한 진행자를 찾기 어려웠고요. 그런데 이런 재능과 자질이 있는데도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TV 출연을 하지 못했습니다. 라디오 타이틀 녹음도 못하게 할 정도로 집요하게 손정은 아나운서를 괴롭혔는데요. 그런 수모를 견디면서 MBC에서 버틴 손정은 아나운서가 그나마 남아있는 MBC의 정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첫 취재할 때 느낌이 어땠어요?
"봉고차를 타고 다니면서, 예전 그 느낌이 살아나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도대체 이렇게 소박한 일을 왜 하지 못했는지 새삼 억울함을 느꼈습니다."

- 내용을 보면 그동안 보도가 어떻게 왜곡되어 나갔는지에 초점을 맞추셨고, 사내의 부당발령이나 구성원들이 받았던 탄압은 비중을 덜 두셨다. 아무래도 구성원들의 탄압 부분은 변명처럼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정확하게 보셨는데요. 탄압을 당한 건 맞지만, 그보다 MBC가 사회적인 흉기로서 시청자에게 준 상처는 그 탄압 이상으로 크고 무거운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탄압, 제가 당한 억울함은 사실 MBC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밝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으로써 풀 수 있는 성질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스스로 '우리 힘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냉정하게 MBC가 사회에 준 상처를 먼저 돌아보는 게 정직한 자세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MBC에서 '금기어'였던 세월호 "자괴감, 미안함... 창피했다"

- 세월호에 대한 부분도 나와요. 그동안 MBC에서 세월호는 '금기어 아닌 금기어'가 되었잖아요. 세월호를 취재하며 기분이 묘했을 것 같은데.
"(지난 MBC 보도로) 시민들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세월호 유가족에게 가장 큰 아픔을 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행자인 손정은 아나운서가 직접 유가족을 찾아가서 김영오씨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상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 MBC의 지난 세월호 보도를 보면서, 어떠셨어요?
"생각보다 끔찍했고요. 무엇보다 프로그램에도 나오지만,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MBC는 언론기관 중에서 당시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쓰는 언어와 태도와 가장 유사하다는 게 객관적으로도 증명이 되었죠. 공영방송이 '집권당 기관방송'처럼 행동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건데요. 사실상 참사였던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둔갑시키는 데 앞장선 셈이죠."

- MBC 구성원이라는 것에 대한 자괴감도 컸을 것 같아요.
"자괴감, 미안함... 창피했어요. 그런 사실들을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새삼 깨달았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싸웠는지, 힘들었는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없었죠."

- MBC 전직 보도국 보직 간부를 취재하셨잖아요. 어떤 걸 느끼셨어요?
"'과연 이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른바 '부역자들'이 대부분 그랬는데요. 예를 들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그들이 당시의 시대에 핍박을 받거나, 당시 시대의 민주주의나 정치적 상황에 저항하던 그런 사람들이 전혀 아니거든요.

그때 언론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프로그램 제작하고 하던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면 안광한 전 사장 같은 사람은 최문순 사장이 중용했던 사람이죠. < PD수첩> 망친 백종문, 윤길용씨 같은 사람들도 < PD수첩>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아이템들 자유롭게 제작하던 사람들이었죠. 아마 기자 출신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동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시청자를 배신했다는 게 사실 믿기지 않죠."

-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무래도 전·현직 임원들을 인터뷰하려고 할 때 다들 몹시 피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오정환 전 보도본부장을 빼면 단 한 명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는데요. 특히 최기화, 김도인 등 현직 임원들의 경우 카메라가 MBC 현관에 있으면 지하주차장으로 가고, 지하주차장에 카메라가 있으면 다시 차를 돌려서 회사에서 아예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뭔가 비참한 심정이었습니다."

- 이번 < PD수첩> 프로그램의 중점은 어디에 두셨어요?
"'우리는 변명하지 않고. 우리는 냉정하게 MBC 문제를 직시한다. MBC가 했던 보도 참사와 제작 자율성 침해는 바로 MBC 구성원들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국정원 문건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그대로 실행한 MBC 내부자들이 없었다면 문건은 문건일 뿐이었겠죠. 현실은 문건이 그대로 진행된 것이고, 문건이 바로 실제상황이 되는 데에는 MBC 내부자들의 적극적인 부역과 침묵이 있었다는 걸 잊지 않아야죠."

"국정원 문건, 'MBC가 이명박 정부엔 반정부단체였구나' 싶었다"


▲ MBC < PD수첩 > 'MBC의 몰락, 7년의 기록'을 연출한 김재영 PD. ⓒ 권우성

- 최승호 사장이 제작했던 영화 <공범자들>이 있잖아요.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했을 것 같은데.
"<공범자들>의 정재홍 작가가 이번 < PD수첩> 작가였죠.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요. 무엇보다도 국정원 문건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였죠. <공범자들> 제작할 때는 그 문건이 발견되기 이전이었잖아요. 저희는 '국정원 문건에 초점을 맞추고 최대한 냉정하게 가자'고 정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 방송에 관해 내부 반응은 어때요?
"내부 반응은 좋은 편일 거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좋은 편이라고 팀장 등으로부터 듣고 있습니다. 시청률도 수도권 기준 5.8%면 잘 나온 거라고 하네요. 시청자들이 사실 내용이 쉽지 않고 불편한데도 그 정도로 봐주신 의미는 시청자가 MBC에 가진 애증이 아닐까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 2009년 엄기영 사장일 때도 신경민 앵커 하차 등이 있었잖아요.
"엄기영 사장이 우유부단했고, 당시 신경민 앵커 하차는 명백히 이명박 정부의 요구였다는 게 확실하죠. 하지만, '7년의 기록'이라는 제목을 보듯이 저희 프로그램은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과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작성에 초점을 더 맞췄다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권력의 언론장악을 정리하며 느끼신 것도 있을 것 같은데.
"'굉장히 집요했구나, 역사적으로도 한 방송사를 망치기 위해, 장악하기 위해 정보기관이 이렇게 치밀하게 계산하고 덤벼든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그 국정원 문건에 나온 언어들이 생경했어요. '좌파의 해방구, 좌파 일색, 퇴출, 제거, 미봉책' 등등 군사작전에 나오는 용어들이 그 문건에 고스란히 적혀있었는데요. 'MBC가 이명박 정부에게는 반정부단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왜 이렇게 증오를 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 MBC에 대한 시민의 기대가 커요. 하지만 12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보도가 논란인데(지난 11일, MBC는 '단독'으로 '이례적 중동 특사 파견… MB 비리 관련?'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중동 특사파견이 이명박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고, 청와대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라며 반박했다).
"제가 그 보도는 잘 몰랐고, 어떤 맥락에서 논란이 되는지 잘 모르는데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면서 '지금의 보도가 10년 후에도 부끄럽지 않을 그런 보도여야 한다' 란 취지의 말을 한 걸로 기억하는 데.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이제 시민들이 바라는 건 단순히 특종이나 사실의 폭로가 아니라 깊이 있고, 근거가 충분한 고품격의 저널리즘이라는 걸 끊임없이 명심해야죠."

- 파업기간 중 <경향신문>에 'MBC 몰락 10년사'를 연재하셨잖아요. 망가진 회사를 되돌아보는 게 고통스러우셨을 것 같은데.
"<주간경향>에 20회 정도 기고를 했고 <경향신문>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분이 잘 봐주셨습니다. 그때 기고하면서 정리한 사실들이 이번 프로그램에 일정 부분 반영이 되었죠. 그런데 그 글을 쓰면서 느낀 자괴감보다 이번에 프로그램 제작을 하면서 직접 실상을 확인했을 때 느낀 자괴감이 컸어요. 그만큼 물리적으로 제가 직접 확인한 MBC의 현실은 더 끔찍했다고 할까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MBC 구성원들이 환골탈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텐데요. 끊임없이 지적해주시고 충고를 부탁드립니다. 질책과 비판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12월 21일, 목 11:5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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