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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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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가 읽지도 않고 '비장하게' 쓴 추천사
[리뷰] 이용마 MBC 해직기자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서울=오마이뉴스) 지유석 기자 = "이용마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사람이다. 말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그를 표현할 때 다른 방법이 없다. 시한부라는 현실과도 그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초고를 받았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 읽지 않고 쓰는 것은 나의 비장함이다. 힘내시게, 이용마."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쓴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에 남긴 추천사다. 실제 이 책에 적힌 글 한 줄 한 줄에서 오롯이 소신대로 살았던 이용마 해직기자의 삶이 묻어난다. 그렇기에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손 사장의 인물평은 정확하고, 아름답다.

이용마 해직기자의 사람됨은 자신의 출신을 감추지 않은 데서 잘 드러난다. 그의 사람됨을 언급하기에 앞서 이 책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적어야겠다. 현재 이 기자는 복막 종피종이라는 희귀암과 투병 중이다.

그는 최승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공범자들>과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극도로 수척해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기자는 자신의 두 아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경험을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요약하면, 이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암투병 중인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남기는 글인 셈이다.

"내가 없다 해도 나의 경험이 너희들(이 기자의 두 아들 - 글쓴이)의 삶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중략) 이 글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정리이자, 우리가 살아온 세상, 우리가 바꾸어야 할 세상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다. 내가 살면서 얻은 경험, 주요 고비마다 했던 고민, 그동안 보고 들었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솔직하게 정리했다. 기자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자 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자녀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물려주기로 한 데서 그의 사람됨이 드러난다. 지금은 고위직 인사들이 자신의 힘과 줄을 동원해 자신의 자녀들을 안정적인 직장에 '내리꽂는' 시절 아니던가?

게다가 앞서 적었듯 자신의 출신을 감추지 않은 데서 또 한 번 독자를 감동시킨다. 이 기자는 자신이 전북 남원의 시골농가에서 태어났고, 상경해 가정을 꾸린 뒤에도 자신과 자녀들의 본적을 계속 남원에 뒀다고 밝혔다. 이렇게 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인 지역주의를 타파하고자 하는 작은 소망 때문이다.

"그런데, 호남 출신들의 경우 영남이나 충청 등 다른 지역 사람들과 달리 본적을 수도권으로 옮긴 사례가 꽤 많다. 내 친척들 중에서도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이사한 사람들 상당수가 본적을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옮겼다. 본적지, 즉 출신지를 따지는 중요한 이유는 호남 출신에 대한 차별 때문이다." - 본문 37쪽

"지역주의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내가 본적을 옮기지 않은 이유와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나마저 출신지를 숨기고 도망가기 싫었다. 또 호남이 차별을 받는 사회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그런 사회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호남 출신임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 - 본문 43쪽

MBC는 권력에 취약했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두 아들을 위해 남긴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 ⓒ 창비

이 기자 스스로 두 아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두 아들에게만 주기에는 소중한 제언들이 넘쳐난다.

우선 공영방송 MBC가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시절 동안 왜 암흑기를 보내야 했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해답을 주리라고 본다. 나 스스로 손석희 사장, 최승호 현 뉴스타파 앵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인을 배출한 MBC가 정권이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에 저토록 쉽게 망가졌는지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기자가 전한 MBC의 실상은 달랐다. 이 기자는 사회부 시절 MBC를 파괴한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재철 전 사장과 함께 일했던 기억을 털어 놓는다. 이 대목을 읽어보면 MBC는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장악할 수 있을 만큼 취약했다는 점이 금방 드러난다.

"당시 김재철 사회부장은 막내 경찰 기자들에게도 절대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중략) 김 부장은 당연히 선배들에게도 잘했다. 물론 콘텐츠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처세술 덕분에 <시사매거진 2580> 등 시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보도제작국장을 하고 계열사 사장, MBC 본사 사장까지 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항상 여당이 되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었다. 사실 많은 선배들이 비슷했다. 선배들 중에 기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입사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 전두환 정부 시절 언론이 정권에 완전히 장악되어 있을 때 입사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저 월급쟁이였고 더 좋은 출입처, 더 좋은 자리를 원했을 뿐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 부장이나 국장에게 비굴하게 굴었다." - 본문 153~154쪽

이 대목을 읽으며 이런 의문이 생겼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항상 여당이 될 준비를 갖춘 '언론인'들이 비단 MBC에만 존재할까? 공영방송 KBS는, 그리고 다른 언론들은?

현재 MBC는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사장 하나 바뀐다고 곧장 정상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언론인들의 자성이 수반되지 않으면 공영방송 정상화는 요원하고, 언제든 정권에 장악당하는 일이 되풀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기자의 경험은 참으로 귀하디 귀하다.

국민대리인단 제도가 답이다

마침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하고, '언론장악방지법'도 발의된 상태다. 언론장악방지법의 뼈대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회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여야 이사진을 7대 6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또 사장 선임 시 이사진 과반이 아닌 2/3 찬성이라는 특별 다수제를 통해 야당도 동의할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이 법안이 '최악'이라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야당이 원하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지는 못해도 최소한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은 절대 사장이 될 수 없다. 여야 모두의 동의를 받을 만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너무나 인품이 고매해서 인간계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분이거나, 양쪽의 눈치를 보는 기회주의자이기 십상이다. 사실 김재철 전 사장이야말로 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중략) 반대로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소신 있는 사람은 절대로 공영방송 사장이 될 수 없다. 야당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본문 350~351쪽

이 기자는 직선제 역시 정파성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이에 궁극적인 대안으로 국민대리인단을 내놓는다. 국회가 교착될 사안이 발생할 때에 한해 성별·연령별·지역별·학력별 비례 등을 따져 무작위 추첨을 실시한 뒤, 여야 대표들의 검증을 거쳐 꾸리자는 제안이다.

이 기자는 국민대리인단을 비단 공영방송 사장뿐만 아니라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권력기관 장을 뽑는 데에도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당리당략을 넘어 개별 후보자의 자질 여부만을 논할 수 있고, 국민들도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식으로 권력기관의 장들이 뽑힌다면 이들 권력기관은 더 이상 정치권이나 특정 정치세력을 바라볼 필요가 없어진다. 앞으로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 권력기관은 편파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국민의 평가 기준은 평균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 본문 355~356쪽

이 기자는 현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에서 미완에 그친 개혁과제를 또 다시 미완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적폐'로 규정된 우리사회의 기득권 체제의 성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보다 정교한 철학을 구축해 개혁을 완수해 내야 한다. 이 기자는 이 지점에서 '경제철학'을 강조한다.

"경제관료는 재벌과 유착되어 있고, 재벌은 족벌 언론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박정희 시절부터 이어져온 삼두마차이자 한국 사회의 기득권 체제다. 이 기득권 체제를 극우보수 정치세력이 떠받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개혁은 당연히 기득권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개혁세력은 기득권을 뒷받침해온 경제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 있는 확고한 경제철학을 갖춰야 한다." - 본문 174쪽

이 기자가 앓고 있는 복막 종피종은 환자가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10명 이내일 정도로 희귀한 질병이라고 한다. 하도 희귀해서 치료법도 없는 몹쓸 병을 앓고 있는 와중임에도 이 기자는 본인 한 몸만 챙기기보다 왜곡된 우리 사회를 걱정하고, 언론이 바로 서기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 적힌 한 줄 한 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부디 이 기자가 암을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현장에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론, 검찰 등 권력기관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또 훗날 장성한 아들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인생의 귀한 경험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기자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12월 02일, 토 5:2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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