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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KCIA's illegal investigation 112217
"국정원 '외통수'에 걸렸다
내 불법사찰 파일 내놔라"
[내놔라 내파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인터뷰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정대희

(서울=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 = "너, 배떼기 두께가 몇 센티야? 한번 푹 쑤셔서 암매장하면 너 같은 새끼는 끝이야."

"군대 안 갔던데 돈 주고 뺐지? 언론에 알리면, 넌 죽어."

"너한테 어린 애가 있던데, 조심해라."

섬뜩했단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63,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이사장)이 지난 1996년 여름에 받았다는 수많은 괴전화 내용의 일부다. 곽 전 교육감은 사시성 복시(사물이 둘로 보임)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이런 사실을 왜곡해서 협박한 것이다. 한번은 그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자식 간수를 못 했는데, 손자 간수는 잘하라"고 협박당했다.

어머니는 손자를 데리고 한 달 동안 집에서 멀지 않은 유치원을 오고 갔다. 당시 곽 전 교육감은 1996년 말 안기부법 개악 날치기 사건을 앞두고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벌였다.

[불법 사찰] "나는 이렇게 당했다"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정대희

"뚜뚜뚜- 따르르."

그가 서울시교육감에 취임한 뒤부터 휴대전화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는 "전화가 도청되는 게 틀림이 없었다"면서 "지인에게 부탁해 다른 전화를 개설했는데, 처음에는 이상이 없다가 48시간 뒤부터 전화를 받으면 다시 똑같은 신호음이 나서 그다음부터 전화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그러려니 적응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사무총장과 서울교육감을 지낼 때 국정원 담당 국내정보관(IO)이 있었어요. 몇 번을 만나자고 연락이 왔는데 거절했죠. 저는 97년 2월 정보기관 법적 통제에 대한 국제심포지엄도 열었고, 국정원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비판 글을 써왔습니다. 찾아와 인사하는 게 관행이긴 했지만 제가 어떻게 잘못된 관행을 따를 수 있겠어요. 나중에 들으니 저에게 퇴짜를 맞은 정보관들은 경질됐다고 하더라고요. 국정원 내에서 원성이 자자했겠죠."

그가 지난 2010년 서울시교육감에 취임하자 소위 보수우익 진영이 사사건건 각을 세웠다. 그가 '체벌 전면 금지' 학교인권조례를 발표하자 교총과 MB 교육부, 보수우익 언론들이 총공세를 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무상급식 문제로 각을 세우고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자, 보수단체와 한나라당이 합세해서 오 시장을 극력 엄호했다. 곽 전 교육감은 국정원이 무상급식과 주민투표 국면에서 자신을 상대로 엄청나게 심리전을 펼쳤을 게 틀림없다며 국정원개혁위에 이 부분의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후 이틀 만에 그의 교육감직을 박탈한 '사후 매수죄' 사건이 터졌다.

"그때 '곽노현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마타도어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어버이연합 등이 제 집과 서울교육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었습니다. 신문에 저를 비판하는 의견광고도 냈죠. 검찰은 제 피의사실을 보수언론에 기획 배급하고 국정원은 저에 대해 심리전을 수행했지요. 얼마 전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발표했는데요, '양의 탈을 쓴 늑대'는 국정원이 퍼트린 말이었어요."


[내놔라 내파일] "국정원, 외통수에 걸렸다"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정대희

지난 10월 24일 '국민사찰근절과 국정원개혁을 위한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내놔라시민행동)이 출범했다. 국정원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정보공개청구운동이다. 곽 전 교육감과 박재동 화백 등 6명이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지난 9일에는 1차 청구인단의 정보공개청구서를 국정원에 제출했다. 550명이 시작했지만, 1만 명을 모을 계획이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종교계는 함세웅 신부와 명진 스님 등이 나섰다. 박근혜 정권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찍혔던 박재동 화백과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신학철 화백, 안도현 시인도 요청했다. 노동계에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선출직 공무원으로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등 30여명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보기관에 대한 법적 통제라는 제목의 97년 2월 국제 심포지엄 때 미국 진보단체와 개인이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정보공개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우리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의미가 없었어요. 정부여당이 국정원을 감쌀 게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르죠. 정권 교체된 뒤 정부여당이 적폐청산에 나서고 있어요. 정권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정원 개혁은 시민동력이 필요합니다. 광장에서 외치고 촉구해야 합니다."

곽 전 교육감이 '내놔라시민행동'을 시작한 이유다. 그는 "얼마 전에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한 국정원의 불법 사찰이 드러났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노동계와 시민사회, 학계 등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 정보 수집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정원과 경찰을 포함한 정보기관들은 그동안 노동조합운동을 사찰했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쟁의 사업장은 모두 사찰했겠죠. 국가 안보와 무관한 노동 기본권 행사입니다. 이걸 탄압하고 사찰하는 게 국가 안보를 좀 먹는 짓이죠. 전국 노조위원장과 노동활동가만 해도 수천 명입니다. 시민사회단체도 사찰했겠죠. 지역은 더 심했을 겁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에 반하고 심지어 국가 안보에 반하는 사찰 적폐를 이번에 근절해야 합니다."

그는 이어 "자기가 사찰을 당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1만 명의 시민이 정보공개를 신청하면 국정원 개혁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되고, 불법 사찰의 범주와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며 "국정원은 정보공개법에 명시된 불법 사찰 파일을 확인해줄 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내놔라시민행동 김남주 법률팀장(변호사)은 그에게 "국정원이 외통수에 걸렸습니다"라고 말했단다. 국정원이 비공개로 일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10일 내에 공개 여부를 확정해야 하고, 10일 연장이 가능하다. 김 변호사가 실험삼아 10개 항목의 정보공개를 국정원에 신청했는데, 8개 분야에 파일은 없고, 2개 분야에 자기 비공개 파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단다.

만약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한다면? 내놔라시민행동이 불법사찰건에 대해 행정소송을 지원한다.

[국민사찰시대] 당신의 사생활을 엿보고 있다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정대희

누군가가 당신의 사생활을 엿보고 있다. 그러면 저절로 움츠러든다. 제대로 할 말을 못 한다. 기분이 나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신념과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설마 나 같은 사람까지 사찰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국정원의 불법 사찰은 진보보수 인사를 불문하고 이뤄졌다. 이명박 정권에 조금이라도 성가신 사람은 사찰 대상이 됐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이상돈 의원, 당내 비주류였던 정두언 의원, 홍준표, 안상수, 원희룡... 집권여당의 의원들도 불법사찰의 표적이었다.

"가장 광범위하고 집요한 사찰, 심리전 대상은 민주노총과 전교조일 겁니다. 우리 사회의 이념정치의 표적이었죠. 정치를 이념화하고 싶을 때 언제나 표적이 된 집단입니다. 결국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았고 6만 조합원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했습니다.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와 사회 통제를 위해서였죠.

이런 단체들뿐이었을까요? 광우병 촛불 집회 등 각종 시위 때 경찰은 물대포를 쏘면서도 열심히 채증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정보기관들은 그 영상에 찍힌 시민들이 누구인지를 들여다보았을 겁니다. 인적 사항을 보면서 분류도 했겠지요. 과거 정권에 비판적인 영화나 연극에 후원을 하셨거나, 추모 기금을 낸 명단도 어디인가 남아있을 겁니다."

[나도 혹시?] 30초만 시간을 내면 OK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국정원의 불법 사찰을 의심하는 분이 계실 것이다. 헌법과 정보공개법, 개인정보보호법은 국가기관이 갖고 있는 자기 기록을 열람할 권리와 수정, 파기할 권리를 보장한다. 30초만 시간을 내주시면 된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고 내놔라시민행동이 만든 아래 구글 정보공개청구 양식을 작성하시면 된다.

"열 개 영역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데, 이중 몇 번 항목에 대한 '존부 확인'만으로도 큰 수확이죠. 내 파일이 없으면 안심이 되는 것이고, 만약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면 국정원이 불법 사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겁니다. 부분공개 결정이 날 수도 있겠죠. 이 경우 소송을 다툴 수 있어요. 국정원이 비공개로 결정한 이유가 타당한지를 법원이 판단하는 겁니다.

가령 군 사이버 사령부가 가수 이효리씨를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죠. 국가안보와 연관되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효리 씨가 군 사이버사를 상대로 내 파일 내 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30초면 됩니다."

곽 전 교육감은 "이 캠페인은 폭발적인 호응이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미국 시민이 작년에 FBI에 정보공개 청구한 건만도 1만5천 건이다. 구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지(독일어 : Stasi)의 경우 1991년 1월부터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는데, 동독 주민 300만 명이 청구했다. 작년에도 3만여 명이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구동독 슈타즈는 통일되기 전의 인구 1700만 명 중 600만 명에 대한 사찰 기록이 남아있다.

[국정원 해체] "우린 국정원의 '갑'이 되어야 한다"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정대희

내놔라시민행동의 궁극적 목표는 "국정원 해체"이다. 이를 두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다.

"시민의 힘으로 국가안보와 무관한 국민 사찰시대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게 종식시키는 겁니다. 모든 정보기관들이 국가 안보만을 위해 전문적으로 일하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재편하는 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20~30년 전으로 후퇴했다. 어떻게 해야 불법사찰을 근절할 수 있을까?

"민주당 정권 때 정보기관에 대한 법적 틀을 손대지 않았어요. 국가안보 관련성의 엄격한 해석기준 마련, 비밀분류기준의 재설정과 적용실태의 통제장치 마련, 정보기관 감찰 기구,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무제한적 접근권과 감독권한 보장 등이 절대적인데, 이 부분을 바꾸지 않았죠.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의 힘을 빼려고 국정원장 독대 금지를 임기 내내 실천했어요. 하지만 정권의 철학과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증명됐죠.

법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먼저 정보기관과 집행기관을 분리해야 합니다.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가지면 안 됩니다. 그건 검경에 맡겨야지요. 보안업무 기획조정권도 가지면 안 됩니다. 국정원이 경찰, 검찰, 군, 문광부 등 정보를 수집하는 모든 국가기관의 '갑'으로 군림하기 때문이죠.

제일 큰 문제는 국정원을 감독할 제3의 국가기관이 어디에도 없다는 겁니다. 국정원법상 국정원은 예산당국과 행안부는 물론 국회 정보위원회에 대해서도 '갑'이고 감사원에 대해서도 '갑'이에요. 국가안보 방패만 내밀면 예산, 정원, 직제가 다 프리패스고 감사원 감사도 국회 조사도 다 피할 수 있어요. 이게 국가기관 맞습니까. 현행 국정원법은 국정원 통제법이 아니라 국정원 갑질 보장법, 특권보장법이죠. 이걸 바꿔야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 정보기관은 알려진 것과 달리 KGB(Committee for State Security. 소련이 국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련 국민과 외국인의 활동을 감시·통제하던 비밀경찰 및 첩보조직) 모델"이라면서 "정보기관이 수사권과 밀실 취조실을 갖고 있기에 공포기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관 통제의 근본은 인권 준칙에 따라 엄격하게 정보 수집 대상을 제한하고 그런 규정이 지켜지는 지를 감독할 수 있는 독립기구가 있어야 한다"면서 "국회 정보위에 그런 권한을 주고 독립감찰관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국정원 등 모든 정보기관의 파일과 직원, 시설, 장비를 무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비밀의 장벽 안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 국정원은 스스로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하는 7국과 8국을 폐쇄했어요. 지금까지 수집한 국내정보가 불법이라는 것을 자인한 겁니다. 지난 9년 동안 국정원은 범죄 소굴이었어요. 박근혜 정권이 해경 해체했듯이 달려들면 국정원이야말로 해체 외에 답이 없는 거지요.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법제도 시스템을 바꾸고 국정원이 해외 정보만 수집하게 하는 것, 이것을 국정원 해체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그에게 '국정원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 때문에 정보공개 요청을 주저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위가 조사하고 있지만, '내놔라내파일' 정보공개 신청서도 '스킵'할 수 있겠죠. 명단이 많아질수록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두려워하면 국정원의 을이 되는 것입니다. 두려워하면 계속 두려운 기관으로 남게 되지만 한번 두려움을 이겨내면 국민을 위한 안보기관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습니다. 우린 국민이고 국정원의 갑이 되어야 합니다."

시민행동 동참하기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운동에 동참하길 바라는 시민 또는 문의가 있으신 분은 다음의 연락처로 연락해주길 바랍니다. <시민행동> 사무처장 전문 010-2288-6757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11월 25일, 토 3:5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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