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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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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향한 낙인이 그들을 아프게 한다
[서평]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


(서울=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자 = 해마다 4월이면 동성애자 '육우당'의 추모 기도회가 열린다. 동성애 차별에 저항해 온 육우당은 2003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독교인들의 조직적인 반동성애 운동에 좌절했기 때문이다. 유서에는 "수많은 성적 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경적이고 반인륜적인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가 떠난 지 14년…. 육우당 추모 기도회에 놓인 그의 영정 사진 옆에는 해마다 세상을 등진 성소수자들의 사진이 추가됐다. 사회적 편견과 낙인 속에 오늘도 수많은 성소수자가 자살을 생각한다. 10대로 갈수록 그 빈도는 더 잦아진다. 2014년 'LGBT 사회적 욕구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47%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라는 사실에 대한 괴로움보다는 자신을 향한 혐오와 두려움 때문이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개신교인들은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없다고 말한다.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적 지향' 관련 인권 차별·침해 시정 권고를 내린 사례가 15년간 총 11건으로 1년에 1건이 채 안 됐다며, 한국 사회에는 성소수자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과연 그럴까.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고려대)가 최근 출간한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을 보면 성소수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낙인이 성소수자 정신 건강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김승섭 교수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김승섭 교수가 연구하는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6쪽)이다. 그는 각종 직업군, 특정 집단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질병과 관련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학술 논문을 쓴다. 차별 경험, 고용 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결혼 이주 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 주로 연구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해고 노동자, 세월호 참사 생존자,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기술한다. 존댓말로 조근조근 설명하지만, 팩트로 무장돼 있어 내용이 묵직하다.


▲ <아픔이 길이 되려면> 겉표지

동성애 혐오 발언이 동성애자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김승섭 교수는 학술 논문을 통해, 사회적·제도적 차별이 성소수자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논증한다. 사회에서 동성 관계를 인정하고 보호한다는 법을 제정하면, 이후에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히는 경우가 증가한다고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이 극소수에 미치는 것은, 차별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의 낙인이 두려워 동성애자가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동성애자를 아프게 하는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라는 과학적 상식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는 동성애 혐오가 만연해 있습니다." (199쪽)

반동성애 진영 일각에서는 여전히 동성애가 질병이라고 말한다. 그 근거로 WHO(세계보건기구)의 질병 분류 체계 'ICD-10'에 동성애와 관련해 '자아 이질적 성적 지향 F66.1'이라는 진단명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김승섭 교수는 이것이 잘못된 해석이라 말한다.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는 진단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스스로는 동성애자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문화를 가진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는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고통을 받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병원을 찾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를 뜻하는 진단명인 것"(202쪽)이라고 설명했다.

HIV/AIDS를 둘러싼 잘못된 인식도 지적한다. 반동성애 진영은 남성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승섭 교수는 이 주장이 HIV/AIDS의 발생을 줄이고 관리하는 데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HIV/AIDS 감염인들 삶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반동성애 진영이 무분별하게 찍는 낙인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를 HIV/AIDS의 원인으로 낙인을 찍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존 연구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 기초해 동성애와 HIV 감염을 연관 짓는 것은 HIV/AIDS의 예방과 치료에 큰 장벽이 되었고, 오히려 그 유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적 낙인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동성애자를 비롯해 HIV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집단이 콘돔 사용 등과 같은 적절한 예방 수단에 접근하거나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의 존재를 숨기고 음지에서 행동하게 됩니다. 즉,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동성애자는 HIV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지고 HIV에 감염된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12~213쪽)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으면 "동성애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반동성애 진영 주장이 허무하게 들린다. 동성애자는 그들의 주장에 괴로워하고 심지어 죽음까지 생각한다. 특히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은 교회에서 배척당하고 혐오받는 현실에도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놓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 책은 일부 개신교 진영의 동성애자 사랑이 성소수자를 어떻게 죽이는지 통계로 보여 주기도 한다.

세월호 생존자, 해고 노동자, 그들이 건강하지 못한 이유

김승섭 교수는 2016년 1월부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 조사 연구' 책임연구원을 맡았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대참사'로 불리는 수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살아남은 자'에 대한 기록은 전무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개신교에서는 '세월호 괴담'이 떠돌았다. 일부 개신교인들은 '사망 보상금' 운운하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생존 학생을 비난하는 데 동참했다.

이런 비난은 생존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끔찍한 참사에서 빠져나온 생존자들은 사회의 편견과 비난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그들은 "(특별 전형으로) 제가 욕먹는 건 상관 안 하는데, '친구 목숨값으로 대학 가냐' 그런 말에 좀 화가 나더라고요", "주위 시선들이 걱정됐어요. 아무 생각 없이 웃고 그럴까 봐. '쟤네들 그냥 웃네' 막 이럴까 봐"(164쪽)라고 김 교수와 인터뷰에서 속마음을 드러냈다.

해고 노동자들이 아픈 것도 '해고'라는 사회적 요인 때문이다. 2015년 4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가 당뇨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에 앞서 2014년 1월에는 또 다른 해고 노동자가 뇌출혈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2009년 쌍용자동차 공장 점거 파업 사태 이후, 자살과 질병 등으로 숨진 노동자는 28명에 달한다. 그들에게 공통점은 '해고'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는 과장이 아니다.

"쌍용차 문제는 재난의 문제다. 인간이 만든 해고가 인간 삶을 부수는 극단의 형태로 드러난 정치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이 6년 동안 지속되는 와중에 국가는 해고자와 가족이 다시 설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 주지 못했고 쌍용자동차 관련 노동자와 가족 28명은 죽음으로 이 재난의 사회적 의미를 알려 주었다." (102쪽)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는 합법적으로 시판 중인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 아파도 근무지를 비울 수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도 통계로 보여 준다.

책 제목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픔이, 아픔에 머물지 않고 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확실한 대안까지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며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간직하고 싶다"고 말한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로마서 말씀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11월 19일, 일 10: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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