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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Park Won Sun observation diary 2
모자 쓴 서울시 공무원, 박원순 반응은 '예상 밖'
[박원순 관찰기 ②] 저... 모자 쓰고 출근하면 안 되나요?



▲ 모자는 나요, 나는 곧 모자다. ⓒ 신영웅

(서울=오마이뉴스) 신영웅 기자 = 나는 양말이나 팬티보다 더 많은 수의 모자를 갖고 있다. 흔히 말하는 '모자 덕후'. 길 가다가도 마음에 드는 모자가 있으면 망설임없이 사 버린다. 꼼꼼한 소비를 한다고 자부하면서도 모자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져내리는 자신을 탓해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고쳐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평소 양말은 신지 않더라도 모자는 챙겨 쓰고 나가는 버릇이 있다. 심할 때는 의상에 따라 팬티를 입지 않더라도(...) 의상에 맞는 모자를 쓰기도 한다. 수트에 빈티지 야구캡을 매치하는 것을 선호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복장에 대해 크게 터치를 하지 않던 직장에 다녀서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모자는 늘 곁에 있었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홍보실에 있을 때조차 기자 미팅이 아닌 날은 모자를 챙겨 다녔다.

그러다 인생 최고 위기에 봉착, '어공'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공이란 '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이다. 흔히 우리의 의식 속에 공무원이라하면 정형화된 복장과 칼 같은 출퇴근 시간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은 진짜 옛말이란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지만.

그렇게 일주일을 출근했다. 매번 허전한 기분으로 그렇게 퇴근했다. 여전히 모자를 쓰지 않고 2주가 지나고 그렇게 한 달이 됐는데 내 안에 채워지지 않는 갈급함이 있었다. 머리숱이 부족하거나 두상에 문제가 있어서 모자를 택한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모자, 특히 야구모자로 칭해지는 앞 창이 긴 형태의 모자는 야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와의 추억이자 나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감과 안정감을 주는 도구이기도 하고.


▲ 아버지와의 추억이자 나의 아이덴티티. ⓒ 신영웅

'아... 이게 웬 말인가... 내 인생에서 정해진 틀 속에 사는 일은 이제 없을 거라 그렇게 다짐했는데...'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모자를 사수해야겠다는 다짐과 '이에라이시앙' 정신으로 결국 가장 아끼는 스냅백을 쓰고 출근을 해버렸다! 막상 의기양양하게 출근했지만 막상 서울특별시청사로 들어가려하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두쿵두쿵하는 게다. 스스로 생각보다 내가 그렇게 깡이 좋은 놈은 아닌가 보다 했다. 마치 엄마 지갑에 손을 댄 초딩이 군것질을 실컷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의 그런 기분이랄까? 다시 한 번 마법의 주문인 "이에라이시앙~"을 외치며 청사로 들어갔다.

결국 가장 아끼는 스냅백을 쓰고 출근해버렸다!

게이트에서 혹시 출입을 제지할까봐 평소엔 걸지도 않는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어색하게 웃으며 들어갔다. 무사통과(ㅋㅋㅋㅋㅋㅋㅋㅋ). 살짝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 좋게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출근 시간이라 엘리베이터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 중 눈치게임으로 가장 빨리 올라올 것 같은 놈 앞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문이 열리는데, 아놔... 이런... 엄청 낯이 익은, 선하게 생긴 아저씨가 보인다. 매일 보는 그 아저씨... 날 여기로 데려온 사람... 아재아재 우리 아재... 박원순 서울시장. 나는 최대한 당당한 척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시장님, 안녕하세요..."


▲ 나의 아재, 박원순 시장. ⓒ 신영웅
흐익.

... 사장님 그리고 양복차림의 인사(人士)들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동시에 그들은 레이저로 내 몸을 스캔하듯 훑고 있었다. 통돼지 바베큐가 되는 줄 알았다. 그 레이저를 느낀 난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아니, 삼켜졌다.

옆에 같이 있던 눈치없는 어떤 인사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복장이 자유롭고 보기 좋습니다~, 그렇죠 시장님?" 하고 너스레를 떠는데... 난 그가 무슨 뜻으로 그러는지 잘 알고 있고 있었기에 그의 넥타이 너머로 보이는 울대에 촙샵을 날리는 상상을 했다. 분명 상상만 했다. 아오~.

"옷으로 일하는 거 아니잖아요"

하늘이시여... 하필 그날따라 왜 신발은 버켄(Birkenstock)이었던가...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데 왜 그렇게 반바지가 입고 싶었을까... 평소 긴팔에 반바지가 '인생 최고 간지'라 믿어 의심치 않던 나의 신념을 뒤흔드는 그런 순간이었다. 후우... 식은 땀이 삐질, 얼굴은 여유있는 모습을 유지하려 웃고 있었지만, 정작 볼떼기가 심장이랑 박차를 맞추며 함께 떨리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압박에 입을 여는 순간...

"좋네요~. 다른 분들도 진작 이렇게들 입고 다니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나도 외부일정만 적으면 저렇게 편하게 입고 싶은데. 옷으로 일하는 거 아니잖아요. 얼마나 보기 좋아요~. 편안하고~ 시원하고~, 일도 훨씬 잘될 걸요? (나를 보며) 일 잘되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박 사장님 나이스샷!!

사실 원래부터 구태의연한 것에 대한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이가 주는 '아재스러움'이 있는 것도 알기에 조금 걱정했는데 저렇게 말해주며 미소를 날린다. 그리곤 또 평소와 다름없이 엘리베이터에 탄 모든 직원들의 호구조사를 시작한다. 무슨 부서에서 일하는지~, 일은 힘들지 않은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이럴 때보면 진심 아재스럽다(...).

보통 나이가 들면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에 대해 공고해지고 이 경계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거나 배타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건 이념이나 가치관을 떠나서 '어르신'들에게서 보이는 보편적 현상이다. 우리 부모에게서도 자주 발견되곤 한다. 하물며 가끔은 후배들이랑 대화할 때의 나를 보며 '헉'한 적도 있다. 이른바 꼰대가 돼 가는 것이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이 성공적이었을수록 그 경계는 높아지고 단단해지며 이를 벗어난 것들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

박원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내 예상은 틀린 것이 돼 버렸다. 그와 일할 때는 진짜 곡소리 나지만(상사와 부하직원이 매번 좋을 수는 없지 않느냐), 이런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역시는 역시'란 생각에 잠깐 잘생겨 보인다. 한 30초 간다. 꽤 긴 시간이다.

비서실 내에서는 그를 보고 '진심 귀엽다'고 하는 열성분자도 있... 지금까지 진정성 터졌던 글들이 이 한 문장으로 무너질까 조심스럽지만, 사실이다.

결국 난 그날 이후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게 됐다. 사실 모자를 쓰고 안 쓰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 이제 기술 들어간다) 기존의 공고한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문화가 필요한 우리 사회에 적합한 '아재'가 아닌가 한다.

<나의 욕망 리스트>
-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기
-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를 만들기
- 비정규직을 굳이 없애지 않기(뭬야?)
-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기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11월 13일, 월 5: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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