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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Easy poetry is easy to write? 103117
쉬운 시는 쉽게 쓴 시? 모르고 하는 소리
<나태주 대표시 선집> 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


(서울=오마이뉴스) 고기복 기자 =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시를 써 왔던 나태주 시인이 낸 대표시 선집은 '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부제만 놓고 보면 말랑말랑한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나 싶은데, 연애 감정을 배설하는 시들을 모아놓은 게 아니다.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생텍쥐페리가 쓴 어른을 위한 동화인 <어린왕자>처럼 나태주 시인은 평생 동안 어른을 위한 동시 같은 시를 써왔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일상적이고 쉬운 말로 사랑과 갈등, 좌절과 소망을 노래했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영혼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 나태주 대표시 선집 '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 ⓒ 푸른길

풀꽃시인이라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나태주 시인은 한 송이 풀꽃에도 영감을 얻어 인생을 노래한다. 그렇다고 시라는 것이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닌지라 지난한 창작 과정 속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면 평생 시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한 내공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1970년까지 세월을 거슬러 엮은 시집에선 시인에게 영감을 주었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아이, 꽃, 사랑, 별, 그리움'과 진한 부성을 느끼게 하는 '딸아이'는 언제나 시인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 자극은 영혼까지 자유롭고 사랑을 갈망하게 하며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태주 시인처럼 어린아이도 좋아할 것 같은 시를 쓰는 시인은 평론가나 자칭 시인이라 하는 부류에겐 먹히지 않는다. 뭔가 다른 뜻이 숨겨져 있는 것 같고, 어렵고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해 대야 먹히는 법이다. 그들은 겉이나 속이나 똑같아서 뜯어볼 것도 없는 쉬운 시를 우습게 여긴다. 모름지기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원하기 마련이다.

이런 풍토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나태주 시인은 시를 시인의 세계에서 독자에게로 가져왔다. 시인은 시를 살리는 힘이 독자에게 있다는 뜻으로 시권재민(詩權在民)이란 말을 지어냈다. 그는 독자와 더불어 조금이라도 오래 자신의 시가 세상에 남기를 바란다고 책머리에서 밝혔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작품에 스스로 매료되어 시를 혼자 움켜쥐려고 하지 않는다. 한 편의 시가 독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독자의 가슴을 울리기를 바란다. 그런 바람으로 시인이 세상에 내놓은 시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독자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생명력이 나태주 시의 힘이다.

독자들은 많은 시를 썼고, 오랫동안 시를 써 왔던 시인을 보며 '참 시를 쉽게 쓰는구나, 쉽게 썼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시인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시를 쓰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썼다'고 단정하는 것은 시를 대하는 시인의 치열함을 넘어선 절박함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시인 무덤>은 시인이야말로 날마다 죽음을 경험하며 시를 쓰는 존재라는 자기고백이다.

날마다 쓰는 시가
그대로 무덤인데
무슨 무덤을 또
남긴단 말이냐~!
-22쪽

나태주 시인의 시가 쉽다고 쉽게 썼을 거라고 단정하는 사람은 숙명처럼 한평생 시를 쓰며 살아야 하는 삶을 신세 한탄하는 시인을 봤어야 했다. 절창이라 불리던 선배 시인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계속 시를 쓰겠다고 다짐하는 <시인·1>은 결코 쉽게 쓰지 않았음을 알게 해 준다.

옛날의 솜씨 좋은 시인들은 시를 써
꽃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개울물에 걸어놓고
새들한테 부탁하기도 했다
-중략-
그러나 솜씨가 떨어져도
한참은 떨어지는 나는
겨우 종이에 시를 쓰며 이렇게
한평생 살아갈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다.
-127쪽

시인은 스스로 '겨우 종이에 시'를 쓴다고 한탄했으나, 그의 시는 종이를 넘어 독자들의 마음에 새겨졌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산고와 다를 바 없는 고통 가운데 빚어낸 작품들은 광화문 현판에도 걸려 국민 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괜한 폐나 끼치는 건 아닌지 자책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나태주 시인이 갖고 있는 내공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 준다. <하오의 슬픔>은 겸손이야말로 시인의 덕목임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한 일이라곤 고작
글 몇 줄 쓴 일밖에 없는데
공연스레
하얀 종이만 함부로
버려놓고 말았구려
-198쪽

<나태주 대표시 선집>이 갖는 장점은 일흔을 넘긴 시인의 모습뿐 아니라 청년 나태주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부터 죽을 고비를 넘기기까지 한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한결같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그 갈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한다.

"어찌 오랜 세월 한 번만의 사랑을 허락했을까. 여러 차례의 사랑과 망설임과 좌절과 실패가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허지만 이제 그 소중한 인생도 기울고 안타까운 사랑도 갔다. 다만 인생의 증표와 흔적처럼 몇 편의 시가 남았을 뿐."

꿍꿍이를 알 수 없는 여느 시인들과 달리 속내를 숨기지 않는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말처럼 '시 안에서 잃어버린 생명력을 찾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랑을 하고 있음을 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의 사랑이 담긴 시들이 독자들에게 한들한들 다가간다. 가을엔 시집 한 권쯤은 읽어줘야지.
 
 

올려짐: 2017년 11월 04일, 토 4: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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