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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The Brain Structure of Park Keun Hei supporters 103117
박근혜 지지자들의 뇌구조, 논문에 담긴 태극기집회
[사극으로 역사읽기] 아직도 왕조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스 프레지던트>



▲ <미스 프레지던트>. ⓒ 단유필름

(서울=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열성 박사모 회원들과 박정희 시대를 교차시켜 보여준 다큐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사모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과 박사모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흥미롭고 특별한 기록물이다.

'박사모 집회' 혹은 '친박 집회'하면, 일당 받고 관광버스 탑승한 사람들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생각 외로 적은 듯하다. <당대비평> 편집주간 및 한백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김진호의 논문 '태극기집회와 개신교 우파'에 이에 관한 언급이 있다. 새얼문화재단이 발행한 <황해문화> 2017년 6월호에 실린 이 논문에서는 "우리는 (친박) 집회에 동원된 또 다른 이들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3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남한 내의 탈북자 중 절반 이상이 개신교와 연관되어 있다. ······ 탈북자가 개신교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정적 후원이다. 일상적인 후원 외에도 취업과 연줄의 기회가 제공되곤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언급할 것은, 일당을 받고 특정한 행동에 동원되는 일도 잦다는 것이다. 이른바 알바데모가 대표적이다."

돈을 받고 친박 집회에 동원되는 이런 예외를 제외하면, 상당수 참가자들은 금전적 대가 없이 먼 거리를 달려가 집회에 참여한다. <미스 프레지던트>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다.

박사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다 <미스 프레지던트>

청주에 사는 조육형 농민은 아침이면 의관을 정제하고 선비 복장을 갖춘다. 그런 다음, 박정희·육영수 사진에 절을 하고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한다. 그는 박정희 부부에게 절을 올린 다음에야, 작고하신 부모님께 절을 올린다. 새마을운동 지도자로서 청년기를 보낸 그는 박사모 집회에 참석코자 자비를 들여 서울역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

울산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김종효 사장 부부는 영업장 벽면을 박정희 부부 사진으로 도배해놓았다. 거부감을 표시하는 손님들이 많지만, 부부는 개의치 않는다. 부부한테 박정희의 죄상을 설명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

"친일을 했다, 사람을 많이 죽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귀에 안 들어와"라고 부부는 말한다. 식당 주인의 가치관이 싫으면 식사하러 오지 않아도 좋다는 식으로 이들은 말한다. 이들 역시 박사모 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달려간다. 이렇게 신념으로 가득 찬 이들에게 일당을 내밀었다가는, 내민 사람의 손이 부끄러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 2016년 연말의 친박 집회. ⓒ 김종성

조육형 농민이나 김종효 사장 부부를 포함한 영화 속 인물들은 박사모나 친박세력이 결코 다수가 아님을 알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시원하게 인정하지 않을 뿐,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박정희가 나쁜 행적을 남긴 것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난한 국민들을 먹여 살렸으니 다 된 거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박근혜가 저지른 죄악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최순실과 철저히 분리시킴으로써 박정희의 딸을 감싸려 한다. 박정희 생가 내부의 박정희 동상 앞에서 연거푸 큰절을 하던 여성은 박정희 시절을 추억하면서 "얼마나 살기 좋았어요!"라고 말한 뒤, 박근혜의 죄악에 관한 대목에 이르자 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졌다.

"최순실 저 나쁜 *한테 걸려가지고"라며 "그 *도 보나마나 좌익에 걸려들었을 거야! 뻔해! 어떻게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라면서 그는 열변을 토했다. 결국, 이른바 종북좌파한테 국정농단 책임을 죄다 전가해버리는 것이다.

이들이 시간과 돈을 희생하면서까지 박정희 가족에게 맹목적 충성심을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청춘기였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기도 하고 새마을운동 이념이 자신들의 가치관과 일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대체로 부지런하고 근면하다. 새마을운동에서 강조됐던 근면·자조·협동을 몸으로 실천한 이들이다.

이들이 집회에서 열정적으로 태극기를 흔드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자신들의 삶이 새로운 정치이념의 확산 속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문화과학사가 발행한 <문화과학> 2017년 9월호에 실린 박현선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연구원의 논문 '태극기 집회의 대중심리와 텅 빈 신화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성장신화와 국가안보의 국가주의 아래에서 근면과 규율을 삶의 신조이자 자부심으로 삼았던 이들은 평생의 가치가 조롱당하고 무시당한다고 느끼며 모욕감과 적개심을 분출한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온종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렇게 살지 않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 박사모 회원 상당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처럼 살지도 못하는 이들에 의해 자기 가치관이 부정되는 것 같은 느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친박 집회에 나가 동조자들과의 일체성을 확인하려는지도 모른다.


▲ 충북 청주시 문의면의 청남대에서 찍은 박근혜 전 대통령. ⓒ 김종성

태극기 집회 분석한 논문들

박사모 회원들이 박정희 가족에게 맹목적 충성심을 보이는 데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이들의 가슴 속에는 박정희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인식하는 심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열성 박사모 회원들한테는 박정희·육영수가 자신들의 부모다. 이들은 박정희·육영수에 대한 감정을 박근혜한테까지 연장한다. <미스 프레지던트>의 등장인물 중 하나는 "박정희 대통령을 항상 생각하고"라고 말한 뒤 "가족이죠"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이런 말도 나왔다.

"그분들 딸래미가 박 대통령인데, 내내 그 핏줄 아니겠어요? 가족이지요."

이 말은 어떻게 들으면 박정희 부부와 박근혜가 가족이라는 말 같지만, 또 어떻게 들으면 말하는 사람 자신과 박근혜가 가족이라는 말 같기도 하다. 박근혜가 가족의 일원이라고 강조하는 말 속에는 박근혜와 자신을 하나의 가족으로 묶는 인식도 엿보인다.

이런 인식이, 그들로 하여금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까지 친박 집회에 달려가도록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위의 박현선 논문에 다음 대목이 있다.

"박근혜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산업화 세대는 과거 박정희 정권이 유포시켰던 가족 로망스를 다시 한 번 꿈꾸고 있다. 이들에게 박근혜의 탄핵이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피를 나눈 가족의 일로 다가오는 것도 가족 로망스를 통한 판타지의 작동 때문이다."

최고 권력자 가문을 자기 집안의 확장된 형태로 인식하는 관념은 조선시대 사대부 가문 사람들한테서 쉽게 발견되던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확실한 충성은 부모에 대한 자식의 충성이다. 이런 인간 심리를 활용해 왕조시대 권력자들은 자신을 '확장된 부모'로 인식시켰다. 백성 일개인의 어버이가 확장된 개념이 군주라는 식의 관념을 조작한 것이다.

이런 조작 하에서, 국가는 어버이를 대하듯이 군주를 대할 것을 백성들에게 요구했다. 부모에 대한 효심을 군주에 대한 충심으로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 것이다. 군주에 대한 충성을 최고의 효도로 치켜세운 것이다. 유교 논리가 이에 힘을 보탰다. 일례로 <효경>에 이런 대목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수양된 인간)는 부모를 효성스럽게 섬기기 때문에, 충성스러움을 군주에게 옮길 수 있는 것이다."

부모에 대한 효성을 강조하는 말이면서도, 효심을 군주에 대한 충성으로 확장시킬 것을 요구하는 말이었다. 이런 이념은 아동용 유학 교재인 <소학>에도 반영되었다. 어린 아이들한테까지 충성이 최고의 효도라고 가르친 것이다. 이 책 명륜(明倫) 편에 이런 말이 있다.

"효(孝)로써 임금을 섬기면 충(忠)이 된다. ······ 이것이 선비의 孝다."

선비한테는 충성이 곧 효도라고 했다. 군주에 대한 충성은 어버이에 대한 효심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조선왕조를 포함한 옛날 국가들은 이런 식으로 사회 핵심세력의 충성을 끌어냈다. 핵심세력이 군주를 아버지처럼 인식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이런 왕조 시대의 잔재가 <미스 프레지던트>에 나오는 박사모 회원들의 심리 속에도 내재되어 있다. 이들 역시 박정희를 자신의 아버지로 수용하고 박정희 가족 역시 자기 가족으로 수용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박정희 신성화 작업이 이들의 심리 속에 잘 스며든 것이다. 그래서 맹목적으로 박근혜를 옹호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 집회로 달려가는 것이다.

우리는 왕조시대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살고 있다. 1910년에 멸망한 조선왕조로부터 계산하면, 왕조시대는 107년 전에 끝났다. 그런데 조선왕조 뒤에 이 땅을 강점한 일본 역시 왕조국가였다. 일본의 지배가 끝난 1945년부터 계산하면, 우리 시대와 왕정 통치의 거리는 불과 72년밖에 안 된다.

박사모 회원들을 비롯한 친박 세력이 여전히 왕조시대의 관념을 갖고 있는 것은 우리가 그 시대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들의 정치참여가 확대되어 국가가 일반 국민들의 공유물로 확실히 인식될 때까지는, <미스 프레지던트> 등장인물들이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을 것이다. 박사모 아닌 다른 정치 커뮤니티의 모습으로라도, 이런 류의 사람들은 한동안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11월 03일, 금 4: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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