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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Poet Song's letter to Park Keun Hei 102517
'천년형'도 모자란 박근혜, 용서받을 방법은 이것뿐이다
[송경동 시인이 띄우는 편지] 반성 없는 박근혜의 '인권' 운운, '과거'에서 벗어나 현실 마주하라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기사화면

(서울=오마이뉴스) 송경동 기자 =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신의 새로운 법무팀인 국제법률 자문회사 MH그룹이 CNN을 통해 '당신(박근혜 전 대통령)의 감옥 생활에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고 한다.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살고 있으며, 잠을 이루지 못하도록 불을 계속 켜놓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고, '침대도 없이 딱딱한 바닥에서 자고 있다'는 내용 등이다. 유엔 인권위원회에 위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법무부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당신은 일반인 수용자 열 명이 쓰는 공간에 해당하는 10.08㎡, 3.2평의 독실에 거주하는 '특혜수용자'로 '바닥 난방 시설과 텔레비전, 관물대, 수세식 화장실이 구비된 적정 면적의 수용실에 수용돼 있다.', '충분한 진료 기회와 운동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고 하고 '계속 불을 켜놓고 있다'는 인권 침해 제기에 대해서는 '수용자 관리와 보호를 위해 (야간에도) 수용실 내 전등 3개 가운데 1개를 켜놓고 있으며, 밝기는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정도로만 조도를 조절하고 있'기에 '수면에 불편함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대로 된 침대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국내 모든 수용자들은 침대 대신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도록 돼 있'고 당연히 매트리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인권 침해' 운운한 박근혜, 감옥 인권에 대한 직무유기 증거일 뿐

가까운 2011년 11월 초순 경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기획 혐의로 부산구치소 독방 생활을 경험했기에 법무부의 설명이 95% 정도는 사실이라는 것을 안다. 5%를 말하라면 수면용 전등의 조도가 좀 더 낮아야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다는 정도이다. 물론 내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법무부의 설명대로 당신 방 안의 조도가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정도'로 '수면에 불편함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면 아마도 당신은 대한민국 사람치고는 가장 쾌적하고 아늑한 감옥 생활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감옥에서의 인권 침해 운운은 혹여 타국의 기준이라면 모를까, 대한민국 내에서는 투정 같은 것이다. 만약 서울구치소가 '더럽고 차가운 감방'이라면 그건 당신이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 감옥 인권에 대한 관심과 책임이 부재했다는 직무유기 증거 중 하나일 뿐. 전국의 구치소 중 가장 깨끗하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곳이 서울구치소다.

정반대로 내가 살던 부산구치소는 당신이 대통령이던 시절에도 예의 '더럽고 차가운 감방'의 전형을 지니고 있었다. 전국에서 제일 오래된 구치소로 진즉 철거하고 새로 지었어야 했다. 촛불시민정부는 그렇게 하리라 믿어본다. 공안사범이기는 매양 마찬가지인 당신과 나의 헌법적 차이가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내가 살던 독방은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3.2평보다 1/5 정도 작은 0.67평이었다. 아무리 작아도 화장실은 최소 크기로 있어야 하는 걸 생각하면 당신이 사는 방은 실제로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더더욱 부산구치소는 '바닥 난방시설'은 고사하고, '관물대'도, '수세식 화장실'도 없었다. 앉으면 엉덩이와 머리가 닿는 좁은 '뺑끼통'(감방 안에 있느 변기)에 물 호스 하나만 달랑 달려 있었다. 나는 거기서 '응가'도 하고, 세수도 하고, 과일도 씻어야 했다. 하루 세 번 바닥 변기 위에 식기를 놓고 씻는 건 필수였다. 나는 경건하게 나를 닦는다는 마음으로 식기와 함께 변기를 정성스레 닦곤 했다. 당신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는 그 뺑끼통에서 식기를 닦는 일이 어느 고요한 절에서 수행하는 일처럼 귀하게 여겨졌다. 내가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는 오랜만의 안식을 준 이명박씨가 고맙기도 했다. 어쩌다 얻은 라면박스를 '뺑끼통' 위쪽에 딱풀로 간신히 붙여놓은 간이 관물대는 여지없이 압수당했다.

0.67평은 인간 스스로 자신을 양계장에 갇힌 닭으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평수였다. 옆으로 서면 어깨가 닿는 너비에 길이는 내 키가 쏙 들어가는 관 정도의 크기였다. '오래 살다 보면 사람도 광어처럼 옆으로 뉘어지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방이 들어오지 않아 그해 겨울 내내 모포 두어 장을 끌어안고 온몸이 '시아시'(차게 됨)가 된 상태로 얼어 지내야 했다. 열흘에 한 번쯤 매트리스를 걷으면 내 몸의 온도에 기생하는 허연 곰팡이가 오래된 마룻바닥에 엉덩짝보다 크게 피어 있었다.

하루 30분쯤 쪽창 사이로 잠깐 내방하는 햇빛 한 줄기에 얼굴을 대고 해바라기처럼 따라다니기도 했다. 햇볕만 쬘 수 있다면 해바라기의 휜 목처럼 내 목이 휘어도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살던 층 아래 1층 독방촌은 더 열악해 종일 햇빛 한 줄기 들지 않았다. 내 방보다 작은 아래층 방은 과거엔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주로 살았다는데 내가 살던 당시에는 대부분이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아무리 타국인이지만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그들이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모른다.

여하튼 이 정도는 되어야 감옥 인권 침해에 대해 논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당신이 대통령일 때 국가세금으로 수백만 원짜리 침대를 몇 개나 청와대 안으로 들이고, 수억의 양장비를 쓰고, 보톡스 등을 맞으며 수정궁에서 여왕벌처럼 지낼 때 대한민국 감옥의 인권이 이러했다. 먹을 게 불충분해 영양실조 상태라는 말 역시 당신이 사는 감옥의 쥐들도 웃을 일이다.

기본 급식과 부식 외에 일반 수형자들도 지금은 영치금만 있으면 언제든지 닭고기살과 햄과 삶은 달걀과 빵과 사과와 귤과 컵라면 등을 일주일에 두 번 구매해 싸놓고 먹을 수 있다. 감옥의 인권이 좋아진 게 아니라 감옥의 상술이 좋아진 것이다. 밖의 세상처럼 철저히 빈익빈 부익부인 사회. 감옥 안에서도 특권을 누리며 사는 당신의 영치금 통장이 비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은 '감옥의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개선했어야 할 대통령이었다


▲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올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지난 12월에 헌법재판소가 서울구치소 내 과밀수용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수용자 1인당 가용면적은 1인당 1.06㎡(약 0.3평)에 불과했다”며 국감장 바닥에 1인당 가용면적인 신문지 2장반을 깔고 드러누웠다. ⓒ 권우성

한편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당신이 대통령이던 시절 수만 명의 일반 재소자들은 하루 24시간을 당신이 쓰는 방의 1/10쯤에 해당하는 1.06㎡에 갇혀 있어야 했다. 지난 8월엔 부산고등법원이 1.06㎡이하 면적에 수용됐던 재소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정부 패소판결을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노회찬 의원의 이야기대로 '유엔에 탄원서를 내야 할 사람은 일반 재소자의 열 배 넘는 공간을 쓰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하루 24시간 1.06㎡에 갇혀 있었던 수만 명의 일반 재소자'들이다. '정작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은 일반 재소자들'이고, 당신은 당시 행정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으로 '인권침해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당신이 지금 대한민국 '감옥의 인권'을 얘기하고 싶다면 먼저 바로 누워 당신 얼굴 위로 침부터 뱉어야 한다. 당신은 얼마 전까지 그 감옥의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개선했어야 할 대통령이었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그러므로 빨리 나만을 풀어달라'가 아니다. 당신이 정말 한 나라의 대통령쯤은 했던 이라면, 왜 저 수형수들은 저리 좁게 자며, 왜 저 수형수들에게는 깨끗한 관복이 지급되지 않으며, 왜 소내 면회시간과 운동시간은 이리 짧으냐며, 왜 어떤 책은 여전히 반입이 되지 않는 거냐고 일반수들을 대신해 '소내 인권'을 위해 싸워주는 것이다. 때로 그렇게 일반수 모두의 인권 신장을 위해 싸우다 징벌방으로 끌려가더라도 감옥 안에서 '양심수', '공안수'라는 사람들이 했던 역할이 그런 일이었다.

제발 역사 속 모든 '양심수', '공안수'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기를. 나처럼 촐랑거리는 사람도 그곳에서만은 말을 줄이고 힘없는 수형자를 도울 일이 없는지를 찾으며 생활의 모범이 되기 위해 힘썼음을 알기를. 공안수라는 이름으로 어떤 특혜도 입지 않으려고 노력했음을 알기를.

당신이 국내 변호인단을 위장 사임케 하고 선임했다는 영국의 로펌 MH그룹도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당신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로드니 딕슨 변호사가 그간 변호했던 이들은 대체로 수많은 이들의 '인권'을 짓밟은 자들이었다. 대량학살로 사형선고를 받은 리비아의 전 대통령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카다피와 세르비아 내전 당시 민간인 살해 혐의 전범으로 기소된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 그리고 시에라리온 내전 당시 반군에게 군수품을 제공하고 부당 이득을 취득한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 찰스 테일러와 방글라데시 테러범 하스나트 카림 등이 로드니 딕슨 변호사가 그간 변호해 온 이들이다. 혹 그런 무시무시한 '인권'의 반열에 오르고 싶었던 것인가. '인권'을 미끼로 유엔 등에 국제적인 백색 로비를 해서 신의 한 수라도 얻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건강 악화로 병보석을 따내고, 가택 연금 등을 무기로 구속을 면하는 정치 협상의 국면이라도 열고 싶은 것인가.

당신의 죄질은 일반 재소자들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어떤 재소자도 청와대를 왕궁으로 만들고 한 나라의 역사책을 개인들의 족보책으로 만들려고는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아무런 권한도 부여한 바 없는 비선 실세들에게 국가 정보와 권력을 부당하게 넘기지 않았다. 국가 재산을 빼돌려 착복하거나, 화이트리스트들을 육성하는 데 불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왕국에 저항하는 공무원을 부당하게 내쫓고 재벌에게 특혜를 주며 거액의 삥을 듣지도 않았다. 1만 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철저히 인권을 유린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는 법조계와 보건복지계 방송언론계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존재했다는 게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 어떤 범죄자도 헌정을 유린하고 총체적인 국정 농단과 파탄으로 한 나라를 무정부 상태의 혼란으로 이끌지 않았다. 당신의 파면을 둘러싼 찬반 집회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만 네 명이다. 당신의 죄를 묻기 위해 1700만 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지난해 겨울부터 올봄까지 생업을 놓고 거리로 뛰쳐나와야 했다. 그 죄과를 일반 재소자들의 기준으로 물으려면, 미안하지만 '천년의 형'을 언도해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당신은 단 한 치의 반성도 없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 내가 한 일은 하나도 없고, 모두 모르는 일이라 한다. 아랫사람들이 했을 거라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모습 그대로다. 감옥에 갇혀서도 자신의 수첩 속에 적힌 세상밖에 모른다. 모두가 온돌형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 감옥에서 '침대가 없'어 인권 침해라는 당신에게서 비루한 한 생을 본다. 아직 찬바람도 불지 않은 10월부터 바닥 열선이 들어오는 온돌에 누워 '춥다'는 타령을 하는 당신에게서, 프랑스 혁명 당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 했다는 유명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떠올리게 된다. 알려진 대로 그는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단두대에 세워졌다.

그러나 한국의 감옥은 당신을 단두대에 세우지 않을 것이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다분히 상식적인 법의 잣대로 당신의 죄를 물을 것이다. 그렇게 물어도 만년의 형이 부족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블랙리스트 작가들의 책 수백여 종을 세종도서 선정에서 부당하게 배제시킨 것으로 확인된다. 권당 1천 권씩 100명의 작가라치면 10만 권의 책이 전국의 도서관으로 갈 수 없었다. 10만 권의 책을 읽을 100만 명의 시간이 사라졌다. 100만 명의 독자가 가질 1억 개의 상념의 시간이 불법으로 도난당했다.

진정 배웠어야 했던 건 '독재의 추억' 말고 '독재의 처참한 말로'였다
한 권의 책이 쓰이기까지 최소 3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당신과 당신의 수족들은 백 권의 책이 쓰인 3백 년의 아픈 시간을 빼앗고 그 시간에 주리를 틀었다. 당신이 배제시킨 수백 편의 연극을 볼 수만 명 관객의 수십만의 시간이 강탈당한 것이며, 수백 편의 연극을 만들기 위해 청춘을 불태운 수천 명의 젊은 연극인의 앞날을 짓밟고 빼앗은 것이다. 당신과 당신 전임인 이명박이 집권한 10년 내내 1만 명의 블랙리스트가 빼앗기고 짓밟혀왔던 시간을 모두 더하면, 그들의 작품과 만났어야 할 수천만 명의 눈과 입과 귀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당신은 감옥에서 보내야 할까.

그런 당신이 황후 같은 수용생활을 하며 기껏 '침대'를 들어 말하는 '인권'이 참 가당찮다. 그런 당신이 예전 청와대에서 '영예'라 불리며 살던 시절, 당신의 아버지에 의해 얼마나 많은 이가 그 감옥으로 영장도 없이 끌려가 고문받았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이가 의문사로 사라져야 했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학생이 녹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군징집 당해 얻어터져야 했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이가 간첩으로 조작되어 죄 없는 감옥살이를 해야 했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이가 빛도 들어오지 않는 벌방에 흑수정이 채워진 채 던져져야 했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이가 사상의 자유를 억압당하고 강제 전향공작 고문에 온몸이 아득해져야 했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 학생이 정의를 외쳤다는 까닭으로 끌려가야 했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책이 금서로 낙인찍혀 압수당하고 불태워졌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표현들이 억압당하고 차별당했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법자'(은어 : 법무부 자식들이라는 뜻으로 무전유죄의 가난하고 버려진 사람들을 뜻함)가 진짜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최소한의 인권(인권이라는 말은 장기수로 복역하다 출소한 서준식 선생에 의해 1990년대 초반에야 한국사회에 비로소 이식되었다)도 보장되지 않는 비인간적인 생활을 해야 했는지 아는가. '뺑끼통'에서 구더기가 떼로 올라오는 방에서 칼잠을 자 보았는가. 얇디얇은 군용 모포 한 장으로 겨울을 나 보았는가. 한 달에 한 번 허연 비지 한 조각이 구경할 수 있는 고기의 전부였던 그런 시절을 아는가. 그것조차 힘없고 나약한 이들은 모두 빼앗기고, 매일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아도 그것이 갱생의 길이라 했던 당신 아버지의 '인권' 개념을 아는가.

'그런 시절을 생각해 당신이 아무런 주장도 하지 말고 입 닥치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아버지의 죗값을 당신이 대신 치르라는 말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감옥 인권이 그만하면 됐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도리어 대한민국의 감옥 인권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 우리는 당신을 포함해 감옥 안의 그 어느 누구도 마땅히 치러야 할 죗값 이외의 인권을 유린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어떤 체벌도 인격 유린도 없기를 바란다.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이 진정으로 배웠어야 했던 건 '독재에 대한 달콤한 추억'이 아니라 당신 아버지가 걸은 '썩은 독재의 처참한 말로'였다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부터라도 배워야 할 것은 당신이 짓밟은 수많은 '천부인권의 시간'에 대한 반성과 이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이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는 정말 최소한의 시민의식이다. 세상의 모든 부의 원천은 자연에서 빌려 온 물질과 그 물질을 가공해내는 모든 인간의 협업과 노동을 통해서만 나오기에 그 주인 또한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깨달음이다. 전쟁이 아닌 평화가, 예속과 굴종이 아닌 자주가, 억압이 아닌 자유가, 독점이 아닌 나눔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다.

그렇게 당신이 진정으로 얻어야 할 '인권'은 당신 바깥에 있지 않고 당신 안에 있다. 시종에게 둘러싸인 비운의 왕녀처럼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당신의 인생 안에 있다. 이제라도 나는 당신이 '과거의 감옥'에서 나와 오늘의 햇빛을 환하게 쐬었으면 좋겠다. 감옥의 시간을 산다고 생각하지 말고 1700만 명의 촛불의 시간을 얻어 사는 거라고 여겨도 좋겠다.

세상의 작은 빛 하나, 작은 바람 한 점, 작은 씨앗 하나, 작은 날갯짓 하나에서도 생명의 거룩함을 보게 되는 값진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없이 낮아지고 작아져 비로소 당신의 겸허한 삶 하나가 도리어 크고 귀한 '인권' 하나가 되어 다가오는 그런 날, 우린 비로소 당신을 용서하게 되리라.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10월 27일, 금 9:3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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