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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Why Korean scientists left in US? 102517
한국 고급 두뇌들이 미국에 남은 이유는?
[특별기획] 재미과학자들의 실태와 활동상 1


(*이 기사는 한국언론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한국전쟁이 막 끝난 1955년 도미하여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거쳐 1967년 내분비학(Endocrinology)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 재미과학자가 있다. 그는 1947년 17세의 나이에 혈혈단신 탈북하여 천신만고 끝에 미국유학의 길에 올랐고, 결국 미국이 30년 가까이 심혈을 기울여 왔던 제3세대 경구 피임약을 최초로 개발하여 그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명성을 쌓았다.

그는 성공을 일궈내는 과정에서도 자신을 키워준 고국을 잊지 못해 몇 차례 서울을 방문했다. 초근목피로 살던 피난 시절이 뼈에 사무쳤던 그는 고학으로 버티던 유학 시절에도 어떻게하면 귀국하여 자신이 받은 혜택을 고국에 되돌려 줄까를 고민하며 살았다.

그러나 학사 학위를 받았을 때에도, 석.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에도 고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하였으나 번번이 쓴 잔을 마셔야 했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었을 뿐아니라, 소위 말하는 ‘학벌 연고주의’의 벽에 막혀 비집고 들어갈 자리란 없었다.

미국 연구소나 학계의 자유스런 풍토에 젖어있었던 그는 결국 귀국을 포기하고 인생의 절반을 미국 굴지의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보냈다. 1970~1980년대 산아제한을 통한 식량난 해결이 국제적으로 크게 관심을 끌면서 각종 국제회의에 눈코 뜰 새 없이 불려다닐 때에도 ‘혹 고국이 불러주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위에 소개한 일화는 아직 미국에 생존해 있는 전 존슨앤존슨 석좌연구원 한도원 박사(86) 이야기다. 한 박사는 1980년대 후반 북한의 <로농신문>이 ‘해외에서 조국을 빛낸 인물들 50인’ 속에 포함시키고 ‘고국에 돌아와 봉사하라’는 공개적인 초대를 받았을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으나, 정작 남한에서 아무런 초대를 받지 못했던 일을 못내 씁쓸해 한다.


▲ 올랜도 거주 한도원 박사(86)는 제3세대 경구피임약을 최초로 개발하여 북측이 1980년대 후반 조국을 빛낸 인물 로 꼽았을 정도로 성공한 재미과학자의 전형이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국들, 심지어는 아프리카에서까지 한 박사의 이름과 그가 개발하여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경구 피임약(노게스티메이트, 시판명 ‘오르소 트리사이클린’)을 익히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저 아는 사람만 안다. ‘귀국하지 못한’ 한 박사의 60년 외지생활은 그의 자서전 <8달러의 기적>에 오롯이 담겨 있다.

미국에서 한도원 박사와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일단, 초기에는 고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남은 사람들이 태반이다. 어두운 시절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입국조차 거부된 인물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고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남는 경우는 과거처럼 많지 않다. 시간적 심리적 거리가 현저하게 좁혀진 현재와, 한도원 박사처럼 복잡한 수속 과정을 거치고 수십 시간 여행을 해야 했던 과거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터이다.

재미과학자들이 미국에 남는 이유는?

이호신 전 재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에 따르면, 1980년대 이전에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공계 전공자들의 90% 이상이 미국에 남았다. 바로 한도원 박사 같은 경우다. 하지만 80년대 이후에 한국의 경제발전이 정착단계에 이르면서 절반 이상의 박사학위 소지자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90년대부터는 학사과정 학생들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잡으면 주저앉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그런데 현재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 학사로 미국에서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취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져 귀국하거나 대학원에 입학한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이른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matics) 전공자들을 정책적으로 키운 것은 물론, 석.박사학위를 마친 관련분야 두뇌들에게 영주권과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각종 혜택을 주어 잔류시키려는 노력을 줄기차게 해 왔는데, 바로 대학원에 진학한 상당수 한국계 학생들은 이 STEM프로그램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

엄재용 전 중앙플로리다지역 과학기술자협회장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에 모국을 위해 귀국한다는 생각은 조금은 낡은 발상”이라면서 “이제는 미국에 앉아서 고국과 미국의 발전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과학자 유치’라는 생각보다는 ‘협업’을 해서 공동의 이득을 취하려는 아이디어의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재미과학자들의 태생적 구성에서부터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해 주고 있다. 재미과학기술자협회 이호신 전 회장에 따르면, 미국내 한국계 과학기술자 가운데 절반이 1세이고, 나머지 절반이 1.5세와 2세라고 한다. 한국계라고 해서 한국만을 위해 봉사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합리한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정부가 취할 조치는, 고급 두뇌의 유치가 되었든, 이들을 가교로 하는 한미 협업 관계를 설정하든 이에 걸맞는 환경의 조성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이들의 아이디어와 재능을 수용하여 국가발전에 이바지 하도록 할 태세를 갖추는 것은 경제규모 세계 11위라는 대한민국호를 이끄는 정부의 몫이다.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할 <미국에 남은 고급 두뇌들> 기사는 해방이후 현재까지 한국계 재미과학자들의 현황과 자체 활동 등을 다루고자 한다. 재미과학자들은 지난 45년 이상 동안 공식적으로 자체 기구를 설립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상호 학문교류는 물론, 한국과 미국의 과학 및 산업 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2편에서는 대표적인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재미과학자들의 처한 현실과, 비전, 고국에 대한 바램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해외에 남은 고급 두뇌들의 요람, 재미과학자협회(KSEA)

어떤 이유로든 미국에 남게 된 1세대 과학자들은 한국의 산업화가 시작하던 1960년~1970년대 유학생들이다. 이들은 1971년 12월 11일 한국과학기술자협회(The Korean Scientists and Engineers Association in Americai, Inc. 회장 김순경 박사)를 창립하여 모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선진 과학기술을 배우고 전달한다는 일념으로 초기의 문화적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해 냈다.

이들은 훗날 한국과학기술원(KIST)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KAIST, POSTEC, GIST 등의 설립에 총장, 학장, 교수, 자문 역할을 하며 직.간접으로 공헌했다. 초기 69명의 창립멤버로 시작한 1세대 한국과학기술자협회는 2017년 8월 현재 5천 명 이상의 회원에 70개 지부를 둔 재미과학기술자협(Korean-American Scientists and Engineers Association, 약칭 KSEA로 발돋움하여 질적으로나 규모로나 외연이 크게 확대되었다. 현재는 46대 회장단(회장 서은숙, 이하 ‘재미과기협’)이 활동 중이다.

재미과기협 자료집에 따르면, 미국내 2만여 명의 재미과학자들 가운데, 2017년 10월 현재 재미과학기술자협회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정회원은 4065명, 학생회원 1429명, 명예회원 26명 등 전체 5520명이다. 이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는 31%, 석사 24%, 학사 25%, 기타 등이다. 남성이 70.8%로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직종별로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직이 62.8%로 압도적으로 많고, 뒤이어 기업체 근무 19.2%, 연구직 11.9%, 기타 6.1% 순이다. 전공별로는 생화학(Bio) 전공자가 17%로 가장 많고, 뒤이어 의학, 컴퓨터공학, 도시공학이 각각 9%로 2위 그룹, 전기공학, 기계공학이 각각 8%로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밖에도 화학, 수학, 화학공학이 각각 5%로 뒤를 잇고 있다.


▲ 재미과학자들이 속해있는 직종별 도표. 학계에 압도적으로 많은 62.8%가 포진되어 있다. ⓒ KSEA

거주 지역별 구성도 흥미롭다. 재미과학자들의 42%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LA 등이 포함된 서부 지역 거주자는 동부지역의 반절 수준인 22%, 중동부 지역에 20%, 남부 지역에 12%의 과학자들이 살고 있다.

이 같은 구성비를 가지고 있는 재미과기협이 하는 활약이 의외로 방대하고 다양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이들이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통해 하고 있는 역할을 보면 왠만한 국가기관 의 활동보다도 역할이 크고 의미가 깊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국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할 일은 ‘고급 두뇌의 유치’보다는 이들을 지렛대로 한 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과장이 될까.

현재의 재미 과기협의 활동 범위와 그 역할은 초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초기
멤버들이 토대가 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으리라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초기 활동이 ‘모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염두에 두었던 반면, 현재는 한미 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2세 과학기술 전공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미주한인사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활동에까지 나서고 있다.

재미과기협이 매년 한인자녀들을 대상으로 14년 동안 벌여온 수학 과학 경시대회, 새세대 커리어 워크샵, 새세대과학기술자대회, 미국과 한국의 중고생 대상 청소년과학기술자 캠프 등은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들어 한인사회와 밀착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설립 목적으로 ‘국제협력, ‘경력개발’에 이어 ‘지역사회 봉사’를 명시해 둔 것만 보아도 재미과기협의 외연이 한인사회는 물론 주류사회로까지 확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미국 전역에는 약 2만여 명의 재미한인과학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여러 이유로 미국에 남아 고국은 물론 주류사회의 과학 및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코리아위클리>는 재미과학자들의 실태와 활동산을 2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사진은 연례 활동 모습이 담긴 재미과학기술자협회(KSEA) 주요 행사 장면들이다. ⓒ KSEA

연례 ‘한미과학기술자대회’ 등 자체 활동 활발

재미과기협의 이같은 외연 넓히기의 토대가 되는 것은 역동적인 자체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매년 7,8월에 개최하는 한미과학기술대회에는 한미 양국의 정부, 정치계,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1천 명 이상이 참석하여 학술발표와 토론을 벌이고 네트워킹의 기회를 갖는다. 12개의 테크니컬 심포지엄과 10여개의 융합 세션, 20여개의 한미 공동포럼, 여성과학기술자포럼 등을 개최하며 취업 박람회, 포스터 발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전문분과 학술대회(Affiliated Professional Societies, APS) 학술대회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의미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재미과기협은 미국내 29개 전문과학기술단체인 APS의 행사를 지원, 전문분야의 첨단 과학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미국내 한인과하기술전문가들의 네트워킹과 저변확대를 꾀한다.

특히 한국내 기관들과의 과학기술관련 사업을 추진하여 매년 다수의 용역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산업기술평가원(KEIT)과 합작으로 벌이고 있는 4종의 프로젝트, 과총(KOFST)과 벌이고 있는 3개 프로젝트, 산업기술진흥원(KIAT)과 벌이고 있는 2개의 프로젝트 등 10여개의 프로젝트는 이미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올려짐: 2017년 10월 27일, 금 4:3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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