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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KCIA's conspiracy 100417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도 악플... 'MB 국정원'이 한 일들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 핵심 정리]


(서울=오마이뉴스) 손지은 기자

<우리의 각오>

국 전 직원은 지난해 여소야대 정국 초래 종북좌파세력 척결 미진 등을 깊이 자성하고 금년에는 침과대적(枕戈待敵,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에 결연한 각오로 국정 흐름을 주도하면서 종북세력 뿌리 뽑기에 전력하겠습니다.


'MB국정원'이 지난 2010년 작성한 내부 문건의 한 대목이다. 국내 정치 개입이 법으로 금지된 정보기관이 불법 행위를 전 직원의 각오로 삼고, 이를 공식 문건에까지 적시한 것이다. 이 시기 국정원의 이탈 행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지난 6월 출범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의 불법 여론조작 행위를 자체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을 방송에서 퇴출시키고, 이미지 저해를 목표로 음란 사진을 합성해 유포하는 등 공작의 범위와 실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개혁위원회 발표를 토대로 지금까지 드러난 'MB국정원이 한 일'을 요약·정리했다.

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한 일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의에 참석,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서울시와 서울시민,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2011년 11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간부회의에서 박원순 시장을 '종북인물'로 규정하고 그를 견제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건 제목이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 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이다. 국정원은 이 방안에 따라 박 시장을 표적으로 대대적 온·오프라인 공작을 벌인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동원해 반대 집회를 열고, 다음 '아고라'에 '서울시장 불신임 이슈청원'을 개설해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언론에는 시국광고와 칼럼을 실었다.

'박원순 비방 공작'은 서울시장 재임 전에도 있었다. 2009년 9월 국정원은 박원순 변호사가 민간 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 변호사가 맞고소를 언급하자 원 전 원장은 '박원순 비리 의혹 폭로'하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온라인에는 '박원순 변호사 적반하장 행태 및 이중성', '박원순의 두 얼굴'을 주제로 한 아고라 토론글, 댓글, 논평, 웹툰이 쏟아졌다. 이듬해 서울중앙지법이 관련 소송에서 국정원 패소 판결을 내리자 원 전 원장은 '좌 편향 판결'이라며 사법부도 공작 대상으로 삼았다.

② 문성근·김민선·김미화 등 문화예술인 82명에게 한 일


▲ 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씨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2009년 2월에 취임한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소신발언' 쏟아낸 한 문화예술인을 업계에서 퇴출시키라고 수시로 지시했다. '대통령에 대한 언어테러를 가했다'는 이유였다. 문성근· 김구라·김미화·김민선·이하늘씨 등 문화예술인 82명이 대상이 된 'MB블랙리스트'의 시작이었다.

국정원은 'MB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방송사를 압박하는 동시에 소속사 세무조사도 기획했다. 특히 신분을 숨기고 온라인에서 활동한 심리전단의 활동은 저열했다. 이미지 실추를 노리고 '찌라시'를 유포하는 것은 물론 광고주에게 모델 교체를 압박하는 항의메일도 발송했다. 외압 논란이 일자 '특정 연예인 교체는 인기 하락 때문'이라는 글을 온라인에 도배했다.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를 나체 사진에 조악하게 합성해 유포한 것도 이들 소행이었다.

③ 공영방송에게 한 일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명박 정부 국정원 ‘언론인 블랙리스트’ 관련 피해자인 MBC 한학수 PD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MB국정원'은 정부 비판 보도를 억누르기 위해 체계적인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를 실행했다. 특히 등 시사고발프로그램 전성기를 주도한 MBC에는 단계별 치밀한 계획이 진행됐다. 제작진을 대폭 물갈이 하고, 노조를 무력화한 뒤 '건전 성향' 노조위원장 당선을 측면 지원하는 동시에 공영방송을 민영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7년간 MBC에서 벌어진 대규모 해고와 인사이동의 배경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김재철 전 사장 등 이 시기 경영진을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아가 최근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최승호 PD는 국정원이 '최승호 PD 전보', '김미화 하차', '추적60분 PD 인사 조치'를 부서 핵심 성과로 내세운 문건을 봤다고 전했다. 한학수 PD 역시 국정원이 "친노 활동을 했다"는 등 지역 계열사 사장들 세평을 수집하고, 특정 PD들을 '좌경 PD', '친북좌파 PD'라고 적시한 문건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찰 혹은 내부 조력자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④ 조국·이상돈 교수에게 한 일

조국·이상돈 교수도 국정원 심리전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2011년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운 '4대강 사업'을 조 교수가 비판하자, 국정원 심리전단은 "서울대 조국 교수는 교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변혁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라는 내용의 트윗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참여정부에서 보수논객을 자처한 이상돈 교수도 같은 이유로 퇴출·매장 심리전의 표적이 됐다. '우파 위장 좌파교수 이상돈 비판 심리전 전개(명령, 5.27 원장지시)라는 문건에 따라 국정원은 전방위적 공격을 가했다. 보수 단체를 동원해 '좌익 노리개가 된 보수 논객 이상돈'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트위터에는 "참 박쥐같은 인간" 등 원색적 비난 글을 올렸다. 이 교수가 소속된 중앙대학교와 그의 개인 홈페이지에 비방 글을 게재하고 이 교수 개인 메일로도 교수직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 글을 보냈다.

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한 일


▲ 지난 2009년 5월 29일 오후 서울 태평로에 영결식을 마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과 영정사진이 시청을 향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자 국정원은 'MB 정부 책임론'을 희석하고 이를 국론 분열로 몰아가야 한다는 대응 방안을 세운다. 그러면서 2009년 6월 '盧(노) 자살 관련 좌파 제압논리 개발·활용계획', '정치권의 盧(노) 자살 악용 비판 사이버 심리전 지속 전개'라는 문건을 작성한다.

구체적으로 '자살은 본인의 선택이며 측근과 가족의 책임'이라는 논리로 'MB 정부 책임론'을 잠재우고, '자살과 범죄는 별개로 수사결과를 국민 앞에 발표하라'는 주장으로 검찰의 보복 수사를 비판하는 여론에 맞대응 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통령 재임중 개인 비리를 저지른 자연인에 불과하다'는 내용으로, 번지는 추모 여론을 차단하려 했다. 이런 내용은 댓글, UCC, 만평 등으로 재생산돼 온라인에 뿌려졌다.

⑥ 박지원 의원 등 정치인에게 한 일


▲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한미간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와 최첨단 군사장비 구매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유성호

'MB국정원'은 박지원·송영길 등 야당 정치인을 향한 비방 공작에도 거침없었다. 국정원은 박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지어 의혹을 제기하자 즉각 사이버심리전에 돌입한다. '부패·파렴치범'이라는 내용의 성토글을 민주당 홈페이지 등에 올리고, 보수 인터넷매체를 활용해 이중성 폭록 기사를 게재한다는 내용이었다. '인천을 평화 전진기지로 조성하겠다'고 말한 송영길 시장도 '종북'으로 몰려 각종 규탄 심리전의 대상이 됐다.

심리전은 야당 정치인에만 그치지 않았다. 홍준표, 정두언, 안상수, 원희룡, 권영세 등 여당 의원도 견제 대상이었다. "홍준표 의원은 자꾸 총부리를 아군에 겨눈다", "원희룡은 애국 인사들에게 언제든 칼을 꽂을 수 있는 사람" 등이다. 당시 보수 인사였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향해서도 "보수라며 한나라당과 대통령을 분리하려고 선동하는 글을 보면 구역질난다"고 공격했다. 국정원이 오로지 'MB방어'에만 골몰했다는 걸 보여준다.

⑦ 그 외 한 일


▲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동원해 <문화일보>에 게재한 광고. ⓒ 광고 캡처

위와 같은 여론 조작 공작에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 단체가 '행동대장' 격으로 꾸준하게 등장한다. 각종 가두시위와 기자회견, 성명 발표가 국정원이 '협조'를 요청해 진행됐다. 또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보수 단체 명의를 빌려 종합일간지에 시국광고를 게재했는데, 2010년 11월~12월 두 달간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집행된 광고비만 5600만 원에 달한다.

또한 극우 논객 변희재씨가 창립한 매체 <미디어워치>는 육성 대상이었다. 국정원은 국정홍보 및 특정 인물을 비판하는 기사를 싣도록 요청하고, 소속 요원을 동원해 삼성·한전 등 36개 기업·공공기관 광고 4억 원 갸량을 수주하도록 도와준 걸로 조사됐다. 다만 변씨는 "광고 수주는 직접 했으며 국정원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이 기관과의 유착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또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요원 외에 민간인을 동원한 대규모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여기 투입된 세금은 수십 억 원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10월 09일, 월 3:0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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