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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미주 한인소식
 
Adoptees who live without citizenship 072617
"돈 받고 보낸 아이가 쫓겨났는데... 내 모국이 부끄럽다"
[인터뷰] '시민권 없는 입양인' 문제 해결에 나선 엘리나 킴·한나 요한슨



▲ ‘뿌리의집’ 등 국내외 시민단체와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입양인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화된 대한민국 해외입양제도의 즉각적인 종결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 김도현

(서울=코리아위클리) 김성수 기자 = 국내외 시민단체와 대학에서 활동 중인 해외 입양인과 인권운동가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화된 대한민국 해외입양제도의 즉각적인 종결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선언문을 문재인 정부에 전달했다.

지난 65년간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내진 입양인 중 약 2만 명은 미국시민권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든지 미국에서 한국으로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여 있다.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해외 입양인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 결과 시민권이 없는 해외 입양인들은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불안정한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런 심각한 인권 문제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편, 지난 5월 13일 미국 어바인 대학교에서는 '한국 해외입양 종결'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의 기조발제자는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였다.

당시 김도현 목사는 주최 측에 "이런 제목의 학술심포지엄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게 이와 같은 주장을 담은 선언문을 내자"고 제안했다. 주최 측과 해외 입양인들은 그런 김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선언문을 발표하게 됐다.


▲ 엘리나 김 ⓒ 엘리나 김

선언문이 발표되기까지는 엘리나 김 미국 어바인대 교수의 역할이 컸다. 그는 일찍이 뉴욕대학교에서 해외 입양인 인권문제 관련 박사과정 논문을 작성할 때 한국을 방문해 뿌리의집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는 비록 캐나다 교포 2세이지만, 입양인 모임에서 매우 존경받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어바인 대학교 심포지엄도 그가 주도적으로 조직했고, 선언문 역시 김도현 목사와 함께 초안을 작성하는 등 발표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


▲ 한나 요한슨 ⓒ 한나 요한슨

한나 요한슨 박사는 한국계 스웨덴 입양인으로 '스웨덴 한국입양인 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976년 4월 21일 서울 왕십리에서 발견된 후 그해 8월 스웨덴으로 보내졌다. 지난 2010년부터 친부모를 찾고 있지만 아직 못 찾았다. 그는 스웨덴의 과학기술학 박사이며 현재 스웨덴정부 연구직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지난 16년 간 유럽은 물론 미국의 한국계 입양인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 중이다(관련 기사 : 시설엔 128만원, 비혼모엔 7만원... 이게 한국 현실).

다음은 김 교수·요한슨 박사와 국제전화·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

태어난 곳도 정확히 알 수 없는 해외 입양인들

- 미국 정부가 한국계 입양인들을 강제 추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나 요한슨 박사(아래 요한슨): "먼저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한국계 입양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전까지는 미국으로 결코 해외 입양을 보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미국으로 해외 입양을 보내고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에서 추방된 한국계 입양인들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 한국 정부가 자국으로 돌아오는 해외 입양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요한슨: "선언문에서도 밝혔지만, 사설입양기관들에 대한 감사와 사업허가 재검토, 시민권 취득 실패를 해결할 수 있는 입양사후서비스 시스템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 특히 입양인이 자신과 관련한 입양기록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자신이 어떤 경위로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 보내졌는지를 알 수 있는 권리가 현행법에서는 보장돼있지 않다.

해외 입양인들 기록의 불일치 문제도 한국 정부가 스웨덴 정부와 협의해 기록을 하루속히 일치시켜야 한다. 나는 어려서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보내졌다. 그런데 내 한국 호적에는 출생지가 '한양'으로 기록돼있는 반면, 한국과 스웨덴의 입양서류에는 출생지가 '불명'으로 표기됐다. 출생기록의 불일치로 인해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출장이나 휴가를 갈 때 항상 많은 고역을 치렀고, 심지어 비자가 거절된 적도 있다.

내가 아는 한국계 스웨덴 입양인들 중에도 한국 호적에는 출생지가 '목포'와 '부산'으로 돼있지만 스웨덴 입양서류에는 '불명'으로 기록된 경우도 있다. 또 한 해외 입양인은 한국 호적에 출생지가 '광주'로 기록됐지만, 스웨덴 입양서류에는 출생지가 '서울'로 기록됐다고 한다. 이같은 기록의 불일치는 입양기관이 해외 입양인들에 관한 기록을 얼마나 성의 없이 다루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개인의 출생기록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 아닌가? 그런데 한국정부가 그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제대로 안 해서 평생을 외국에서 나처럼 고생하는 해외 입양인들이 많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는 꼭 염두에 두길 바란다."

- 선언문을 발표하게 된 배경과 계기가 궁금하다.
엘리나 김 교수(아래 김): "내가 몸담고 있는 미국 어바인 대학교에서 지난 5월 ''한국 해외입양 종결'이라는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때 기조발제를 맡은 김도현 목사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이런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하면 어떻겠나'라고 제안했고, 콘퍼런스 참석자와 해외 입양인들은 그 제안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직접적으로는 미국에서 강제 추방된 후 지난 5월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미국입양인 필립 클레이의 죽음이 촉매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입양 당사자인 아동의 권익 보호를 위해 산업화된 해외입양은 이제는 더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입양기관 종사자들의 배만 불리는 해외입양제도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지난 65년 동안 입양기관들은 아동들의 복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아동을 해외에 판매해 돈을 버는) 해외 입양을 먼저 선택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사설입양기관을 관리·감독할 책과 의무를 방기했다. 그 결과 한국전쟁 후 1년 간 250명 정도가 해외입양 보내진 반면, 1970~1980년대에는 1년에 몇 천 명 이상의 아동이 해외입양 보내지는 급격한 '입양의 산업화'가 이뤄졌다. 특히 전두환 정권기인 1980년대는 막대한 달러 수수료를 받고 1년에 8천 명 이상의 아동이 해외입양 보내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산업화된 해외입양제도'를 반대하는 것이다. 물론 해외입양이 아동의 권익을 위해 최선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 있는 친척이 한국아동의 입양을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중병에 걸린 아동이 해외에서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경우 또 입양부모가 그 막대한 의료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는 경우, 해외입양이 가능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95% 이상의 해외 입양아들은 비혼모의 자녀들이다. 이것은 정부가 비혼모 자녀 지원에 지극히 인색하다는 것이고, 한국 사회가 비혼모와 자녀들에게 낙인을 찍고 차별한다는 방증이다.

한국 정부는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에 맞게 비혼모와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의 비혼모들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사랑하는 자녀들과 헤어지거나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다."

"유명인이 된 해외 입양인만 '자랑스러운 한국인'"

- 왜 한국과 미국 정부가 입양인 강제 추방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보는가?
요한슨: "해외 입양인 입장에서 느끼는 것은, 한국 정부는 비혼모 자녀나 가난한 집 아동들을 그저 골칫거리,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냥 제거하는 대신 해외에 아동을 판매해 외화를 벌어들이니 일거양득으로 보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보통 때는 해외 입양인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몇몇 해외 입양인들이 유명한 운동선수나 정치인이 됐을 때만 새삼스레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피'라며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내 모국 한국은 참 부끄러운 나라다. 더욱이 강제 추방된 해외 입양인 문제에 한국 정부가 냉정하고 소극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모국이지만 너무나 어안이 벙벙하고 서글프며 분노가 치민다.

미국은 유럽과 다르게 사회적 문제에 정부가 최소한만 간섭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미국 정부도 입양은 정부가 간섭할 필요가 없는, 그저 개인의 사적인 문제로 보고 입양 아동은 마치 구매된 상품처럼 한동안 사용하다가 용도가 다되면 폐기해 버리는 소비재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은 결코 상품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미국인들이 이 가장 초보적인 사실을 깨우쳤으면 좋겠다. 아동을 어려서 해외 입양한 후 시민권을 안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많은 해외 입양인들도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것 역시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다수 한국인과 미국인들은 입양인들도 인간으로서 기본권이 있다는 것을 모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한국 정부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서명한 반면,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하지 않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7조 1항은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한국인들이 이제라도 자신들이 낳은 아동을 해외에 돈을 받고 판매하지 않고, 책임지고 양육하는 성숙한 민족이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혼모와 자녀들을 차별하고 낙인찍은 한국 정부와 사회를 볼 때 과연 그날이 언제나 올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제발 내 모국 한국인들이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어려서는 아동을 해외에 팔았고, 아동이 된 성인이 강제 추방돼 돌아왔는데, 그것을 전혀 모르는 척하는 내 모국, 너무 부끄럽다."

- 이번 선언문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김: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에 ▲ 미혼모와 아동들에 대한 지원에 우선순위를 둘 것 ▲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이행 ▲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통과 ▲ 차별 반대 캠페인의 실행 ▲ 비혼모와 아동들에 대한 차별의 불법화 등을 촉구한다."

- 단기적으로라도 해외 입양이 불가피할 경우, 입양 후 서비스와 관련해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무엇인가?
김: "만약 해외 입양이 계속된다면, 입양 후 서비스는 입양아들이 성인이 될 때인 다음 세대까지는 지속돼야 한다. 성인이 돼서 모국을 찾는 입양인들에 대한 향상된 언어지원, 문화교육지원, 원가족 찾기 지원, 심리상담지원 등 포괄적이고 섬세한 지원을 의미한다."

- 지난 7월 12일 선언문 전달 이후 정부에서 답장을 받은 것이 있나? 만약 향후 한국 정부가 선언문에서 요구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 "아직 문재인정부로부터 어떤 답장도 받은 것이 없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해외 입양인들의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조만간 답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 미국에 건강한 아동 공급해주는 나라"

- 한국의 해외입양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도 서구국가의 입양기관들은 왜 한국의 해외 입양을 '모범사례'로 보는가?
김: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 건강한 어린(보통은 여자아이) 아동을 공급해 주는 나라로 정평(?)이 난 나라다. 물론 요즘은 한국 정부가 국내 입양에 우선권을 두고 있어서 아주 예전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지난 65년 동안 한국이 미국에 건강하고 어린 아동을 많이 공급했기 때문에 미국의 다수 입양 대기 부모들은 지금도 한국이 이런 아동들을 공급해 줄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기대를 갖고 있다. 미국 중산층 부모들은 주변에서 한국 아동을 입양한 지인들을 발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만큼 지난 65년 동안 한국이 많은 아동들을 미국에 입양 보냈다고 볼 수 있다."

- 해외 입양인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은 무엇이었나?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해외 입양인들의 인권문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요한슨: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미국 시민권이 없는 약 2만 명의 한국계 입양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려고 해도 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트럼프 정권 아래의 시민권 없는 입양인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 강제추방될까봐 두려워서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마치 '하루살이'처럼 지낸다.

불행한 것은 이미 미국시민권이 있는 다수 해외 입양인들조차 시민권이 없는 해외 입양인들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과 미국의 정치인들이 미국 시민권이 없는 해외 입양인들의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이런 모순이 해결되도록 적극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과 미국의 정치인들은 물론, 아동들을 무책임하게 해외 입양 보냈던 입양기관들조차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더욱이 한국의 국민 다수도 이러한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관심이 없거나 전혀 모르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한국의 중앙입양원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들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강제추방 되거나 강제추방 될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길 요청 드린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8월 01일, 화 4:4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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