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Weekly of Florida   로그인  등록하기

 현재시간: (EST) 2017년 12월 15일, 금 9:36 pm
[한국] 사회/경제
 
A woman's story in jail 051017
"우리도 범지자지만, 박근혜는 진짜 나쁜 범죄자야"(하)
#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

(서울=오마이뉴스) 홍승희 기자 = 작업장에서 오전 노역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각자의 방에 들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언니들은 "너 방에 커피 없지? 아이고 불쌍해. 이거 가져가"라면서 커피믹스 두 개를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가뿐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와 쉬려던 참이었다. 노역장에 다녀온 경험을 글로 기록할 생각이었던 나는 사람들과 더 이야기 나누고 싶기도 했지만, 혼자 있는 게 마음이 편했다. 작업할 때 내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긴장됐다. 일을 잘 못해서 야단맞을까 봐 위축된 마음도 있었다.

교도소 운영규칙이 적힌 종이가 다시 눈에 띄었다. '신입식 금지.' '신입식을 할 경우 벌점 및 징벌 조치'라고 적힌 조항이 있다. 말로만 듣던 신입식. 그런 게 있을 수 있겠구나. 독방을 쓰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혼자 있을 때의 무료함과 함께 있을 때의 긴장감. 긴장보다 무료함이 참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긴장된 상태가 더 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처음 보는 교도관이 독방 문을 열었다. "124번 짐 챙겨서 나와요". 교도관은 2번 방으로 나를 안내했고, 2번 방 사람들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내 앞에 앉았던 검은색 머리끈을 빌려준 그 언니도 있었다. 교도관이 나가고, 사람들이 내게 인사했다.

"어서 들어와요, 아이고. 반가워요! 여기 얼마나 있어?"
"저는 내일 아침에 나가요." "편안하게 있어~ 펜션 여행 왔다고 생각해! 펜션이야 펜션. 호호."

사람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5-6평 정도 되는 혼방에는 4명이 생활하고 있다. 창문이 있고, 안이 다 보이는 화장실도 있다. 한쪽 벽으로는 각자의 짐을 놓는 선반이 있고, 그 위에 리빙박스들이 줄 맞춰 앉아 있다. 다른 한쪽 벽에는 옷들이 걸려있다. 모두 짙은 소다색 죄수복, 하늘색 내복, 회색 속옷이었다. 선반과 싱크대 위에는 과자와 소시지, 음료수와 물이 가득했다. 연필꽂이통이 있다. 종이도 있고, 색색의 볼펜도 많다. 아아, 색색의 볼펜이라니! 창문에서는 정오의 햇빛이 환하게 들어왔다.

창문 바깥으로는 교도소의 담벼락과 아주 작은 뒷마당이 보였다. 뒷마당에는 나무 한그루, 초록색 풀들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라나 있다. 창문 위쪽으로는 빨랫줄이 설치되어 있다. 빨랫줄에는 색색의 옷걸이와 빨래집게가 줄줄이 걸렸다. 빨간색, 노란색, 연두색, 파란색, 검은색 옷걸이에는 새로 빨래한 똑같은 색깔의 연두색 수건들이 널려있었다. 향긋한 비누 빨래 향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 매달린 사람들 자루는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철장에 팔을 감싸고 매달려 있다. ⓒ 홍승희

창문에 설치된 흰색 창살 밑으로는 커다란 자루 하나씩 묶여서 매달려 있다. 자루 속에는 여러 가지 초코바, 초콜릿, 과자, 소시지, 떡갈비, 물, 음료수 등이 담겨있었다. 자루는 빵빵하게 가득 차 있었고, 철장에 견고하게 묶여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이 자루들은 냉장고 같은 건가요?"

창문 바로 밑의 자리가 고정된 자리인 듯 옆에 서있던 언니에게 물었다. 50대로 보이는 눈썹이 짙고 차분한 인상의 그 언니가 대답했다.

"응, 냉장고 같은 거지. 그런데 이제 날씨가 점점 더워져서 못쓰게 됐네~"
"비가 오면 어떡하죠?"
"비가 와도 젖진 않더라고. 그래서 꽉 묶어놨지."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 이렇게 묶여있는 것 같은 자루더미다. 언니가 이어서 말했다.

"이런 곳에서도 이렇게 생활을 한단다. 사람은 어디서든 어떻게든 산다니까."

언니는 들고 있던 연두색 수건을 빨간색 옷걸이에 걸치고, 빨래 줄에 널면서 내게 묻는다.

"떡갈비 하나 먹을래?"
"아니요, 고기를 안 먹어서요."
"왜?"
"동물을 잔인하게 사육하는게 싫어서요."
"어머, 그렇구나. 그럼 초코바 먹을래?"
"네 좋아요!"

식사를 하기 전,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했다. 오전마다 편지가 도착하는지, 교도관은 복도를 돌며 편지를 나눠주고 있다. 우리 방에도 한 움큼의 편지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거나 초코바를 먹고, 새로 주문할 물품을 메뉴판을 보면서 고르고, 종이에 기록해서 교도관에게 전달했다. 교도관의 눈을 피해 책상 위에 살짝 기대어 잠을 자거나 빨래를 하기도 한다. 나는 창가 바로 밑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초코바를 씹어먹었다. 곧 '사서언니'라고 불리는 사람이 방 앞에 와서 음식을 담아주었다. 우리는 방에 있는 테이블을 가운데로 붙이고 둘러앉았다.

뒤에서 나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 꼬맹아 너 저리로 가." '꼬맹이? 꼬맹이라니? 못들은 척 해야지.' 무시하고 앉아있었다. "옆으로 좀 가라고"라고 내게 다가와 말한다. 목소리가 유난히 커서 작업장에서도 거슬렸던 언니였다. 나는 왼쪽으로 자리를 피했다. "더. 더 가" 더 왼쪽으로 옮겼다. '나를 경계하는구나' 나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던 다른 언니들은 말이 없었다. 나머지 세 사람이 저 목소리 큰 언니의 눈치를 보는 걸까.

식판에 담긴 음식에 집중했다. 점심으로는 죽은 멸치를 말리고 뜨거운 불에 볶은 반찬과 죽은 돼지의 살점이 둥둥 떠다니는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고기를 빼고 국물과 흰밥을 골라 먹었다. 언니들은 많이 먹으라며 죽은 멸치를 내게 덜어줬다. 사람들은 밥 먹는 내내 나를 '꼬맹이', '애기'라고 불렀다.

식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다 같이 테이블을 정리했다. 작업장에서 바로 내 옆에 앉았던,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언니가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려고 팔을 걷어붙였다. 다가가서 말했다. "제가 설거지 할게요". 옆에 있던 언니들이 말했다. "아니야. 저 언니가 당번이라서 하는 거야".

혼방에서는 교도소에 입소한 순서대로 오래된 사람은 화장실 쪽, 최근에 들어온 사람은 문 쪽으로 눕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또, 그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하루 당번을 한다. 하루 당번은 설거지, 급식준비, 방의 잡다한 정리정돈을 도맡아 해야 한다. 왠지 신입인 내가 모두 해야할 거라는 압박감에 눈치 보였지만, 당번이 정해져 있다고 하니 마음 편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지정된 듯한 테이블 앞에 앉아 오전에 도착한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썼다. 작업장에 다시 갈 시간은 1시 반.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수건 빨래를 하던 목소리 큰 언니가 내게 다가와 말한다. "이름이 뭐야?" "승희요" "여기 왜 들어온 거야?" 옆에 있던 나이 많은 안경낀 언니가 말했다. "그런 건 물어보는 거 아니야". 나는 괜찮다며 대답했다.

"대통령 풍자하는 그림을 벽에 그렸다고 들어왔어요."
"어머, 박근혜 그렸다고?"
"네. 그림이 많은 벽에 그렸는데 제 것만 수사했더라고요."

목소리 큰 언니가 말했다.

"진짜 웃기네. 박근혜 걔가 시켜서 그런 거 아니야. xx같은 것들."
"그런데 여기 왜 들어왔어. 이런 데 들어오면 안 좋아. 재판을 청구하지 그랬어."
"저도 안 들어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정식재판 청구도 했는데 무죄는 안 나왔어요. 인정하고싶지 않아서 여기 왔어요."

목소리 큰 언니가 이어서 말했다.

"그랬구나. 어쨌든 우리는 네가 와서 너무 좋아. 왜냐면 작업할 때 함께할 일꾼이 생겨서."
"잘했네. 그래도 반갑네. 이것도 인연이다."

설거지를 하던 언니가 앞에 앉아 말했다.

"야, 그래도 너무 잘해주지 마. 여기 좋으면 또 들어온단 말이야."

그때 테이블 구석에 앉아있던 눈썹이 진한 언니가 편지를 읽어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구치소에 있는 친구가 보내준 편지라고 했다. 박근혜는 큰 방을 혼자서 다 쓰고 있다고 한다. 소파도, 침대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목소리 큰 언니가 말했다.

"진짜 웃기네. 우리도 범죄자지만, 그 사람은 진짜 나쁜 범죄자야."

가장 나이가 많은 두 명의 언니들은 최순실과 같은 구치소에 있다가 이곳으로 이송되었다고 했다.

"벌을 줄 거면 공평하게 줘야지. 이게 뭐니 정말."

교도관이 내게 124번과 방번호가 인쇄된 흰색 천을 주었다. 내게 머리끈을 빌려주었던 언니가 딱풀로 그것을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에 붙여줬다. 목소리 큰 언니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어머, 번호가 124야? 123도 아니고. 웃기네! 나이는 몇 살이야? 스물다섯?"
"스물여덟이요."
"어머, 훨씬 더 어려 보이는데? 먹을 만큼 먹었네!"
"무슨 일 해?"
"그림 그리고 글 써요."
"그림 그려? 잘됐다. 내 고무신에 그림 좀 그려줄 수 있어?"

그림이라니. 신나서 대답했다.

"좋아요! 그런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옆에 있던 안경 낀 언니가 말했다.

"이 언니 보면서 떠오르는 거 그려줘. 혹시 주사기 생각나지 않니? 호호"

옆에 있던 다른 언니들도 꺄르르 웃었다. 목소리 큰 언니는 별명이 주사기인 것 같다. 주사기. 그러고 보니 번호표 색깔이 흰색인 나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파란색 번호표를 달고 있다. 마약 혐의로 이곳에 들어온 것 같다.

"엄마랑은 자주 연락하니?"

목소리 큰 언니가 내게 물었다.

"네. 가끔요."
"엄마한테 잘해. 눈치챘겠지만 언니는 여기에 그런 거 때문에 들어왔어. 엄마 속을 너무 썩여서 이제 나가면 엄마한테 잘하려고."

다른 언니들이 색색의 펜을 가지고 왔다. 모나미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 펜으로 흰 고무신에 그림을 그렸다. 얼마나 그리웠던 그림인가. 이렇게 많은 색깔로 흰 캔버스(고무신)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나선형의 달팽이집과 눈, 팔, 손가락과 다리와 발가락을 그렸다.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만지고 만나고 싶은 달팽이.


▲ 흰고무신 만나고 만지고 걸어다니고 싶은 달팽이 ⓒ 홍승희

목소리 큰 언니가 말했다.

"너무 귀엽다. 잘 신고다닐게. 고마워."
"얼마나 여기 있었어요?"

내가 물었다.

"내 검은색 머리 색깔만큼."

두피부터 어깨까지 검은색 머리카락이고, 그 아래로 염색 머리가 자라있었다. 족히 1년은 길러야 하는 길이다.

"1년 넘게 여기 있었어. 1년은 더 있어야 될걸."
"그렇군요."
"네가 부럽다. 나도 내일 나가고 싶어."

창문에서 따뜻한 바람이 들어왔다. 언니들은 나에게 땅콩과 초코바, 에너지바, 물과 음료수를 계속 줬다. 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내 리빙 박스는 언니들이 준 과자로 채워졌다. 은근한 신경전이 오가는 게 불편했지만, 언니들과 초코바를 먹으면서 나는 교도소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독방보다 혼방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곳에는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다.

(*혼방을 함께 쓰던 사람들의 호칭은 번호나 가명으로 하지 않고 신체적 특징과 함께 언니, 이모라고 표현했습니다. 재소자들이 특정되지 않도록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도 변형해서 기술했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5월 13일, 토 2:53 pm
평가: 0.00/5.00 [0]

답글이 없습니다.

   

   
   
www.okja.org
www.sharingkorea.net
www.ksm.or.kr
www.koramtour.net
http://www.geo10.com/krus/fl/g/0401/954/orientalmart.htm
www.smiledentalfl.com
www.kinghealthcenter.com
www.koreahouseorlando.com
www.thefountainsalonandspa.com
www.orlandotour.com
www.miju24.com/market_info/12701
www.ohmynews.com
www.saegilchurch.net
www.newsm.com
www.newsnjoy.or.kr
www.protest2002.org
www.biblekorea.org
dabia.net/xe

get FireFox
www.korean.go.kr/front/foreignSpell/foreignSpellList.do?mn_id=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