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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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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물었다 "왜 홍준표 지지율이 오르는 거니?"
[서평] 이제는 극복해야 할 김동춘 교수의 <전쟁정치>


(서울=오마이뉴스) 이희동 기자

홍준표 후보의 약진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지난 2일 대선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이 끝나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늦은 밤이었지만 무언가 내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들, 토론 봤는가?"
"예. 왜요?"
"그냥 걱정이 돼서. 왜 이렇게 찍을 사람이 없냐. 문재인은 말 하는 게 여전히 답답하고, 이래서 네가 원하는 세상이 오겠냐?"
"글쎄요. 토론 때문에 지지율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은데. 왜요?"
"아니, 요즘 주위 사람들이 다, 그래도 홍준표를 찍어야지 않겠냐고들 하길래. 언론들이 거짓말 하고 있다고 하고."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어머니가 걱정하셔서 전화하셨을 때 제가 한 말이 다 맞았잖아요. 삼성 이재용 구속 됐고, 박근혜도 탄핵됐고."
"응. 그런데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홍준표 찍는다고 하니까. 예전에는 남재준, 조원진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홍준표 밖에 없다고 하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북 안동시 중앙로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홍준표 후보로 보수표들이 집결하는 듯 하자 어머니는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열심히 나가면서 남재준이나 조원진 후보 밖에 없다고 열성적으로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2번 밖에 없다고 하니 뜨악할 수밖에.

"아버지는 뭐라 하세요? 홍준표 뽑으시겠대요?"
"아니. 홍준표는 아니라고 하시지. 그런데 문재인 이야기 하는 걸 들어보시더니 역시 대통령감은 아니라고 하시네."

확신할 수 없었다. 비록 15년 전에는 노무현 후보를 찍으셨지만, 이후 내리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셨던 당신 아니던가. 아버지는 5년 전, 문재인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했던 아들 앞에서는 알았다고 하셨지만, 정작 투표장에 가셔서는 1번을 찍으신 전례가 있으셨다. 어머니는 답답한 듯 말씀을 이으셨다.

"아니, 촛불을 지켜보면서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들 했는데, 왜 다시 홍준표를 찍어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왜 이제 와서 홍준표의 지지율이 오르는 거지?"

비록 어머니께는 걱정 말라고 했지만 나 역시 꺼림칙한 건 사실이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홍준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어쨌든 보수층의 표가 4번도 아닌 2번으로 집결되는 것은 절망적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봐놓고서도 어찌 또 그들을 찍을 수 있는지.

도대체 어른들은 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일까? 정녕 문재인 후보를 친북좌파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전쟁정치>는 바로 이와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내부의 적 만들기


▲ 김동춘 저 <전쟁정치> ⓒ 길

사실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책 제목만 들어도 그 내용을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이념은 한국전쟁과 분단을 거치면서 왜곡되었고, 작금의 현실 또한 그 자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오산이었다. 물론 책 전체를 꿰뚫는 전쟁정치의 개념이야 나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가 열거해 놓은 사례는 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것들은 너무 많았고, 다양했고, 처참했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전쟁정치의 특징 중 하나로서 내부의 적 만들기를 지적했다. 결국 전쟁은 적군과 아군만이 존재하는 특수한 상황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만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 논리가 사회적으로 내면화 되면서 사회 내부적으로도 국가에 의해 끊임없이 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국가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는 일은 흔히 전쟁 기간 중에 발생한다... 공권력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도 팽개치고 함정과 기망, 기만의 방법을 사용한 것은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전쟁 상황의 공포 때문이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 27p

"한국전쟁 시기는 물론 지금까지도 권력을 비판하는 사람, 똑똑한 사람, 조직에서 바른말 하는 사람도 '빨갱이'다." - 103p

"전쟁정치는 국가가 대내외적 적과 마주하고 있다는 상황 인식 위에서 이데올로기 혹은 담론으로 선포되고, 국가기관이 내부의 적을 자주 공격한다." - 171p

결국 이는 현재 홍준표 후보가 보수층에게 피력하는 방법으로서, 그는 끊임없이 종북좌파를 운운하고 다닌다. 그 대상이 진짜 종북이고 좌파이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우리를 위협하는 내부의 적이 있다는 것을 전쟁을 겪었던 유권자에게 계속 상기시킬 뿐이다.

그가 TV토론에 나와서 문재인 후보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떠올려보자.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 '동성애 찬성 하느냐?', '왜 5.18유가족에게만 군가산점을 주느냐?' 등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내부의 적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적시함으로써 전선을 그었다.

그동안 전쟁정치를 통해 타자를 대상화 하는데 익숙한 노년층에게 그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어필한 것이다.

국가는 죄가 없다

또한 전쟁정치는 국가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만든다. 민주공화국에서 국가란 국민들이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기구임에도, 전쟁을 통해 국가는 절대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전쟁이란 특수상황 속에서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불가피하며, 전쟁 주체로서의 국가는 가장 큰 권한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국가의 사과는 어불성설이다. 국가는 무오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범죄 사실을 밝히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 결정의 책임자나 지휘 명령선이 규명되기는 어렵다. 그것은 각 개인이 아닌 국가의 의지였으며, 국가는 사과 대신 유감만 표명할 뿐이다.

"국가는 인권침해나 잔혹행위 발생 사실이 알려지면 일단 거짓 발표를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고 사건이 공개되어 문제가 되면 은폐와 부인, 증거 인멸, 날조 등을 시도한다. 즉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 점은 모든 국가범죄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 109p

"모두 '국가는 잘못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 129p

홍준표 후보가 세월호와 관련하여 이제 그만 하면 됐다며 막말을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정치에 길들여져 있는 이들에게 국가의 절대성을 재확인시키는 작업으로서, 홍 후보는 이를 통해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매장에 <전두환 회고록>이 진열되어 있다. ⓒ 권우성

혹자들은 최근 전두환씨가 5.18 광주항쟁에 대해 사과는 못할망정 헛소리를 한다고 분개하지만, 기존의 가치관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것은 전두환씨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당시 국가의 선택이었으며, 따라서 그 자체만으로 존중받을 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쟁정치에 있어서 국가는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절대적인 존재이다.

전쟁정치의 폐해

문제는 이와 같은 전쟁정치가 우리의 일상을 파괴시킨다는 점이다. 전쟁정치는 국가를 절대화시키고 내부의 적을 생산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사회정의를 말살시킨다. 국가가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기 위해 모든 상황을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내부의 적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해방정국이나 한국전쟁 때 있었던 민간인 학살이나 군부시절 때 있었던 민주주의 탄압,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세월호 등을 떠올려보자. 그 모든 건 국가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맞다.

그러나 국가는 사과를 하지 않기 위해 그 모든 사항을 이념의 문제로, 정치적인 문제로 몰아갔고, 학살된 이의 유가족들이, 수몰된 자식을 둔 부모들이 오히려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과연 이런 사회에서 누가 사회정의를 이야기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이야기하며 더 나은 사회를 꿈꿀 수 있겠는가.

"전쟁정치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범법자나 패배자는 힘이 없어서 패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코 권력과 법 집행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는다." - 184p

"전쟁과 파시즘, 군사독재의 여파는 단순히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권력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과 지역사회 그리고 사회 자체를 파괴한다...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세상이 병들어 있다는 증거다. 굴종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력감의 노예가 된다. 그들은 자기비하와 자기혐오에 빠진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채우면 세상은 지옥처럼 변한다." - 256p

전쟁정치를 극복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짓눌러왔던 이데올로기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어쩌면 현재 홍준표 후보가 얻고 있는 지지율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견지해 온 낡은 시스템에 대한 미련의 총합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할 일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5월 13일, 토 2: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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