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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The analysis of presidential election 051017
홍준표, 문제는 강남이야!
역사적 경험을 통해 분석한 19대 대선결과



▲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 남소연

(서울=오마이뉴스) 전대원 기자 = 문재인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5년 전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선거가 끝났을 때, 진보 세력은 다시는 민주정부의 시대를 맞이할 수 없을 것 같은 적막감에 휩싸였었다. 불과 5년 전의 일이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며 이 세상의 변화무쌍함을 설명하였다. 이 말을 그대로 우리 선거에 빗대자면 '같은 선거를 두 번 치를 수 없다'가 된다.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은 전혀 변화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혁명적 변화를 거쳐 왔고, 어떨 때는 비커에 담긴 물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표면장력을 깨뜨릴 것 같으면서도 그 힘이 흐트러지지 않아 많은 사람에게 절망감을 주어왔다.

과거의 선거 결과에 빗대어 여러 변수를 희망적으로 조합하면 수많은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래서 더블스코어로 지는 선거 결과가 예상될 때에도 선거 캠프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수많은 변수의 조합들이 각 선거의 특징을 말해준다. 모든 변수의 조합이 수평적 정권교체를 예고했을 때 1997년 DJ의 당선을 가져왔고, 또 다른 조합들이 모였을 때 2002년 노무현 당선을 가져왔다. 그런 최상의 조합들이 완벽히 깨졌을 때 2007년 MB의 압승이 있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였다.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야권의 대표주자로 누구를 지목하느냐가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의 승자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버렸다.

그럼으로써 선거는 자연스럽게 문재인이냐 아니냐로 귀결되었다. 안철수는 자신이 문재인의 유일한 대항마임을 각인시키며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꿰찼고, 한때는 여론조사로 문재인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번 선거는 형식적으로 5자 구도였지만, 내용적으로는 3자 구도였음이 개표 결과 나타났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토론회에 이정희 후보가 나와 형식상으로는 3자 구도였지만 실제로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양자 구도였던 것처럼, 이번 대선은 실질적으로 문재인과 안철수, 홍준표의 싸움이었다. 오직 이 세 후보만이 두 자릿수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대선에서 낯설지 않은 3자 선거구도

3자 선거 구도는 우리 대선에서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1997년 대선이 DJ와 이회창, 이인제의 3자 구도였으며, 2007년 대선도 MB와 정동영, 이회창의 3자 구도였다. 1997년에는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후보의 표를 갈라줌으로써 DJ의 당선에 기여하였고, 2007년에는 정동영이 이회창의 출마에 기대를 걸었으나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는 측면을 보면 1997년을 떠올릴 수 있지만, 완벽한 압승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승패의 자리만 바뀔 뿐 형태상으로는 2007년의 선거와 더 유사하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강물이다. IMF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국정 혼란 사태에서도 DJ는 DJP단일화와 이인제라는 제3후보 출현의 덕을 톡톡히 보고서야 청와대 입성에 성공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은 분명 커다란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한 여당의 실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보수 여당 세력이 완벽히 흔들린 최초의 선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비록 야당 시절이지만 보수 정당이 사멸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의 사례가 있긴 하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와중이던 2004년에 치러진 제17대 총선이다. 이 선거가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처음으로 진보 세력이 단독 과반 정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도 여론조사 상으로 나타나던 사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한다. 천막 당사를 쳤던 박근혜 대표가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한 선거가 바로 17대 총선이었다. 대통령 선거와 비교하기 위하여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35.76%를 획득하였다. 당시 대승을 거둔 열린우리당의 득표율은 38.26%였다. 대한민국 의정사에 혁명과도 같은 상황을 불러온 총선치고는 정당 득표율 격차가 극히 미미하여 2.5%P에 불과하였다.

한나라당이 기사회생을 할 수 있었던 발판은 영남의 콘크리트 지지였다. 사멸해가던 한나라당 지지세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대표의 노인 폄하 발언을 계기로 결집하기 시작하였다. 대구에서 62.07%의 정당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영남권에서 기존 지지세를 회복해내며 의석을 석권하여 전체 1/3이 넘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비록 탄핵을 당하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역대 대통령 명단에 박근혜의 이름이 새겨질 수 있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되었던 선거였다.

이런 사례에서 공통점을 추출해내자면 보수 정치 집단이 민심의 역풍을 불러오는 실정과 정치적 패착을 하여도 만방으로 패하는 선거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IMF 외환위기에서 DJ의 신승, 탄핵 사태 속에서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 1/3을 차지한 사례가 그걸 말해준다.

2007년 MB의 압승을 물구나무 선 것처럼 거꾸로 재연한 이번 선거는 이런 보수 정치 세력이 가진 정치적 저력의 역사를 완전히 과거의 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기할만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2위 홍준표,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패배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실상 패배 승복 발표를 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그렇다고 이번에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거꾸로 뒤집어졌다고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2위와 격차를 무려 17.05%p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된 문재인의 득표율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를 표로 계산하면 557만 표로, 17대 대선에서 MB에 당했던 531만 표라는 굴욕적인 표차를 설욕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지만 홍준표는 부산, 울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문재인에게 1위를 내주었지만, TK와 경남 지역에서 1위를 수성함으로써 보수 정당을 궤멸 위기에서 막아내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대표가 천막당사를 통해 수성했던 영남 표를 지켜냄으로써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있는 정치적 시드를 확보하였다.

선거 패배가 확정되고 홍준표 후보가 일성으로 '자유한국당 복원에 만족'한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교두보를 확보했고, 특히나 대구에 지역구를 둔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를 압도함으로써 보수의 대표 자리를 지켜낸 것도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천막 당사 시절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 하나 있다.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득표율 격차가 무척 크다는 것 이외에도 영남 보수를 지켜냈지만 강남 보수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이 상당한 정치적 아킬레스건이다.

이른바 강남 3구라 불리는 곳에서 문재인 후보는 강남, 서초, 송파에서 35.36%, 36.43%, 40.30%를 기록한 반면에,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26.78%, 25.63%, 22.40%를 얻는 데 그쳤다. 천막당사 시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 속에서도 강남구에서 51%의 압도적인 정당 지지율을 얻어냈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그보다는 못했지만 부동의 1위는 한나라당이었다.

이번에 자유한국당은 강남 보수의 텃밭을 완전히 빼앗겨버렸다. 강남 보수의 지지가 있는 한, 보수 정당은 절대 영남의 지역당으로만 머무르지 않았고, 이는 수권 정당의 위치를 부여하였다. 영남의 지지만으로는 유력한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는 있어도 다시 집권의 기회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홍준표의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이번 대선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 쪽에서는 안철수의 공략, 보수 쪽에서는 유승민이라는 후보의 공략이라는 양쪽 협공을 막아내며 정치적 포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2위로 몰아냈고, 유승민은 저 아래로 쫓아냈다. 영남은 자유한국당을 선택했기 때문에 훨씬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절반의 성공이고, 수도권에서 강남 보수의 지지를 놓쳐야 했기에 절반의 실패가 되는 것이다.

영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수도권에서 잃어버린 보수 표를 회복해 온다면 절반의 성공이 온전한 정치적 성공이 될 것이고, 거꾸로 수도권에서 잃어버린 좌표가 영남 지역에 영향을 끼친다면 이것은 나머지 절반도 실패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을 두고 지역구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국정치에서 1987년 이후 지역구도는 점점 약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여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헌신적인 노력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변수를 흐리게 만드는 세대 변수가 선거를 치를 때마다 증가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후보의 PK지역 선전은 그런 맥락에서 꽤나 일관적이다. 이미 부산, 울산 지역은 지역구도로부터 탈피하는 징후가 예전부터 보였다. 한 방울의 물이 표면장력을 깨뜨리는 것을 목도한 선거가 작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이었다.

부산과 울산에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1987년 이후 조금씩 엷어져 온 PK지역의 정치적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남지역과 TK지역에서 홍준표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지역구도가 완전히 무너지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쯤에서 호남과 충청이 가진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충청은 자신들이 지지하면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대한민국의 오랜 정치적 경험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문재인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낙선했을 당시 충청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고, 이번에는 지지를 얻어 여유있는 표 차로 대통령이 되었다.

전략투표 한 호남, 정치적 자산 날린 안철수



▲ 꽃다발 선물한 박지원 "안철수 꽃길만 걷게 해줄게"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대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안철수 후보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박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 유성호

호남은 어김없이 전략투표를 하였다.

여론조사에 보이지 않는 숨은 표들이 있다며 투표 독려를 하는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주장을 점검하기 위하여 어떤 지표 같은 것을 찾아본 일이 있다. 별다른 건 아니고 지역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인적 네트워크상에서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보는 방식이다.

필자의 아버지의 경우 전남 장성이 고향이신데, 지난 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는 민주당을 찍고 비례는 국민의당을 찍는다고 친구들이 그러신다는 것이었다. 그 분위기 파악이 맞았던지 장성이 속해 있는 지역구에서만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대부분의 호남 지역을 국민의당이 석권하였다.

전북 지역의 유력 학교 졸업생들의 카톡방이나 밴드 모임 같은 곳에서 전략적으로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버지에게 장성은 분위기 어떠냐고 여쭈었더니 전라도는 언제나 전략투표라고 하시며 웃음 짓는 것을 보며 여론조사와 현장의 분위기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작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광주광역시에서 정당 득표율 53.34%를 기록한 반면에, 이번에 안철수 지지율은 30.1%로 추락하였다. 안철수 후보가 작년에 확보한 정치적 자산을 완벽히 날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 자산만 날린 것이 아니다. 5년 전 안철수 현상은 2030세대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출구조사에 의하면 안철수 후보는 젊은 층에서 갖고 있던 세대 자산도 날려버리고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우클릭을 하며 이념적으로 오른쪽에 있는 사람을 공략했지만, 홍준표 후보에게 표를 빼앗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던 우파 성향의 유권자마저 빼앗겼고 진보 성향의 표마저 날려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좌표가 불확실해지며 정치적 미래마저 불안해지는 형국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의 정치적 자산이 드러난다.

지역적으로는 전통적 지지층이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실망한 수도권의 지지가 있었고, 호남의 전략적 선택, 한방울의 물을 모아 쌓아올린 PK의 지지가 있다. 세대로는 386세대의 50대 진입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586세대 이하의 지지, 이념적으로 중도층과 진보에서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은 흐르는 강물 앞에서, 다시 말해 도도한 역사와 민심의 흐름에서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자산이다. 문재인은 진보 세력에 역사상 처음으로 압도적 승리를 선사했지만, 그러한 승리를 오래 지켜낸 역사적 경험은 전무하다. 승리는 찰나에 불과했고, 고난은 길었다.

'어대문'이란 대세론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권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제 DJ가 다하지 못한, 노무현이 다하지 못한 역사적 사명은 문재인이 짊어지게 되었고, 이제 그의 운명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되었다.

여기서 운명이란 수많은 변수의 조합 속에 벌어지는 태풍의 진로와 같은 정치 행로를 의미한다. 지도자의 선택 하나하나가 국민의 평가를 받고 그 피드백이 다시 지도자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사회는 또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 또 엄청난 역사적 변화의 순간에 자리하고 있다. 오늘의 승리에 도취하지만 않는다면, 과거보다는 훨씬 좋은 정치적 환경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진보세력에게는 큰 위안거리가 된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축배는 하루로 족하고 또 신발 끈을 조여매고 출발해야 한다. 끝이 없는 역사의 마라톤 속으로.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7년 5월 12일, 금 6:2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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