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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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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세리머니, '배타적' 개신교의 나쁜 버릇일까
"과도한 종교 행위 상대방 자극" vs "하나님께 감사 표시 왜 딴지 거느냐"



▲ 스포츠 선수들의 종교 세리머니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울=뉴스앤조이) 최승현 기자 = 리우 올림픽 축구 종목 본선 진출 분수령이었던 강호 독일과의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석현준 선수가 극적으로 역전 골을 터뜨렸다. 모두가 흥분하는 시간, 석현준은 동료 선수를 뿌리치고 양팔을 하늘 위로 세우고 무릎을 꿇는다.

그가 기도 세리머리를 끝내는 데 걸린 시간은 8초였다.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석현준의 8초가 종교적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뿌듯한 장면일 수 있겠지만, 이 8초가 불쾌하고 길게 느껴졌을 사람도 있다. 타 종교인들이다.

8월 8일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박광서 이사장)은 "종교 행위를 하기 위해 전세계인을 8초나 잡아 뒀다. 올림픽이 특정 종교 선전의 장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종교적인 세리머니를 자제해 달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서 발표에 이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9월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스포츠 선수의 종교 행위,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시민 토론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 개신교계, 프로축구 전 대표이사 등 각계 인사들은 대체로 "종교의자유는 인정해야 하지만, 과도한 행동으로 타 종교인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현장의 타 종교인 배려하는 자세 필요"

종교 세리머니 논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상은 대부분 개신교였다. 차범근 전 감독은 김용옥 교수와 논쟁했고, 박주영 선수에게도 논란이 따라붙었다. 석현준 선수 세리머니와 여자 양궁 금메달리스트 장혜진 선수 사례 등이 더해지며 논의에 불이 붙었다. 문제 제기는 주로 불교 인사를 중심으로 지속돼 왔기 때문에 다소 종교 갈등 양상도 띄고 있었다.

주 발제를 맡은 송기춘 교수(전북대 법대)는 타 종교인이 종교 세리머니를 불편해하는 이유 8가지를 들었다. △세속 사회에서 스포츠와 종교는 상관없다 △선수나 관중의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득점과 승리는 신에게 감사할 일인가 △이런 행위를 종교적 믿음의 담대함이나 용기라 평가할 수 있는가 △주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보고 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른 종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깔려 있다 △그 종교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결된다 △종교의 상품화가 우려된다.

송기춘 교수는 "신이 득점과 승리를 가져왔으니 감사와 경배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골을 넣으면 직접적인 도움을 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지 않고 혼자서 자신의 신에게 기도부터 올리는가"라고 반문했다.

송 교수는 상대편 선수나 팀도 같은 종교를 가졌다면 같은 신이 두 가지 결과를 낸 셈인데, 득점하고 승리하는 쪽에 감사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지 의문을 던졌다. 상대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종교적 자극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할렐루야축구단 등 종교적 기치를 전면에 내세운 구단들의 종교 상품화 또한 타 종교인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 교수 발제 이후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창익 교수(고려대)는 "기독교가 좋은 종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기독교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관용적이라면, 스포츠 선수의 골 세리머니가 이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성남FC 대표이사를 역임한 곽선우 변호사는 스포츠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절실한 시간에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퍼포먼스인 만큼, 법으로 금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쳐 스포츠 본연의 의미를 가리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타인을 배려하는 소양 교육이 선행돼야 하고, 여론과 언론이 건전한 비판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도 세리머니를 집중 조명하고 여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부 언론들 보도 행태도 어느 정도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개신교계에서는 한국교회법학회 사무총장 정재곤 교수(중앙대)가 나왔다. 정 교수는 세리머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대신 종교의자유와 정교분리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문제와 템플 스테이에 대한 과도한 정부 지원은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도 피력했다. 사회자가 세리머니에 대한 의견을 재차 묻자,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씨알재단 백찬홍 운영위원은 주류 기독교계와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개신교인들이 타 종교에 대한 이해나 보편적인 시민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커지는 것이라면서, 개신교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위원은 "과도한 종교 행위는 땅밟기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조용히 성호를 긋는다거나 십자가 목걸이에 입맞춤하는 정도는 용인될 수 있을지 몰라도, 과도한 세리머니를 한다거나 인터뷰 중 '하나님' 운운하는 것은 선교 혹은 포교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백 위원이 발표한 '과도한 종교 행위는 또 하나의 땅밟기' 발제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 토의 시간 일부 개신교인들은 사회자와 발제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한 개신교인은 토론자석에 나와 앉으며 발언권을 달라고 요구했고, 다른 개신교인은 종자연의 배후와 토론회를 연 취지를 의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개신교인들 극렬 항의 "세리머니 하지 말라는 건 골 넣지 말라는 것, 종자연 정체 뭐냐"

토론회 2부는 개신교인들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질문한 사람 대다수가 개신교인들이었는데 이들은 종자연이 괜한 시빗거리를 만든다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중간중간 일어나 큰 소리로 항의하거나 발제자들 발언을 가로막으며 기도 세리머니의 당위성을 강변했다. 한 개신교인은 토론자석에 앉아 말을 이어 가기도 했다.

청담동에서 왔고, 법조인 아내라고 자신을 밝힌 한 교인은 인생의 주관자인 하나님께 보이는 감사 표시를 어떤 이유로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리머니 하지 말라는 건 골 넣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교인은 "왜 기독교 선수 세리머니만 비판하느냐, 이거 주최한 곳이 어디냐. 불교냐 개인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아니라 종교속박정책연구원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기도 세리머니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느냐. 기도 세리머니를 부정적으로 얘기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교인은 "타 종교인들도 세리머니 하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보다 못한 사회자가 발언을 제지시키려 하자, "개신교는 이런 식으로 제재하면 응집력이 더 세진다. 선한 응집력으로 나라를 살린다"며 지지 않고 발언을 끝내 이어 갔다. 결국 더 이상 토론회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개신교인들의 항의는 토론회가 끝난 이후에도, 발제자들이 건물을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됐다.

타 종교인들 반응은 싸늘했다. 한 참석자는 "이런 모습 때문에 개신교인 세리머니가 문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스님은 "오늘 개신교인들 민낯을 보게 됐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고, 다른 참석자들도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건물을 빠져나갔다. 종자연 관계자는 민감한 발언들은 얼마 나오지 않았는데 생각 외로 반응이 거세 당황했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윤승용 전 소장(한국종교문화연구소) "우리 사회가 이 논의에 대해 52:48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간 지대가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큰 종교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논의를 계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6년 9월 24일, 토 10:2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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