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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허리케인
 
in jesus name 4
장로님, 우리들의 장로님
[예수이름으로 예수이름으로 4] 신 집사가 '하나님 돈' 떼먹은 사연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이거 뭐하자는 겁니까. 장로가 되는데 왜 돈을 내야 합니까. 저는 그런 장로 못 하겠습니다."

"얼래? 그럼 어쩌자는 거요. 투표까지 거쳐서 뽑혀놓고… 대도시 교회에선 1억도 바치는데 고작 500만 원이 무에 그리 아깝다는 게요. 장로가 얼매나 영광된 자린데…"


얼굴이 벌개진 오 장로가 혀를 차며 안타깝다는 듯 내뱉었다. 서울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가족과 함께 고향마을로 돌아온 신 집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향 교회에 부임한지 15년째라는 목사님은 성격이 곧고 기도 생활과 말씀을 준비하는 일에만 몰두하여 '설교가 매우 좋다'는 소문과 '지역사회를 잘 섬기는 모범 교회'라는 소문이 인근 교회에까지 자자하게 나 있었다. 오 장로는 목사님을 세상에 둘도 없는 목회자로 여기고 있었고, 입만 떼면 '개혁교회'를 들먹이던 터였다.

신 집사는 고향 교회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도 강했다. 어느날 깨어보니 예배당 마루바닥에 앉아 있더라'는 누군가의 고백처럼 어렷을적부터 고향 교회는 김 집사에게 '탯자리'와 같은 존재였고 무수한 '전설'이 담긴 곳이었다. 10대 이후 서울로 유학을 간 이후로도 늘 고향교회를 못 잊어 했고 가끔씩 헌금을 보내기도 했던 터였다.

"장로와 돈을 맞바꾸자고요?"


▲ 고향 교회.

오 장로는 유년주일학교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교사였다. 바로 손위의 형이 불의의 사고로 삶을 마감한 이후로 무섭게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에는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고 격려하는 편지로 신 집사를 교회로 돌아오게 한 멘토 같은 존재였다. 일찍부터 양계사업을 하여 제법 부를 일구었고, 장로가 된 이후로는 교회의 살림을 떠맡다시피 할 정도로 고향 교회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생각 좀 해 보세요. 장로 시켜 놓고 돈 내라니요. 이거 장로하고 돈하고 맞바꾸자는 거 아닙니까. 전 더 이상 그런 짓 안하기로 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전 어렷을적 장로님 따라 부흥회에 갔다가 약속한 약정헌금 아직도 못 내고 있습니다. 아니 안 내기로 했습니다."

"신 집사, 자꾸 '그런 짓, 그런 짓' 하들 말더라고. 뭐 '장로 헌금'이 우리 좋자고 하는 일이요? 성전건축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선교도 하고 하나님 사업에 쓰자는 거지 누가 먹어치우자는 거요? 허허 어렷을적 약정헌금을 아직도 못내다니, 그거 안 갚으면 복 못받아요. 다른 건 몰라도 하나님 돈 떼먹고 잘 되는 사람 본 적 없소!"


오 장로는 주일학교 시절의 교사 같은 말투로 신 집사를 꾸짖는 태도를 취했다. '하나님 돈 떼먹었다!'는 오 장로의 강한 어조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랜 신 집사는 20여년 전에 겪었던 일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쓰렸다.

중학교 2학년 쯤 되던1960대 말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인근 교회에서 부흥집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그 교회에 갔다.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이름과 몸짓까지 기억날 정도로 부흥강사의 설교는 신도들을 여러번 웃겼다 울렸다 하며 '은혜'를 쏟아냈었다. 특히 '말씀을 잘 쪼갠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저녁집회는 물론 새벽집회에까지 참석자들이 늘어만 갔다. 마지막 날 저녁집회는 뒤쪽의 긴 의자를 여러 개 들어내고 자리를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죄로 가득한 인간의 본성을 사흘 내내 강조한 강사는 마지막 저녁 집회에서 '주의 종에게 순종하지 않은 죄'를 지적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순종하는 자에게는 7배나 축복을 더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집에 기르는 마소나 돼지가 죽고 부모 자식이 병들어 죽고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했다. 강사가 자신이 경험한 여러 사례를 들며 "회개하라!"고 소리치자 여기저기서 곡성이 터지며 가슴을 치고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사가 두 손을 공중으로 치켜들며 '죄짐 맡은 우리구주'를 선창하자 모두가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로 강사가 불러준 회개기도 제목에 따라 통성기도와 찬송을 여러 차례 번갈아 했다.

당시 중학생 나이에 불과했던 신 집사는 물론이도 함께 간 친구들도 눈이 붓도록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얼핏 보니 자신들을 인솔한 주일학교 교사들도 가슴을 치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친구 누이 금반지까지 훑어간 '경매 부흥회'

강사 목사는 단상에 있는 종을 두들기며 기도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모두 눈을 감으라면서 "오늘밤 하나님의 은혜가 쏟아졌다. 이제는 받은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잠시 뜸을 들인 강사는 "그런데 이 교회 담임목사님을 보니 영락없는 거지꼴"이라며 "회개하는 마음으로 주의 종에게 양복을 지어줄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이어서 텔레비전, 구두 등으로 이어지다 "이번에는 사모님 양장 한 벌…"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보은' 요구는 시작에 불과했다. 강사는 '이제 담임목사님이 전혀 하지 않은 힘든 얘기를 꺼낸다'면서 다시 한 번 기도하자고 했다.

강사가 간절하게 드린 기도의 내용은 대략 '우리는 모두가 번듯한 집을 가지고 있는데, 머리 둘 곳도 없이 돌아가신 우리 주님을 창문이 깨지고 가마니가 깔린 맨땅에 모시게 한 것을 용서해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주여! 주여!"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다시 강사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건축을 시작한 지 2년이 넘도록 하나님의 성전이 제대로 세워지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먼저 장로들과 안수집사들이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지금부터 마음에 부담이 가면 언제라도 나가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때부터는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눈 뜨지 마세요. 먼저 10만원, 10만원 바치실 분 손드세요. 아니, 받은 은혜에 10만원이 무슨 큰돈이라고…, 축복받을 준비가 안 돼 있군요. 아, 예 저기 있군요!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다음으로 5만원 하실 분…."

바닥까지 내려간 '현찰 보은' 순서가 끝나자 강사는 이번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며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피아노 바치실 분! 오르간 없어요? 자 이번에는 의자, 의자 다섯 개 바치실 분, 신실하신 우리 하나님이 몇 배로 갚아주십니다. 두 개, 한 개…. 예, 감사합니다. 다음은…"

강사는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며 교회 안에서 쓰일 만한 모든 물건의 이름을 차례차례 불러냈다. 보은의 시간이 끝나자 담임 목사님이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며 단위에 올랐다. 그리고는 '오늘밤 여러분의 사랑을 확인하고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용서해달라. 아까 양복 등을 약속한 것은 받은 걸로 하겠다. 교회 건축으로 헌금해달라'고 했다.

"아멘! 할렐루야!"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 집사는 그날 저녁 타 교회 부흥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거금 5,000원을 약정했고 지금까지 그 돈을 갚지 못했던(않았던) 것이었다.

담임목사는 집회가 끝난 뒤 강사 목사님이 신유의 기도를 하는데 기도 받으실 분은 남으라 했다. 친구 누이는 기도를 받고 끼고 있던 금반지를, 주일학교 교사 중 하나는 약정 헌금과 비녀를 헌금함에 넣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신집사, '하나님 돈' 5백만 5천 원 떼먹기로 작정하다

신 집사가 이같은 경매 부흥회 뿐 아니라 하나님의 사업을 빙자한 '매관 매직'이 한국교회에 만연되어 있고, 이들이야 말로 교회와 복음의 순수성을 좀먹어 온 폐단 중의 폐단이라는 사실을 깊게 통찰하고 반성하는 데는 그로부터 십 수 년이 더 걸렸다. 교단마다 교회마다 '밥그릇'과 '자리'를 놓고 암묵적으로, 때로는 노골적으로 벌이던 싸움들을 목도하며 진절머리를 쳤던 신 집사는 영혼의 안식처로 여겨 왔던 고향 교회까지 이미 그 암세포들이 퍼져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과 함께 슬픔을 느껴야 했다.

신 집사는 얼마후 고향 교회를 떠나면서 자신의 멘토였던 오 장로에게 장로직을 거부하는 짧은 편지를 보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오 장로님, 아니 오 선생님. 요 며칠간 장로직을 놓고 고민하다 어렷을적 선생님 따라 경험했던 '경매 부흥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얼굴이 화끈거리고 쓰라림이 느껴지는군요.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의 적나라함을 깨닫는 순간, 학식이나 재산, 나이의 노소에 관계없이 순수해지기 마련이고, 이 원시적 순수함'은 어떤 형태로든 훼손됨이 없이 하나님께 그대로 바쳐져야 한다고 저는 믿어 왔습니다.

더하여 '돈놓고 돈먹기식' 자본주의 정글에 살면서 천신만고 끝에 실존적 순수함에 도달한 자신의 자녀가 일순간 '바알(풍요와 다산의 신)의 축복'과 맞바꿔지는 현실에 하나님께서 매우 통탄해 하실 것이란 생각을 해 왔습니다. 분명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천천의 수양이나 만만의 강수 같은 기름이 아니라 '상한 심령'일 것입니다.

이 같은 저의 믿음 때문에 교회의 요구를 거절하기로 했습니다. 설사 '헌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는 장로라는 직분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허망한 바알의 축복과 높아지고자 하는 욕망으로 촘촘히 엮여진 종교적 카르텔에 제 영혼을 맡겨지고 영영 그 올무에 묶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제가 진 빚은 모두 5백만 5천 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돈 갚지 않고 주어지는 형편에 만족하며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이것이 우리를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요케도 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저의 '회계'요 '회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올려짐: 2016년 7월 11일, 월 11:0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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