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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17년 10월 18일, 수 6:58 am
[플로리다] 플로리다 지역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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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올랜도의 비극

[르포 ] 총기난사 이어 악어공격으로 주민들 아노미 상태, 2004년 허리케인 이후 분위기 '최악'



▲ 올랜도 다운타운의 닥터 필립스 예술공연장 광장에 모인 추모객들ⓒ 김명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크고 작은 호수가 많고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유명테마파크가 군집한 '아름다운 도시'(The City Beautiful) 올랜도가 '총기난사'로 인한 악몽을 견디고 있지만 여전히 충격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가 불과 일주일 만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시'로 변했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올랜도에는 월트 디즈니가 운영하는 매직 킹덤, 엡캇 센터, 할리우드 스튜디오, 애니멀 킹덤 등 4개 테마파크를 비롯하여 유니버설사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시월드, 영국에 본사를 둔 레고랜드까지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유흥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다. 주요 테마파크를 대충 구경하는 데에도 열흘 정도는 걸려야 할 정도로 규모도 웅장하고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명소들이다. 주변 한두 시간 거리에는 미국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순백 비치들이 마이애미 끝자락까지 끝없이 이어져 있다.


▲ 오마르 마틴이 지난 12일 49명을 살해한 현장 펄스 나이트 틀럽 인근. 길거리에 영문 'P'자가 클럽 입간판이다, ⓒ 김명곤


▲ 18일 오후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펄스 클럽 인근에서 무장 경찰이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 ⓒ 김명곤

이 때문에 넓디 넓은 미국 땅에서 올랜도를 여행하는 것이 평생 소원인 청소년들이 많을 정도로 올랜도는 가족 여행객들에겐 꿈의 도시로 이름 나 있다. 미국에서 유명한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스 탤런트' 에서 입상한 어린이가 '올랜도 4박 5일 여행권'을 받고 펑펑 눈물을 쏟는 장면이 흔히 목격될 정도다.

관광과 화훼, 과일 농사로 먹고사는 플로리다의 연 방문객은 2015년 기준으로 1억500만 명. 미 전국 1위이다. 그 가운데 올랜도 방문객은 6600만 명으로 플로리다 방문객의 63%를 차지한다. 단연 플로리다 1위이면서 동시에 전국 단일 도시 방문객 순위 역시 1위다. 플로리다 전체 인구 2000만명의 3배나 되는 방문객이 매년 올랜도를 방문하고 있는 셈이니, 올랜도가 플로리다를 먹여살리고 있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막하고 우울한 올랜도, 이번에는 '악어공격'


▲ 올랜도 다운타운의 닥터 필립스 예술 공연장 광장에 추모 꽃다발이 쌓여 있다. ⓒ 김명곤


▲ 올랜도 다운타운 닥터 필립스 예술공연장 광장에 마이애미 주재 프랑스 총영사관 직원이 추모 꽃다발을 놓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 김명곤

지난 12일 새벽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이런 올랜도를 일순간 혼란에 빠뜨렸고 '적막한 도시'로 만들었다. 올랜도 악몽의 전조는 지난 10일에 찾아왔다.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유튜브에서 더 잘 알려진 가수인 크리스티나 그리미(22)가 10일 오후 올랜도다운타운의 한 극장에서 콘서트를 마친 뒤 팬 사인회를 하던 중 한 남성의 총을 맞고 숨졌다.

당시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미국의 대도시가 그렇듯 올랜도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사고가 일어났고, 막 뜨는 여가수의 피살은 이곳 한인들의 표현대로 조금 튀는 '따끔한' 뉴스 정도로 여겼다. 그러던 차에 사상 최악의 참혹한 총격 사건이 벌어져 49명의 사망자와 53명의 부상자가 생기자 올랜도 주민들은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미국 패션 잡지 <페이전트리> 편집장 로버트 맥길(55)은 "이건 '시민 전쟁'이다, 미친 사람과 덜 미친 사람들 간의 '시민 전쟁'이다"고 탄식하며 "총기규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 한 추모객이 힐링 호스를 데리고 나와 추모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김명곤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마르 마틴이 'IS가 내 뒤에 있다'라거나 '미국은 우리 조국을 공격하지 말라'는 허풍은 총기를 휘두를 명분을 얼마든지 내세울 수 있는 나라가 미국 사회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번 사건이 부인에게 사건 현장을 중계하는 등의 미치광이의 소영웅주의적 광란극으로 밝혀지자,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전쟁터'에서 살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사회에서 강도를 당해 총을 맞는 경우는 이제 진부한 얘기가 되어 버렸다. 나이 어린 형제가 소꿉장난하다, 부부싸움 하다, 엄마와 장난질 하다, 잔디 깎다 옆집 남자와 시비가 붙어서, 주행 중 앞 차에 바짝 차를 들이댔다가, 도로에서 '불켜라'며 시그널 깜박이다가, 교수와 학점 문제로 말다툼하다, 데이트 중 의견이 맞지 않는다며 총을 휘두르는 경우 등 '말보다 총이 먼저 나가는 사회'가 바로 미국이다.

올랜도의 비극은 오마르 마틴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충격에서 헤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주민들은 이틀 후 '악어의 공격'에 완전 혼이 나가 버렸다. 디즈니 월드 안의 한 리조트 앞 호숫가에서 네브라스카에서 온 2세 남아가 겨우 30센티미터 깊이의 물가에서 아빠와 함께 놀다 악어에 끌려들어가 수 시간 후에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올랜도 주민들을 사회 정신적 해체를 의미한다는 '아노미'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을 것이다.

일주일 사이에 연이어 괴기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사건들을 겪은 올랜도는 평상시와 다름없어 보인다. 차들은 동쪽 탬파와 올랜도로 가로지르는 주요 고속도로인 '인터스테이트 4번'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디즈니가 세워지기 이전 귤나무와 말이 오가던 시절인 1960년대 이전으로 돌아간 듯 우울하다. 마침 허리케인 시즌을 맞아 매일 한두 차례 쏟아지는 열대성 폭우도 이런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 올랜도 다운타운의 닥터 필립스 예술공연장 광장에서 한 방송국 기자가 아랍인 성직자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명곤

지난 2004년 2개월 동안 네 차례나 허리케인이 연이어 닥쳤을 때도 끄덕없던 올랜도가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10여 년 간 경기 침체를 벗어나 겨우 회복돼 가던 다운타운은 눈에 띄게 오가는 차량과 관광객이 줄었다. 저녁시간이면 늘 주차장이 꽉 차 있던 '빅토리오스 오이스터 바'는 사건 사흘째 날엔 반이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일식집을 비롯한 다운타운 식당들도 손님들이 크게 줄었다. 일부에서는 긴 경기침체 기간에도 관광객이 줄지 않았던 디즈니와 유니버설 등 주요 관광 명소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펄스 나이트 클럽 일대는 여전히 교통이 통제되고 있고, 곳곳에는 매일 밤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 촛불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프로농구팀 올랜도 매직 경기장인 암웨이 센터, 다운타운 한복판의 이올라 호수 주변, 닥터 필립스 예술센터 앞 광장은 추모 행사장으로 변모했다.


▲ 사건 현장 펄스 클럽 인근의 올랜도 리저널 메디컬 센터 길목에 마련된 추모장소에서 한 남성이 예수 십자가 성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 김명곤



이어지는 추모행렬, 그러나 '답'이 없다


▲ 사건 현장 펄스 나이트 클럽 인근의 올랜도 리저널 메디컬 센터 입구에 희생자 사진이 부착된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 김명곤


▲ 방송국 카메라맨이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현장 방문에 앞서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다. ⓒ 김명곤


▲ 올랜도 다운타운 닥터 필립스 예술공연장 광장 추모 현장 길가에서 한 장애인 추모객과 함께 두 남녀가 기도를 하고 있다. ⓒ 김명곤

16일 오후 3시경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올랜도를 방문하여 "내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렸다"며 부상자들을 위로한 데 이어, 닥터 필립스 예술센터 광장의 추모장소에도 나타나 수행원들, 주정부인사들, 오렌지 카운티, 올랜도 시 및 경찰국 관계자들과 20여 분간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연설하고 대담도 했다.

경호팀은 현장에서 4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던 30여 개사 80여 명의 기자들조차도 안전을 이유로 200여 미터 밖으로 물러나게 하는 바람에 오바마와 바이든이 놓고간 49송이의 흰장미 꽃다발 사진만 찍고 돌아서야 했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닥터 필립스 추모 현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경찰요원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 김명곤


▲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닥터 필립스 추모현장을 방문고 있는 동안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무장 경호요원들. 경호팀은 80여명의 취재기자들 조차 200여 미터 밖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 김명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닥처 필립스 예술공연장 광장 추모현장을 찾아 주정부, 올랜도 시 및 경찰 관게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을 하고 있는 장면. 200미터 밖에서 잡힌 장면이다. ⓒ 김명곤

이에 앞서 오후 1시경에는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원로 빌 넬슨 상원의원과 유력한 공화당 대선주자 가운데 하나로 '공화당판 오바마'로까지 불리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추모장소에 나타났다. 이들은 시종 침통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어지럽게 놓인 꽃다발과 함께 나붙은 명복을 비는 쪽지들을 읽었다.

이후 벌떼처럼 달려든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이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무리의 기자들이 총기규제에 관한 공화당의 느슨한 입장에 동조해온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주차장까지 쫓아가 물고 늘어졌다.

어떤 기자가 "적어도 대량살상 위험이 큰 반자동 총기만은 규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문했으나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또다른 기자가 줄기차게 쫓아가 광장이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미스터 세너터! 테러 워치 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도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물었으나 역시 묵묵부답. 상기된 표정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총기 문제에 관해 '답이 없는 미국'의 현주소다.

루비오는 16일 저녁 <워싱터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오면서 차기 상원의원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종래의 입장을 번복할 뜻을 비쳤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며. '라틴의 날'에 라틴계 청년들이 몽땅 죽었으니 라틴계의 기린아인 그가 정치판 전면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올랜도 추모현장에서 답을 줄 수 없었던 그가 어떤 묘안을 내놓으리라고 기대하는 이는 없을 듯하다. 설사 총기규제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총기가 사라지는 것은 말세에나 가능하다'는 체념이 나올 만큼 아무데나 나뒹굴고 있는 총기를 무슨 수로 없앨 것인가.

미국 사회에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걱정인 게 총기라는 요물이다. 악마가 '꽃놀이 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 닥터 ㅤㅍㅣㅍ립스 추모현장에서 플로리다 원로이자 다선 의원인 넬슨 연방상원의원이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답하고 있다. ⓒ 김명곤


▲ 플로리다 공화당 연방상원의원이자 유력한 대선주자 가운데 하나였던 마르코 루비오 의원이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답하고 있다. ⓒ 김명곤


▲ 일부 기자들은 마르코 상원의원을 뒤쫓아 가며 테러 워치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총기규제법 제정과 관련하여 질문공세를 펼쳤으나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 김명곤

 
 

올려짐: 2016년 6월 26일, 일 6:2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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