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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허리케인
 
no other god before kwangju
'광주' 앞에 다른 신을 두지 마라
[전두환 이등병 구하기 2] ‘모래시계’에 묻혀버린 광주의 진실



▲ 1995년 1월 9일부터 2월 16일까지 방영되었던 24부작 SBS 드라마 <모래시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여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었다. ⓒ SBS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참말로 몰라서 묻는 것이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해야지라. 그 총이 무신 총이냐? 우리가 세금 내서 산 총이다. 우리가 누구냐? 국민이다. 국민한테 그러면 안된다고 보여 줘야지라. 가만 놔두면 그 자식들이 또 그럴게 아니요. 요로코롬 해도 되는거구나 할 거 아니요. 나 말이 틀렸소?" (SBS 드라마 '모래시계' 중에서)

S#1 (서울 연희동 산자락 주택가의 밤)

사내1: (벌게진 얼굴로 손을 부르르 떨며) 아니, 저럴수가. 아무리 드라마이기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저렇게 일방적으로 내뱉어도 되는거야? 빨간 물이 든 폭도들을 국민이라니...저걸 방송국이라고 허가를 내 준 그 친구(노태우)도 그렇지 원...

사내2: 어르신, 고정하십시오. 언젠가는 역사적 진실이 밝혀질 때가 오고야 말 것입니다. 기껏 삼십대 중반에 지나지 않는 여자애(송지영 작가)가 무얼 알고나 썼겠습니까. 그 당시 안보 위기 상황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사내1: (혀를 끌끌 차며) 하기사,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광주폭동을 민중항쟁이니 민주화운동이니 곡해하고 있다더니. 그런데 왜 저자들이 지금 와서 설익은 수작을 펴는 거야! 도대체 저의가 뭐야. 청문회에 나가서 그만큼 머리 조아렸으면 된거 아냐?

사내2: 글쎄, 그게 다 YS 어른의 얕은 수가 아니겠습니까. 한편으로는 불만을 품고 이합집산을 꿈꾸고 있는 민정계의 발목을 묶어 보자는 것일게고, 또 한 편으로는 6월 자치단체장 후보공천을 맞이해 민정계의 목소리를 눌러 보자는...

사내1: (낮게 신음 소리를 내며) 역시 무서운 사람이야. 내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눌러 버렸어야 하는 건데... 내 하나회 꼬붕들을 단칼에 날려 버리다니. 내가 범새끼를 키웠어, 범새끼를.

사내2: 어르신, 너무 심려하실 일이 아닌 줄 아옵니다. 불가에서 다섯가지 큰 은혜중 '各安其所國王之恩' (사회를 안정케 하여 편안하게 살게 해 주는 왕의 은혜)을 첫번째 은혜로 꼽지 않았습니까. 국민들이 어찌 어르신의 은덕을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사내1: 그야 그렇겠지! 법구경에 이르기를 '禎祥見禍 其善米熟 至其善熟 心受其福' (선의 열매가 익기전에는 착한 사람도 화를 만나지만 선의 열매가 익은 뒤에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이라 했거늘, 모든 것은 역사가 말해 줄거야. 도대체 요즘 사람들은 역사를 보는 눈이 너무 근시안적이란 말이야. YS도 그랬다며? 모든 것은 역사에 맡기자고...

사내2: 예, 그 어른 대통령 당선된 후로 가장 즐겨사용 하는 말이 거 뭐시기...'역사의식' 어쩌고 하는 거 아닙니까. 알고나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사내1: 에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그 양반 맘에 들었다가 안들었다가...

사내2: 각하, 그 어른에게 너무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믿을 데는 역시 우리 국민들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워낙 용서를 잘 하는 국민들 아닙니까.


▲ 1979년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그 휘하 장교들이 일으킨 12.12 군사 쿠테타와 1980년 5월18일부터 19일까지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무력으로 진압한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실록 . 1997년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발간한 책으로, 전씨를 포함한 쿠테타 장교들의 범죄사실과 재판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기자는 이 책을 올랜도에서 거주하다 수년 전 작고한 고 장도영 예비역 중장(박정희의 5.16 군사쿠테터 후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의 이삿짐을 정리하다 입수했고, '전두환 이등병 살리기' 연재룰 위해 참고하고 있다.

사내1: 아니, 자네 지금 '용서'라고 했나?

사내2: (당황한 듯 머리를 조아리며) 아, 예 그저..."망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어르신의 평소 말씀이 떠올라서 그만... 죄송합니다 어르신. 우리 국민들은 워낙 망각을 잘하는...

사내1: 에이, 그만 됐네! 나도 손 보겠다고 벼르던 그 친구들 시간 지나고 보니 모두가 망각속에 묻혀 가더군. 망각(忘却)도 각(覺)일 터이니 모두가 대자 대비하신 부처님의 은덕이려니...(가볍게 합장하며) 대자~ 대비~ 나무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사내2: (감탄스런 표정으로) 예, 어르신. 바로 그점입니다. 어르신께서도 잊으시고, 국민들도 잊으시고...

사내1: 근데 말야, 정말 모래시계도 잊혀질까? 너무 센세이션널한 게 영 찝찝하단 말야.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거 벽난로 위에 있는 저 모래시계도 치워버리라고! 은근 기분나빠.

사내2: (벽난로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잊혀지다 뿐이겠습니까? 이제껏 모든 드라마는 유행따라 반짝했다가 잊혀진 옛노래 처럼 흘러가고 또 흘러가고...

사내1: 그렇지! 저건 분명 유행성 드라마란 말이지? 씩씩거리고 눈물 글썽이다 다른 드라마 보고 주먹쥐고 눈물 글썽이고 또다른 드라마 보고...

사내2: 예, 정말 멋진 드라마입니다. 광주폭동을 배경으로 매력적인 여주인공(고현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 주인공들(박상원, 최민수)이 펼치는 삼각관계, 젊은이들의 애정과 깡패들의 의리… 얼마나 멋진 테마입니까. 절제된 대사, 스피디한 전개, 뛰어난 카메라 기법, 그리고 가슴 뭉클하게 하는 배경음악, 시중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모래시계, 놋쇠반지는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검도 도장에는 청소년들이 줄지어 찾아온답니다. 앞으로 모래시계 시청률을 앞지르는 드라마가 나올 것 같지 않다고 합니다.

사내1: (눈을 감은채 중얼 거리듯) 그렇지, 그렇지. 결국 '광주'는 드라마 속에 묻혀 흘러갈 것이고...다른 드라마에서 다시 '광주'를 써 먹어봐야 흥미도 반감할 것이고...

사내2: 사실이라는 것이 더 드러나 봤댔자, 충격도 반감할 것이고. (벌떡 일어나며)그렇습니다, 바로 그게 역사적 진실을 밝힌다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드라마화의 '위력'입니다.

사내1: 옳거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는 사회공동체적 카타르시스 작용이란 바로 이걸 두고 말하는 것이려니! 광주에 대해 거 뭐시냐...'죄책감' 이라는 걸 갖고 있는 자들도 있다던데...

사내2: 어르신, 바로 보셨습니다. 왜 있잖습니까, 충격적인 사건일수록 미리 터뜨려 다가올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법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화 낼 사람은 화도 내게 하고, 눈물도 흘리게 해서 '광주'에 진 빚이라는 걸 좀 갚게 하고... 아마 몇 년 지나면 ‘광주’는 불편하고 떠올리기 지겨운 대상이 될 겁니다.

사내1: (매우 밝아진 표정으로) 이봐 허군, K장군에게 연락해서 방송국에 보낼 항의서신 소각하라고 해. 그리고 그 모래시계 썼다는 S작가좀 정중히 모셔 오도록. 아참, 길 건너편 노씨에게도 연락해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해.


S#2 (5년후 '초원 복국집' 서울 분점 밀실)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 역의 모래시계. 정동진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인기를 모으자 강릉시가 1999년 12월에 모래시계 공원을 조성하면서 원형 모래시계를 만들어 공개했다. ⓒ 강릉시

"밀레니엄에 맞춰 정확히 365일간 모래가 떨어지는 1년짜리 모래시계의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강릉대 교수팀은 드라마 '모래시계'로 관광명소가 된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에 모리시계 설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 신문 4월 20일자 사회면 기사)

사내:1 (신문을 내던지며 신경질적으로) 이런 이런! 아직도 모래시계 타령이야? 도대체 어찌 된거야? (담배를 빼어 물며) 날 말려 죽일 셈이로군...얼마전 꿈에는 그놈들이 나타나 어찌나 괴롭히던지...

사내2: 빨간 띠 두른 폭도들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목을 조여 왔다는 그 꿈 말이로군요. 더이상 걱정하실 일이 아닌줄로 압니다만...

사내1: 아니, 저렇게 시퍼렇게 살아서 괴롭히고 있는데도 말인가?

사내2: (목소리를 가다듬고) 법구경에 이르기를 '千千爲敵 一夫勝之 未若自勝 爲戰中上' (‘전쟁에서 수 천의 적과 단신으로 싸워 이기는 것보도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으뜸가는 용사’라는 뜻)야라. 어르신의 문제는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사내1: (헛웃음을 치며) 허허, 자네 불교방송 사장 된다더니 문자께나 쓰는구먼.

사내2: 어르신의 법어(法語)에 따를 수야 있겠습니까.

사내1: 오늘 삼학사 설법은 반응이 아주 좋았다지?

사내2: 좋았다뿐이겠습니까. 일부에서는 어르신을 '두환 선사'로 부르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사내1: 두환 선사? (합장한 자세로) 어허! 대자~ 대비~ 나무관세음보살...나무관세음보살. 모두가 부처님의 한량없으신 은덕이려니.

사내2: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대중의 화목을 깨뜨리지 말라"는 말씀이나 "대중을 이간질하고 싸움을 붙이면 오역죄를 짓나니 이는 부처도 구제하기 어렵다"고 하신 말씀들은 선사의 반열에 오르신분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말씀들이었지요. 어떤이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에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사내1: 어허, 산상수훈이라! 그것도 좀 배워둬야 겠구먼, 그건 교회 장로라는 YS가 잘 알겠구만.

사내2: 사실, 오늘 설법은 확실한 '비교우위'를 선언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사내1: 비교우위라니?

사내2: (피식 웃으며) 되나 못되나 좌충우돌 무식하게 뱉어 대는 YS 어른과 비교하면...

사내1: 옛끼, 이사람아! 비교할 사람을 비교해야지.

사내2: 심지어는 그 양반이 어르신을 가리켜 '골목강아지'라 했다니....

사내1: (손을 좌우로 내저으며) 그만두게, 그만두게! 화해와 관용으로 밥말아먹는 시대에 그까짓 '주막강아지' 짓는 소리에 신경쓸 일이 무어 있겠나. 오역죄를 지었으면 무간지옥에나 떨어지겠지.

사내2: 화해와 관용에 관한 한 역시 비견될 만한 분은 DJ 밖에 어디 있겠습니까?

사내1: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게 DJ의 좌우명 아닌가. 참 맘에 든단말야.

사내2: (갑자기 생각난 듯) 그래서 말입니다만, DJ가 버티고 있는 한 <광주>는 염려하실 일이 아닌줄로 압니다. DJ가 각하의 수호신이 될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사내1: 그래도 '모래시계'는 영 기분 나쁘단 말야. 뭔가 잔잔한 호수가에 큰 돌멩이를 풍덩 내던지는 것 같은....

사내2: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르신, 생각해보십시요. 그까짓 '광주'가 끝난지 19년이나 흘렀지만 광주외에 다른 도시에서는 기념식조차 치른 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광주폭동 이후 태어난 아이들 중 30%는 '광주'에 대해 모른다고 한다지 않습니까.

사내1: 그래도 어른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모래시계 기억하듯 말야.

사내2: 아니지요. <광주>는 잊혀지고 모래시계적 '감상'만 남게 되었지요. 다시말해 진상(truth)은 사라지고 감상만....

사내1: 진상은 무신놈의 진상! (잠시 생각에 잠긴후) 흐흠, 언어학자들이 말했다던 함의(semantics)는 사라지고 상징(syntactic symbol)만 남게되는 현상이렸다?

사내2: 몇몇 빌어먹을놈의 ‘반골'들이 '진실이 드러나기 전에 <광주> 앞에 다른 신을 두지말라'고 했다는데요. 하하 그런 악다구니는 모래시계같은 조형물로 대체되고...


▲ 망월동 묘역의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위령탑 ⓒ 김명곤

사내1: (무릎을 치며) 옳지! 조형물이 주는 대체효과라?

사내2: (기다렸다는 듯) 드라마 '모래시계'는 '광주'의 폭발력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했고, 모래시계 조형물은 잊혀져 가는 '광주'에 대한 심적 부담을 달래주는 위안물이 된 것 아닙니까. 더구나 '4.19세대' 출세하듯 '모래시계 세대'는 '젊은피 수혈론' 에 출세까지 하게 됐으니...

사내1: 오호라! 내가 '젊은피' 출세시키는주역이 되었군.

사내2: 정동진에 세워진 모래시계는 관광명물이 되어가고...'광주'는 더욱더 감상적 터치의 대상으로 흘러가고, 또 흘러가고... 모래시계 세대는 출세의 가도를 달리고...어르신을 감히 누가 시비하겠습니까.

사내1: (슬며시 눈을 감고) 법구경에 이르기를 '大人體無欲 在所昭然明 不高現基智 (대인은 무슨일이 일어나도 그대로 걸어가고, 현자는 행복이 오건 불행이 오건 흔들리지 않는다) 야라.

사내2: 역시 어르신의 불심은 대단하십니다. 이대로만 가면 '통일특사'는 맡아논 당상 아니겠습니까?

사내1: 예끼 이사람! 함부로 입 놀리지 말라구!

사내2: (정감어린 표정으로) 어디 우리가 남입니까?

사내1: 이봐 허군, 거 묻어논 돈 있지. 한무더기 뚝 떼어서 정동진에 좀 보내야 되겠어. 최대한 예술적으로 멋지게 만들라고 해! 기왕에 다른 곳에 모래시계 설치할 곳 있나 좀 더 알아보고.

사내2: 29만원 밖에 없잖습니까.

사내1: 이 사람아, 말이 그렇단 말이지. 그건 내 마법 단지야! 퍼내고 또 퍼내도 29만원이 남아 있는.

사내2: 흐흐 잘 알아듣겠습니다. - 2편 끝 -
 
 

올려짐: 2016년 6월 13일, 월 4: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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