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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허리케인
 
최악의 대통령을 만났다, 불행하게도
[허리케인 칼럼] 폭주하며 법 위에 군림... 박 대통령, '독재자의 딸' 아닌 독재자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서울=오마이뉴스) 김당 기자 = 주먹을 불끈 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서 활짝 웃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미지가 중첩되었다. 두 사람이 닮았다고 말하면 서로 기분이 나쁘겠지만, 요즘 말로 '금수저'여서 서민의 삶을 모른다는 점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체제 붕괴'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데 핵무기 등 군사력에만 집중한다면 자멸"(2013. 3. 8), "핵무기를 내려놓는 것이 북한의 유일한 생존의 길"(천안함 3주기 추모사) 등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체제 붕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오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의 불안과 위기감에 대해 정부의 대처 방안을 설명드리고 국회의 협력과 동참을 당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유엔안보리 제재와는 별개라고 했던 개성공단을 왜 갑자기 전면 중단했는지, 사드(THAAD)와 관련 그동안 유지해온 '미국측 제안도, 양국간 논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3무원칙을 깨고 갑자기 미국과 배치 협의를 시작한 배경이 뭔지에 대한 설명은 연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동어반복과 어물쩍 넘어가기

첫 번째 문제점은 동어반복과 어물쩍 넘어가기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통해 작년에만 1,320억 원이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달러로 지급되었고,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진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배경 설명은 설 연휴 끝인 10일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성명'을 발표한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설명과 동어반복이다. 홍 장관은 14일 아침 'KBS일요진단'에 출연해 "임금 등 70%가 당 서기실 등으로 상납되는 것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지만 정보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유엔안보리결의안 위배 논란이 제기되자 15일 오후 국회에 나와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공개할 수 없는 정보자료'는 통상 국가정보원의 '대외비 정보'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16일자에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개성공단 임금 70% 노동당 상납 내용) 이게 다 국정원 쪽 얘기인데 어려울 땐 (국정원이) 숨는다. 더 위쪽(청와대)도 나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필자가 15일 국정원의 3년치 국정감사 답변자료(대외비)를 다 훑어보았지만, 홍 장관이 언급한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관련기사: 개성공단 돈 서기실 상납? 국정원 근거자료는 없어). 증거가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이 15일 국회 외통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개성공단 임금은 북한 당국이 30%를 사회보장비와 문화시책비로 빼고 나머지 70%를 물표로 주며 노동자들은 호주 국적의 교포 송ㅇㅇ씨가 운용하는 PX에 가서 물표를 주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홍 장관에게 "우리 기업이 지급한 달러의 절반 정도를 송 사장이 PX물품을 수입해오는 대금으로 쓰고 있는데 이것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추측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냐"고 따졌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이런 지적과 의혹을 무시한 채 동어반복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앞뒤 안맞는 말과 북측에 책임 떠넘기기

박 대통령 연설에서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점이다. 특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하면서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했던 것은 우리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무사귀환이었다"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 당시, 우리 국민 7명이 한 달 가량 사실상 볼모로 잡혀 있었고, 이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피 말리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면서 "이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 국민들을 최단기간 내에 안전하게 귀환시키기 위해 이번 결정 과정에서 사전에 알릴 수 없었고, 긴급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개성공단 체류인원 및 입주기업 생산활동을 최소 수준으로 조정했고, 장거리로켓 발사를 계기로 체류인원을 650명에서 500명 수준으로 추가 축소했다. 당연히 개성공단은 유사시 체류인원의 신변안전을 위한 비상연락체계가 갖춰져 있다. 정부가 우리 기업인과 근로자의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했다면 사전에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시켜야 했다.

그런데 전면 중단 발표 당시 개성공단에는 184명의 국민이 체류하고 있었다. 정부는 비상연락망을 가동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했을 때도 7명이 억류되어 애를 먹었는데, 184명이 체류한 상황에서 우리측이 사전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해 놓고선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를 두고 '자국민 일부와 생존권을 박탈한 탈법적 권력행사에 따른 범죄행위'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박 대통령은 또 정부의 책임을 북측에 전가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자와 설비 반출 계획을 마련하고 북한에 협력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예상대로 강압적으로 30여분의 시간만 주면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했다"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 전면 중단은 2013년 공단을 재가동하면서 남북 간에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규정한 '8.14 합의'를 파기한 것이다. 이 '정경분리' 조항은 당시 북쪽의 노동자 철수 조처로 개성공단 가동이 134일간 중단된 뒤 남쪽의 정상화 요구에 따라 도출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입주기업들이 공장 시설과 많은 원부자재와 재고를 남겨두고 나오게 된 것을 저 역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활용하여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24개 입주기업 중에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110개이며 최고 보상기업도 70억 원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북측의 중단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멈췄을 당시에도 124개 입주기업들이 통일부에 신청한 피해액은 1조566억 원이었으나, 정부는 이중 7,667억 원만을 인정함으로써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불법행위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이어 북한이 설비, 원부자재 등의 반출을 불허함에 따라 124개 입주업체뿐 아니라 5,000여 개 협력업체와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12만 4,000여 명까지 도산과 실직의 위협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통일에 이바지한다는 자긍심으로 개성공단 중소기업에 다니는 멀쩡한 청년들을 하루아침에 실업의 위협에 떨게 만들어 놓고선 국회에선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서비스산업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발표 하루 만인 11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히고, 설비, 원부자재 등의 반출을 불허해 1조 원이 넘는 설비자산이 억류되었다. 남북경협기금이건 피해 보상이건 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특히 2004년 생산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 정세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북측이 남북 간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도 폐쇄함으로써 남북 간 군사 긴장상태가 극적으로 고조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 전개는 2013년 북측이 중단한 경험이 있기에 정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은 이런 비상시국에 대비해 대통령한테 긴급한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76조에서 규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상황이 긴급하다 하더라도 헌법에 정해진 형식과 절차를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헌법 제76조의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은 발동 뒤에 지체 없이 국회의 승인을 얻는 등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이번 국회 연설은 의원들에게 국회의원 선서를 들먹이며 헌법 준수를 윽박지르는 자리가 아니라 그런 절차를 요청하는 자리가 됐어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는 법치주의를 준수하려는 그런 인식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헌법을 위반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헌법 제23조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려면 국회가 입법한 근거 법률이 있어야 하고, 이 법률에는 헌법 제23조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규정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처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우리 국민의 재산권을 수용한 것이므로 헌법 제23조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의 얼굴이 중첩되어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독재자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것, 이것이 독재다.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독재자다. 나라를 하루아침에 전쟁의 동굴 속으로 몰아넣고도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른 채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쩌면 최악의 '역대급 대통령'을 만난 것 같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6년 2월 22일, 월 5:0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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