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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허리케인
 
김대중·노무현은 못한 일, 박 대통령은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글] 어느 비판자의 정심(正心)

(서울=오마이뉴스) 이준민 기자 = 세상이 너무 참혹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무람하게 생각 마시고, 정말 이 글이 대통령께서 읽으실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대통령과 국민이라는 관계적 특수성만을 기저로 이어가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대통령과 저는 국민의 1/n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지난 대선에서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고, 투표에서 선택하지도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당신의 정치행보에 대해 지난하게 비판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고백컨대, 당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순간에는 정말로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랐습니다. 또한 그런 자격과 조건을 아주 완벽하게 갖춘 분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2년이나 남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 거수경례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저는 단언컨대, 대통령님을 저보다는 분명히 애국자로 평가합니다. 그 애국심이 오늘 당신을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도 또한 사실일 것이며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반대로 이 글을 이어가는 저도 분명히 '애국자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이 글을 이어가는 이유와 근거도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대통령님, 저는 당신에 대해 다음 두 가지를 매우 중요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님은 대한민국에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따님입니다. 두 번째는 당신은 주류사회가 지지하는, 강력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입니다. 저의 이 편지글은 이 두 가지 때문에 시작된 일이기도 합니다.

대통령님, 성공한 대통령으로 당신이 역사에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은 아직도 2년이나 남았습니다. 그러려면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나 철학을 완전히 바꾸셔야 합니다. 먼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벗어나십시오. 심리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그렇게 하시기 바랍니다. 아버지를 버리거나 아버지를 부정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아버지의 그늘에서 해방되는 순간 당신이 그토록 소원해 마지않는 아버지의 명예가 안착될 수 있다는 역설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대통령님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지자나 반대자나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하나의 역사입니다. 저 또한 이 순간에도 대통령님의 아버지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만, 그건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현대사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사람의 양심적, 합리적 기제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개인의 평가와 전체의 평가가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존재의 부정이 불가능한 측면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나라는 박정희라는 하나의 인물을 두고 심각한 상징 싸움에 지쳐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지극히 불행한 일입니다. 가령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밥 먹고 살게 해준 사람 박정희'와 반대자들이 주장하는 '잔혹한 독재자 박정희'라는 상징이 대립하면서 현재의 지도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도력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그 와중에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대통령님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대통령님의 업무에 되려 짐이 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지지자들의 과도한 박정희 사랑은 오히려 급진적인 반대자를 지속적으로 양산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오해인지는 모르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도 모두 대통령님의 선친을 위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국민 과반 이상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또한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박정희 마케팅이 호들갑을 떠는 것도 지적하셔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대통령님의 아버지를 앞세우는 구호 속에서도 그 위선을 포착해 내셔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철저하게 객관적 인물로 내려놓으십시오.

대단히, 대단히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하시면 대통령님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오히려 반대자들에게까지 공정한 평가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충분한 토론을 통해 공과 과를 분명히 따지고, 공은 높이 평가될 것입니다. 깊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판자 혹은 반대자들은 그분의 공이 엄연할지라도 선뜻 인정하고 싶지 않는 심리적 기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 분들에게 그런 심리적 기제를 해방시켜줘야 합니다.

이 첫 번째 문제를 정리합니다. 대통령님, 과감하게 선친 박정희로부터 해방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진실로 방향을 바꾸시면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공정한 평가에 힘입어 대통령님이 바라는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상부터 철거하고 터무니없는 기념관들도 줄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님만한 환경과 자격을 갖춘 분도 없습니다


▲ 한복 입은 박근혜 대통령 지난 2013년 2월 25일에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두 번째입니다. 대통령님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정치 환경을 기반으로 하여 특정지역과 기득권 세력의 절대 지지를 받는 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반대편 또한 그 정도의 반대의사를 거듭하고 있다는 불행한 현실도 아셔야 합니다. 대통령님은 대체로 강자의 지지로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신 분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영남뿐만 아니라 그 외의 넓은 지역들이 있고, 대다수의 약자들이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대통령님은 영남과 기득권 세력만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편협한 정책 기조와 왜곡된 정치적 현상과 싸워주셔야 합니다. 대통령님은 그렇게 하시는 데 누구보다 적격인 분이십니다. 유사 이래 인간사가 모두 그렇듯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양보하고 화해를 요청해야 문제가 풀리지, 가난한 자가 그것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더라도 그것이 전혀 효용이 없는 일이라는 걸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헌신과 희생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가진 자의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헌신과 희생만이 그것을 해낼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약자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분들이 그걸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통령님은 선친 박정희라는 상징을 업고 있으며, 강자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분입니다. 앞 두분의 정치적 한계와는 분명히 다른 특수한 점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영남과 기득권 세력에게 호소하십시오. 여러분이 양보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이대로 영원히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역설하십시오. 대통령님도 애국자, 저도 애국자, 부자도 애국자, 영남인도 애국자, 가난한 자들도 애국자, 비영남인들도 애국자라는 사실을 철석같이 믿고 그들을 설득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살아야합니다. 지정학적 불행을 안고 있는 우리는 늘 외세에 시달리면서 국력을 낭비하고 있고,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민심은 지금 폭발 직전입니다. 이 모든 것은 수습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불행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영남도 살고, 기득권 세력도 살고, 가난한 자도 사람구실 좀 하고, 비영남인도 어깨 펴고 떳떳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물고를 트셔야 합니다. 그 자격을 오로지 대통령님만이 특수하게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하기에는 대통령님만한 환경과 자격을 갖춘 분도 없습니다. 또한 미래에도 대통령님만한 특수한 자격을 갖춘 분을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대통령님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단, 대통령님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에서입니다.

물론 그렇게 정책 기조와 철학을 바꾸시는 과정에는 무수한 어려움과 공격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별하십시오. 영남 민중들은 당신을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아마 대통령인 당신을 이용해, 당신과 당신의 대통령직과는 상관없이, 이득을 취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극히 소수의 기득권 세력과 관료, 정치인이 당신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땐 진짜로 그동안 당신을 반대했던 사람들까지 들고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두려워 마시고 결행해 나가십시오. 이것만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의 국운에도 다시 불을 밝혀질 것이고, 당신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이 그토록 존경하는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도 거뜬히 명예회복을 할 것입니다.

절반의 대통령으로 남겠습니까, 아니면 국부 반열에 오르시겠습니까


▲ 2차 민중총궐기, '박근혜 퇴진하라!' 지난해 12월 5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박근혜 대통령님, 당신의 정치적 반대자가 이 긴 글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미워도 국민의 과반인 당신의 반대자들을 탱크로 밀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당신의 반대자들이 유혈혁명이라도 일으켜 세상의 반을 쓸어버릴 수도 없는 세상입니다. 또한 그게 가능하더라도 평화주의자인 저는 결코 그런 사태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대통령님, 님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입니다. 아직도 2년이라는 세월이 남아있습니다.

비탄에 젖어있는 사람들을 품어 안아주시고, 강자들에게 양보를 권하셔서 진실로 하나 되는 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당신의 반대자가 당신에게 항복하는 글이 아닙니다. 아마 당신의 주변에는 날만 새면 이 글의 반대 논지를 가지고 당신의 생각에 혼란을 가져오거나 오도하는 사람들이 즐비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영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 나라의 지도자급 인물들이 그토록 모두 썩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너무 비참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마지막으로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모두 이기는 길로 가셔야 합니다. 영남과 기득권 세력을 설득하십시오. 그 자격과 조건을 갖춘 분은 당신뿐입니다. 전무후무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당신 스스로를 철저하게 이용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대통령님은 장차 따질 것도 말 것도 없는 국부의 반열에 오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성공하십니다. 그건 당신밖에 할 사람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말입니다.

대통령님, 국민 절반 만의, 영 찜찜한 상태의 대통령으로 남으실 것입니까? 또한 저를 포함한 국민 반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원히 평가절하 받는 대통령으로 남으실 것입니까? 불행한 현대사를 건널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시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또 대통령님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면서 계속해서 비판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절대적으로 님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데 앞장 설 것인지 판단하겠습니다.

아직도 시간은 2년이나 남았습니다. 추위에 건강하시고 늘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016년 1월
어느 비판자 올림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6년 1월 30일, 토 6:3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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