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심으로 '지카 바이러스' 확산... 소두증 신생아 급증

(서울=오마이뉴스) 윤현 기자 = 중남미 국가들이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가 확산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 보건 당국에 지카 바이러스 경계령을 내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가임기 여성의 중남미 국가 여행을 자제하라는 경보를 발표했다.

여행 경보가 적용된 국가는 브라질,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프랑스령 기아나, 마르티니크,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멕시코, 파나마, 파라과이, 수리남,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등이다.

이날 태국에서 거주하던 20대 남성이 대만에 입국하다가 열 감지 카메라에 이상 반응을 보이자 검사 결과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타나는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소두증 신생아 급증...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지카 바이러스는 올해 브라질에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소두증 증세를 가진 신생아 출산이 급증하자 브라질 보건 당국이 조사한 결과 이집트 숲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이집트 숲 모기에 물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두뇌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WHO 기준에 의하면 신생아의 머리 둘레가 34∼37cm이면 정상이지만, 32cm 이하는 소두증으로 간주한다. 또한 브라질에서만 5명의 아기가 지카 바이러스로 숨졌고, 다른 44명의 신생아 사망이 지카 바이러스와 연관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 9일까지 150만 명 이상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소두증 의심 사례도 3530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에서도 1만3500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밖에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브라질에서 거주하다가 돌아온 하와이의 한 산모가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한 데 이어 플로리다 주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3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 앞두고 '초비상'

이집트 숲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대다수가 증상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가벼운 열병으로 지나간다. 메르스와 달리 사람 간에 전염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전이되면서 소두증 위험이 커지고, 백신이나 치료 방법도 없다.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 때 전파되며, 사람 간에 감염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기가 감염된 사람에게서 얻은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을 물 때도 전파한다. 수혈로 전파될 수도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례는 없다.

브라질의 한 소아과 의사는 "임신 계획이 있는 가족은 가능하다면 당분간 미룰 것을 권유한다"라며 "지금은 너무 불확실성이 크고, 세계 과학계에서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콜롬비아 보건부도 성명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 창궐이 오는 7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바이러스 사태가 사그라질 때까지 6~7개월 동안 임신을 미루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당부했다.

브라질에서는 올여름 개최하는 2016년 리우 하계 올림픽에도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 임신 계획이 있는 각국 선수단 관계자나 취재진, 관광객들이 브라질 방문을 피할 수도 있다.

브라질은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이집트 숲 모기가 번식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구역에 강제 진입할 수 있는 사법적 권한을 부여하며 대대적인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감염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