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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허리케인
 
"위대한 영도자 전두환" 수치를 아는 것은 염치다
[허리케인 칼럼] '자학사관'이 문제라고? 국정교과서는 '자해사관'이다


▲ 1981년 7월 13일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전두환 대통령 내외가 환영행사에서 귀국 보고 연설을 하는 모습 ⓒ 대통령기록관

(필라델피아) 강인규 교수(펜주립대 언론학) = "오랜 가뭄 끝에 이 강토에 단비를 내리게 하고 떠나시더니 돌아오신 오늘은 지루한 장마 끝에 남국의 화사한 햇빛을 안고 귀국하셨다. 아마 하느님도 우리를 도우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위대한 영도자 밑에서 위대한 국민이 된 긍지와 기쁨을 갖게 해주신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뿌린, 거짓 없는 웃음과 성품... 그가 피곤할 것이다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이 터무니없음을 말해주는 듯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건강한 모습..."

북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 보도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야기다. 여기서 '지루한 장마'를 물리치시며 '화사한 햇빛을 안고 귀국하신' 그 '위대한 영도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수치를 모르는 국민이 되라?

군부독재가 서슬 퍼렇게 살아있을 때라 해도, 앞의 낯뜨거운 보도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뉴스가 '위장 민주주의 운동'이었다거나, '캐묻지 말고 자랑스러워 할 일'이라고 주장할 사람은 더욱 없을 것이다.

이런 한국언론이 자신의 과거를 부끄럽게 여긴다면 '자학'이 될까? 결코 자랑스러운 과거는 아니지만, 반성을 통해 과거와 결별한다면 '자학'이 아닌 '자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두운 과거를 딛고 성장한 자신의 모습에서 뿌듯함까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부끄러움을 '과거'로 만들었느냐의 여부다. 수치스러운 짓을 현재까지 확장해 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부끄러운 과거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그래서 다시는 같은 수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 여기에 역사 교육의 목적이 있다. 수치를 수치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자학행위이며, 여기서 '자부심'까지 느낀다면, 그것은 그냥 머저리일 것이다.

한국사회를 보면 익숙한 공포영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쫓겨 달아나는데, 모퉁이를 돌면 방금 전에 지났던 길이 또 나오고, 다시 모퉁이를 돌면 조금 전의 길이 다시 나오는 악몽 말이다. 국민들을 잘 살게 해 줬다는 대통령의 딸이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집권한 뒤 '새마을운동'과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며, 이제는 교과서를 입맛대로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이때 국민들은 "빨갱이는 다 죽여도 돼"라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에게 테러를 가하고 (그토록 싫어하는 북한에서나 가능할 법한) '반인반신' 지도자 동상을 세워놓고 절을 한다. 한국을 '발전' 시켰다는 그가 실상은 이 나라를 유신 시대의 그림자에 가둬놓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뒤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이 나라는 여전히 70년대의 쳇바퀴를 돌고 있다.

상식적 역사평가가 '공산혁명'이 되는 나라

우리는 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권력자가 역사기록을 쥐고 흔들어 온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박정희의 집권이 '쿠데타'였는지, '혁명'이었는지를 놓고 난투극을 벌이고, 더 나아가 그가 비록 독재를 했으나, 그것은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한 선택이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한없이 답답하다. 세계의 보편적 상식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소수 권력자가 합법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행위를 '혁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독재'와 '발전'을 동등한 지위에 놓고 대립시키는 사고도 마찬가지다.


▲ 돈 오버도퍼의 저서 <두 개의 한국> 표지(왼쪽).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서 <두 개의 한국>을 쓴 돈 오버도퍼(오른쪽). 그는 장교로 6.25 한국전쟁에 참여했으며, 이후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되어 박정희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하기도 했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미 국방부 자문위원을 지냈다. ⓒ basic books/wiki commons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 가운데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강의하다가 지난 7월 타계했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널리 읽는 그의 저서 <두 개의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박정희와 김일성은 대외적인 처세와 추구하는 이념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된 것은 모두가 독재자로 군림했다는 사실이다. 박정희는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해 1979년 암살될 때까지 18년 동안 남한의 현대사에 그 누구보다 깊은 족적을 남겼다. 장기집권과 영향력 측면에서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인물은 오직 북쪽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권력을 휘둘렀던 김일성뿐이었다."(<두 개의 한국> 63~64쪽)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좌파'나 '종북' 이야기부터 꺼내는 사람을 위해 말해 두지만, 그는 6.25때 포병장교로 참전해 북한과 맞서 싸운 사람이다. 이후에는 기자가 되어 박정희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인상을 상세히 묘사했고, 인간적인 매력도 아낌없이 적어놓았다. 예컨대 그는 국수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울 만큼 수수했고, 물을 아끼기 위해 청와대 화장실 변기에 벽돌을 넣어둘만큼 세심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비록 개인적인 친분에도 불구하고, 유신시대에 대한 오버도퍼의 역사적 평가는 단호하다. 그는 박정희가 '경제성장'을 강조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박정희 집권 당시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남한을 비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했기에, 국방력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성장이 필요했고, 두 번째는 "합법정부를 무너뜨린 자신의 군사정권에 대한 정통성을 확보해야 했던"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본문 67쪽).

다시 말해, 권력을 유지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는 유신 시대에 대한 세계 지식인들의 지극히 보편적인 평가 방식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 당시, 시사주간지 <타임>이 박근혜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부른 것이 국내에서 논란이 되었다. 당시 외국의 언론인과 학자들은 그게 왜 '논란거리'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아니냐'는 것이다.

유신, 잃어버린 50년

한국사회에서는 왜 세계 상식에도 못 미칠만큼 온건하고 보수적이기까지 한 역사 교과서가 갑자기 문제가 되는 것일까? 정부기관이 일일이 감수해서 수정 지시까지 내려 펴낸 책이 왜 당장 갈아치우지 않으면 큰일 나는 "공산혁명 추구"의 온상이 된 것일까? 오버도퍼는 이에 대해서도 기록해 놓았다.

"보안기관들은 언론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유신' 발표 후 근 1년 동안 중앙정보부 소속 요원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주요 언론사와 방송국을 찾아와 보도 가능한 뉴스와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어 지정했고, 심지어는 헤드라인의 크기나 특정 기사의 돋움 처리 여부까지 세세하게 지시했다. 이와 같은 철저한 보도 검열 결과 신문 보도나 뉴스는 온통 박 대통령의 사진과 동정 일색이었다. 검열에 저항하는 편집자나 기자는 불려가 '통닭구이' 고문을 받거나 구타를 당했다." (79쪽)

오늘날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맹목적 지지는 검열과 통제의 결과였다. 만일 당시 언론이 오버도퍼 책 정도의 온건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했어도 박정희를 신처럼 떠받들고 그의 딸까지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정보통제와 왜곡으로 21세기의 나라를 20세기 중반에 가둬놓은 것,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가장 큰 과오며 재앙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먹고살게 해 주었다'는 이유를 들며 독재자가 저지른 잔혹한 범죄까지도 기꺼이 합리화했다. 우리들 마음 속에서 독재 체제는 끊임없이 연장되었고, 결국 낡은 권력은 현실로 복귀했다. 변함없이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며, 이 고민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잘살 권리는커녕, 생각할 자유까지 잃게 되었다.

수치를 수치로 아는 것은 '자학'이 아닌 '염치'다

국정교과서 작업이 '대통령의 효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자신을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대선 여론조작, 세월호, 메르스, 대선공약 파기, 정책 실패 등 역사에 수많은 실정이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정화를 본격 추진하기 전, "포털을 보면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 일색"이라며 '포털 손보기'에 착수한 것을 보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를 교과서에서 찾았다. 검정교과서로 인한 "잘못된 역사교육"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현실에서 절망과 좌절을 느끼는 까닭은 정부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국민들 머리속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투표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투표해야 국민이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을 제대로 보고 뽑아야 이런 기막힌 경험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기야, 이런 판단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교과서 국정화의 목적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배포해 '자학사관'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집권세력에 대한 판단력을 잃어버려 '헬조선'을 만든 정치인을 계속 찍게 된다면, 이건 '자학' 정도가 아니라 '자해' 아닐까?

수치스러웠던 과거를 끄집어 내는 것이 '자학'이고, 이를 비판하는 것이 '좌파'이라면, 나는 기꺼이 '자학'과 '좌파'의 길을 택할 것이다. 부끄러운 과거는 부끄럽게 기록하는 것이 '바른 역사'다. 과거의 수치를 깨닫는 것만이 현재와 미래의 부끄러움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5년 11월 06일, 금 6:2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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