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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허리케인
 
싸움은 하고 싶은 사람끼리만
[허리케인] 남북의 '적대적 공생관계', 묻히는 건 민초들의 삶

(서울) 하지율 기자 = 지난 며칠간 우리를 큰 불안에 떨게 한 남북 군사대치 이후 25일 남북이 합의했다. 사람들은 비로소 안심할 수 있게 됐지만, 지난 며칠간 어떤 역설을 마주했다. 겉으로 보기에 남북은 군사 문제에 서로 단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로 적당한(?) 화해의 몸짓을 보내는 걸 잊지 않았다.

북측은 지난 4일 서부전선 DMZ 지뢰폭발과 20일 연천 포격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동시에 지난 10일부터 남측이 실시하고 있는 대북심리전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남측은 먼저 도발을 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라고 맞섰다.

그런데 지뢰폭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연내에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이 실현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그리고 통일부는 9월 중으로 이산가족 현황을 파악해 북측에 전달하는 걸 추진 중이다. 한편, 48시간 내로(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던 북측은, 자신들이 먼저 남북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다.

불과 20여 일 동안 절묘하게 합을 이루는 극적인 적대와 화해. 이 리듬감을 갖춘 두 권력이 집권하는 곳. 이 땅을 우리는 '다이내믹 한반도'라고 부른다.


▲ 김정은과 박근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 표지의 김정은과 박근혜. ⓒ 타임

다이내믹 한반도는 사회학적 연구가치가 높은 곳임이 틀림이 없다. 싸움을 '결정'하는 쪽은 각 '국가'라고 불리는 어떤 실체없는 이름의 유령이지만, 싸움을 '하는' 쪽은 살아 숨쉬는 구체적 개개인들이다. 그러나 꽤 많은 인간 실존들은 자신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전적으로 결정해버리는 이 유령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아니, 차라리 관측 되는 건 적극적이고 엄숙한 어떤 '의례'이다. 유령들을 위해 당장이라도 희생을 치를 것처럼 다짐하며 치르는 의례란 이런 식이다. 국가는 부르지 않았지만, 어떤 이들은 스스로 전투복을 착복하고 '전쟁불사'를 외치며 인증샷과 함께 인터넷 상에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의 결의는 덩달아 고취되고, 답례로 추천 버튼이 눌리며 칭찬 댓글이 달린다.

"젊음이란 이런 거!"

이때 이 엄숙함은 자부심으로 전치되며, 주변으로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그래서 때때로 이 의례는 차라리 어떤 집단 열광 내지는 유행 혹은 놀이 같아 보이기도 한다. 물론 호전적인 '전쟁불사' 외침이 남쪽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죽탕처버리자'와 같은 가공할 만한 전투언어로 단련된 북쪽 청년들도 자진 복대를 탄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쟁불사'와 '죽탕처버리자'는 어떤 시선을 결핍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평화를 원하고 긴장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바라는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눈길이다. 정확히 말해 그것은 고려되지 않았다.

[다르게 보기] "파시즘을 보았다"

모든 예비역들이 위와 같은 현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두달 전까지 공군 중위로 복무했던 D씨에게 현 상황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 전쟁 위기감을 높이는 남북 군사대치를 어떻게 느꼈나.
"공안정국 조성처럼 느낀다. 잃어버린 민심을 만회하고 결집시키 위해, 공공의 적을 상정하는 건 권력의 공통된 전략이다. 정말 전쟁 위기라면 이미 미군이 감지하고, 진돗개가 아닌 데프콘이 올라간다. 눈길을 끄는 건 대통령이 나선 점이다. 정작 세월호 참사 등 문제가 생기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숨었던 정부가 이번만큼은 적극적이고 신속하다. 대응사격이 1시간 만에 이뤄졌다는 비난도 있지만, 현 정부의 능력 수준을 감안해보라. 굉장히 빠른 편 아닌가."


▲ 박근혜 대통령, 제3야전군 사령부 방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경기도 용인 제3 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해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 청와대
- 그래도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전역을 미루는 등 각오를 다지기도 하는데.

"물론 각오와 신념은 진심이라고 본다. 그러나 나는 한편으로 좀 두렵다. 불과 두달 전 군장교였던 사람으로서, 군은 이런 분위기 형성이 너무 쉽다고 본다. 몇 사람이 분위기를 형성하면 다수가 따른다.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파시즘의 가능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군에서 수시로 또 일방적으로 행하는 정신교육은 우습게 볼 수 없다. 너무 쉽게 신뢰하고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걸 당연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는데.
"어릴 때부터 꾸준히 교육을 통해 주입받는 국가 개념은 위험하다. 나는 철학자 푸코의 경고가 떠올랐다. 국가권력은 개인의 몸에 '자발적 통제'를 가할 수 있다. 동원령도 선포되지 않았는데, 스스로 그리고 섣불리 군복부터 꺼내 SNS에 군복 사진을 투척하며 국가에 전쟁준비 완료를 보고하는 사람들. 덩달아 가슴이 끓어올라 칭찬 댓글을 달고 추천을 누르는 사람들. 국가가 삶의 주인의 자리를 대신하면 노예가 되는 거 아닌가.

사회를 계급화하고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고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관념으로 길들이는 건, 2차대전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 스타일이다. 단순히 '박근혜가 또 북풍이었네'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파시즘과 제국주의적 면모를 갖춘 무서운 현상이다."

[다르게 생각하기] '적대적 공생관계' 속 묻히는 건 민초들의 삶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기를 바란 마르크스주의자다. 그가 태어났을 당시 그의 나라는 유고슬라비아였는데, 그가 42세가 되던 해 소련이 해체되면서 그 일원이었던 유고슬라비아는 세 나라로 분리 독립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비로소 마르크스주의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가 마르크스주의자이면서도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에 힘쓴 건, 현실의 사회주의 국가도 자본주의 국가도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보장해주는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자유 선거를 원했다. 그에게 현실 사회주의 국가는 그저 마르크스주의를 왜곡한 망령일 뿐이었다.


▲ 2012년 29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슬로베니아)이 금속노조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과 연대의 뜻으로 손을 굳게 맞잡고 있다. ⓒ 권우성

지난 2012년 지젝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 사회인 한반도를 방문했다. 그에게 북한 정권은 무엇일까. 역시 망령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북한 정권을 완전히 죽지도 제대로 살지도 못하게 하나의 국가로 세우고 숨을 불어주는 건, 다름 아니라 남한 정권이다.

남한 정권이 스스로 존재 가치에 대한 값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북한 정권과 대립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할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때 '주적'이란 실질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개념이다. 남과 북이 끊임없이 조성하는 긴장은 끊임없이 개인들을 전체가 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이는 기성 권력들과 뜻이 다른 이들을 솎아내는 근거가 된다. 이렇게.

"너 종북 빨갱이지?"
"너래 반동분자 아니네?"

물론 남한은 북한보다 훨씬 민주적인 사회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남한이 북한을 이용하는 방식과 북한이 남한을 이용하는 방식은 (그것들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본질적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에게 한반도는 여전히 성숙하지 못했다.


▲ 영화 남부군(1990) 스틸컷. 영화 <남부군>은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체포된 이태씨의 기록에 바탕으로, 이념 대립 한 가운데 휘말린 빨치산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다. 빨치산들은 6.25이후 남과 북 모두에게서 버려진 남로당계 노선의 게릴라들을 말한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지지하지만 파시즘적인 북한의 김일성과는 정파를 달리하며 거리를 뒀고, 남한의 이승만을 인정하지 않고 지리산 등 산악지대에서 유격활동을 벌인 이들을 지칭한다. 김일성은 자신이 일으킨 6.25의 책임을 남로당계 당수인 박헌영에게 덮어 씌워 숙청 시켰고, 이후 빨치산들은 남과 북 모두에게 버려져 대부분 사살되거나 굶어죽거나 얼어죽는다. ⓒ 정지영

한반도의 이 끊임없는 '적대적 공생관계' 무한 순환의 소용돌이는 기득권의 치부와 관련된 이슈들을 빨아들인다. 수일 동안 포털의 메인이 남북 군사대치 기사 일색으로 점철되고, 민초들의 삶에 관한 산적한 이슈들은 묻힌다. 이 체제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은 지루할 만큼 단순하지만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한다.

빨치산의 애환을 담은 영화 <남부군>에는 민가의 밭을 사이에 두고 돌담에 몸을 숨겨 서로를 향해 총격전을 벌이는, 빨치산과 국군 무리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1950년대 한국전쟁 무렵을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총알이 날아오르는 허공 아래로 멍멍이 한 마리가 밭을 가로지른다. 꼬마가 멍멍이를 구하기 위해 밭으로 뛰어든다. 이를 발견한 남과 북은 모두 "사격중지!"를 외치며, 위험하니까 서로에게 오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꼬마는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그리고 저 멀리 이를 발견한 꼬마의 엄마가 이렇게 외친다.

"아야! 으찔라고 거기있냐? 얼른 이리 와라."

그리고 꼬마는 엄마에게 달려가 안긴다. 이 장면을 본 남과 북의 군인들은 허탈하게 웃으며 서로를 놀리면서도 생각보다 인간미 있는 놈들이네? 하는 식으로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고향 노래를 부르며 그날만큼은 총격을 멈춘다.

그렇다. 삶이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삶에 봉사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쟁불사!'가 아니라 "사격중지!"를 외치는 사랑이다. 싸움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정 싸우고 싶은 사람들은 제발 자기들끼리만 싸웠으면 좋겠다.

폭 4km, 길이 250km나 되는 비무장지대(DMZ)라는 무대도 있으니, 불쌍한 현역 장병들은 그냥 놔두고 기득권들끼리 거기서 '완판치 맞다이'로 해결을 보든 어쩌든 앞으로는 결과만 보고하라. 나는 팝콘을 준비하겠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5년 9월 05일, 토 11:3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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