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런당 5센트...암시장서 밀수출 횡행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5일 25년만에 이라크의 경제상황에 대한 62페이지의 보고서를 내 놓은 가운데 이라크의 자동차 개솔린값이 세계에서 가장 싼 갤런당 5센트(한화 50원)이하인 것으로 밝혀져 미국과 영국 등 다른 국가들의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국의 개솔린값이 갤런당 2.55달러, 영국은 6.24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이라크의 개솔린값은 이들 국가들의 51분의 1과 125분의 1 수준이다. 이밖에도 인근 아랍국가들 가운데 이란은 갤런당 38센트, 요르단은 1.89 달러, 시리아는 1.74달러이다. 이라크의 석유 가격이 이처럼 저렴하자 밀수출업자들이 암시장에서 개스를 사들여 터키와 같은 이웃 나라에 팔아 넘기는 일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이라크의 개솔린값이 싼 이유는 석유 제품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지원 정책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그동안 지나치게 저렴한 석유 가격과 석유 제품에 대한 정부보조가 이라크의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해 왔다. 이라크 정부가 지난해 석유 제품에 지원한 금액은 30억불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라크의 석유 생산은 지난 1년동안 1일 생산량이 당초예상치인 240만 배럴에도 못미치는 200만 배럴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처럼 석유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는 석유 생산 회사들의 계속된 파업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라크는 미국이 침공하기 전 사담 후세인 시절 하루 250만 배럴을 생산했다.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은 약 1150억배럴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세 번재로 많은 매장량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이라크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거대한 유전지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 정부 고위관리는 <에이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반군의 공격이 극심하고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비피(BP)와 쉘(Shell) 같은 굴지의 세계적인 석유 회사들이 이라크의 석유 생산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의 경제는 사실상 석유 생산과 수출에 의존해 왔으나 사담 후세인의 석유 생산정책의 오류와 국제적인 무역 제제로 인해 상당기간 침체를 겪어 왔다. 현재 이라크는 더욱 거세진 반군들의 공격, 실업율과 인플레의 심화, 전력 및 급수 부족등으로 경제 회복에 큰 고충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해 이라크의 국민총생산(GDP)은 255억불이었으며, 올해는 293억불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화기금은 낮은 석유 가격과 과다한 정부지원으로 이라크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재정이 고갈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 김명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