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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사랑합니다, 고객님"...난 이 말이 불편하다
[주장] '땅콩회항' 조현아 사태로 본 '친절과잉 사회'


▲ '땅콩 리턴'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2일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정문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고 조사실을 가기 위해 돌아서고 있다. ⓒ이희훈

(서울) 이희종 기자 =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기보다, 내가 다니는 직장이나 현실 정치에서 흔히 보는 일상화된 권력의 횡포를 상징하는 사건이라 사람들의 공분이 더 크다.

그런데 매뉴얼에 뭐라고 적혀 있었든, 땅콩 봉지를 뜯지 않고 서비스를 한 것이 비행기까지 회항시킬 만큼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었을까? 친절과 미소의 대명사인 승무원이라서 땅콩 봉지를 뜯는 것까지 매뉴얼로 넣어놓은 것인가 싶지만, 요즘은 웬만한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도 수많은 친절 매뉴얼이 있다.

"고객 감동 경영", "친절경영", "미소마케팅", "손님은 왕", "고객이 원하는 대로" 등을 외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광고 뿐 아니라 직원에 대한 친절교육도 경쟁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물론 그 짐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요즘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인사말이다. 그리고 젊은 여성이 맨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앉아서 고객의 주문을 받는다. 고객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무릎접대를 하게끔 한다. 처음 패밀리레스토랑에 갔을 땐, 이런 풍경이 과하다고 느꼈는데 어느새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

절대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없는 콜센터 직원


▲ <무한도전> 극한알바의 한 장면. 이날 개그맨 정준하는 콜센터에서 알바를 했다. ⓒMBC

이뿐만이 아니다. 마트 계산대의 직원들은 손님이 있든 없든 서 있다. 어떻게 보면 참 비효율적이다. 외국에 나간 지인은 마트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직원들이 계산대에 앉아서 무척 여유롭게 일을 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불평 없이 물건을 사가더라는 것이다.

몇 해 전 한국에서도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의자에 앉을 권리를 주자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우리 동네 마트 계산대에도 의자가 놓여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국의 고객들에겐 앉아있는 마트직원들은 낯선 상대일 뿐이었다. 결국 계산대에 의자는 존재하지만 계산원들은 회사와 고객들 눈치를 보느라 쉽게 앉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목소리만으로 고객에게 응대를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에겐 전화를 먼저 끊을 권리가 없다. 콜센터 직원 매뉴얼의 기본 중 기본이다. 욕설과 성추행 앞에서도 '고객님, 죄송합니다'라며 사과를 하는 직원들. 이를 악용해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도 늘어난다고 한다. 최근 발생한 유플러스 노동자의 자살사건의 배경에도 이런 감정노동이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마트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등 서비스 노동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비정규직에, 넉넉지 못한 보수를 받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처우는 낮지만 기업은 그들에게 절대적인 친절을 요구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사회는 친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친절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과도한 친절은 고객들도 불편하게 해


▲ 영화 <카트>의 한 장면. 어느날 갑자기 해고를 통보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명필름

고객들이 직원들의 친절에 늘 유쾌한 건 아니다. 언젠가 미용실에 머리를 깎고 나오는데 젊은 처자가 "고객님, 제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기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난 그 미용실을 다시 찾기 힘들었다.

이런 건 인사를 하는 직원도, 듣는 나도 너무 힘들게 만드는 '친절'이다. 옷 가게에 들어갔을 때 고객을 따라다니며 응대하는 직원이 불편하기도 하고,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인사하는 직원들도 불편하다. 이건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식당에 갈 때면 어머니께선 '종업원들 싫어한다'며 손녀들의 장난감이 된 수저통을 빼앗곤 하셨다. 아이들이 조금만 뛰어다녀도 '가만히 있어'라며 손녀들을 다독인다. 게다가 식사를 다할 때쯤이면 그릇들을 주섬주섬 정리하셨다. 난 그럴 때마다 "뭘 그렇게까지 하시냐?"며 어머니를 탓하곤 했다.

서비스에 대한 권리만 찾는 게 아니라 사람을 배려하는 어른의 모습. 생각해보면 우리에겐 그런 배려가 너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비스는 고객의 절대권리가 되었지만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친절이라는 이름으로 감정노동자들은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 이제는 서비스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걱정해야 한다.

오늘도 나는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저녁엔 친구와 식당을 찾는다. 누군가에겐 친절을 베풀고 돌고 돌아 누군가에겐 친절을 받고 사는 우리. 뭐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어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서로 좀 이해하며 살수도 있지 않나? 과한 친절은 서로에게 불편함을 주니, 좀 줄이자.

에어컨 기사에겐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넨다. 콜 센터 직원들의 전화도 좀 친절하게 끊어본다. 택배기사에게 '수고하십니다' 인사를 건넨다. 이건 내가 생활에서 실천하는 서비스 노동자들과의 연대활동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4년 12월 20일, 토 3:2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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