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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47] '불체'한 당신, 떠나라!
이민법 개정 산고 겪는 미 의회...'게스트 워커' 안으로 가닥?

(올랜도) 김명곤 기자= "흑인과 백인은 이 나라에서 자신들을 위한 혁명을 했고 각각 그들의 '마르틴 루터 킹'이 있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가 되었다."

이는 지난달 25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벌어진 '반 이민법' 철회 촉구 시위에서 히스패닉 청년이 AP 통신 기자에게 내뱉은 말이다. 그가 "이제는 우리의 차례가 되었다"고 말한 것은, 현재 미국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1200만명의 불체자 문제가 생계 차원을 넘은 '인권문제' 라고 보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들의 '인권문제'는 필연적으로 미국사회의 '법질서' 와 충돌할 수 밖에 없고, 이때문에 지금 미국사회는 한바탕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과 25일 콜로라도, 텍사스, 노스 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위스콘신 등 미 전역에서 이민법 개정 이슈와 관련하여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25일 로스앤젤레스 (LA)지역에서는 50만명의 시위대가 운집해 경찰당국은 물론 워싱턴 정가를 놀라게 했다. 열기에 찬 시위군중들은 애담스 블러바드로부터 시청에 이르기까지 LA 다운타운의 26개 블럭을 완전히 뒤덮었다. 미 언론은 이날 시위가 베트남전 반전시위를 훨씬 능가한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고 보도했다.


▲ LA 에서 벌어진 ‘반이민법’ 철회 시위에서 고등학생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보도한 LA 타임스 25일자 인터넷판.

이에 앞서 24일 벌어진 시위에는 LA 지역의 고등학교들중 6개교 이상의 학생들이 수업을 포기하고 대거 시위에 참가해 당국을 긴장시켰다. 일부 학교 학생들은 교사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담장을 넘어 시위에 합세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미언론은 다음날까지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이 5~6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정책연구센터(CPRC) 소장 안드레스 지메네즈는 < LA 타임스 > 31일자에서 "그들은 현재의 이민법 개정 토론에서 부모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불만을 감지하게 된게 분명하다"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미국사회에서 '문제집단' 이 되고 있는 데 대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시위 부른 미 하원의 센센브레너 법안

그렇다면 시위를 주도한 친 이민단체들 조차 놀랄 정도로 이처럼 많은 군중들이 몰려든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12월 16일 미 하원이 통과시킨 밀입국자들과 불법체류자(이하 불체자)들의 목을 조여 온 '반 이민법' 때문이다.

센센브레너 하원 법사 위원장이 주도해 일명 '센센브레너 법'으로 불리고 있는 이 이민법안(HR 4437)은 밀입국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미 남부 접경지역 2300마일중 700마일에 장벽을 건축한다는 내용과, 불체자를 중범죄로 다스리고
고용주는 물론 불체자에 도움을 주는 친지, 이민단체, 성직자들까지 처벌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미국내 불체자는 12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일반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건축이나 농장노동, 호텔, 식당 등 서비스 업종, 청소업 등 낮은 급료의 육체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퓨 히스패닉 리서치 센터 자료에 따르면, 불체자들 가운데 7백만명이 어딘가에 고용되어 일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미국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9%에 이르고 있다.


▲ 밀입국자들을 단속하고 있는 국경수비대의 활동을 보도한 6일자 야후 뉴스.

특히 일반 노동자들이 꺼려하는 농장노동력의 24%, 건설노동력의 20%, 청소업의 17%, 호텔 식당 등 서비스업의 17%, 식품업의 12%가 불체 노동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들이 극력 꺼려하는 지붕공사 노동자들의 29%, 도살장 노동력의 27%가 불체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불체자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경우 상당수 업종이 도산하게 되고 이들의 일부가 수개월 동안 귀국해 노동 시장에 구멍이 생길 경우 물가가 폭등하는 등 미국 경제에 대 혼란을 가져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보도 챙기고 경제도 살리고...이중고에 빠진 미국

그러나 경제에 대한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가 '반 이민법'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911 테러 이후 '안보' 에 대한 국민적 관심 때문이다. 센센브레너 법안이 '악법중의 악법' 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세를 얻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대표는 30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우선적 의무는 불체자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면서 "도대체 그들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언급은 2001년 911 이후 미국사회의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도 줄지 않았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제도 살리고 안보도 튼튼히 하는' 묘안을 먼저 내놓은 사람은 부시 대통령이다.

2004초 재선 켐페인에 들어선 부시는 이라크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이같은 상황에서 히스패닉 표를 얻기 위해 일명 '게스트 워커' (임시노동자)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는 텍사스 주지사 시절에도 고용자들과 이민자들의 요구에 부응한 임시노동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해 히스패닉을 비롯한 소수인종의 환심을 샀다.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의 골자는 불법이민자들에게 벌금을 지불하게 하고 3년 동안의 임시 노동허가를 준다는 것이다. 이 노동허가는 한 차례에 걸쳐 3년 연장을 허용해 6년간의 합법 체류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고국으로 돌아가 최소한 1년간 머문 다음 다시 취업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의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은 이민 옹호, 이민제한 그룹 모두로부터 실효성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불체자 노동력 비중이 높은 건축업 및 농장, 식당 등 서비스 업종은 불체자들이 3~4개월 정도만 본국에 돌아간다 하더라도 업무가 마비돼 심각한 타격을 입게될게 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시 비자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이 1년간 본국에 머물 불체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학업중인 자녀를 미국에 두고 귀국하여 취업 신청을 할 경우, 현재의 이민문호 상태에서는 평균 6~7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큰 장애물이다.


▲ 변형된 친 이민 성격의 '게스트 워커' (임지 노동자)프로그램을 제안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이에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와 공화당의 죤 맥케인 상원의원은 부시의 게스트워커 프로그램을 다소 변형한 또다른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제안했다. 케네디-맥케인 법안은 국경 강화 조치와 함께 불체자들이 임시 노동비자를 받고 6년간 계속해서 취업한 경우 미국내에서 영주권 및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으로 부시가 내놓은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 보다 더욱 '친 이민적' 성격을 띄고 있다.

결국 상원 법사위는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논란끝에 12대 6으로 케네디-맥케인 프로그램을 뼈대로 한 법사위 법안으로 통과시켰다. 찬성자 12명중에는 4명의 공화당원과 8명의 민주당원이 포함되어 있고, 반대자 6명은 모두가 공화당 의원들이었다.

그러나 공화-민주 가를 것 없이 상당수 의원들은 법사위 법안 조항중에서 임시노동 비자를 받은 노동자들에게 귀국하지 않고 영주권 획득을 거쳐 시민권을 신청할 기회를 준다는 조항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민법 개정안 두고 공화당 지도자들 첨예한 입장 차이

일단 이민법 개정에 대한 공화당내의 입장은 민주당에 비해 훨씬 강경하다. 공화당은 이민법을 '법과 질서' 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다루려고 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국경보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불체자들에게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을 부여하는 안 등 어떤 형태의 사면에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법사위 표결 결과에서 보듯 이민법 개정에 대한 공화당내의 입장이 통일되어 있지 않은데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지도급 의원들간에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령 알렌 스펙터 공화당 법사위원장은 케네디-맥케인 법안을 옹호하고 있으나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의장은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해 온 반 이민법에 찬성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시 대통령은 지난 29일 캔쿤에서 빈센트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법사위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국경을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불체자들을 풀어주는 이민법안을 추진해 온 민주당은 대체로 케네디-맥케인 프로그램을 찬성하는 등 공화당에 비해 유연한 이민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등 당내 의견이 통일되어 있지 않기는 공화당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형태의 법안이 새 이민법안으로 확정될 것인가.

아직 이에 대한 예측을 하기는 시기 상조다. 우선 상원 법사위 안은 4월초에 상원에서 본격적으로 토의에 들어간 상태이며 양당의 협의과정에서 수정되어 새 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상원 법안에 찬성한 네명의 공화당 의원중 하나인 알렌 스펙터 상원 법사위원장은 지난 27일 < LA 타임스 >와의 인터뷰에서 "케네디-맥케인 법안이 폭넓은 지지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을 경우 몇몇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은 상원 전체회의에서 수정이 불가피 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상원이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을 비롯, 어떤 형태의 법안이든 새 법안을 확정 통과시키면 상하 양원의 주요 입안자들이 상원의 법안과 지난해 통과된 하원의 법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불체자 귀국 여부 논란 예상...'불체자=중범죄자' 조항은 삭제될 듯

현재로서는 상당수의 하원의원들이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불체자들에게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을 주는 어떤 법안에도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최소한 지난해 통과된 센센브레너 법안중 '불체자=중범죄자' 조항은 최종 법안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멕시코 접경지역에 장벽을 건설하는 안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세를 더해 가고 있어 기각될 공산이 크다.

현재 상당수의 친공화당 성향의 기업들 조차 공화당이 반이민법안을 계속 추진한다면 다가올 의회선거와 대선에서 공화당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반이민법 조항의 삽입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할 대로 하락해 잔뜩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공화당이 미국 인구의 13~15%에 이른다는 히스패닉계의 표를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악법조항의 누락을 점치는 이유다.

결국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이 어떤 형태로든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경우 마지막까지 논란 가능성이 큰 것은 불체자의 귀국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이민법의 리더인 공화당 상원 대표 빌 프리스트 의원 조차도 30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불체자들에게 임시 노동비자를 주어 일정기간 머물게 한 다음 귀국토록 할 것인지, 아니면 머물게 해서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까지 부여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고 말했다.


▲ 새로운 타협안에 공화-민주 상원의원들이 동의했다는 소식을 전한 영국이 BBC방송. 그러나 상원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며, 통과된다 할지라도 하원이 또다른 수정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또다른 형태의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은 미국에 5년이상 머문 불체자들에게는 귀국 조건 없이 임시 노동비자를 주는 반면, 2~5년된 불체자들은 일단 미국 밖으로 나가 임시노동비자를 신청하게 하고, 2년 이하의 불체자들이나 밀입국자들은 본국으로 송환시킨다는 안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과 친 이민그룹들은 이 프로그램 역시 '반 인권-반 이민' 에 해당 된다며 반발하고 있고, 공화당 의원들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반이민 의원들은 불체자들을 사면한다는 점에 있어 케네디-맥케인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어 본회의 상정을 잠정 보류됐다.

상원은 23일까지 휴회한 후 재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다른 안건들이 산적해 있어 이민법 개정안 논의가 주 의제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 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11월 중간선거 후에나 이에 대한 결말이 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인권 및 종교 그룹, 소수민족 그룹 등 미국내 친 이민 그룹들은 오는 10일을 '전국적인 행동의 날'로 지정하고 다시 대규모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미 의회내의 반이민 의원들이 이들의 불만과 친이민 의원들의 공세에 어떤 결말을 도출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참고기사 > 미국민 56%, 불체자에게 합법 비자 부여 찬성

지난 3월초부터 미 의회에서 이민법 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민들의 과반수 이상은 불체자들에게 합법 비자를 주자는 의견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 통신과 입소스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수 1003명, 조사의 오차한계 ±3.1%)결과에 따르면, 미국민들의 56%는 불체자들에게 합법비자를 발급하는 의견에 찬성했다. 특히 18세에서 34세의 젊은층은 66%, 대졸 이상 고학력 소지자의 50%가 불체자 합법비자를 찬성했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원의 62%가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을 찬성한 반면, 공화당원의 52%만이 이에 찬성을 표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민의 80%는 불체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내 불체자들이 미국사회을 위해 이득을 주는 존재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가령 미국민들의 51%는 불체자들이 미국사회를 위해 긍정적으로 공헌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42%는 불체자들이 미국사회를 피폐시키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응답자의 51%는 불법입국 및 불체 상태가 경미한 범죄라고 본 반면, 47%는 심각한 범죄라고 보았다.

또한 미국민의 3분의 2는 멕시코 접경지역에 장벽을 건설하는 것이 불체자들의 유입을 막는데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 각 부별 불체자 현황 사이트: http://hosted.ap.org/dynamic/files/specials/interactives/wdc/immigrants/index.html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4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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