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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27] '캠프 케이시'에 뿌려지는 신디 시핸의 눈물
'내 아들 왜 죽음로 내몰았나' 크로포드목장 앞 열흘째 시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우연 처럼 일어난 조그만 사건이 역사진행에 획을 긋게하는 대사건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 미국에서는 지난해 이라크에서 전사한 아들로 인해 삶이 뒤바뀌어 버린 한 여인의 눈물과 조용한 외침이 미국민들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다. 캘리포니아 배케빌 출신 신디 시핸(48)은 지난 6일 이후 부시 대통령이 휴가를 즐기고 있는 텍사스 트로포드 목장 입구에서 열흘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그녀가 처음 시위를 시작할 때 만 해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로 의례껏 있어왔던 정도의 반전 시위려니 생각했던 미국민들은 연일 보도되고 있는 시위 장면, 특히 그녀의 눈물 머금은 얼굴 표정이 텔레비젼 스크린과 지면에 자주 등장하자 동요하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제나와 바바라는 왜 험악한 전쟁터에 보내지 않은가"

첫 날 시위에서 시핸은 한손에는 군인 복장을 한 아들 사진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유아시절의 아들 사진을 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싶다. 내 아들을 왜 죽음으로 내몰았나? 내 아들은 무엇을 위해서 죽었나?"고 소리치면서 "고귀한 목적을 위해 내 아들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 '고귀한 목적'이란 무엇인지 답하라"고 외쳤다. 그녀는 이어 "정말 고귀한 목적을 위해 이라크에 젊은이들을 보내는 것이라면 왜 (부시의 두 딸) 제나와 바바라, 그리고 이 전쟁의 입안자들의 자녀는 험악한 전쟁터에 있지 않은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이같은 항변이 연일 미디어에 보도되면서 수많은 반전단체들은 환호를 터뜨리고 있다. 이때문에 부시의 홈타운으로 널리 알려진 인구 750명의 크로포드시에는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는 반전 시위대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02년 10여명의 반전운동가들의 자비로 세워진 '크로포드 피스 하우스' (평화의 집)는 반전운동가들의 집결장소가 되고 있다.

< LA 타임스 >는 지난 11일자 헤드라인 뉴스에서 그녀의 시위 사진과 함께 "부시의 문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머니의 시위가 논쟁을 일으키다"는 타이틀의 기사를 내보내고 새롭게 일고 있는 반전분위기를 전했다. 같은날 플로리다의 <세인트피터스버그 타임스>는 '어머니의 시위가 (반전운동의) 모멘텀을 형성했다'는 타이틀의 기사를 내보냈다.

대부분의 미국 신문과 방송들은 신디 시핸의 시위가 가져올 여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Cindy Sheehan'은 일부 검색 엔진에서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신디 시핸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그녀가 일약 반전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고교시절 17세때 만난 남자친구 페트릭 시핸과 열애끝에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녀는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가톨릭 신자로서 자녀들이 비뚤어지게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 애썼으며 교회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자 역할을 해 왔다.

그러던 그녀의 평범한 삶은 2004년 4월 이라크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인 큰아들 케이시(24)가 전사한 이후로 완전히 변하고 말았다. 그녀는 특히 첫사랑의 열매이자 남편을 빼닮은 장남 케이시를 무척 아끼고 존중했다고 한다. 케이시는 그녀가 출석하는 가톨릭 교회 청소년 그룹에서도 봉사정신이 남다른 모범생이었다. 그녀는 어느날 밖에서 돌아온 케이시가 이라크에 구조요원으로 참전하겠다고 선언했을 때에도 내키지는 않았지만 승락했다.

그러던 지난해 4월 부활절기에 그녀는 아들의 사망통지를 받았다. 처음 그녀는 아들의 사망소식에 슬픔에 겨워 견딜 수 없었으나 전쟁중 모두가 당할 수 있는 일로 여겼고, 이 또한 신의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난해 6월 부시 대통령이 전사자 가족들을 위로한다며 언론매체들을 피해 비밀리에 배푼 만찬에 참석할 때만 해도 이같은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부시가 신앙심이 돈독한 대통령으로 여겼고, 이같은 신앙이 바탕이 되어 '의로운 전쟁'을 일으켰다고 믿었다.

부시의 '고귀한 죽음' 지칭에 충격, 반전운동 투신

그러나 그녀는 그 만남 이후로 분노를 품게 되었다. 그녀는 당시의 만남을 회상하면서 "우리는 대통령이 내 아들 케이시의 사진을 보기를 원했고, 그에 대한 스토리를 듣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고, 케이시의 이름조차 부르지 않은채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만 지칭하곤 했다"며 부시의 회피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시가 인간성과 현실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인물 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녀는 나중에 부시가 이라크 사망 병사들의 죽음을 '고귀한 죽음'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고, 뭔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녀는 기자들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은 가라앉았으나, 깊은 분노가 대신 자리잡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아들의 죽음은 평온하던 가정에 불화를 가져오기 시작했으며, 결국 30년 지기이자 남편인 페트릭과 이혼 수속중에 있다.

이윽고 그녀는 '골드 스타 패밀리 포 피스'라는 반전 단체를 공동 창립하기에 이르렀고, 이라크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의회 청문회에서도 연설했다. 그러던 그녀가 전국적인 인물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 6일 부시의 크로포드 목장에 나타나면서 부터. 그녀는 8월초 달라스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참전군인들'이라는 반전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마친후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크로포드로 향했다.

신디와 그녀의 지지자들의 즉각 철군 주장에 대해 부시는 지난 12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나는 시핸 여사에 대해 동정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그녀는 자신이 믿고 있는 바에 대해 말할 모든 권리가 있다. 이것이 미국이다"면서 "그러나 나는 철군 의견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부시의 이같은 주장속에는 시핸의 시위에 대한 불편한 속내와 더불어 이라크전에 대한 강고한 의지가 담겨있다.

특히 부시는 이날 신디를 비롯한 시위자들이 "대량 살상무기가 존재하지도 않는데도 일으킨 이라크전은 추악한 전쟁이다. 부시가 이라크전 전쟁을 정당화 하기 위해 미국을 오도했다"는 핵심적인 외침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채 "철군은 적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기철군은 이라크인들을 배반하는 것이다"라고 재차 철군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전지도자들은 신디 시핸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에데 자극을 주고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이라크전 코스를 바꾸도록 하는 충분한 정치적인 힘으로 작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무브온(MoveOn.Org)을 비롯한 진보단체들은 신디를 측면지원하는 한편 이라크전에서 자녀나 친척을 잃은 가족들을 모으고 있다.

그녀는 부시의 목장으로부터 2마일 떨어진 곳의 노변에 텐트를 치고 있으며, 다른 시위자들도 그녀를 따라 노변에 텐트를 치고 그녀의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미디어는 그곳을 '캠프 케이시'라 부르고 있다.

"신디의 눈물, 부시 행정부에 불길한 조짐"

중립적인 정치 분석가 찰리 쿡은 <엘에이 타임스>에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는 이라크전 사상자들에 대한 소식과 아울러 신디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미디어에 겹쳐져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부시 행정부에게 매우 불길한 조짐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 대학 교수인 스테펜 헤스는 "부시는 이라크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핸에 의해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그녀는 동정을 살만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보수 단체들은 급진 반전세력이 그녀를 반전운동의 볼모로 이용하고 있다 고 비난하고 있으며, 그녀의 친척들 중에서도 그녀의 이같은 행동이 군대의 사기를 덜어뜨리는 일이라고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그녀가 반전을 부추기기 위해 눈물을 팔고 있다고 비아냥 거리고 있다.

그러나 그녀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들과 그녀의 교우들은 그녀의 반전 목소리가 순수한 목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 각지에서는 그녀를 격려하는 꽃다발이 쇄도하고 있으며 그녀와 그녀를 지지하는 시위대원들에게 보내는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이같은 목소리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면서 그녀에게 집중되고 있는 스포트 라이트가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무브온 등 열성 반전단채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이메일을 통해 전국의 네티즌들에게 보내고 있으면서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와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를 지나치게 자신들의 반전활동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녀 스스로가 빛을 내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녀의 맞 상대인 부시와 로라부시는 고향의 휴양처에서 난데없는 복병을 만나는 바람에 후끈거리는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부시는 공화당 후원자들의 점심 모금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외출했다. 그가 탄 차량 행렬은 신디와 시위대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 100피트 부근으로 비켜 지나갔다. 그러자 신디는 "왜 당신은 그들(후원자들)을 위해 시간을 내면서 나를 위해 시간을 내지 않는가"고 소리쳤 다.

크로포드 피스하우스 앞에는 "부시, 신디에게 답하라. 어머니들과 참전용사들은 전쟁을을 중지시킬 것이다"고 쓰여진 흰색 티셔츠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시위대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시애틀, 켈리포니아, 인근 휴스턴 등지에서 모여들고 있는 수백명의 반전 시위대들루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에는 노변에서 미국 교회협의회(NCC) 총무인 봅 에드가 목사 주재하에 평화를 위한 기도모임이 열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 전쟁에서 죽어야 하는가"

시핸의 시위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골드스타 포 페밀리' 는 1만 5천불을 들여 크로포드 지역 케이블 텔레비젼에 광고를 내고 있다. 이 광고에는 "얼마나 많은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같이 무모한 전쟁에서 죽어야 하는가?"라고 적혀 있었다.

현재 시핸은 미디어의 홍수에 묻혀 있다. 잦은 인터뷰에 목은 부어 올랐고,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귀까지 부어 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부시로부터 아들의 죽음에 대한 정당한 대답을 듣기 전까지, 이라크로부터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확답을 받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금 미국땅에는 1천 수 백여명의 또 다른 신디가 있고, 이들은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자녀들을 위해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 대한 부시의 강고한 태도로 보아 당분간 더 많은 어머니들이 눈물을 뿌려야 할 것 같다. / 김명곤 기자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4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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