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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17] "두 다리 없는 은수가 날아 다녀요"
미국서 가진 '장애 입양아 재회 모임'을 보고

"두 다리가 없이 미국에 온 은수가 저렇게 걸어 다닐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렇게도 운동화를 신고 싶어 하더니만..."


▲ 은수
지난 21일 플로리다 올랜도 윈터파크지역 한 미국 교회 강당에서 열린 입양아 재회 모임 행사에서 만난 서울 강동구 암사동 소재 암사재활원 원장 정민희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털어 놓은 말이다.

이날 행사는 암사재활원 출신 입양 아동들과 양부모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지역 한인교회에서 마련한 것이었다. 암사재활원은 사단법인 대한사회복지회(회장 이승환) 산하 6개 기관 중 하나로 미혼모들에 의해 버려진 미숙아 장애아들만을 맡아 키우는 재활기관이다.

정씨는 미국 측 양부모들의 초청을 받고 비행기를 탈 때만해도 은수(6)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은수를 양부모 손에 맡겨 비행기에 태워 보낸 지 18개월 만에 정씨는 기적 같은 일을 목격하게 됐다. 지체장애아인 은수가 두 다리로 걷게 된 것.

정씨는 누구의 도움 없이 은수가 두 다리로 걷는 것을 보고 "우리 은수가 날라(아) 다닌다"고 표현했다. 한국에 있을 때만해도 방구석에서 기어다니며 보모의 도움을 받아 대소변을 해결해야 했던 상황에 비하면 "날아다닌다"는 정씨의 표현이 과장만은 아니다.


▲ 스노우 보드를 타고 있는 은수 .

"날라(아) 다니게" 된 은수

이날 캘리포니아, 뉴욕, 미네소타 등 미 전역에서 암사재활원 출신 입양아들을 이끌고 모임에 참석한 양부모들의 얼굴에서는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특히 13명의 입양아들의 얼굴도 활기차기만 했다. 무엇이 이들을 그리 밝게 만들었을까.

"신체 건강한 아이들을 입양하는 게 보통인데 이들이 굳이 장애 어린이들을 입양한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정민희 원장은 장애 입양아들의 모습이 한결같이 밝은 것은 양부모들의 순수한 '사랑의 내력' 때문이라고 담백한 해석을 내린다. 가령 은수 같은 아이가 18개월 만에 걷고 뛰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양부모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릎 아래가 없이 태어난 은수는 미국에 온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난해 11월 대 수술을 받았다. 수술로 몸 바로 아래쪽에 남아있던 윗다리 부분을 잘라내고 새 철제 다리를 끼워 넣는 것이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난 수술 덕분에 은수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자유를 한껏 누리게 됐다.

수술 후 은수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뛰고 구르고 달리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친구들과 수영과 야구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유치원에 다니는 은수는 반에서도 '리더'로 인정받을 만큼 말도 잘하고 영리하다. 은수의 엄마는 은수가 눈밭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할 정도다.

은수의 양어머니 에이미 프렌치는 "은수는 서서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하려 하는데 우리는 은수를 제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은수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깊게 포옹해 준다"면서 "우리 부부가 이 같은 '기적'에 참여하게 된 것은 큰 축복"이라고 고백한다.

이들 부부는 은수를 입양한 것이 마치 자신들에게 '선택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여겼고 이를 감사해 했다. 누군가 '사랑은 짐이 아니라 명예'라고 한 것은 바로 이들 부부의 경우를 두고 한 말 처럼 여겨졌다. 이들은 은수 밑에 또다른 한국 아이를 포함한 두명의 입양아와 자신들의 두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근호는 '사랑의 내력'에 의해 기적이 일어난 또다른 케이스다.

근호는 3년 전 재활원에 오기 전까지 뱃속의 오물이 역류해 올라올 정도로 신장이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러나 항생제 부작용 때문에 이조차도 마음 놓고 투여할 수 없어 재활원 측은 근호가 과연 생명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 근호
그러나 기적은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암사재활원 출신 '입양아 재회모임'을 만든 주역인 트레이시 매더슨(여.39) 부부가 근호를 입양해 데려온 이후로 건강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 세살 반짜리 근호는 처음 입양될 당시만 해도 언어발달 장애는 물론 힘이 없어 손으로 물건을 쥐고 들거나 뛰지도 못할 정도였다.

트레이시 부부는 장애아를 가진 보통 미국 부모들이 하는 것처럼 사회프로그램에 근호를 등록시켜 신체 및 언어장애 극복 훈련을 시켰다. 집안에서는 다른 친자식들과 마찬가지로 '스킨십'으로 따뜻하게 감싸주고 돌보았다. 트레이시에 따르면, 근호는 자신들도 놀랄 정도로 다달이 달라져 갔고, 지난해 11월에는 병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다름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법'을 묻자 트레이시는 "보통의 사랑을 베풀었을 뿐"이라면서 "이번에 모인 다른 부모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근호는 건강이 좋아지면서 매우 영리하게 자라고 있다"면서 "우리가 낳은 두 아이들이 나중에 근호 같은 애들을 입양해 기르겠다고 말한다"면서 웃었다. 그녀도 근호 외에 또다른 한국 입양아인 바다(4)를 키우고 있다.


▲ '장애 입양아 재회 모임'에 참석한 가족들.

"장애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평상적 사랑의 투사"

정 원장은 트레이시에 대해 "비행기에 태워 입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아이들을 보내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분위기속에서 부모의 보살핌이 없으면 이 같은 빠른 회복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아이들이 특별하게 대우를 받아서가 아니라 평범한 가정생활속에서 자연스레 치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다른 입양 부모들의 '사랑의 내력'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장애인들에 대한 미국 사회 시스템의 혜택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고충이 따랐을 것은 뻔한 일인 데도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잘 먹이고 칭찬해 주고 포옹해 주었다'는 정도였다. 은수의 엄마 프렌치씨는 "특별한 사랑 의 표현 보다는 평상적 사랑의 행위가 정상적인 아이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트레이시와 프렌치 부부를 비롯한 입양가족들의 고백은 장애 입양아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맞아 들여 정상적인 관계로 맺어지면서 이들의 육체적인 상처뿐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까지 치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한국 상황에 맞추어 반추해 보면, 장애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복지 시설이나 제도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끌어 안고 품어주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내 어린이 보호 단체이자 장애아들의 입양을 도와주고 있는 비영리 단체인 '홈 소사이어티 패밀리 서비스'(CHSFS)의 웹사이트는 입양아에 대한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표현해 주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구조는 아직 매우 강하며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는 대부분 가족과 사회로부터 중대한 거부에 직면하게 된다. 재정적이고 도덕적인 지지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에 직면한 많은 미혼모들은 아이들의 더 낳은 장래를 위해 입양기관을 찾게 된다."

이 같은 지적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 규범적 단죄와 이로 인해 버려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과 이들을 받아 들이지 않는 혈연중심의 한국사회의 치부를 적절히 짚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이승환 회장도 "한국사회에서 미혼모와 어린 생명들을 바라보는 눈이 좀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 고 지적하면서 "미국 양부모들을 만나면 고개가 절로 숙여질 정도로 고마운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에 몸둘 바를 모를 때가 많다"고 털어 놓았다.

이회장의 이같은 지적은 미국 및 구라파 선진국에서는 막대한 재정지원과 함께 중소도시까지 각종 상담기관 및 미혼모 보호소 등을 운영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아직 한국사회는 대책에 앞서 '족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이때문에 버려지고 있는 아이들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탄식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 언제까지 '감사의 말'만 되풀이 할 것인가


▲ 대한사회복지회 이승환 회장이 올랜도 한인 장로교회가 마련한 한국 문화 소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수 년전 잠실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개막에 앞서 전설적인 장애인 야수선수인 애덤 킹이 "나는 전설적인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를 존경해 왔지만 나의 진정한 영웅은 나를 입양해 키워준 내 부모였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양부모들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감사의 말을 하는 이 회장이나 이를 묵묵히 경청하며 박수를 보낸 30여명의 교포들의 얼굴은 멋적고 어색 해 보였다. 손꼽히는 '고아수출국'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앞에 이 같은 자책의 속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우리 한국사회는 언제까지 바깥 사회를 향해 이 같은 '감사의 말' 만을 계속 되풀이 해야 할 것인가. / 김명곤 기자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3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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