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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15] 차 연료통 숨어서라도 미국으로...
단속 강화 불구 멕시코 접경지역에 넘쳐나는 밀입국자

지난달 3일 미국 남부의 애리조나주와 인접해 있는 멕시코 국경에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기막힌 사건이 발생했다. 한 멕시코 여성이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기발한 방법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사건이다.

국경부근을 순찰하던 엘파소 국경수비대원들은 수상쩍어 보이는 크라이슬러 닷지 6인승 밴차를 세우고 차 밑바닥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를 듣고 정밀 수색을 하다 기겁을 하고 말았다. 밴차 밑바닥에 달려 있는 연료통속에 한 여인이 세살난 딸과 함께 웅크려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밴차 연료통의 한쪽은 개스를 채우고, 다른 한쪽은 차안으로 통하도록 개조된 '신기술' 을 보고 혀를 내둘러야 했다.

아데레 파사노라는 국경수비대원은 지난달 4일 AP통신에 "밀입국자들의 아이디어가 예전보더 훨씬 창조적 이 되어 가고 있다"면서 "밀입국자들은 세탁기, 카 시트 내부 등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에 숨어서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주의 국경수비대는 얼마전 텔레비전 뉴스차량이나 우편물을 배달하는 페덱스 차량, 심지어는 국경 수비대 차로 위장해 밀입국 하려던 사람들을 적발했다.

더글라스 모이서 엘파소 국경수비대원은 AP통신에 “밀입국자들이 검색대 주변의 덩쿨나무가 바람에 굴러가듯 구르거나 소발자국 모양의 신발을 이용 자신들의 발자국을 감추려고 시도한다 며 사람 발자국을 감추기에는 좋지만 두발로 걷는 소는 흔치 않다 고 덧붙였다.

이렇듯 이민 관련 기관들과 밀입국자들은 오랜 기간 서로간에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으며 911 테러 사태 이후 강화된 국경 경비에도 불구하고 밀입국자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멕시코 접경지역은 지금 '전쟁중'

특히 멕시코와 접경지역인 남부 애리조나 지역은 국경을 넘어 오려는 멕시코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 국경수비대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USA투데이가 애리조나 주 투선 국경 경비 사무실의 발표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애리조나 접경지대에서 무단 입국으로 체포된 사람은 총 49만 1,711명으로 911 사태가 발생한 2000년도의 61만 6,346명에 비해 다소 줄었으나 10년전인 1995년도의 22만 7,529명보다 무려 216% 나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전쟁 은 멕시코와의 또다른 접경지대인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한때 캘리포니아주의 멕시코 접경지역에서는 최고 연 50만명의 밀입국자가 생겨났으며, 밀입국자들이 국경에 인접한 고속도로를 급히 가로지르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생기자 밀입국자의 횡단을 조심하라 는 표지판이 고속도로에 세워질 정도였다.

결국 1990대초 10피트 높이의 국경 장벽을 세운 이후로는 연 13만명으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국경수비대와 밀입국자들 사이의 숨바꼭질은 그칠 새가 없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정부는 14마일에 이르는 멕시코 접경지역중 밀입국자들의 계곡 이라 불리는 3마일 구간을 요새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구간은 토사층 습지의 험난한 지형을 갖추고 있어 이를 이용하려는 밀입국자들과 국경수비대간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연출되고 종종 사고가 일어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멕시코 접경 주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국경수비대의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며 아예 '자경단'을 조직해 밀입국자 색출에 나서기도 했으나 경찰과 이민 당국은 사고 위험이 크다며 이들의 활동을 불허했다.

이같은 난전을 벌인 끝에 미국땅을 밟는데 성공한 밀입국자들은 미 이민당국의 기습 단속에 시달려야 한다.

지난달 지난 27일에는 연방 요원들이 플로리다 올랜도 지역의 연방법원 공사현장을 급습해 총 66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한 일이 발생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 공공건물과 콘도 등을 비롯한 총 16억5000만불 규모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불법 이민자들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워싱턴 소재 퓨 히스패닉 센터의 발표 따르면, 플로리다에만 약 85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멕시코 출신으로 최근 늘어나고 있는 공사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밀입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입국자 증가, 미 노동시장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 결과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911 테러 사건이후로 밀입국자들은 막고 불법체류자들은 쫓아내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밀입국자들이 계속 생겨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먹고 살기 위해서 국경을 넘는 생계형 밀입국자들의 현실적 요구와 현지 미국 노동시장의 이해관계 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노동자들을 위한 인권 단체인 데레코스 후마노스 의 캣 로드리게스는 지난 4일 AP통신에 밀입국 하는 이유는 소위말하는 더트 워크 (먼지 날리면서 일하는 직업) 시장이 이들을 요구하고 있고, 이들도 본국에서의 벌이보다 이곳이 낫기때문 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있는 게바라 라는 청년은 지난 29일 국경지대를 찾아 나선 USA 투데이 기자에게 몇년전 이민국직원의 급습에 걸려 강제출국 당한 적이 있다 면서 "난 국경을 넘을 기회를 옅보고 있다. 시간당 11불은 좋은 벌이다" 라고 말했다.

중앙 플로리다 건축협회의 마크 와일리도 지난달 29일 올랜도 센티널에 불법 체류자들은 매일 위협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곳에서 가질 수 있는 삶의 기회 때문에 이민국의 급습 위험이 있다고 해도 다시 일하러 올것 이라고 전했다.

플로리다 이민자 보호 센터의 체릴 리틀은 지난달 20일 탬파 트리뷴에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자신의 체류신분의 합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농업이나 공사판 일을 하고 있으며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면서 이민자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들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가령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몇년동안 미 전역에서 일고 있는 건설붐에도 불구하고 자격을 갖춘 현지 미국 노동자들이 태부족한 형편이다.

고용주들은 불체자를 환영한다?

건축자협회 월트 머과이어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마이애미 헤럴드에 지금 당장이라도 100명의 일할 시민권자를 데리고 올 수 있으나 공사주들은 이들을 환영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을 싫어한다 고 전했다. 즉 고용주들은 고액의 임금을 지불하고 골치를 썩기보다는 저임금으로 부력먹기 쉬운 불체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가령 불법 이민자들이 목수일을 시작할때 시간당 10-12불을 받고 숙련공이 되면 15불씩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최근 노조에서 발표한 금액인 시간당 17불 96센트에 훨씬 못미치는 액수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시간외 수당이나 합법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보험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는 불체자를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고의로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한 경우가 아니면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불법 체류자들을 쉽게 고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미국의 현행법은 피고용자가 두가지 이상의 신분증명서를 체출하면 이들 증명서가 위조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고용주들은 이들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해 두고 있다. 달리 말하면, 고용주들은 피 고용자들이 해당 서류를 제출할 경우 이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릴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911 테러사건이후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미국은 외부세력 에 대한 반사적 경계심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강화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당장 이들과 단절을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딜레마는 부시 대통령의 밀입국자 또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국가 안보 강화에 대한 미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해 그동안 국경경비를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는 해 왔으나, 국내외의 여론과 국내 고용시장의 안정화등을 고려 일단 미국내에 들어와 있는 밀입국자들에 대해서는 기회 를 주자는 이중 정책안을 내 놓고 있다.

불체자 정책 딜레마 빠진 부시 행정부

그동안 멕시코 정부와 소수민족 단체의 압력을 받아 온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반면에 불법입국을 했지만 미국내에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게스트 워커' (방문 노동자) 신분을 부여하자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 조차도 '부시 대통령이 내세우는 게스트 워커 계획은 법을 어긴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것' 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대신 의회에서는 현재 '게스트 워커' 안 보다 불법체류자들의 운전면허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는 '리얼 아이디' (Real ID) 법안을 먼저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세를 얻고 있다. 이 법안은 허점이 많은 주별 운전면허 발급 제도 대신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운전면허증 발급제도를 두어 원천적으로 불법체류자들의 발을 묶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민단체와 소수민족 및 미 의회 일각에서는 리얼 아이디 법안이 '현실을 무시하는 최악의 법'이라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텍사스 출신의 존 코닌 의원은 이번 여름 포괄적인 이민법률이 발표될때까지 리얼 아이디 법안의 보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의 실행에 의해 현재 900만명에서 1100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의 노동력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고용시장은 물론, 경제에도 막대한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이 법이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불체자들을 지하로 숨어들게 만들어 신분 파악을 어렵게 만들 경우 음성적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분명한 것은 이같은 법안의 찬성파나 반대파 모두 미국에 1천만명 안팎의 불법 이민자들이 있다는 것과 이들이 미국 경제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리얼 아이디' 법안과 '게스트 워커' 법안이 절충된 형태의 제 3의 '불체자 구제법'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불체자들에게 불리한 반이민법안을 상정했거나 상정 예정중인 주들이 30여개주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빠른 시일내에 이같은 법이 제정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김명곤 기자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3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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