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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35] 올라오면 살고 못 올라오면 죽는다
플로리다 해협서 사투 벌이는 밀입국 쿠바인들…이번엔 6세 소년 익사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남단 키웨스트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25명의 쿠바인들이 지난 13일 오전 1시경 해안경비대에 쫓기다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배에 타고 있던 6세 소년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 바다의 비극. 지난 13일 CBS 뉴스가 부모와 함께 키웨스트 해변으로 밀입국 하다 배가 뒤집혀 익사한 6세 소년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장면
지난 12일 칠흑같은 어둠을 이용 줄리안 빌라수소(49)와 매이지 후르태도(32) 부부와 아들 줄리는 28명의 다른 쿠바인들과 함께 33피트 길이의 고속정을 타고 밀입국을 시도했다.

해안경비대 정지명령 어기고 도주하다 배 전복

이들은 13일 새벽 1시경 플로리다 남단 키웨스트 52마일 지점에서 해안경비대의 레이더 망에 포착되어 30여분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이들은 해안경비대의 정지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하다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모두 물에 빠졌다. 이어 수색에 나선 해안경비대에 의해 모두 구조되었으나 소년 줄리는 실종되
었고 수시간 후에 뒤집힌 고속정 아래서 빠져 나오지 못한채 시체로 발견되었다.

해안경비대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소년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자 애도의 뜻을 표하고, 경비대 사령관은 카운셀러들을 이들에게 보내 위로하기도 했다.

플로리다 해안경비대원 라이언 도스는 지난 14일 마이애이 <선센티널>에 "슬프게도 밀입국자들이 치루야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생명일 수 있다"면서 "밀입국 주선자들의 관심은 생명이 아니라 돈이다"고 밀입국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ㅤㅇㅞㅅ풋-드라이 풋'(wet-foot/dry-foot) 이민정책 아래서는 불법일지라도 미국의 육지에 도착하는 쿠바인들은 미국에 머물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바다에서 발견되는 사람들은 정치적 망명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쿠바로 송환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해안으로 진입한 쿠바인들은 물가에 도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달아나고, 경비대원들은 이들이 물가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갖은 노력을 펼쳐왔다.

사실 쿠바인 밀입국자들과 해안 경비대 간의 이같은 사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4년 10월 1일 이후 플로리다 해협에서 미국 땅에 발붙이기 전에 저지당한 쿠바인들만도 2617명에 달한다.

플로리다 해안 경비대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만도 두명의 쿠바인 남성이 밀입국을 시도하다 생명을 잃은 것을 포함, 올 여름들어 최소한 31명의 쿠바인들이 배가 전복되어 생명을 잃었다.

지난달 23일에도 10명의 쿠바인들이 플로리다 해안에서 미국 본토에 진입하기 위해 미 연방 직원들과 한 시간 이상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다. 당시 이 사건은 텔레비전을 통해 생방송으로 방영되어 쿠바인 밀입국자에 대한 과잉단속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날 밤 플로리다 해안에서는 무슨 일이?


▲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한 밀입국자가 뛰어 내리고 있는 장면
간간이 비가 뿌리고 흐렸던 그날 밤, 10명의 쿠바인들은 자신들이 금속으로 직접 제조한 배를 타고 플로리다 해변으로 접근해왔다. 그러나 미 해안경비대와 이민단속반에 의해 발견됐고, 이어 마이애미에서 1마일쯤 떨어진 데이드 홀오버 비치에서 이들 양쪽의 밀고 당기는 싸움이 시작됐다.

해안경비대는 처음에는 로프를 이용해 쿠바인들이 탄 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것을 억제시켜 배의 엔진을 멈추려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쿠바인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으나 이 또한 실패했다.

급기야 해안경비대는 쾌속정을 이용해 15피트 크기의 밀입국 배에 충돌시켰고, 이로 인해 배 안에 타고 있던 쿠바인 네 명이 바다로 떨어졌다. 바다에 떨어진 네 사람 중 세 사람은 배 가장자리에 매달렸고, 한 사람은 사력을 다해 헤엄쳐 해안으로 접근하려 했으나 결국 모두 해안경비대에 의해 연행되고 말았다.

이 같은 장면을 TV를 통해 직접 본 시청자들은 자칫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는 해안경비대의 지나친 밀입국자 저지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플로리다 해협으로 들어오는 쿠바인들을 구하기 위해 구성된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 단체 창립자인 호세 바셀토는 <마이애미 헤럴드>에 "미 관리들이 쿠바인들에게 행한 방법은 카스트로의 잔인한 방식을 재현한 것과 같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이민 단속반 대변인 자크 만은 "밀입국자들에게 여러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 중 한가지인 '물 대포 쏘기'를 사용했다"고 변명하고, 특히 "밀입국자들의 배에 해를 입히거나 이들을 물에 빠뜨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배를 충돌시킨 것이 아니라 배가 진행하다 부딪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이애미 헤럴드>가 방송 테이프를 확인한 결과, 밀입국자들의 배는 고의적으로 충돌된 것으로 보였다고 보도했고 여러 시청자들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히스패닉 반발, 고민에 빠진 워싱턴

문제는 이 같은 실랑이를 벌이다 밀입국자들이 플로리다 해협에 빠져 죽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고, 미국-쿠바 간에 심각한 외교적 긴장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6세 소년이 사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쿠바 민주화 운동가 라몬 사울 산체즈는 쿠바인들의 밀입국 행위를 비판하면서도 "풋 드라이 풋 법 때문에 한 소년이 죽었으며 이 법이 밀입국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밀입국자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밝힐 공정한 기회를 준다면 바다에서 무작정 도망칠 이유가 없다"면서 "이제라도 미국 정부는 붙잡힌 쿠바인들에게 정치적 망명 여부를 밝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현재 줄리의 부모를 포함한 다른 쿠바인들과 고속정을 운전한 두 남자는 연방조사관들의 조사를 받기 위해 해안경비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미국의 현행법 아래서는 밀입국을 시도하다 사망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밀입국자들에게 최고 사형선고까지 가능하다.

아들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는 줄리의 아버지 빌래수소는 16일 지역 신문에 "이것(아들의 죽음)이 내가 치러야만 하는 비용이다"고 흐느끼며 당국에 관용을 호소했다.

한편 이들의 처리에 대해 워싱턴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연방 검찰관들은 이들의 기소 여부와 쿠바 귀환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자칫 잘못 처리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지지를 상실해 온 쿠바계를 포함한 전체 히스패닉계의 큰 반발을 불러 올 가능성과, 최근 일고 있는 불법체류자 처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스기사>

윗풋-드라이풋 정책이란?

'윗풋-드라이풋' 이민정책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제정됐다.

이 정책은 만약 밀입국 쿠바인들이 미국의 육지에 발을 디디면 합법적으로 미국에 살 권한을 주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정치적 망명을 입증하는 분명한 증거를 제시해야만 미국에 머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이같은 법을 제정한 것은 피델 카스트로 치하의 쿠바인들에게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으로, 쿠바를 떠나는 쿠바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망명자들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일반 쿠바인들과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육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쿠바인들에게 정치적 소신을 밝힐 충분한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정치적 망명 여부가 이민국 직원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미국의 'ㅤㅇㅞㅅ풋 드라이풋' 정책은 쿠바인들을 불법적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쿠바인들의 생명을 담보로 카스트로 정권과 쿠바인들을 분리시키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최근 쿠바인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하이티인들과 다른 이민자들도 미국의 'ㅤㅇㅞㅅ풋 드라이 풋' 정책이 쿠바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인종차별적이고 인권에 반하는 불평등한 법이라는 비판을 하고 가하고 있다. / 김명곤 기자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3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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