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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62] 신세대 직장인들 "갈 곳은 많고 휴가는 짧다"
'전직 휴가족' 지속적 증가 추세

(올랜도) 김명곤-김온직 기자 = 미국에서는 요즘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는 신세대 젊은층들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높은 신세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직장을 그만 두는 이유는 새 직장에서 제시하는 급여나 혜택 등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일의 성격이 자기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예 긴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젊은이들의 '직장 탈출기'의 사례들을 들어 보기로 하자.

맨하탄의 한 건축회사에서 설계사로 일하는 아이킨(28)은 얼마전 직장을 그만 두었다. 아이킨은 회사를 그만 둔 당일 짐을 챙겨 그 길로 오토바이로 버지니아주를 향해 곧장 내달렸다. 이제 남으로 남으로 로키산맥의 남단까지 가서 대평원 쪽으로 돌아 나올 그의 여행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3년 직장 생활 중 처음으로 휴가다운 휴가를 갖는 것이다.

그는 "이런 긴 휴가는 직장을 옮기는 기간에만 가능하다"면서 "오토바이를 손보기 위해 수리점에 갔더니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들 부러워하더라"며 자랑했다.


▲ 자료사진

토드 하베이(32)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시의 한 종교계통 비영리단체에서 수년간 무숙자들을 돌보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직책상 휴가를 하루도 갈 수가 없자 작년 여름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는 곧 그의 애완견을 데리고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에 이르는 2200마일의 아팔래치안 산맥 등산로 전부를 도보로 일주하고 돌아왔다. 여행비용은 자신의 소유인 다세대 주택의 월세를 받아 충당할 수 있었다.

킴벌리 트뤼시(35)는 직장을 떠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도 격무에 지친 나머지 얼마 전 13년간을 몸담았던 일본의 한 미국계 은행의 부사장직도 뒤로하고 귀국하고 말았다. 그녀는 "지금 새 직장을 찾기에 고전하고 있다"고 실토하면서도 "새 직장은 아프리카 같은 좀더 색다른 곳에서 찾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문제로 고참들과 다투느니 아예 직장 포기

전문가들은 이들처럼 원하는 만큼 휴가일정을 잡기 위해 직장의 고참들과 다투느니 아예 직장을 옮기면서 새 직장에 출근하기까지의 기간을 늘려서 푸짐한 휴가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직장에서 대부분의 신참 직장인들에게 주어지는 기본 휴가는 많아야 연 2주가 고작이다. 이정도 휴가 기간은 크리스마스 연말의 가족재회나 친구 결혼식 참석 등으로 한번 쓰고 나면 그만으로,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빠듯할 뿐, 진짜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

부모들과는 달리 번영의 시대, 그리고 사회적 신분상승이 자유로운 시대에 자란 이들 X세대에게는 새로운 직장이 언제나 가능하다. 커리어 개발 전문가인 캐롤 앤더슨 교수는 "공장 폐쇄, 감원 등의 여파로 부모의 삶이 엉망이 되는 것을 보고 자란 이들 세대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직은 식은 죽 먹기"라고 말한다.

2004년도의 어느 조사에서 신세대 직장인의 70%가 현재의 직장을 옮길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1997년 조사 때의 52%보다도 월등 증가한 수치다.
작년 '워커 인포메이션'사의 조사에서도 18세~24세 직장인 50%와 25세~29세 직장인 39%가 2년 이내에 현 직장을 떠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한 인력수급회사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 세대는 형식을 중요시하고 성과 지향적이며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는 반면, 신세대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대일수록 전문직종 종사자가 많은데, 업무가 좀 과다하다 싶으면 직장을 때려칠 가능성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기 중심적인 젊은 세대들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대학공부를 마쳤을 때는 학자금 빛 등으로 휴가 갈 형편이 안 됐고, 은퇴하고 난 후 휴가를 가지기에는 너무 긴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전직기간 잃어버린 삶 찾겠다"

젊은이들이 이처럼 긴 휴가를 즐기려는 이유는 심신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직기간을 쳇바퀴 일상으로부터의 일탈과 해외 여행, 어학연수, 가족과의 재회 등, 잃어버린 삶을 찾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10년을 센디에이고의 한 회사에서 휴가도 거의 없이 일하던 제시 켈러(32)는 하루라도 젊고 힘있을 때 그랜드 캐년에서 야영도 하고 로키산맥도 오르며 대자연을 즐기고 싶어서 작년에 홀연히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는 지금 미국의 58개 국립공원 모두에 지신의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여행 중에 있다.

그는 자신이 이러는 것은 "갑자기 객기가 발동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적 결정이었다"며 "은퇴 예상 연령이 늘어가고 은퇴 후 재정형편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는데 돈과 건강이 있는 지금 여행을 안 하면 언제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으로 볼 때 새 직장을 얻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새 직장은 일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일과 생활 사이에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라고 말했다.

브리그 목사((27)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5천명이 출석하는 초교파 계통의 대형 교회 목사였고 부인도 상담전문 전도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최근 필라델피아의 한 교회로 자리를 옮겼다. 새 교회로 부임하기 전 이들은 한달 반 동안을 시카고와 앤 아버의 친척들을 방문하고 코스타리카를 여행하면서 보냈다.

브리그 목사는 한달 반의 실업기간이 자신과 아내에게는 보람있는 기간이었다면서 '내가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내가 무슨 일을 하는가?'라는 문제보다 중요한 문제인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발레리 카라스(33)는 뉴욕에서 3년 동안 파산전문 변호사로 일하다가 작년 말에 그만둔 후 워싱톤과 플로리다의 가족들을 찾아 휴가를 보내고 뉴질랜드의 한 결혼식에 참석한 다음, 4달 동안 호주와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무려 반년만에 주류업계 일을 다루는 법률회사에 새 일자리를 얻어 출근을 시작했다. 그녀는 "휴식으로 심신이 맑아진 것 같다. 이제 새 직장 새 업무를 대할 의욕이 솟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너무 긴 휴가 '영구 무직' 가능성 있다"

일단 미국사회는 젊은이들의 과감한 직장탈출을 끊임없는 변모를 요구하는 시대의 특성에 발맞춘 신세대 다운 도전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 가운데는 오랫동안 일자리를 갖지 않게 되면 일과 관련된 기술도 줄어들고 일하려는 의욕도 없어지는 등 결국 영구적인 무직자로 남게 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밀라노 경영 및 도시정책 대학>의 캐럴 앤더슨 교수는 "삶의 활력을 얻기 위해 잠시 휴식을 갖고 여행을 한다거나 여러 나라에서 일한 경험 등은 새 직장에서 일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어쨌거나 이력서 상, 경력의 공백은 구직전선에 있어서는 적신호"라고 경고했다.

현재 장기 휴직자들 가운데는 직업을 갖지 않고도 생계를 꾸려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부는 집값 상승을 이용해 소유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경우도 있지만, 부인 또는 다른 가족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연방상해보험을 지급받는 경우가 많은데 연방상해보험은 매달 1천달러까지 지급되며, 상해 보험을 2년동안 받은 후에는 메디케어 대상이 되어 의료혜택까지 받게 된다. '잠시 쉬겠다'며 일을 그만 둔 사람들 가운데는 아예 백수로 지내는 사람들도 상당한데 직업을 갖게 되면 이 상해보험 급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오랫동안 일자리를 갖지 않고 백수상태로 진입하게 되면 일과 관련된 기술도 줄어들고 일하려는 의욕도 없어지는 등 영구적인 무직자로 남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30세~55세 미국 남성중 놀고 먹는 백수가 1960년대 말 5%에서 현재 13% 수준인 4백만명에 이른다는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는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2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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