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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20년 10월 25일, 일 12:33 am
[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초코파이와 냉면이 만나면 통일된다?
<스페셜 리포트> 한국통 미국 학자의 이색 주제발표

(버지니아 해리슨버그) 한나영 기자 = 병역 의무를 마친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그 시절을 연상시켜 주는 추억의 간식을 아는가. 이것은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생일 케이크로도 사용되고 개성공단이 잘 굴러가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하는 간식이다. 또, 마음을 나누고 정(情)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의 간식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이 간식 이름은? 그렇다. 바로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는 이제 어느 특정 회사의 고유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나라 간식을 대표할 만한 보통명사가 되었다. 이 초코파이가 미국에 있는 한 대학에서 여러 번 그 이름이 언급되었다. 평양 냉면, 함흥 냉면이라는 익숙한 우리말 음식과 함께.

지난 2월, 미국 버지니아주 해리슨버그시에 있는 제임스매디슨 대학교(JMU)에서는 '2010 아시아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아시아의 역사, 정치, 음식 안전도>였다. 이번 주제를 두고 세 명의 연사가 주제 발표를 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첫번째 연사로 나온 워싱턴 DC 소재 정책연구소(Institute of Policy Studies) 공동 대표인 존 페퍼가 발표한 '한국 음식과 한반도 통일: 냉면 vs. 초코파이'였다. 다른 두 주제는 '콜럼버스가 아시아 음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나'(JMU 사학과 아비가일 슈웨버 교수)와 '중국 멜라민 파동에 이은 독 분유와 부패 구조'(JMU 인류학과 메건 트레이시 교수)였다.

강연을 듣기 전, 기자는 제목에 붙은 '냉면 vs. 초코파이'라는 이질적인 두 먹거리가 어떻게 한반도 통일과 이어지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강연 장소가 미국이고 청중 가운데 유일한 한반도 출신으로 냉면과 초코파이를 많이 먹어봤던 사람으로서 말이다.

왜 우리 공화국은 초코파이를 못 만드는 거야?


▲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유명한 송강호가 초코파이 먹는 장면. ⓒ

"한국에서 오래 전에 상영되었던 블록버스터 영화인 <공동경비구역 JSA>에는 남북한 병사들이 등장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두 명의 남한 병사가 우연히 DMZ(비무장지대)의 북한측 공동경비구역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남북한 양국의 대치 상황을 모르는 미국인도 있는 현실에서 존 페퍼는 'JSA'니 'DMZ'니 하는 낯선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의 발표를 시작했다.

"남한 병사들은 (적군인) 북한 병사를 만나 싸우는 대신 친구가 되어 몇 날 밤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이들의 비밀스러운 친교의 절정은 남한 병사가 자기네 나라에서 인기 있는 초코파이를 가져오는 장면입니다. 초코파이는 초콜릿으로 덮인 마시멜로 쿠키입니다. 북한 병사는 초코파이를 먹으며 즐거워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왜 우리 공화국은 이런 초코파이를 못 만드는 거야?'"

(앞면에서 받음) 오래 전에 봤던 영화인 <공동경비구역 JSA>의 장면 하나 하나가 존 페퍼의 설명으로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고 대부분 JMU 대학생이었던 청중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페퍼씨의 영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왜 초코파이를 못 만들어내냐는 북한 병사의 말에 남한 병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남한으로 오라고. 그러면 배 터지도록 초코파이 먹을 수 있어.'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북한 병사는 초코파이를 입에서 빼내 단호하게 말합니다. '내, 딱 한 번만 말하는데 내 꿈은 언젠가 우리 공화국이 한반도에서 가장 맛있는 단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야.'

놀랄 만한 침묵이 흐르고 어색한 순간이 지난 뒤 북한 병사는 뱉어낸 초코파이를 다시 입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남북한 네 명의 병사들은 다정하게 농담을 주고 받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한국통'인 존 페퍼. 그는 공산주의 제도에 관심이 많아 지난 1985년에 모스크바에서 공부를 했고 1989년에는 폴란드에도 살았다. 그가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한국학을 연구하게 된 데는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작용했다. 세계 최강국이었던 소련도 무너졌는데 작은 나라이면서 심각한 식량난과 경제난까지 겪은 북한이 붕괴하지 않고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호기심 말이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점도 그를 한국학 연구로 이끌었다. 존 페퍼는 많은 저서와 기고를 통해 한국을 알려왔다.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1998년. 그는 서울, 광주, 대구 등지의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이날 페퍼씨가 강연 첫 도입부를 흥미진진한 영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정작 페퍼씨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한반도 통일이었다. 그가 남북한을 대표할 만한 상징으로 꼽은 남한의 초코파이와 북한의 냉면은 어떤 의미를,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의 강연 내용을 요약해봤다.


▲ 북한의 냉면과 남한의 초코파이가 만나면 과연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 오마이뉴스

'초코파이 vs. 냉면'에서 '초코파이 & 냉면'으로

남한 군인들이 신병 훈련 때 받게 되는 초코파이는 한국 문화에서는 소비재화이자 데카당스,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나타낸다. 반면, 귀순하라는 요구를 거절하면서 충성스럽게 자신의 조국을 옹호하는 북한 병사는 서양식 간식 대신 한반도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자존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고집스러운 자존심은 '잘 먹인 애완용 강아지보다는 굶주린 늑대가 나을 것'이라는 그들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태도는 북한 주민들이 왜 국수주의적이고 통치에 있어서도 도전적인 태도를 취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냉면은 외부 세계의 불순한 영향력을 물리치려는 북한의 자존심을 잘 드러내는 음식이다. 평양냉면은 남북한뿐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서 가장 뛰어난 별미로 손꼽히는 음식이다. 북한사람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냉면이 평양의 대형식당인 옥류관에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을 방문했을 때 안내원은 그 점을 대단히 자랑스러워 했다. 남한 관광객들도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싶어하고 보통 냉면 세 그릇쯤은 거뜬히 비운다고.

북한의 냉면은 초코파이와는 달리 전통적인 한국 음식이다. 냉면은 바로 '순 한국식' 음식으로 민족적이고 주체적인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한 음식 문화의 양분법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나 북한 선전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경직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음식은, 북한에서 먹는 음식까지도 수천 년 동안 세계화의 영향을 받아왔다. 청동기 시대 중국에서 들여온 쌀과 13세기 몽골에서 온 불고기, 16세기 신세계로부터 포루투갈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김치 재료인 고춧가루에 이르기까지. 2차대전과 한반도 분단 이후에는 미국으로부터 구호품 밀가루와 분유가 한국으로 들어왔고 미군 병사를 통해 배곯던 한국인들이 먹었던 스팸도 '부대찌개'라는 이름의 새로운 요리로 등장했다.

오늘날 한국은 단 한 세대 만에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수준의 경제로부터 세계 12대 경제 강국의 하나로 부상한 나라이지만 부대찌개는 여전히 서울의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이다. 또한 한반도를 식민지 삼아 한국인들로부터 증오의 대상이었던 일본으로부터도 1958년 모리나가 제과업체가 만든 초코파이를 들여왔다.

반면, 북한은 6. 25 전쟁 이후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식 경제 제도의 통합도 거부했다. 북한이 비록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조용히 구호 물자를 받긴 했지만 그들은 '주체'라는 자율적인 이데올로기를 개발했다. 그래서 공산주의가 점차 사라진 1990년대에 북한은 골수 민족주의적인 국가로 떠올랐다. 한국 사람들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세계화나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더 순수하고, 더 토속적인 한국이라는 낭만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북한을 봤다.

그러나 1990년대 북한의 경제 붕괴는 북한에 대한 이러한 환상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 원조가 들어가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설시장(장마당)이 출현하면서 북한도 외국의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최초의 패스트푸드 식당이 평양에 세워져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과 햄버거까지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햄버거라는 이름 대신 '다진 고기와 빵'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믿기 어려운 사실은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이 외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스시 요리사를 데려와 스시 요리를 하게 했고 이태리 피자 요리사를 데려와 자기 요리사가 이태리 정통 피자 만드는 법을 배우게 했다.


▲ 2007년 금강산에서 맛본 북한의 담백한 저녁 식사. ⓒ 한나영

이제 초코파이로 상징되는 세계화된 남한이나 냉면으로 상징되는 한국적인 북한의 냉면 대결은 사실상 그 개념이 희미해졌다. 오늘날 약 1만6000여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살고 있는데 이들은 남한으로 넘어오면서 상품이 될 만한 특별한 조리법을 가져오지 않았다. 자신들의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냉면 조리법 외에는.

그들이 한국에 와서 냉면집을 많이 열었지만 그것은 과거의 북한식 냉면이 아니다. 지난 60년 동안 두 문화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는 이들 냉면집 주인들이 만들어 내는 음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정통 요리법 대신 한국사람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초코파이 역시 남한의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진출했다. 북한 개성공단에서는 남한 관리자들과 북한 노동자들이 비무장지대 바로 북쪽의 공장에서 시계와 주방 용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의 일부를 초코파이로 받고 있다. 퇴폐적이라던 남한의 상징이 북한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인기 있는 품목이 된 것이다. 또한 새로운 초코파이 소매시장도 생겨났다.

이제 남북 관계는 더 이상 '초코파이 vs. 냉면'의 구도가 아니다. 남북한이 이따금 해상 충돌이나 상호 비방의 적대적인 말, 경제 교류상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통일을 향한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비록 그 속도가 더딜지라도 말이다. 그러면 한반도에서는 '초코파이 vs. 냉면' 대신 '초코파이&냉면'이라는 새로운 미래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 금강산에서 맛본 냉면. ⓒ 한나영

초코파이와 냉면이 공존하는 한반도

강연이 끝난 뒤 JMU에서 국제 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패트릭 워트럴에게 강연 소감을 물었다.

"대단히 흥미로운 강연이었다. 나는 한국에 대해 많이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국의 오랜 역사와 동북아에서의 한국의 위치, 한국 전쟁 등은 웬만큼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음식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존 페퍼가 남북한간 문화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두 개의 전혀 다른 음식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은 아주 흥미로웠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자 역시 페퍼씨가 마지막에 말한 '초코파이&냉면' 구도는 생각만으로도 기뻤다. 서로 대결하는 '초코파이 vs. 냉면' 구도가 아니라 초코파이와 냉면이 사이 좋게 공존하는 '초코파이&냉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왔던 남북한 병사들처럼 남과 북이 오순도순 우정을 쌓아가고 사랑과 신뢰의 바탕 위에서 평화 공존을 이루고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 되겠는가.


▲ 남북 관계는 '초코파이&냉면' 관계가 되어야. 금강산 구룡연에서 만난 조각상들이 '우리는 하나'를 연주하고 있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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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6:4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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